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인물열전] '날개 없는 선풍기', 발상의 혁신 - 제임스 다이슨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이문규 기자] '날개 없는 선풍기'로 전세계에 잘 알려진 '다이슨(Dyson)'은 날개 없는 선풍기뿐 아니라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영국의 애플'이라 할 만큼 혁신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런 혁신을 가능케 하는 다이슨의 기업 철학이나 엔지니어링에 대한 애착은, 다이슨이 일반 가전기업/제조업체를 넘어 미래지향 기술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틀이 됐다. '영국의 스티브 잡스', 제임스 다이슨(Sir. James Dyson)이 새로운 혁신의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새로운 혁신의 아이콘 '제임스 다이슨' (출처=다이슨
홈페이지)
새로운 혁신의 아이콘 '제임스 다이슨' (출처=다이슨 홈페이지)
새로운 혁신의 아이콘 '제임스 다이슨'

산업 디자이너 + 엔지니어 = '디자인 엔지니어'

다이슨의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은 1947년 영국 북 노포크의 중산층 교육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1960년 대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했으며, 엔지니어링 회사인 '로토크(Rotork)'에 취직해 무거운 화물을 신속하게 운반할 수 있는 고속 상륙선 '씨 트럭(Sea truck)'을 개발했다. 1974년에는 공 모양의 바퀴에 물을 채워 안정감을 얻는 정원용 수레 '볼배로우(Ballbarrow)'를 발명해 1977년 '빌딩 디자인 이노베이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임스 다이슨이 디자인한 수레
'볼배로우'
제임스 다이슨이 디자인한 수레 '볼배로우'
제임스 다이슨이 디자인한 정원용 수레 '볼배로우'

이렇듯 제임스 다이슨은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엔지니어링 회사에 취업해 발명을 거듭하며 산업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로서 역량을 키웠다. 이런 이력은 다이슨 창업 후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우수한 성능 외에도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외관과 디자인으로 인기를 끄는 '다이슨 표' 디자인은, 애플이 그러하듯 디자인이 기술을 따라 가는(Form follows function) 철학을 따른다. 다이슨에서 디자인은 떼어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다. 이후 제임스 다이슨은 1979년부터 1984년까지 5년에 걸쳐 무려 5,000개 이상의 시제품을 만들며 개발에 도전한 끝에,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가 없는 진공청소기를 발명했다.

제임스 다이슨의 디자인 철학은 일상의 불편함을 살피고 소비자의 욕구를 확인하여,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구별할 수 없을 만큼 통합된 제품 설계로 핵심 기능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에 다이슨 디자인연구개발 센터(RDD, Research Design and Development)는 주요 기술과 전체 디자인을 동시에 고려하는 '디자인 엔지니어'가 근무하고 있다. 다이슨 제품 외관에서 보는 모든 부분은 기능에 의해 디자인된 것으로, 이들 디자인 엔지니어들이 기능에 맞춰 제품을 설계, 디자인한다.

다이슨 핸드드라이어 '수퍼소닉'
다이슨 핸드드라이어 '수퍼소닉'

최근 출시된 '소음 없는 헤어 드라이어', '다이슨 수퍼소닉(Dyson Supersonic)'

지난 4월, 굉음을 내는 일반 헤어 드라이어의 고정관념을 깬 무소음 헤어 드라이어 '다이슨 수퍼소닉'을 직접 개발, 디자인한 제임스 다이슨은, "좋은 디자인은 '어떻게 생겼는가'가 아닌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고려할 때 나온다"고 말했다("Good design is about how something works, not just how it looks").

