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하다가 PC로 딴짓 하기, 어디까지 해봤니?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너무나 많은 시대다. 예전에는 PC로 게임만, 혹은 영화 감상만, 그것도 아니면 웹 서핑만 해도 만족했었고,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게임을 하면서 화면 한쪽에는 동영상을 틀어 놓고, 웹 브라우저로 뉴스를 보면서 인터넷 방송까지 하는 사람도 많다.

오버워치 멀티태스킹 테스트
오버워치 멀티태스킹 테스트

물론 이런 동시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선 PC, 특히 CPU의 성능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예전의 게임들은 그래픽카드의 성능에만 너무 많이 의존해서 그래픽카드에 과부하가 걸리는 상태에서도 CPU는 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고전적인 프로그래밍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하다 보니 멀티코어 방식의 최신 CPU를 온전하게 활용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최신 기술을 도입한 최근의 게임들은 멀티코어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인 '오버워치'는 그래픽카드 보다도 CPU의 성능에 많이 의존하는 게임으로 알려졌다.

다만, CPU 활용도가 높은 게임들은 당연히 멀티태스킹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오버워치를 하면서 플레이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멀티 태스킹 작업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좋은 성능을 내는 적절한 가격의 CPU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CPU 성능에 많이 의존한다는 오버워치

일단 최근 데스크탑PC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시스템으로 테스트를 시작했다. 인텔 6세대 코어 i5 6500(스카이레이크) CPU에 8GB DDR4 메모리, 120GB SSD로 구성된 윈도우10 64비트 기반 PC다. 코어 i5 6500은 3.2Ghz의 클럭 속도에 4개의 코어를 가진 쿼드코어 CPU로, 인터넷 최저가 기준 21만 7,300원 정도에 팔린다. 일반 PC용 CPU 중에는 중상급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을 하면서 다른 작업을 하려면 당연히 창 모드로 실행해야 한다. 1,920 x 1,080 해상도의 풀HD급 모니터에서 오버워치를 1,280 x 720 HD급 해상도로 구동, 화면 한 켠에 띄우고 플레이를 진행해봤다. 그래픽 옵션은 최상급으로 높인 상태다.

오버워치 단독 실행 시의 CPU
사용량
오버워치 단독 실행 시의 CPU 사용량

이 상태에서 시스템 CPU 사용량은 평균 60%를 약간 넘는 정도다. 4개 코어로 사용량이 고르게 분포된 것으로 보아 오버워치는 확실히 멀티코어를 제대로 활용하는 게임이다. 초당 평균 90~100프레임 정도로 상당히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일반적으로 평균 60프레임 정도면 불편없이 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수준이다.

주류 시스템에서 풀HD급 동영상, 실시간 방송 등은 무난

이 상태에서 다음팟 플레이어를 이용, 풀HD급 동영상 여러 개를 동시에 실행해봤다. 동영상 1개당 5% 전후의 CPU 자원을 이용하며 7개 정도 실행하니 시스템 CPU 사용량이 90% 정도까지 올라갔다. 오버워치는 프레임 저하가 확연하긴 했지만 아직도 평균 60프레임 전후로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했다. 풀HD급 동영상 7개를 동시 구동하는 이 정도의 상태가 이 시스템에서 오버워치를 안정적으로 멀티태스킹 가능한 한계인 듯 하다. 이후의 테스트는 이 상태에서 다른 콘텐츠를 추가로 실행했을 때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살펴보자.

이 상태에서 다음팟에서 아마추어 VJ가 진행하는 실시간 방송을 2개를 동시에 구동해 보니 시스템 CPU 사용량이 100% 가까이 올라가며 오버워치의 평균 프레임이 40~50 프레임 정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존에 실행되던 7개의 풀HD급 동영상 2개 정도를 닫으니 60 프레임 정도로 다시 회복된다.

오버워치+풀HD동영상+실시간방송
멀티테스킹
오버워치+풀HD동영상+실시간방송 멀티테스킹

동영상이나 다음팟 실시간 방송보다 오히려 웹서핑이 더 많은 자원을 차지하는 느낌이다. 특히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이용하는 경우, 네이버와 같이 플래시 이미지가 많은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유튜브와 같이 CPU를 많이 이용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 접속하면 눈에 띄게 CPU 사용량이 높아지며 오버워치의 프레임이 40 프레임 전후로 하락한다. 기존에 구동되던 풀HD급 동영상 7개 중 3개 정도를 닫으니 다시 오버워치의 평균 프레임이 60 프레임 정도로 올라갔다.

