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영어'해 #결] 독서로 모두 행복한 학교 - 강원 홍천여자고등학교

이문규 munch@itdonga.com

편집자주] 독서는 취미가 아니다. 그대로 일상이다. 교육에는 그 이상이다. 영어교육에 있어 독서, 특히 영어원서 독서는 초등/중등/고등 12년 교육 과정의 중요한 기틀이 된다. 이에 독서 빅데이터 기반의 독서지도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교육기관 사례를 살펴보며, 영어원서 독서와 영어교육 효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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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 '영어'해 #2] 영어독서 교육의 표본 - 서울 강서구립영어도서관 (http://it.donga.com/24873/)

[독서로 '영어'해 #3] "사교육비 걱정 더는 원서독서 특성 중학교입니다" - 인천 양촌중학교 (http://it.donga.com/24972/)

[독서로 '영어'해 #4] "영어독서는 순도 100%의 교육법입니다" - BCC캐나다 (http://it.donga.com/25034/)

[독서로 '영어'해 #5] 한국외국인학교에 도서관 수업이 있는 이유 (http://it.donga.com/25090/)

[독서로 '영어'해 #6] '영어독서로 점수가 아닌 실력을 키웁니다" - 정상어학원 구리분점 (http://it.donga.com/25183/)

[IT동아 이문규 기자] 그동안 기자는 영어원서 독서가 영어학습과 얼마나 밀접한 지, 또 학습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교육현장 일선에서 학생들과 교사들, 학부모들의 이야기로 직접 확인했다. 미국 학생들의 독서 정보를 축적, 분석해 이를 토대로 전세계 학생들을 위한 독서지도/독서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르네상스러닝’과 함께, 전국 유명 어학원, 영어도서관, 국제학교, 초등/중등 교육기관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다만 그간 방문했던 곳은 모두 미취학 아동 교육원이나 초등/중학교, 재외국인 대상 국제학교 등이어서, 대학입시(수능 영어)와 영어독서와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땅에서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고등학생들에게 독서, 특히 영어독서는 정신적, 시간적 사치인 것일까?

1~3학년 전교생이 '행복한 독서광'으로 활동하는 강원도 홍천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의 '독서 라이프'를 따라 가며, 대학입시 준비와 독서 실천을 어떻게 병행하고, 어떤 효과를 얻고 있는지 확인했다. 홍천여고 외국어 담당 심운선 부장 교사가 함께 했다.

강원도 홍천여자고등학교 전경
강원도 홍천여자고등학교 전경

강원 홍천여고는 1956년에 교육 인가를 받은 후 개교 60년이 넘은 오랜 전통의 공립 고등학교로, 현재 약 700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이 홍천여고에는 학생과 교사가 모두 공감하는 '분명한 교육 목표 세가지'가 있다. '학생 자율적 동아리 활동', '외국어 교육을 통한 글로벌 인재 양성', '전교생 독서 생활화'가 그것이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자발적 동아리 활동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특히 학생 스스로 조직, 운영하는 독서 동아리가 80개가 넘습니다. 전교생이 삼삼오오 모여 독서 관련한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어요. 학교는 그에 따른 동아리 운영을 돕고 있는데, 선후배가 함께 하는 독서 토론이나 저자와의 만남, 밤샘 독서토론/북토크/북카페/워크샵 등이 학생들 자발적으로 진행됩니다. 토론리더양성과정도 있습니다."

홍천여고의 동아리 활동은 전적으로 학생이 주도하며, 모든 교사는 교과 담당과 상관 없이 학생의 요청에 따라 동아리에 참여하게 된다. 물론 동아리 활동에 교사가 개입하는 부분은 미미하다. 올바른 독서 습관과 토론 자세 등을 지켜보며 지도하는 멘토일 뿐이다.

홍천여고 학생들이 영어독서 토론을 하고
있다
홍천여고 학생들이 영어독서 토론을 하고 있다

"동아리 일원들이 같은 책을 읽고 이에 관해 토론한 뒤 이를 토론기록장에 기록해 지도교사에게 제출하는 방식입니다. 숙제가 아니니 의무사항은 아니고 교과 과정과도 별개로 움직입니다. 그래도 학생들의 참여 의지가 대단해요. 교사와의 토론 때는 토론 전체를 녹음해 하나하나 철저히 분석, 기록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학생과 교사 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쌓는데 독서 토론보다 좋은 건 없습니다."

전교생이 동아리를 스스로 조직해 운영하는 방식이니, 한 학생이 여러 동아리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교사와의 관계는 물론, 특히 선후배 간의 우애를 독서로 다지고 있다. 홍천여고는 이러한 학생들의 자발적 독서 동아리 활성화를 지원, 독려하기 위해, 최근 교내에 근사한 도서관을 개선, 증축했다.

"독서를 학교 교육 목표로 삼은 만큼 제대로 된 도서관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빠듯한 학교 예산을 최대한 융통해서 학생들에게 근사한 도서관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그 작은 소망이 드디어 최근에 이뤄졌습니다. 독서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편하게 즐겁게 행복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홍천여고 도서관은 학교의 자랑이라 할 만큼 근사하고 깔끔하게 구축됐다.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를 구석구석 배치했고, 여학생들을 배려해 긴 의자에는 열선까지 깔아 체온을 유지토록 했다. 도서관이 '책을 빌리는' 장소가 아니라, '책을 편하게 읽고 즐기는' 장소로 활용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다양한 장르의 신간, 구간 도서를 여러 권/세트 구비해 많은 학생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

홍천여고 도서관 내부 전경
홍천여고 도서관 내부 전경

홍천여고 도서관 내부 전경
홍천여고 도서관 내부 전경

"한글 서적은 어느 정도 마련됐는데, 그에 비해 영어 서적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르네상스러닝 AR/SR 프로그램을 도입한 후로 학생들이 더 다양한 영어원서 서적을 바라고 있어요. 더러는 영어 도서관도 교내 도서관처럼 만들어 주길 바라기도 합니다. 학교 예산이 최대한 허락되는 선에서 꾸준히 구비해 두려 합니다."

