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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왜 '러에코'를 주목하고 두려워 해야 하는가

강일용

[IT동아] 18. 왜 '러에코'를 주목하고 두려워 해야 하는가

2017년, 미국에서 미디어 플랫폼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이번 CES에서 스포츠 콘텐츠도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CES 2017이 막을 내린지 벌써 3일이 흘렀습니다. CES 2017 기간은 정말 정신 없는 4일이었습니다. 수 많은 보도 자료들이 쏟아져 나왔고, 현지에 있는 사람들도 뉴스를 찾아 CES 2017 현장을 헤매었습니다.

이번 CES 2017에서는 한국, 미국, 중국 업체들이 자사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세 나라의 업체들이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중국 업체들은 디바이스 판매를 통해 고객들의 로열티를 확보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업체들의 핵심 경쟁력이었던 TV 사업에서 중국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중국 업체들은 수준 높은 하드웨어 설계 및 디자인을 갖추고, 여기에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미디어 플랫폼(안드로이드 TV, 아마존 파이어 TV, 로쿠 TV 등)을 도입해 삼성전자의 타이젠, LG전자의 웹OS 플랫폼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3편의 칼럼을 통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 러에코, 기존 중국 업체들과 다르다
[한국] 삼성전자, 드디어 스마트에 대한 정의를 내리다
[미국] 훌루, 모바일 TV 시대가 온다

오늘은 그 첫 번째인 중국 러에코의 이야기입니다.

러에코는 기존 중국 업체들과 다르다

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러에코의 65인치 UHD HDR TV 'Super4 X65', 가격은 단돈 999 달러다. 각종 콘텐츠는 덤이다>

'러에코(LeEco)'는 LeTV로 잘 알려진 중국의 스마트폰, TV, VR, 액세서리 판매 업체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시작은 미국 넷플릭스와 아마존처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였습니다. 콘텐츠 회사의 DNA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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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에코의 대표적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Le.com. 미국 방송, 영화, 드라마 등을 볼 수 있다. 물론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회원 가입이 필요하다>

러에코가 콘텐츠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는 벌써 6년이 넘었습니다. 여기에 매우 저렴한 가격에 TV를 판매하고 TV시리즈, 영화 등을 2년간 무료로 제공해 사용자를 끌어들인 후, 2년이 지나면 연간 구독료를 받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 회사입니다.

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러에코의 비지오 인수, 왼쪽이 자웨팅 러에코 CEO, 오른쪽이 윌리엄 왕 비지오 CEO>

러에코는 중국에서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해 미국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TV를 많이 판매하는 업체인 '비지오(Vizio)'를 20억 달러에 인수 하기도 했습니다.

홍콩(2015년), 인도(2016년)에 자사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했고, 모바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쿨패드'라는 업체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CES 2017에서도 러에코 전시장에서 쿨패드의 제품을 볼 수 있었습니다.

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180 달러에 판매되는 쿨패드, 깔끔한 마감이 눈에 띈다. 제품은 현재 중국, 인도에서 판매 중이며 곧 미국에도 출시할 계획이다.>

어쩌면 러에코가 '중국 업체가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겠냐'는 질문의 답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미국 내 2위 TV 업체인 비지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러에코는 사업 모델은 중국에선 성공적으로 정착했습니다. TV나 모바일 기기를 구매하면 2년 동안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고, 콘텐츠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2년 후 자연스럽게 유료 사용자로 전환합니다. 익숙한 콘텐츠와 사용자 환경을 떠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러에코에 따르면 TV와 모바일 기기 구매자의 약 80%가 2년 후 유료 가입자로 전환한다고 합니다.

러에코는 이미 지난 해 10월 19일 미국 시장에 발을 디뎠습니다. 아직 미국에서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고 있는 샤오미와는 180도 다른 성공적인 행보입니다.

러에코, 사실 아마존과 흡사하다?

러에코의 TV나 모바일 기기를 구매하면 '에코 패스(Eco Pass)'라는 것을 제공합니다. 최소 3개월~ 최대 1년까지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이를 통해 아마존의 프라임 멤버십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에코 패스 회원은 사진, 동영상을 마음껏 저장할 수 있도록 5TB(테라바이트)의 클라우드 저장공간을 제공받습니다. 여기에 'Lemall.com'이라는 쇼핑몰에서 각종 제품을 더욱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러에코는 넷플릭스처럼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도 한 해에 20편 가까이 제작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와 콘텐츠 파트너 계약을 맺는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AT&T의 '디렉티비나우(DirecTV Now)'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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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의 인터넷 TV 서비스 디렉티비나우>

디렉티비나우는 100개가 넘는 미국의 방송 채널을 TV와 모바일 기기에서 월 35 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특히 AT&T 고객은 모바일에서 디렉티비나우 시청 시 데이터 사용료를 내지 않습니다. 기존 미국의 케이블 TV보다 35% 정도 저렴한 서비스입니다. 작년 11월 말에 서비스를 개시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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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에코의 콘텐츠 파트너, 저렴한 가격만을 내세웠던 기존 중국 업체들과 양적인 면이나 질적인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러에코는 에코 포인트라는 포인트를 지급해 고객들이 라이온스게이트, MGM과 같은 영화 제작사와 머시니마, 시소, 어썸니스 TV와 같은 OTT 파트너들의 콘텐츠를 일정 기간 동안 무료로 감상할 수 있게 했습니다. 에코 포인트를 통해 32개 콘텐츠 파트너사의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여기에 넷플릭스, 슬링 TV, 쇼타임, 훌루와 같은 유료 OTT 서비스들을 기기에 기본 탑재해 고객들의 서비스 가입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러에코는 초기에는 자사 제품 구매시 디렉티비나우를 1년 동안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현재는 전략을 조금 수정해 제품 모델에 따라 3~6개월 정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최상위 모델인 85인치 TV에만 디렉티비나우 1년 구독권을 제공합니다. 디렉티비나우를 무료로 구독하면 앞에서 설명한 에코 포인트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르라이브, 르, 르존은 러에코의 미국 진출의 청사진

