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명품 라이카 카메라 기술, 어떻게 화웨이 P9에 쓰였나?

김태우 tk@gamedonga.co.kr

하이파이브를 하듯이 손바닥을 편 다음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면서 두 개의 카메라를 스마트폰 뒤에 넣은 제조사 목록을 말하다 보면 다섯 째 손가락을 접기도 전에 그 목록이 끝난다. 그만큼 듀얼 카메라를 채택한 스마트폰은 경쟁을 시작한지 오래지 않았다는 뜻이다.

흥미롭게도 접은 네 손가락 중 하나는 화웨이를 가리킨다. 화웨이는 제법 이른 시기에 듀얼 카메라 스마트폰을 들고 뛰어든 제조사 가운데 하나다. 듀얼 카메라를 넣은 첫 화웨이 스마트폰은 2014년에 출시했던 ‘화웨이 아너6 플러스’(Honor 6 plus). 하지만 동일한 카메라 모듈을 두 개 넣은 화웨이 아너 6 플러스는 듀얼 카메라의 의미를 제대로 담은 제품이라는 평가는 받기 어려웠다.

화웨이만 아니라 수많은 사진 전문가로부터 듀얼 카메라를 쓰는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 스마트폰은 올해 나왔다. 그것이 '화웨이 P9'(Huawei P9)이다. 가을에 발표하는 메이트(Mate) 시리즈와 함께 여름 이후 화웨이 플래그십 라인을 이끄는 P시리즈의 최신 모델인 화웨이 P9은 경쟁사와 다른 접근법으로 완성한 듀얼 카메라를 적용함으로써 스마트폰 사진에 대한 관점을 돌려 놓았다.

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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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상하이 연구 센터 전경. 모두가 퇴근할 금요일 저녁에도 불 꺼진 사무실을 찾아보기 어렵다

화웨이의 듀얼 카메라 스마트폰 시대의 이정표를 세운 '화웨이 P9'의 산실은 화웨이 상하이 연구 센터다. 지난 해 10억 달러(원화 환산 1조1천800억 원)의 연구 자금을 투입한 전 세계 16개 R&D 시설 가운데 상하이 연구 센터는 8천 명 이상의 연구원과 개발자들이 일하고 있을 만큼 규모와 시설 면에서 손꼽는 곳이다. 입구를 중심으로 오른쪽 4동의 건물 길이만 무려 500m, 좌우 합쳐 1km에 5층 건물로 이뤄진 이곳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스마트 디바이스만 아니라 각종 통신 장비, 사물 인터넷, 클라우드를 비롯한 엔터프라이즈 기술을 연구한다.

하지만 올해 P9 출시 이후 화웨이 내부에서 이 연구소를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바로 'P9 허브'다. 화웨이는 제품에 따라 세계 여러 연구소로 역할을 나눠서 제품을 개발하지만, P9만큼은 화웨이 최고의 기술을 완성하는 시설에서 수백명의 연구원과 개발자들이 만듦새와 기능, 성능 등을 밤낮 없이 집중적으로 다듬었다. 상하이 연구 센터를 거쳐간 제품은 수없이 많으나 P9 허브라고 칭한 것은 처음 출시한 듀얼 카메라 스마트폰으로 1천만 대 판매를 눈앞에 둔 P9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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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웨이 P9은 라이카의 주마릿-M 렌즈의 감성을 스마트폰에서 재현할 수 있도록 광학 시스템을 설계했다.

특히 화웨이 P9의 듀얼 카메라는 상하이 연구 센터에서 상당한 공력을 투입한 부분이다. 화웨이 P9의 후면 카메라 옆에 100년 전통의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Leica)를 각인한 것은 단순한 브랜딩 협력이 아니라, 라이카 카메라로 찍은 사진 감성을 모바일에 접목하기 위해 두 기업이 노력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두 회사의 협력에 대한 오해가 없던 것은 아니다. 화웨이 P9 출시 이후 일부 샘플에 실망한 이들로부터 '라이카의 브랜드만 빌렸다'는 주장이 제기된 때문이다. 이에 화웨이와 라이카는 화웨이 P9이 라이카 브랜드만 가져온 게 아니라 라이카 표준에 따른 광학 설계 부분부터 플레어 같은 미광 효과를 줄이기 위한 카메라 모듈의 공동 개발, 라이카 렌즈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라이카 룩의 표현을 위한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협력해 왔다고 밝혔다. 라이카 룩은 사진의 심도, 높은 채도와 강조된 색감, 피사체의 디테일 등 라이카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특성을 말한다.

