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소리까지 느낀다' 젠하이저, 플래그십 오디오 HE1 공개

강형석 redbk@itdonga.com

젠하이저는 플래그십 헤드폰 HE1을
공개했다.
젠하이저는 플래그십 헤드폰 HE1을 공개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HE1은 젠하이저에게 완벽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과정이며, 현재 가장 완벽한 사운드를 내는 제품이다."

김정삼 젠하이저 코리아 상무가 자사의 새로운 플래그십 헤드폰을 소개하며 언급한 부분이다. 이미 25년 전, 최고의 헤드폰을 선보였으나 이를 현대적으로 새로 해석해 또 다른 최고의 헤드폰을 내놓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젠하이저 코리아는 2016년 11월 10일, 빌라 드 베일리(서울 강남)에서 플래그십 헤드폰 '젠하이저(Sennheiser) HE 1'을 공개했다. 헤드폰과 앰프, 이를 보관할 케이스까지 일체형으로 구현된 이 제품은 1991년에 선보인 플래그십 헤드폰 오르페우스(ORPHEUS) HE 90의 뒤를 잇는다. 국내 가격은 정확히 책정되지 않았지만 해외 가격인 5만 유로(원화 약 6,275만 원)에 세금과 배송 등 기타 비용을 더해 약 7,500만 원에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용 젠하이저 코리아 대표는 "1945년 설립한 젠하이저는 꾸준히 제품을 선보이며 고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1991년에는 오르페우스를 선보여 우리의 기술력을 과시했고 동시에 오디오 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바 있다. 우리는 '오디오의 미래를 만든다(Shape the Future of Audio)'라는 임무 아래 지난 10년 가까이 젠하이저 연구팀이 노력해 또 하나의 역작 HE1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새 헤드폰 공개를 위해 방한한 다니엘 젠하이저 젠하이저
최고경영자.
새 헤드폰 공개를 위해 방한한 다니엘 젠하이저 젠하이저 최고경영자.

다니엘 젠하이저(Daniel Sennheiser) 젠하이저 대표는 "1945년, 오디오의 미래를 만든다는 기조 아래 우리 핵심 기술팀은 계속 기업의 비전에 맞춘 스피커와 헤드폰, 이어폰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오디오 상품의 질을 이해하고, 최고의 품질을 고집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에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계속 최고의 품질로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귀에 좋은 것들 다 넣었어요

젠하이저 HE1은 '하이엔드 오디오의 표준을 새롭게 정의'한다는 목표를 자기고 설계됐다. 이를 위해 가격 상승은 어쩔 수 없지만 최고의 음질을 구현하려는 기술이 대거 투입됐다. 다니엘 젠하이저 대표는 오르페우스 HE 90의 뒤를 잇기 위해 많은 부분을 새로 고민하고 접근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튜브 앰프와 트랜지스터 앰프로 구성된 듀얼 앰프의 장점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으며, 진동을 전기 신호로 전환하는 트랜스듀서 설계에도 공을 들였다고 언급했다.

우선 헤드폰은 4Hz에서 100kHz까지 넓은 주파수 대역을 지원한다. 이는 인간의 가청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박쥐와 코끼리의 청력을 합쳐야 인식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 젠하이저 측 설명이다.

HE1에 대해 설명 중인 김정삼 젠하이저 코리아
상무.
HE1에 대해 설명 중인 김정삼 젠하이저 코리아 상무.

왜곡률도 최저 수준이다. 자사 제품군 중 가장 낮은 0.01%로 억제했다. 김정삼 상무는 "스튜디오에서 쓰는 모니터 스피커가 0.3%, 고급 정전식 헤드폰이 0.1%, 젠하이저 HD 800이 0.02%다. HE1은 이보다 더 낮은 왜곡률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컵에는 통합 앱프를 채용해 고해상 사운드를 전달한다. 앰프는 최고등급의 모스펫(MOSFET)을 채용했으며, 이를 통해 전압 손실을 보완한다. 이는 초고충격파 충실도(Ultra-High Impulse Fidelity)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앰프 스테이지는 타사 제품 대비 200% 높은 효율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진동판은 2.4 마이크로미터 두께를 채용했다. 이는 머리카락 두께의 1/20 정도 수준이다. 진동판에는 백금 기화(Platinum- Vaporized) 공법이 더해져 소리의 미세함까지 전달한다. 공기 진동의 기계적 진동을 전기 신호로 만들어주는 트랜스듀서(Transducer)에도 금 기화 세라믹(Gold-Vaporized Ceramic) 공법이 도입됐다. 김정삼 상무는 진동판은 이론상 0.8 마이크로미터까지 가능하지만 2.4 마이크로미터 두께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들려줬기에 이를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착용했을 때의 편안함과 감촉까지도 최고를 고집한 흔적이 보인다. 제품에는 부드러운 초극세사 벨로어 가죽으로 만든 이어패드를 적용했다. 자극이 적고 통기성이 뛰어난 재료로 디자인과 제작은 모두 독일에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젠하이저 HE1.
젠하이저 HE1.

