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두 손에 자유를, 슈피겐 블루투스 이어폰 R32E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이상우 기자] 블루투스 이어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음악 감상보다는 핸즈프리의 성격이 더 강했다. 전화기를 직접 손에 쥐고 귀에 가져가지 않고도 통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운전 중이나 짐을 들고 있을 때 편하게 통화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음악 감상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배터리 지속시간이 짧은 것은 물론, 무선 전송 기술 역시 전송할 수 있는 대역폭이 좁아 좋은 음질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배터리 효율은 개선됐고, 고음질 음원도 끊김없이 전송할 수 있을 만큼 대역폭도 넓어졌다. 게다가 음질에 주는 영향을 줄이면서 데이터를 압축하는 고효율 코덱을 지원하는 기기도 많아져 일반 MP3 음질보다 훨씬 좋은 소리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형태 역시 다양하게 변했다. 과거에는 보청기 처럼 생긴 이어폰을 한쪽 귀에 끼우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지만, 목걸이 형태의 본체를 이용해 배터리 시간이나 착용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 등장했고, 이후에는 본체마저 사라지고 두 개의 이어폰 유닛을 연결하는 케이블만 남게 됐다.

슈피겐 블루투스 이어폰 R32E
슈피겐 블루투스 이어폰 R32E

슈피겐이 출시한 블루투스 이어폰 R32E는 두 개의 작은 이어폰 유닛과 이를 연결하는 케이블 한 가닥으로만 구성돼 있다. 각 이어폰 유닛 크기는 엄지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지만, 여기에 소리를 내는 드라이버, 배터리, 블루투스 모듈 등 모든 부품이 탑재돼 있다.

슈피겐 블루투스 이어폰 R32E
슈피겐 블루투스 이어폰 R32E

별도의 전원 버튼은 없다. 이어폰 유닛에 내장한 자석이 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어폰 하우징 양쪽을 자석을 이용해 서로 붙이면 전원이 꺼지고, 떼면 전원이 켜진다. 전원을 켜면 한 번 패어링했던 스마트폰과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이어폰 유닛을 분리해 귀에 꽂는 동작만으로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다. 또한, 목에 걸어서 사용하는 형태인 만큼 음악을 듣지 않을 때는 두 유닛을 붙여 목에 걸면 흘러내리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무게는 약 16.5g으로 아주 가벼워 평소 착용하고 다녀도 불편함이 없다.

내장한 자석으로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다
내장한 자석으로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다

작고 가볍지만 배터리는 생각보다 오래 간다. 음량을 최대로 맞추고 음악을 연속으로 재생해보니 4시간 이상 배터리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충전단자는 오른쪽 이어폰 유닛에 있으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과 동일한 마이크로USB를 사용한다. 충전을 위한 케이블도 기본으로 제공하니 이러한 케이블이 없는 아이폰 사용자라면 이를 이용해 충전하면 되겠다.

충전 단자
충전 단자

케이블 한 쪽에는 컨트롤러가 달려있다. 컨트롤러에는 마이크와 함께 세 개의 버튼이 부착돼 있으며, 이를 이용해 통화를 하거나 음량을 조절하고 곡 탐색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음량 버튼을 짧게 누르면 음량이 바뀌고, 길게 누르면 이전곡/다음곡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컨트롤러
컨트롤러

여러 크기의 이어 팁도 여분으로 제공한다. 크기뿐만 아니라 형태도 다양하다. 일반적인 돔 형태의 이어팁 외에도 원기둥 모양의 이어팁을 제공하니 자신에게 맞는 이어팁을 골라 착용하면 되겠다. 이어폰 유닛이 귀에서 빠지지 않도록 해주는 이어 후크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어 후크는 부착된 지지대를 귓바퀴안쪽에 고정해주는 도구로, 총 3가지 크기를 제공한다. 이어 후크 안쪽에는 왼쪽과 오른쪽, 각 이어후크의 크기를 표시해주는 문자가 있으니 이를 보고 올바른 방향에 맞게 착용할 수 있다.

여분 이어 팁
여분 이어 팁

음질은 생각 이상으로 좋다. 수십 만 원에 이르는 고급 이어폰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10만 원대 제품과 놓고 비교하면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고음에서 찌릿한 느낌의 날카로운 소리나 묵직한 저음 표현은 적지만, 전반적인 소리의 세부 묘사가 마음에 든다.

슈피겐 블루투스 이어폰 R32E
슈피겐 블루투스 이어폰 R32E

apt-X 코덱도 지원한다. apt-X 코덱은 데이터 압축 효율을 높여 전송하는 방식으로 음질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높은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좋은 음질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 자신이 보유한 음악 파일이 CD 음질(16bit/44kHz) 이상이고, 연결한 스마트폰이 이 코덱을 지원한다면 최소한 CD 음질 수준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apt-X 코덱을 지원한다
apt-X 코덱을 지원한다

가격은 출고가 기준으로 3만 7,900원으로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고급 이어폰 수준의 음질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가격과 비교해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능을 내는 제품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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