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4 플랫폼 도입한 AMD, CPU 교체 쉬워지나?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각종 부품을 업그레이드하여 구형 PC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자 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메인보드, 그 중에서도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소켓(Socket)의 호환성이다. PC의 핵심인 프로세서를 업그레이드 해야 비로소 신형 PC 안 부러운 성능을 얻을 수 있겠지만, 이를 장착하는 메인보드의 CPU 소켓이 호환되지 않는다면 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업그레이드가 제한적인 노트북이야 원래 프로세서 업그레이드를 거의 포기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데스크탑까지 그런 제약이 있다면 뭔가 손해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PC용 프로세서 시장을 주도하는 인텔의 경우, 지난 2008년에 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출시한 후, 거의 2년에 한번씩 소켓 규격을 바꾸고 있다. 이를테면 2011년에 나온 2세대 코어(코드명 샌디브릿지) 기반의 PC를 가진 사용자라면 2012년에 나온 3세대 코어(코드명 아이비브릿지) 프로세서로는 업그레이드가 가능하지만, 2014년에 나온 4세대 코어(코드명 하스웰) 이후의 프로세서로는 교체를 할 수 없다.

데스크탑 프로세서를 교체하는
모습(자료사진)
데스크탑 프로세서를 교체하는 모습(자료사진)

상대적으로 AMD는 데스크탑 프로세서 업그레이드 면에서 융통성이 있는 편이었다. 소켓 교체 주기가 긴 편이기 때문이다. 2011년에 처음 출시되었던 AM3+ 규격 소켓용 CPU(AMD FX 시리즈 등)는 2016년 현재도 팔리고 있다. 덕분에 구형 메인보드가 탑재된 PC에서 신형 프로세서를 꽂는데 상대적으로 제한이 적다.

다만, AMD 기반 PC라고 하더라도 업그레이드가 아주 자유로운 건 아니었다. 특히 CPU 제품인 FX 시리즈가 AM3+ 소켓 규격인데, APU(CPU와 GPU의 통합 프로세서) 시리즈는 FM2+ 소켓 규격을 이용한다. CPU를 쓰다가 GPU로, 그 반대로 교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APU용 소켓의 경우는 CPU용 소켓과 달리 FM1(2011년), FM2(2012년), FM2+(2014년) 규격으로 제법 자주 바뀐 편이다.

젠 아키텍처 기반 서밋 릿지의
개략
젠 아키텍처 기반 서밋 릿지의 개략

이런 양상이 올해 하반기부터는 좀 바뀔 것 같다. 현재 AMD는 14nm 미세 공정을 도입하고 최신 아키텍처(기반기술)인 '젠(Zen)'을 적용한 신형 데스크탑 CPU인 코드명 서밋 릿지(Summit Ridge)를 개발 중이다. 8코어 구성이 기본이며, 여기에 하나의 코어를 논리적으로 둘로 나눠 마치 코어 수가 2배로 늘어난 것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가상 멀티쓰레딩 기술(SMT)이 지원, 16쓰레드로 구동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마치 하이퍼쓰레딩 기술이 적용된 인텔의 프로세서와 비슷하다.

AM4는 CPU와 APU를 포함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AM4는 CPU와 APU를 포함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젠 기반 프로세서가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메인보드 소켓 규격이다. AMD는 젠 프로세서를 발표하면서 향후 자사의 모든 프로세서의 소켓 규격을 ‘AM4’로 통일한다고 올해 초 발표했기 때문이다. 젠 아키텍처는 향후 등장할 AMD의 CPU 뿐 아니라 APU에도 적용되며 이들은 모두 AM4 규격을 소켓을 탑재한 메인보드에 호환된다. 향후 AMD 프로세서를 구매한다면 메인보드의 규격 때문에 고민할 일은 그다지 없을 것이다.

젠 기반 프로세서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나 공식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AM4 플랫폼은 한 발 먼저 나왔다. 지난달 19일에 AMD가 출시를 발표한 7세대 APU(코드명 브리스톨 릿지)가 이 AM4 플랫폼을 이용하는 최초의 프로세서이기 때문이다. 7세대 APU 14nm 젠 아키텍처가 아닌 기존의 28nm 엑스카베이터 아키텍처에 기반한 제품이라 차세대의 성능을 품고 있다고 하긴 힘들지만 이를 통해 향후 AMD가 주력으로 삼을 AM4 플랫폼의 대략적인 면모는 알 수 있다.

최근 출시를 발표한 7세대 APU
최근 출시를 발표한 7세대 APU

현재 공개된 AM4 플랫폼은 기존의 DDR3 메모리보다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이 증가한 DDR4 메모리, 최신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온전히 뽑아낼 수 있는 3세대 PCI 익스프레스 등을 지원한다. 그 외에도 2세대 USB 3.1, NVMe, SATA 익스프레스 등 고성능 주변기기를 쓸 수 있는 신세대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남은 문제는 AMD의 새로운 데스크탑 플랫폼인 AM4가 향후 얼마나 유지될 것인지의 여부다. 과거 AMD에서 이용하던 AM2, AM2+, AM3, AM3+ 플랫폼은 세대 교체 주기가 아주 긴 편이었기 때문에 구형 PC 이용자들에게 은근한 사랑을 받은 바 있다.

IT동아는 올해 초 AMD 본사의 임원에게 AM4 플랫폼의 예상 교체 주기에 대해 물어 본 적이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임원은 "이제 막 등장한 플랫폼의 수명에 대해 지금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향후 사용자들의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답변을 했다. 새로운 소비자를 개척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기존 소비자를 배려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