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즐거운 게이밍 헤드셋, 레이저 카차리아스(Carcharias)

김영우 pengo@itdonga.com

‘좋은’ 게이밍 헤드셋의 조건

PC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게임용 주변기기 전문 업체들도 제법 많이 늘었다. 이들 업체의 주력 제품은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헤드셋인 경우가 많다. 키보드나 마우스가 게임에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 같은데, 그다음으로 거론되는 게임용 주변기기가 헤드셋인 이유는 뭘까?

이는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일단 요즘 게임들은 그래픽뿐만 아니라 사운드의 품질도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고품질의 음향기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 그리고 게임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소음과 완전히 격리된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이 대세가 되면서 다른 게이머들과 음성으로 대화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에 마이크 기능을 갖춘 헤드셋이 필요해졌다는 것이 세 번째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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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게이머에게 헤드셋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았는데, 그렇다면 과연 ‘좋은’ 게임용 헤드셋의 조건은 뭘까? 레이저(Razer) 사에서 최근 출시한 10만 원대의 게이밍 헤드셋인 카차리아스(Carcharias)를 살펴보며 이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자.

단단함과 부드러움의 조화

레이저 사는 자사의 제품에 동물의 이름을 쓰는 일이 많다. 그리고 제품 분류에 따라 일정한 규칙이 있는데, 이를테면 마우스 제품에는 ‘하부(Habu)’와 같은 뱀의 이름, 키보드 제품에는 ‘타란툴라(Tarantula)’와 같은 거미의 이름, 그리고 헤드셋 제품에는 ‘피라니아(Piranha)’와 같은 어류의 이름이 붙는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헤드셋의 이름인 ‘카차리아스(Carcharias)’는 상어의 일종으로서, 일단 이름만 들어봐도 레이저의 전통을 충실히 계승한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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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차리아스의 외견을 살펴보면 일단 헤드폰 바깥쪽 표면을 금속망으로 처리하여 매우 강인하고 튼튼한 인상을 주는데, 어류 중에서 먹이사슬의 가장 위쪽에 있는 상어의 이미지만큼이나 강렬한 느낌을 표현하고자 이러한 디자인을 가미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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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헤어밴드와 헤드폰 부분의 연결부위는 양쪽 각각 5cm까지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데, 이 연결부는 금속 재질로 되어 있어 매우 단단한 느낌이 든다. 헤드셋을 사용하다가 이 부위가 고장 나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는데, 카차리아스는 약간이나마 고민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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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하여 카차리아스가 단단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외에는 오히려 매우 부드러운 부분이 많다. 일단 귀에 닿는 헤드폰 안쪽과 머리 위를 감싸는 헤어밴드 부분의 안쪽을 푹신한 스펀지 소재로 마감하여 착용감을 높였으며, 270도로 회전하는 마이크 부분은 중간 부위를 원하는 만큼 구부릴 수 있어 사용자의 이 위치나 취향에 따른 배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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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카차리아스를 머리에 쓰고 2시간 정도 음악 감상을 해 보았는데, 부드러운 스펀지가 귀 전체를 감싸주는 덕분에 귀가 아프다거나 소리가 새어나간다는 느낌은 없었고, 헤드폰 및 마이크의 위치를 비교적 자유롭게 배치 가능하기 때문에 신체 조건이나 취향이 다른 다양한 사용자가 사용하기에 문제가 없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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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부위도 일반적인 보급형 헤드셋과 조금 다르다, 케이블 표면을 직물 소재로 감쌌는데, 이러한 케이블은 촉감이 좋을 뿐 아니라 꼬이는 일도 적다. 케이블 길이도 3미터 가량이라서 헤드셋을 쓴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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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중간에는 고정 클립이 붙은 볼륨 조절 리모컨부가 위치하고 있는데, 볼륨 조절뿐 아니라 마이크의 신호를 차단하는 스위치도 함께 갖추고 있다. 마이크에 소음이 유입되면 음악 감상에 방해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 이 마이크 신호 차단 스위치가 유용하게 쓰일 듯하다.

소리는 어때?

이제부터는 직접 각종 콘텐츠를 구동시키며 카차리아스의 음향을 직접 들어볼 차례다. 게임용 헤드셋을 지향하고 있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사용자들이 게임할 때만 이 제품을 쓰지 않을 것이다.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및 음악도 감상해보며 카차리아스의 실력을 검증해 보았다.