"혁신이란 일상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

다이슨의 역사는 제임스 다이슨이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에 관해 고민하면서 시작됐다. 자택에서 청소를 하던 제임스 다이슨은 흡입력이 점점 떨어지는 청소기에 불편함을 느꼈고, 먼지가 먼지봉투의 미세한 구멍을 막으면서 청소기 흡입력이 떨어진다는 걸 알아 냈다. 새로운 진공청소기를 개발하기로 결심한 제임스 다이슨은, 우연히 방문한 제재소에서 공기 회전을 이용해 공기와 톱밥을 분리하는 '싸이클론(Cyclone)' 방식을 발견하고 이를 진공청소기의 문제점과 연결시켰다. 이후 5,127개의 시제품을 제작한 끝에 1993년 싸이클론 방식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18개월 만에 영국 진공청소기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다이슨은 전세계 직원 6,000여 명 중 2,000여 명이 엔지니어나 과학자며, 기계공학, 유체공학, 화학, 전기공학, 미생물학, 음향공학 및 소프트웨어 공학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소수의 엔지니어들이 모여 다이슨을 창립한 이래, '일상으로부터의 발명'은 다이슨의 소중한 가치로 자리잡았다. 제임스 다이슨은 현재도 최고 기술자(Chief Engineer)로 근무하며, 일상 속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고 있다.

제임스 다이슨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 없이 받아들이기 위해 대학교를 막 졸업한 학생들을 대거 채용한다. 대학생들의 유연하고 기발한 사고와 발상,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은 패기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이슨에 입사한 초년생들의 아이디어가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후 차별화된 제품으로 생산되고 있다. 현재 다이슨 엔지니어의 평균 나이는 만 26세이며, 이 중 절반은 영국 본사 RDD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창의적 발명을 지원하는 '제임스 다이슨 재단'

제임스 다이슨은 2002년 '제임스 다이슨 재단(James Dyson Foundation)'을 설립한 이후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James Dyson Award)' 등을 실시하는 등 후학 양성과 엔지니어 발굴에도 아낌 없이 지원하고 있다.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차세대 디자인 엔지니어들이 도전 의식을 북돋우는 국제 디자인 대회이다. 올해부터는 한국에도 적용되어 한국 학생도 응모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영국, 독일, 중국 등 총 22개 국의 디자인/엔지니어링 전공 대학생(대학원생)이 발명한 창의적인 발명품을 엄선하여 제임스 다이슨과 다이슨 엔지니어가 직접 우수작 및 대상작을 선정한다.

제임스 다이슨 재단 홈페이지
제임스 다이슨 재단 홈페이지

제임스 다이슨이 재단 운영과 어워드 실시에 매진하는 건 자신의 경험 때문이다. 그는 최초로 발명한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상품화, 사업화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계속되는 실험과 개술 개발, 시제품 제작으로 인해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때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이에 그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젊은 발명가들이 각자의 꿈을 계속 실현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어워드 우승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할 수 있는 재정 지원을 받게 된다. 물론 해당 아이디어와 발명 제품의 저작권과 판매권 등은 당사자에게 있다.

또한 그는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135억 원을 투자해 미래 엔지니어들을 위한 발명기관 '다이슨 센터(Dyson Centre)'를 설립했다. 다이슨 센터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학생들과 학계 연구진들의 창의적 재능을 끌어내고 혁신적인 발명을 돕는 작업 공간이다. 다이슨은 학생들과 연구진들을 위해 다양한 기계 및 장비를 제공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내 '다이슨
센터'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내 '다이슨 센터'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내 다이슨 센터>

다이슨 센터는 수준 높은 엔지니어링 개발을 위해 인쇄 기계, 스캐너, 레이져, 라우터의 설계 프로세스 교육에 중점을 둔다. 이를 통해 1,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다이슨 센터에서 태양열 전기차, 북극 빙하용 차량, 쿼드로터 드론, 헬륨 기구 기반의 우주비행 시스템 등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명문 대학인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에 '다이슨 디자인 엔지니어링 스쿨(The Dyson School of Design Engineering)'도 설립했다. 다이슨 스쿨은 4년제 디자인 공학석사 과정으로 구성되며, 첫 해에는 40명의 학부생들이 입학했다. 교육 과정에는 다이슨 엔지니어들이 직접 참여해 실제 산업과의 연계성을 강화했다.

대학생과들과 직접 소통하는 제임스
다이슨
대학생과들과 직접 소통하는 제임스 다이슨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을 비롯해 전세계에 걸친 엔지니어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린 학생들부터 집중 교육하고 양성해야 한다고 믿으며, 제임스 다이슨 재단과 어워드를 통해 디자인과 기술, 엔지니어링이 접목된 교육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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