러에코에서 제공하는 콘텐츠 서비스 르라이브(LeLive), 르(Le), 르존(LeZone)에서 그들의 콘텐츠 전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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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라이브를 실행하면 러에코의 라이브 채널들을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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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VOD서비스를 실시간 방송처럼 변경해 주는 르라이브. 현재 9개 채널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원 채널을 계속 확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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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설명한 에코 패스를 가진 고객을 위한 비디오 스토어 '르 (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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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파트너들의 VOD 콘텐츠를 여러 카테고리로 나눠서 손쉽게 찾을 수 있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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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rry 2000'을 선택한 모습, 고화질 영화 포스터와 간결한 콘텐츠 설명 페이지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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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파트너들은 계속 추가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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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co 섹션에 있는 모든 서비스는 러에코에서 직접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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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도 무료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러에코는 자사의 제품에 넷플릭스, 훌루, 쇼타임, 슬링 티브이 등 코드 커터(케이블 TV나 위성 TV 대신 인터넷으로만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들)를 위한 앱을 탑재했습니다. 자신들의 콘텐츠 서비스도 기간 제한적이지만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러에코는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중국에서 성공시킨 바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각종 유료 서비스를 한 달 동안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흔한 일인지라 과연 얼마나 사용자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무료 기간이 끝난 후 에코 패스는 월 4.99 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제공될 것이라고 합니다.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는 에코 포인트는 러 몰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쌓인다고 하네요.

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김건일 러에코 미국 총괄 다이렉트 프로덕트 마케팅 이사>

김건일 러에코 미국 총괄 마케팅 이사는 "러에코의 제품을 미국에 출시한 지 2달 정도 되었다. 아직까지는 러에코의 제품은 러 몰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과 많은 고객들이 관심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판매 채널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미국의 주요 온라인 판매처인 베스트바이닷컴, 아마존닷컴 등에 러에코의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주요 오프라인 판매처인 월마트, 베스트바이 등과도 제품 판매를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 중국 브랜드라는 점이 걸림돌이 된 적은 없다. 오히려 인지도가 낮은 것이 더 큰 문제다. CES 2017에서 관람객들에게 가격 대비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올해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내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러에코가 이번 CES 2017에서 홍보 전략을 잘 세웠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러에코는 경쟁자들이 가득한 가전제품 부스 센트럴 홀과 사우스 홀 대신 자동차 전시 부스인 노스 홀에 부스를 차렸습니다.

'갑자기 왜 자동차 부스?'라고 할 수 있겠는데, 바로 CES 2016의 최대 화제였던 '패러데이퓨처' 때문입니다. 패러데이퓨처는 바로 러에코 회장이 소유한 전기차 회사입니다. 패러데이퓨처는 이번 CES 2017에서도 시제품을 공개하고 예약 주문을 받기 시작해서 엄청난 주목을 받았습니다. 러에코는 이러한 패러데이퓨처의 화제성을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 홍보에 이용한 것입니다.

김조한의 미디어 세상<테슬라의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패러데이퓨처. 시제품을 러에코 부스를 통해 공개했다>

그래서일까요? 전시회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많은 질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이미 서비스를 출시한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정말 응대를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마케팅이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겠습니다.

물론 다른 중국 기업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통팡 글로벌의 경우 자신들의 웨스팅하우스 티브이에 아마존 파이어 TV를 접목해, 알렉사를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 회사의 행보도 주목할 만 합니다.

하지만 다른 중국 업체들은 여전히 미디어 플랫폼 구축보다는 하드웨어 사양과 제품 디자인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웨스팅하우스의 아마존 파이어 TV 내장 UHD TV>

다른 중국 제조사들은 러에코처럼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에서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리에코는 가능합니다. 러에코는 콘텐츠 파트너들이 협력하고 싶어 하는 회사입니다. 러에코는 오리지널 콘텐츠도 제작하고, 돈을 주고 콘텐츠를 수입하는 업체이기도 합니다. 처음 설명 드린 것처럼 미디어 플랫폼이 그들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러에코는 이제 콘텐츠를 팔기 위해 하드웨어도 파는 회사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러에코가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면 콘텐츠 파트너들은 러에코를 적극적으로 도울 것입니다. 왜냐고요? 콘텐츠 파트너들에게 러에코는 그들의 중국 시장 진입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설령 러에코가 미국에서 고전하더라도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2017년은 이러한 플랫폼 전쟁이 한층 격렬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IT칼럼니스트 김조한

넥스트미디어를 꿈꾸는 미디어 종사자. 미디어 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Tivo(Rovi) Asia Pre-sales/Business Development Head, LG전자에서 스마트TV 기획자를 역임했고 Youshouldbesmart.com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NextMedia를 운영 중. 미국과 중국 미디어 시장 동향에 관심이 많으며, 매일 하루에 하나씩의 고민을 풀어내야 한다고 믿는 사람.

글 / IT칼럼니스트 김조한(kim.zohan@gmail.com)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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