4K 동영상, 토렌트, 동영상 인코등 등은 다소 버거워

가장 극적으로 CPU 자원을 많이 차지하는 콘텐츠는 역시 4K UHD(3,840x2,160)급 동영상이었다. 1개만 실행했는데도 시스템 CPU 사용량이 40% 가까이 치솟으며 20~30프레임 정도로 오버워치의 평균 프레임이 급격히 하락했고 전반적인 프레임도 매우 불안정했다. 배경에서 구동되던 풀HD급 동영상 7개 중 5개를 닫아야 60프레임 정도로 오버워치의 구동 성능을 회복할 수 있었다.

파일 전송 및 공유 프로그램인 뮤토렌트(utorrent) 역시 오버워치의 구동 성능에 제법 영향을 끼치는 콘텐츠다. 전송 중인 파일의 수가 10개를 넘어가니 오버워치 역시 조금씩 움직임이 끊어지곤 하며 평균 프레임이 50프레임 전후로 하락했다. 토렌트는 하나의 파일을 수많은 조각으로 나누어 전송하기 때문에 이를 실행하면 데이터의 입출력이 매우 빈번해진다. 배경에서 실행 중인 7개의 풀HD급 동영상 중에 2개 정도를 닫으니 60프레임 정도로 오버워치의 성능을 회복할 수 있었다. 다만, 토렌트는 CPU 외에 네트워크 자원도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 중에는 실행에 주의를 요한다. 인터넷 속도가 느린 곳에선 평균 프레임을 회복하더라도 종종 끊김이 발생할 수 있다.

오버워치+풀HD동영상+인코딩+토렌트 멀티테스킹
테스트
오버워치+풀HD동영상+인코딩+토렌트 멀티테스킹 테스트

그 외에 동영상 인코딩도 만만치 않게 CPU 자원을 많이 요구하는 작업이다. 다음 팟 인코더를 실행해 동영상 변환을 실행하니 오버위치의 프레임이 40 프레임 전후로 하락한다. 배경에서 실행 중인 7개의 풀HD급 동영상 중에 3개 정도를 닫아야 60프레임 정도로 오버워치의 구동 능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4K UHD급 동영상 > 동영상 인코딩 > 플래시 사이트 접속 > 토렌트 > 실시간 방송 > 풀HD급 동영상 순으로 CPU 자원을 차지하는 느낌이다. 코어 i5급 PC에서 오버워치를 구동하며 안정적인 플레이가 기대되는 수준의 멀티태스킹은 오버워치 + 토렌트 1개 + 동영상 인코딩 1개 + 웹 페이지 1~2개 + 풀HD급 동영상 1~2개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4K UHD급 동영상을 구동하거나 플래시가 구동되는 웹페이지를 3개 이상 열어 두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문득 생각난 10만원대 8코어 CPU

지금까지의 실험으로 오버워치가 다른 게임에 비해 CPU에 많이 의존하며 특히 멀티코어 환경에 최적화가 되어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어떤 콘텐츠가 CPU 자원을 많이 소모하는 지도 살펴봤다. 이런 상황이라면 코어 1개당 성능은 다소 낮더라도 전체 코어의 수가 많은 CPU가 오히려 더욱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에 걸맞는 대표적인 CPU라면 AMD의 FX 8300(비쉐라)다. AMD FX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저렴한 가격에 비해 많은 수의 코어를 품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8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FX 8300의 가격은 13만 5,900원에 불과하지만 무려 8개의 코어를 갖춘 옥타코어 CPU다. 인텔의 쿼드코어 CPU인 코어 i5보다 10만원 가까이 저렴하고 듀얼코어 CPU인 코어 i3와 비슷한 값이다.

코어 i5 6500과 AMD FX 8300의 비교(출처:
다나와)
코어 i5 6500과 AMD FX 8300의 비교(출처: 다나와)

물론 이렇게 싼 이유는 있다. 인텔 CPU에 비해 시장에서 인지도와 선호도가 낮으며, 코어당 성능도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코어의 성능을 ‘인해전술’로 커버하는 제품이라는 의미다. 다만, 시중에서 이용되는 태반의 프로그램이 8코어는 커녕, 4코어도 온전하게 활용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FX 시리즈는 체감적인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멀티코어 활용도가 높은 오버워치를 구동하며 멀티태스킹을 할 때는 좋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테스트한 코어 i5 시스템과 거의 같은 구성으로 FX 8300 시스템을 구성했다. CPU 외에는 8GB 메모리, 지포스 GTX 960 그래픽카드, 삼성 750 EVO SSD로 거의 동일하다. 다만, 인텔 코어 i5 시스템은 DDR4 메모리를 이용했지만 AMD FX 시스템은 DDR4를 지원하지 않아 DDR3 메모리를 꽂았다. 메모리의 용량은 동일하지만 속도 면에선 FX 시스템이 다소 불리하는 점을 참고하자.

