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영어'해 #5] 한국외국인학교에 '도서관 수업'이 있는 이유

이문규 munch@itdonga.com

편집자주] 독서는 취미가 아니다. 그대로 일상이다. 교육에는 그 이상이다. 영어교육에 있어 독서, 특히 영어원서 독서는 초등/중등/고등 12년 교육 과정의 중요한 기틀이 된다. 이에 독서 빅데이터 기반의 독서지도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교육기관 사례를 살펴보며, 영어원서 독서와 영어교육 효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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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예나 지금이나, 전세계 어디에서나 가장 확실하고 정확한 지식 습득법이다. 독서를 즐긴다고 모두 대성하는 건 아니지만, 대성한 이들 중에는 독서광이 대단히 많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독서는 여러 교과에서 긍정적 학습결과를 나타낸다. 대학입시 위주의 국내 교육정책과는 다른 선진국의 교육 시스템은, 좀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독서교육 정책을 적용하며, 독서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미국 교육기업 '르네상스러닝'은 20년 간 축적한 미국 현지 학생들의 독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독서 교육 정책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르네상스러닝의 'AR(독서학습관리 프로그램)' 및 'SR(리딩레벨진단 프로그램)'은 현재 국내에 설립된 다수의 외국인학교, 국제사립교육기관 등에도 도입돼 있어, 국내 체류 중인 외국 학생들(혹은 외국 거주 후 귀국한 한국 학생들)에게도 미국 현지와 동일한 독서지도가 제공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29개 외국인학교(서울 22개, 경기 7개)가 운영 중이며, 미국이나 캐나다 등 현지의 교육정책과 지도방식, 교과과정을 그대로 적용한 초등/중등/고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외국인학교 판교캠퍼스 전경
한국외국인학교 판교캠퍼스 전경

'한국외국인학교(KIS, Korea International School)'는 미국 서부교육평가위원회(WASC)의 학력 인준을 받은 교육기관으로, 미국 서부지역의 교육과정을 채택해 학생을 교육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 서울 강남 서울 캠퍼스를 시작으로 판교 캠퍼스, 제주 캠퍼스를 각각 개교해, 유치부(Pre-Kindergarten)부터 12학년제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서 오랜 기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한국으로 이주해, 현재 KIS 초등 사서 교사 과정 독서지도 교사로 재직 중인 메건 그린(Ms. Megan Greene)을 통해 KIS와 미국의 독서지도 교육법에 관해 들어본다.

KIS 판교캠퍼스 독서지도 교사, 메건 그린
KIS 판교캠퍼스 독서지도 교사, 메건 그린

국내 거주 외국인 학생을 위한 공식 초중고등 교육기관

"KIS 판교 캠퍼스는 지난 2006년에 개교했고, 초등/중등/고등 과정 학생이 약 1,200명이 재학 중입니다. 저는 초등 과정 학생 약 300명을 대상으로 독서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본교에 입학하려면 해당 학생이 해외 3년 이상 거주 이력이 있거나, 학부모가 외국 여권(외국 국적)을 소지하고 있어야 하고, 일련의 입학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입학 절차가 딱히 까다롭진 않지만, 엄밀히 말해 한국 학생을 위한 교육기관은 아닙니다. 모든 교육은 영어로 진행되지만, 영어를 원어민처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한다 해서 입학이 불가한 건 아닙니다."

"도서관은 초등, 중등, 고등 과정 별로 각각 운영되고 있으며, 르네상스러닝 프로그램은 초등 과정 도서관에 도입돼 있습니다. 초등 저학년 과정에서는 책을 선택하는 방법, 정확히 읽는 방법, 내용을 이해하는 방법 등을 집중 교육하기에 AR, SR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이런 초등 과정을 거쳐 원서 독서 습관을 제대로 들이면, 중등 과정 이상에서는 해당 과목에 맞춰 알아서 책을 선택해 읽을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지는 거죠."

KIS 판교캠퍼스 도서관 전경
KIS 판교캠퍼스 도서관 전경

르네상스러닝 독서지도 프로그램과 KIS만의 '도서관' 수업

"KIS에는 '도서관 수업'이 따로 있습니다. 제가 그 수업을 담당하고요. 학부모님도 이곳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 수업에서는 르네상스러닝 AR/SR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 외에도, 자신에게 적합한 책을 선택하는 방법과 읽는 방법, 책을 소중히 관리하는 습관, 책 내용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방법, 도서관을 제대로 이용하는 방법 등을 가르칩니다."