테스트에 사용한 기기는 VIA VT1815S HD오디오 칩셋을 내장한 아수스 M4A87TD EVO 메인보드 기반의 PC이다. 별도의 사운드카드를 사용하면 보다 좋은 음향을 들을 수 있지만, 요즘은 메인보드 내장 사운드의 음질도 많이 향상되었고, 대부분의 사용자가 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테스트용으로 쓰기에는 문제가 없을 듯하다

① 게임 플레이(스타크래프트2, C9)

최근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스타크래프트2’와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온라인 RPG인 ‘C9’을 플레이하면서 카차리아스로 소리를 들어보았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각종 효과음이 지속적으로 출력되므로 음향기기는 이를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능력이 필요한데, 카차리아스는 이런 면에서 합격점을 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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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타크래프트2’의 캠페인 모드 플레이 시, 전투가 격렬해지면 캐릭터들이 말하는 대사의 톤이 강해지고 배경음악은 더욱 격렬해지기 때문에 각종 효과음을 놓치기 쉬운데, 카차리아스는 이러한 다양한 음향들을 모두 선명하게 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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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즘 게임들은 화면에 등장하는 캐릭터나 구조물의 위치와 거리에 따라 음향의 좌우 위상이나 음량을 섬세하게 조절해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기술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C9’이 이러한 기술이 적용된 게임으로서, 이를테면 사람이 많은 마을이나 몬스터가 대량으로 출현하는 던전을 가면 카메라나 캐릭터의 각도나 위치 기준으로 입체음향을 출력한다. 카차리아스로 C9의 음향을 체험해본 결과, 확실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어 게임의 재미가 더해졌다.

② 영화 DVD 감상(스타워즈 에피소드3, 이노센스)

영화 감상 시 출력되는 음향은 배우들의 대사뿐만 아니라 배경음악, 효과음 등 다양하며, 이 모두가 조화를 이루어야 감상 시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특히, 액션 영화나 SF 영화를 감상할 때 이러한 종합적인 능력을 두루 갖춘 음향기기가 간절해지는데 과연 카차리아스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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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테스트에 사용한 영화 DVD는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에피소드3’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이노센스’다. 이 두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액션과 SF 요소가 두루 섞여 있으며, 존 윌리엄스, 카와이 켄지 등의 저명한 음악가들이 제작에 참여해 사운드 트랙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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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차리아스로 위 작품들을 감상해 본 결과, 생각 이상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특히, 배경음악이 강하게 깔리는 부분에서도 배우들의 대사가 명료하게 전달되었고, 각종 효과음도 장면 전환에 따라 입체감 있게 출력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순간적으로 극히 강한 고음이 출력되는 장면, 이를테면 유리창이 깨지거나 칼과 칼이 부딪히는 장면 등에서는 표현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아주 간혹 발생했다. 반면, 지진이 발생하거나 육중한 차량이 지나가는 등의 장면에서 발생하는 저음 표현은 우수한 편이었다.

③ 음악 CD 감상(베토벤 9번 교향곡)

음악, 그중에서도 클래식 음악은 해당 음향 기기의 능력을 한계까지 이끌어내고자 할 때 단골로 쓰이는 소스다. 특히, 교향악의 경우에는 워낙 다양한 악기가 함께 쓰이는데다가 저음 및 고음이 골고루 출력되기 때문에 음향 기기의 구현능력이 미치지 못하면 이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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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베토벤 9번 교향곡 CD를 카차리아스로 감상해 본 결과, 각 악기의 소리 분리는 비교적 잘 되는 편이었으나 매우 낮은 저음, 혹은 매우 높은 고음 부분에서 소리의 명료함이 저하되어 다소 밋밋한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아쉬웠다. 물론, 이 정도 수준이면 일반 대중음악을 감상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고, 만족도 역시 높을 듯하지만, 클래식 음악용으로 쓰기엔 다소 부족함이 있는 듯하다.

게임용으로는 ‘만족’, 그 외의 용도로도 ‘충분’

게임용 주변기기 전문업체의 제품답게 레이저 카차리아스는 게임 플레이 시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각 음향의 분리도 수준급이고 공간을 표현하는 능력 역시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나 음악을 감상할 때도 일정 수준 이상의 표현력을 발휘하여 기본기가 우수한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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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하여 이 제품이 수십만 원 이상으로 팔리는 전문 하이파이용 헤드셋과 견줄만한 수준이라는 것은 아니다. 특히, 클래식 음악 감상 시, 이 제품은 분명 한계를 드러낸다. 하지만, 시중에서 팔리는 헤드셋 제품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값싼 보급형 제품에 비하면 월등한 음향을 들을 수 있으며, 덤으로 편안한 착용감까지 얻을 수 있으니 레이저 카차리아스의 가격 대비 구매가치는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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