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은 반짝 인기? 인텔과 MS가 미는 'MR' 대세 될까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지난 13일, 세계 각국의 비디오 게임기 판매점 앞마다 인파가 몰리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소니의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용 HMD(Head mounted Display)인 '플레이스테이션 VR(이하 PS VR)'이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정확한 판매량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초도 물량이 완전히 바닥났으며, 미 개봉 중고 제품이 신품 가격보다 비싸게 팔릴 정도로 인기다.

앞서 등장한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HTC 바이브(HTC Vive) 등 다른 VR용 HMD 역시 PS VR 정도로 많이 팔리지는 않았지만 대중의 관심도는 매우 높다. 그리고 VR 기능을 지원하는 각종 콘텐츠(게임, 동영상 등)도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이들 VR 지원 콘텐츠와 HMD가 결합하면 마치 또 다른 세상에 들어간 것 같은 실감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VR + AR 결합된 MR(융합현실)의 무한한 가능성

이러한 최근 분위기만 봐선 VR은 정말로 대세이고 큰 시장을 이룰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러한 VR의 열기가 의외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이는 마치 2010년 전후에 큰 인기를 끌었다가 갑자기 사그라진 '3D'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VR을 호기심으로 잠시 즐길 수는 있어도 기존의 콘텐츠 시장을 완전히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VR이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시각 중에는 VR이 결국 'MR'로 가는 중간 단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MR은 Merged Reality, 혹은 Mixed Reality의 약자로 ‘융합현실’을 의미한다. 이는 현실세계와 다른 디지털 기반 가상 세계를 만드는 VR, 그리고 기존의 현실세계에 가상 이미지를 덧씌우는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을 결합한 것이다.

MR(융합현실)은 VR과 AR의
결합이다
MR(융합현실)은 VR과 AR의 결합이다

쉽게 말해 AR처럼 실제세계에 가상 이미지가 덧씌우는 영상을 VR처럼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HMD를 이용한다는 점은 VR과 비슷하지만, 활용도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넓다. VR처럼 단순히 오락거리를 실감나게 즐긴다는 개념을 넘어서, 현실 자체를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가상공간이 아닌 실제 내 방에서 디지털 캐릭터를 만나는 것이 가능하며, 사용자의 집 거실에 가상의 사무기기를 잔뜩 띄워서 그 장소를 사무실로 변신시킬 수도 있다.

기존의 VR HMD가 MR 환경에선 무용지물인 이유

다만, MR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선 하드웨어 역시 VR과는 다른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관건이다. 오큘러스 리프트나 PS VR과 같은 기존의 VR HMD는 독립적으로 콘텐츠를 구동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콘텐츠 구동용 외부기기(PC, 게임기 등)와 연결(유선)해서 이용해야 했다. 게다가 자체 전원 역시 가지고 있지 않아 이 역시 외부의 케이블에 의존해야 했다. MR은 실제세계를 돌아다니며 이용하기 때문에 가상공간이 무대인 VR을 구동할 때보다 훨씬 이동반경이 넓다. 게다가 AR을 기능을 더하기 위한 카메라 역시 갖추고 있지 않아 이러한 기존 VR용 HMD를 MR 용으로 그대로 적용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MR용 HMD는 외부기기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과 케이블 연결 없이 자체적으로 구동 가능한 배터리, 그리고 주변의 공간과 거리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3D 카메라가 필수다.

소프트웨어의 MS, 하드웨어의 인텔이 제시한 MR 플랫폼

이러한 MR용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시제품을 선보인 대표적인 업체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을 꼽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 두 업체는 소프트웨어(마이크로소프트) 및 하드웨어(인텔) 분야를 각각 대표하는 선도업체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작년 1월에 MR 전용 HMD인 '홀로렌즈(HoloLens)'을 공개했으며, 인텔은 올해 8월 '프로젝트 얼로이(Project Alloy)'라는 이름의 MR 플랫폼 및 전용 HMD의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인텔의 '프로젝트 얼로이(Project Alloy)'
HMD
인텔의 '프로젝트 얼로이(Project Alloy)' HMD

이 두 업체가 제안한 MR전용 헤드셋은 자체적으로 구동이 가능한 하나의 컴퓨터에 가깝다. 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프로세서 및 저장공간, 3D 카메라, 배터리 등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PC / 스마트폰과 같은 외부기기나 전원 케이블을 연결할 필요 없이 독립적으로 작동 가능하다.

MR 표준 플랫폼 확립으로 '윈텔(Windows + Intel)' 위력 계속되나

특히 인텔은 프로젝트 얼로이를 발표하면서 빠른 반응 속도를 가진 인텔의 고성능 프로세서, 그리고 3D 공간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분석할 수 있는 리얼센스(Real Sense) 카메라를 결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인텔은 자사에서 프로젝트 얼로이용 HMD를 직접 팔기보다는 이러한 프로젝트 얼로이의 하드웨어 규격을 다른 제조사들과도 공유, 하나의 업계 표준이 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이는 과거 인텔에서 노트북 업계에 제시했던 '센트리노'나 '넷북', '울트라북' 등의 규격이 그대로 노트북 표준이 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자사의 홀로렌즈 HMD 역시 팔고 싶어하지만 이보다는 이에 대응하는 '홀로 그래픽(Holographic)'이 MR 업계 전반의 기술 표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역시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홀로그래픽 기술은 조만간 업데이트를 통해 윈도우10에서 지원될 것이다.

인텔의 프로젝트 얼로이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그래픽 기술을 지원하는 HMD 플랫폼 중 하나다. 이른바 '윈텔(Windows + Intel)'이라고 불리며 PC 시장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던 양사의 결합이 MR 시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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