젠하이저는 앰프에도 다양한 기술을 담아 넣었다. 8개의 진공관을 탑재했는데, 고품질 쿼츠 벌브를 적용해 미세한 공기 소음조차 끼어들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외부로부터 모든 소음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실제 짧게 진행된 청음 시간에서도 외부의 소음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차음성을 보여줬다.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하는 DAC(Digital Analog Converter)는 ESS 세이버(SABRE) ES9018로 총 8개를 탑재했다. 가격이 상승하지만 정확한 소리의 분석과 출력을 위해 선택한 부분이다.

젠하이저 HE1의 후면부.
젠하이저 HE1의 후면부.

이 외에 젠하이저 HE1의 본체는 최고 품질의 카라라 대리석으로 외관을 꾸몄다. 미켈란젤로 조각상에 쓰인 것과 같은 것으로 대리석은 모두 이탈리아에서 공수한다. 대리석을 채택한 이유는 무게 때문이다. 질량과 순도가 높은 대리석으로 떨림이나 흔들림에 의한 잡음을 줄였다. 케이블도 최고의 전도율 달성을 위해 99.9% 순은 도금 케이블을 쓰기도 했다.

미세한 숨소리까지 귓가에...

이번 행사에서는 잠깐이나마 젠하이저 HE1을 잠깐 청음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됐다. 기자도 약 5분 정도 청음할 수 있었다. 먼저 젠하이저가 준비한 음원을 들었다. 현악기와 타악기 등이 조금씩 연주되고 그 주변으로 여러 소리(연주 준비 과정인 듯)가 들리는 1분 30초짜리 음원이었다.

젠하이저 HE1은 헤드폰과 앰프, 케이스가 하나로 구성된
일체형이다.
젠하이저 HE1은 헤드폰과 앰프, 케이스가 하나로 구성된 일체형이다.

들어보니 헤드폰과 앰프의 실력을 바로 체험할 수 있었다. 현악기의 미세한 소리 변화까지도 느낄 수 있었고, 주변에 움직이는 소리까지 미세하게 표현해냈다.

다음에 청음한 것은 디 이글스(The Eagles)의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다. 곡 내내 이어지는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곡으로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해낼까 궁금해 선택하게 됐다. 집중해 음악을 들어보니 깨끗하면서도 기타의 선율을 세밀하게 표현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타격감도 적당한 수준으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다. 차음성도 매우 뛰어나 주변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수준이다.

음원만 제대로 되어 있다면 젠하이저 HE1은 최고의 청음 환경을 제공해 줄 것이라 예상된다. 단 7,500만 원 상당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루에 한 대씩, 국내 소비자 대상 주문 예약 실시

7,500만 원.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다. 재질이나 완성도 등을 고려하면 수긍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은 절대 구매하기 어려운 제품이 되어버렸다. 다니엘 젠하이저 대표는 여기에 쓰인 기술을 토대로 소비자 접점을 넓게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소 시간은 필요해 보인다. 당분간은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는 이미 주문이 시작된 젠하이저 HE1은 우리나라에서도 10일부터 주문 가능하게 됐다.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젠하이저 코리아 측은 해외 가격에 세금, 배송에 따른 비용 등을 적용해 최대한 해외와의 차이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사후 서비스는 5년이 적용되며, 소비자 과실만 아니라면 젠하이저 코리아의 전문가가 직접 방문하거나 배송 서비스 등을 활용해 서비스를 진행하게 된다.

또한, 주문을 하더라도 바로 손에 넣을 수 없다. 젠하이저 HE1은 독일에서 하루에 한 대씩 생산된다. 1년 생산 물량은 250대로 이미 많은 수량이 매진된 상태. 국내에서 주문하면 약 6개월 뒤에 받을 수 있을 것이란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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