오버워치 단독 구동시 FX 8300 시스템의 CPU
사용량
오버워치 단독 구동시 FX 8300 시스템의 CPU 사용량

앞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그래픽 품질을 최상급으로 높이고 1,280x720 해상도의 창 모드로 오버워치를 실행했다. 측정된 평균 프레임은 90프레임 전후로, 코어 i5 시스템 보다 5~10 프레임 정도 낮은 수준이다. 이보다 인상적인 것은 시스템 CPU 사용량이다. 코어 i5 시스템은 60%를 넘었지만 FX 시스템은 50%에 조금 못 미칠 정도로 낮다. FX 8300에 탑재된 8개 코어로 사용량이 비교적 고르게 분산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AMD FX 8300, 예상외의 대활약

이전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CPU 점유율이 100%에 달할 때까지 풀HD급 동영상을 연달아 실행해 띄워봤다. 코어 i5 시스템에서는 7개 정도가 적정한 수준이었지만 FX 8300 시스템은 9개를 띄울 때 즈음에 CPU 사용량 100%에 도달하면서도 평균 60프레임 전후를 유지한다. 풀HD 동영상 7개에 실시간 방송 2개를 동시에 구동할 때도 양상은 비슷하다.

오버워치+풀HD 동영상 멀티테스킹
테스트
오버워치+풀HD 동영상 멀티테스킹 테스트

코어 i5 시스템에서 다소 성능 하락이 발생하던 플래시 기반 사이트와 유튜브 동시 구동 상황에서도 FX 8300 시스템은 제법 의연하다. 풀HD급 동영상 8개와 네이버, 유튜브 창을 동시에 띄운 상태에서도 오버워치는 60프레임 전후를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급격한 성능 하락이 예상되던 4K UHD 동영상 구동 능력도 제법이다. 오버워치를 하며 4K UHD 동영상을 실행하면 대부분의 다른 작업을 거의 포기 해야 했던 코어 i5 시스템과 달리, FX 8300 시스템은 풀HD급 동영상 5개와 4K UHD급 동영상 1개를 동시에 구동하는 상황에서도 60프레임 전후로 오버워치를 플레이할 수 있었다.

오버워치+풀HD 동영상+웹브라우저+유튜브 멀티테스킹
테스트
오버워치+풀HD 동영상+웹브라우저+유튜브 멀티테스킹 테스트

그 외에 토렌트나 동영상 인코딩 작업을 할 때도 FX 8300 시스템은 코어 i5 시스템에 비해 한층 낮은 CPU 사용량을 기록했으며, 같은 상황에서 풀HD급 동영상 2~3개 정도는 더 띄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이 즈음 되면 그동안 이 CPU가 너무 저평가되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버워치의 우월함, 그리고 다시 보게 된 AMD FX CPU

이번 테스트에서 여러가지 느낀 바가 많았다. 그동안 PC의 성능이 정말로 많이 발전했다는 점, 그리고 오버워치는 게임의 재미뿐 아니라 프로그래밍 면에서도 상당히 우수한 콘텐츠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PC 하드웨어의 성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던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반성해야 할 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건 그동안 수치적인 사양에 비해 그다지 쓸 만하지 못하다는 평이 많았던 AMD FX CPU다. 첫 출시된 지 수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이 물건이 제대로 잠재력을 발휘할 만한 환경이 된 것 같다. 오버워치를 플레이하며 여러가지 작업을 같이 하는 상황이라면 10만원대의 FX 8300이 20만원대의 최신 6세대 코어 i5 5600보다 나은 성능을 발휘하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AMD FX 시리즈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는 인텔 코어 시리즈가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여전히 많은 콘텐츠에서 인텔 CPU는 AMD CPU보다 나은 성능을 내기 때문이다. 잠재능력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성능이 더 와 닿는 법이다. AMD는 올해 안에 차세대 프로세서인 젠(Zen)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비공식 테스트에서 좋은 성능을 냈다는 소문도 들린다. 쉽지 않은 싸움이겠지만 희망을 걸어볼 만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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