"또한 책 내용이나 그 일부를 적절하게, 적법하게 인용하는 방법도 교육합니다. 출판물 저작권에 관해 어려서부터 확실히 지도하고 있어요. 아마도 이것이 한국 내 도서관의 운영방식과 다른점이라 생각합니다. 도서관은 그저 책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라, 책을 제대로, 정확히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책 읽는 건 재미 있는 일이다'라는 생각을 학생들이 갖도록 하는 겁니다."

KIS 학생이 아이패드로 AR 독서퀴즈를 풀고
있다
KIS 학생이 아이패드로 AR 독서퀴즈를 풀고 있다

"르네상스러닝 AR/SR 독서지도 프로그램은 KIS가 처음 설립될 때부터 도입돼 활용되고 있는데, 미국 현지 많은 초중고등학교 등지에서 활용하고 있어 이곳 KIS에서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특히 초등 학생들의 독서 방법과 독서습관을 지도하는데 꼭 필요한 도구입니다. 모든 학생들의 독서 수준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각 학생을 지도할 수 있으니 저희 같은 독서 교사에게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KIS 학생들이 책을 읽으며 토론하고 있다
KIS 학생들이 책을 읽으며 토론하고 있다

담임교사, 독서교사, 학부모 모두 관리하는 학생 독서 레벨 활동과 이력

"KIS 학생들은 한 주에 3권을 책을 읽어야 하고, 그 중 최소 1권은 AR 레벨 테스트를 볼 수 있는 AR 책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야 저희 교사들이 모든 학생들의 독서 이력 및 학습 추이를 확인, 관리할 수 있으니까요. 아울러 각 학급의 담임교사도 SR/AR 프로그램을 통해 학급 학생들의 독서 교육을 진행합니다. 교실에서도 학생들은 원하는 책을 스스로 골라 읽고 태블릿PC로 AR 퀴즈로 독서 내용을 복습합니다.”

학생이 교실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고 있다
학생이 교실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고 있다

“아무래도 학부모님들은 자녀들의 독서 레벨(G.E.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인데, 레벨이나 수치 등과 같은 단편적 측면만 보고 학생을 판단하지 않도록 전달하고 있습니다. 독서 레벨의 궁극적 목적은 모든 학생이 자신에게 맞춘 책을 읽음으로써 독서에 관심을 갖게끔 하는 것이지, 수치와 등급을 매겨 그들을 구분하려는 게 아닙니다.”

자신에게 맞는 책을 직접 고르고 있는 KIS
학생들
자신에게 맞는 책을 직접 고르고 있는 KIS 학생들

“현재 이곳 도서관에 비치된 책은 19,000권 정도며, 각 학급에 있는 책까지 합치면 25,000여 권이 넘습니다. 이 중 90% 이상이 AR퀴즈를 풀 수 있는 책입니다. 책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청을 참작해 추가 구매, 비치하고 있습니다. 구매하는 책은 저희 독서 교사가 면밀히 검토한 다음 장르별, 내용별 등에 따라 결정합니다. 물론 이전에 구매했던 책 중에 독서 의미나 가치가 크게 떨어진 책도 골라내 새로운 책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독서는 학생 개인의 취미도 아니고 교내 특별활동도 아닙니다. 수학, 과학, 미술, 음악 과목을 배우듯 독서도 하나의 정식 교과로 교육돼야 하고요. 도서관은 모든 학생들이 편안하게 책을 읽고, 책 속 지식을 습득하고, 이걸 여러 학습의 배경 자료로 제대로 응용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좋은 도서관이란 결국 최신 시설과 큰 규모를 뽐내는 곳이 아닌, 제대로 된 독서지도 도구와 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곳이라 생각합니다.”

KIS 판교캠퍼스에는 2만 권 이상의 책이 비치돼
있다
KIS 판교캠퍼스에는 2만 권 이상의 책이 비치돼 있다

“독서는 영어학습에 있어서도 기본이 되는 습관입니다. 읽기 실력은 쓰기, 말하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이죠. 읽기를 즐기는 학생은 다른 영역도 잘한다는 걸 오랜 시간 지켜 봤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독서는 다양한 간접경험을 쌓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손 안의 책을 펼치면 언제든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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