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CPU 대권] '정권교체' 도전하는 AMD, 무기는 '라이젠'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2017년, 정치권에서만 대선 열기가 뜨거운 것이 아니다. PC 프로세서 시장에서도 '대권'을 두고 한판 승부가 벌어질 예정이다. 구도는 언제나 그러하듯, 이 시장의 절대강자인 인텔(Intel)에 AMD가 도전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AMD에 변변한 무기가 없어 참으로 싱거운 승부가 이어져왔는데,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AMD는 단단히 벼르고 있다. 올해 1분기 중에 첫 선을 보일 AMD의 신병기는 바로 '라이젠(Ryzen, 코드명 서밋릿지)' 프로세서다.

라이젠을 소개하는 리사 수 AMD
CEO
라이젠을 소개하는 리사 수 AMD CEO

수년간 AMD CPU는 효율이 떨어지는 아키텍처(architecture: 기본 설계)와 집적도가 낮은 제조공정 때문에 성능이나 전력 효율, 발열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인텔 제품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더 많은 코어(core)를 제공한다는 매력은 있었으나 단지 이것만 가지고는 시장을 선도하긴 힘들었다. 2016년 하반기 기준, 세계 PC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AMD의 점유율은 10%를 좀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아키텍처와 제조공정까지 일신한 AMD의 신병기 '라이젠'

이런 AMD가 2017년을 기대하는 이유는 라이젠이 아키텍처 및 제조공정까지 일신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라이젠에 적용된 젠(Zen) 아키텍처는 기존의 엑스카베이터 아키텍처에 비해 클럭(동작속도) 당 처리능력(IPC)가 40%나 향상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AMD 라이젠의 대략적인 특징
AMD 라이젠의 대략적인 특징

여기에 인텔의 하이퍼쓰레딩과 유사한 가상 멀티쓰레딩 기술(SMT)이 지원된다. 하이퍼쓰레딩은 물리적으로 1개인 CPU 코어를 논리적으로 둘로 나눠 마치 코어 수가 2배로 늘어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기술이다. 1분기에 등장할 라이젠의 첫번째 제품은 물리적으로 8코어, 논리적으로는 16개의 쓰레드(thread, 처리단위)를 제공할 것이다.

라이젠에 탑재된 센스MI(SenseMI)
기술
라이젠에 탑재된 센스MI(SenseMI) 기술

제조 공정 역시 5년 넘게 쓰던 28nm(나노미터) 단위에서 벗어나 인텔과 대등한 수준의14nm를 적용한다. 공정이 미세할수록 소비전력이나 발열은 낮추고 성능은 높이는데 유리하다. AMD는 라이젠에 적용된 주요 핵심 기술을 '센스MI(SenseMI)'라 칭하는데, 이는 현재의 이용 환경이나 구동 소프트웨어, 사용 패턴 등을 분석, 전압이나 온도, 클럭, 실행경로 등을 최적화 한다. 아키텍처는 물론, 제조공정에서도 이제야 인텔과 제대로 경쟁할 만한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점을 AMD는 강조한다.

코어 i7-6900K 보다 싸면서 우수한 성능?

라이젠은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AMD는 지난 12월 13일 개최된 뉴 호라이즌(New Horizon) 행사를 통해, 라이젠 시제품(8코어 16쓰레드)의 성능 테스트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www.amd.com/en-us/innovations/new- horizon). 이날 테스트에서 라이젠은 인텔 코어 i7-6900K 보다 렌더링이나 동영상 인코딩과 같은 다양한 항목에서 10% 정도 더 나은 성능을 냈다고 AMD는 밝혔다.

뉴 호라이즌 행사에서 공개된 라이젠과 코어 i7의 인코딩 비교
테스트
뉴 호라이즌 행사에서 공개된 라이젠과 코어 i7의 인코딩 비교 테스트

참고로 인텔 코어 i7-6900K는 프로세서 가격만 1,089달러(국내 판매가 약 16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제품이다. 비교 테스트에 이용한 8코어 16쓰레드 기반 라이젠의 판매가는 499달러 정도로 책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가격은 더 저렴하면서 고성능을 발휘하고, 소비전력 역시 TDP(열설계전력) 기준 95W로 TDP가 140W에 이르는 코어 i7-6900K 보다 유리하다고 AMD는 강조하고 있다.

AMD는 올해 1분기 중에 8코어 16쓰레드를 갖춘 라이젠의 플래그십(대표) 모델을 우선 출시한 후, 2분기 및 3분기에 6코어 12쓰레드, 4코어 8쓰레드 등의 볼륨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일단은 고성능을 강조하는 데스크탑용 모델부터 먼저 나온다.

이번에는 확실히 다를 것?

물론,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인텔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인텔은 작년 하반기에 노트북용으로 우선 출시된 7세대 코어(코드명 카비레이크) 시리즈의 데스크탑용 버전을 올 상반기에 내놓을 것이다. 6세대 코어(스카이레이크)의 개량형에 가까운 제품이기 때문에 아주 극적인 성능 향상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차피 전작부터 충분히 고성능이었다.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만 봐선 라이젠은 주목할 만한 제품이 맞다. 물론, 프로세서의 성능이란 사용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라이젠의 진정한 능력은 실제 양산품을 직접 구동해 봐야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PC 매니아들도 기대와 우려가 섞인 시선으로 라이젠을 바라보고 있다.

다만, 최근 AMD 관계자들이 '이번에는 확실히 다를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는 건 확실하다. 에이수스나 기가바이트와 같은 메인보드 제조사들이 라이젠이 호환되는 AM4 규격 메인보드 제품군을 다수 준비하고 있는 것 역시 라이젠의 흥행에 도움을 줄 것이다.

2017년에 열릴 'CPU 대권' 경쟁에서 AMD가 완전한 '정권교체'까지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지지율 상승'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짐작해 볼 따름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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