심운선 부장 교사는, 수도권 위주의 사교육 열풍에 동참할 수 없는 지역/지방 학교의 유일한 대안은 독서 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영어 교과를 담당하는 심 교사의 입장에서 영어교육의 기본은 '영어독서'라 확신한다. 때문에 학생 수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영어원서는 심 교사의 최근 가장 큰 고민이다.

"학생들과 함께 영어원서 읽기를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었습니다. 영어 교과를 맡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학생들의 영어독서에 관심이 있었고, 이를 효과적으로 지도, 운영할 수 있는 방법(교수법)이 필요했어요. 강원도교육청에 영어교육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적합한 독서지도 솔루션을 수소문해 찾아 봤어요."

심 교사는 영어독서의 가능성과 영향력을 믿고 교육계획서를 교육청에 제출해 소정의 예산을 확보했다. 적은 예산이었고, 처음 추진하는 영어독서사업계획이었기에 교육 솔루션 선택에 대단히 신중했다고 회고했다. 며칠 밤낮을 알아보고 검색하고 찾아보고 둘러본 후 그는 '르네상스러닝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정말이지 제가 원하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영어독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고가의 영어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믿을 만한 독서 교육법이고, 자발적인 독서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도 최적이었습니다. 교사의 별다른 개입 없이 학생들이 스스로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각자 점검/테스트하는 방식이니 그야말로 우리 학교에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이죠."

홍천여고 학생이 르네상스러닝 AR 퀴즈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홍천여고 학생이 르네상스러닝 AR 퀴즈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한정된 예산이었기에 우선 2학년 학생 중 신청자에 한해 20명으로 시작했다. AR 영어원서도 소량 구매했다. 심 교사는 학생들 반응이 시큰둥하면 어쩔까 내심 걱정했지만, 그저 기우에 불과했음이 도입 며칠 후 바로 나타났다. 학생은 물론 다른 교사, 학부모들의 긍정적 반응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심 교사는 또 다른 영어교육사업계획을 수립해 교육청 승인을 받았고, 그 예산으로 현재 1~2학년 75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했다.

"당초에는 1~2학생 만을 대상으로 하려 했는데, 이제는 3학년 학생들도 AR/SR을 이용하려 합니다. 영어독서가 수능영어와 결코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죠. 꼭 입시 때문이 아니더라도 독서를 좋아하는 고3 학생들의 이용 신청도 늘고 있습니다. 이용 수에 제한이 있어 그 학생들이 모두 이용할 수 없는 게 그저 안타깝기만 합니다.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이용 가능 수를 늘리려 합니다."

르네상스러닝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교내 도서관에서 자신에 읽기 수준에 맞는 AR 원서를 선택해 책을 읽고 퀴즈를 풀며 내용을 복습한다. 그에 그치지 않고, 책 제목과 내용(줄거리), 소감 등을 별도의 독서기록장에 기록한다. 누굴 보여주기 위한, 제출하기 위한 독서기록장은 아니다(물론 독서기록장은 교사들이 독서 지도에 활용, 참고한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르네상스러닝 프로그램 외에도 여러 가지 영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영자신문 동아리 활동, 영어행사/파티 개최, 영어카페 운영 등이 있는 데요. 오늘(2일) 개최되는 '영어 프리젠테이션 대회'도 그 중 하나입니다. 학생들이 자유 주제를 선정해 5분 내외로 영어로 발표하는 대회인데요. 이 역시 학생이 주최하고 학생이 진행하고, 교사는 그저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합니다."

홍천여고 학생들이 자체 영어 프리젠테이션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홍천여고 학생들이 자체 영어 프리젠테이션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심 부장 교사는 최근 몇몇 학생들과 '국제교류 동아리' 활동을 함께 했는데, 교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작년에 동아리 학생들과 홍콩을 방문해 학교와 평창올림픽 홍보 활동도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특히 해당 학생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됐고, 다른 학생들에게는 좋은 귀감이 돼 뿌듯하다고 전했다.

"최근 대입 전형에서 수시 비중이 커지면서 학생생활기록부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어요. 때문에 우리 학교 학생들은 책을 읽고 독서 능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이를 생활기록부에 직접 활용할 수 있어 유리합니다. 교내 활동 내용, 독서 후 행동 변화, 영어능력 향상 정도 등을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이사항에 활용할 수 있으며, 독서 이력은 그대로 '과목별 독서활동'에 기재할 수도 있습니다. 학생생활기록부종합전형(학종)에서 강조되는 여러 가지 활동이력으로 큰 의미가 있죠."

홍천여고는 학생들의 독서 동아리 활동을 책자로 발간하고
있다
홍천여고는 학생들의 독서 동아리 활동을 책자로 발간하고 있다

"고등학교면 응당 수능입시에 따른 대학진학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데요. 우리 학교는 그보다는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창시절 추억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독서 자체가 수능 성적과 직결되진 않지만, 여러 과목에 걸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건 분명합니다. 특히 수능 영어는 더욱 그래요. 수능 영어는 단순히 어휘/어법 등을 묻는 게 아니에요. 지문의 주제, 의미 등을 포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이해력이 필요합니다. 지문/장문을 빠른 시간에 읽고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를 풀어낼 수 없어요. 수능 영어에서는 '독서능력이 곧 문제해결능력'입니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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