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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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카 카메라로 찍은 사진 샘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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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웨이 P9으로 찍은 사진 샘플

화웨이와 라이카는 스마트폰에서 라이카 룩을 재현하기 위해 주마릿-M(Summarit-M) 렌즈의 특성에 가까워질 때까지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다. 결국 스마트폰 렌즈와 이미지 센서, 이미지 신호 처리, 품질 관리에 대한 모든 영역에 대해 화웨이와 라이카의 개발진의 머리를 맞댄 결과 화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컬러와 흑백이라는 두 개의 센서로 분리하고 라이카 특성을 살린 주마릿 1:2.2/27 ASPH 렌즈를 넣어 라이카 룩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후 화웨이와 라이카는 사진 작가 마리 맥카트니와 주 잉하오, 내셔널 지오그라피 사진가 데이비드 거튼펠더, 스키 포토그래퍼 루벤 크레브 등 라이카 카메라를 잘 아는 사진가들에게 P9의 사진 품질에 대한 검증을 맡겼고, 이들은 라이카 주미크론 M 렌즈와 같은 장소에서 찍은 결과물을 비교한 뒤 라이카 룩을 표현해냈다는 데 동의했다.

화웨이 P9의 라이카 룩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국내에서도 나왔다. 한국 라이카에서 보증하는 라이카 전문가면서 <무한도전> 사진작가로도 익히 알려진 오중석 작가는 화웨이 P9을 직접 촬영한 뒤 11월 23일, 화웨이 P9의 한국 발표 무대에서 외국 작가들보다 더 높은 평가를 내렸다. 화웨이와 라이카는 주마릿-M 렌즈의 표현력을 재현하는 데 노력했지만, 오중석 작가는 라이카 녹티룩스 렌즈의 느낌을 살려낸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특히 그는 "흰 접시의 디테일, 역광의 플레어, 채도 높은 피사체 등 화웨이 P9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녹티룩스 렌즈로 찍을 때의 라이카 룩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굳이 화웨이 P9에서 라이카 룩을 재현하기 위해 로우 이미지(JPG 같은 압축 이미지로 처리하지 않은 비가공 디지털 데이터)로 찍지 않고 손댈 필요가 없었던 점이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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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가 매리 맥카트니가 화웨이 P9 플러스로 찍은 사진. 자동차 앞유리의 빗방울은 사진을 특별한 질감으로 표현하는데, 이런 추상적이고 창의적인 모습은 그가 사용하는 라이카 카메라로 표현하는 스타일과 완벽하게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진 전문가들의 인정을 받은 화웨이 P9을 상하이 연구 센터에서 완성한 화웨이와 라이카는 더 깊은 협업을 위해 광학 기술에 대한 연구를 독일 베츨라어(Wetzlar)에 세운 공동 R&D 센터로 옮겨 계속 진행한다. 이 R&D 센터의 이름은 '막스 베렉 이노베이션 랩'. 라이카 35mm 필름 카메라에 쓰인 20여가지 광학 렌즈를 최초 설계한 렌즈 개발자이자 현미경 분야의 개척자가 바로 막스 베렉이다. 화웨이는 이 연구소를 통해 얻은 광학 기술을 바탕으로 누구나 손쉽게 감성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처럼 라이카의 감성에 가까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듀얼 카메라 스마트폰 '화웨이 P9'은 12월 2일 한국에 출시했다. 5.2인치 화면의 화웨이 P9은 50만 원대, 5.5인치 화웨이 P9 플러스는 60만 원대의 출고가로 LG 유플러스에서 구매할 수 있다.

글 / 테크 칼럼니스트 최필식(chitsol@tech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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