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인텔 인사이드] CPU와 무어의 법칙을 넘어서, 인텔의 5가지 미래 전략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한때 IT 업계의 하드웨어는 모두 인텔의 것이었다. 대규모 서버, PC부터 포터블 기기(노트북, PDA 등)까지 모든 IT 기기에 인텔의 CPU(중앙처리장치)가 탑재되었고, 사용자 역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는 인텔. 이른바 '윈텔'의 시대였다.

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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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 MS의 윈도우는 iOS와 안드로이드에 밀려 입지가 줄어들었고, 인텔의 CPU는 ARM 연합군(ARM, 퀄컴, 삼성전자, 애플, 미디어텍 등)의 모바일 SoC에 밀려 영향력이 축소되었다.

인텔이 모바일 SoC 개발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톰' 프로세서를 앞세워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ARM 연합군을 넘을 수는 없었고 시장 영향력도 미미했다. SoC 개발비용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투입한 제조사 보조금은 모두 인텔에게 부담으로 돌아왔다. 결국 지난 5월 모바일 SoC 개발을 포기하고 만다.

본업인 PC용 CPU 시장도 두 가지 벽에 부딪쳤다. 첫 번째는 PC 시장의 성장 둔화다. PC의 성능이 발전하고, 사용자들이 모바일 기기에 쓰는 돈이 늘어남에 따라 사용자의 PC 교체주기가 점점 길어졌고, 이는 인텔의 CPU 시장 수익 악화로 이어졌다.

두 번째는 한계에 도달한 '무어의 법칙'이다. 무어의 법칙이란 인텔의 창립자 '고든 무어'가 제안한 CPU 성능 발전 이론이다. 무어는 1965년 'CPU의 트랜지스터 집적도는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집적도가 증가하면 성능이 개선되는 만큼 이는 18개월마다 CPU의 성능이 향상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인텔은 이 무어의 법칙에 맞춰서 지난 50년 동안 CPU의 성능을 개선해왔다. 하지만 반도체의 공정이 물리적으로 더 미세해지기 힘든 10나노(nm)대에 접어듬에 따라 트랜지스터 집적도 향상은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이에 맞춰 과학 전문잡지 네이처는 지난 2월 물리적 한계에 맞춰 무어의 법칙이 폐기되었다는 기사를 냈다.

고든 무어
고든 무어
<인텔의 창립자이자 무어의 법칙을 제창한 고든 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건재하다. 50년 동안 반도체 업계를 선도해온 기술력이 어디로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텔은 모바일 다음에 올 흐름을 선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IT 업계의 차세대 흐름을 움켜쥐어 반도체 업계의 황제가 건재함을 세상에 알릴 계획이다.

인텔의 미래를 이끌 핵심 전략은 뭘까?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메모리, 5G, 차세대 무어의 법칙 등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고성능컴퓨팅과 인공지능의 핵심

모바일과 사물인터넷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둘을 지탱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영향력이 급증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대규모 데이터 센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각광받으면서 인공지능을 실현하기 위해 고성능컴퓨팅(HPC), 빅데이터, 머신러닝(기계학습) 등도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이 세 가지 기술 역시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가 핵심이다.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에서 성능 자원을 임대해 고성능컴퓨팅 머신을 만들고,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으며, 머신러닝을 구현해 약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는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인텔만의 영역이다. ARM 연합군이 저전력을 내세우며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노렸지만, 인텔 제온 프로세서의 강력한 단일 성능과 병렬처리 능력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처리능력이었기 때문이다. ARM 연합군의 저전력 서버는 결국 구글 등 몇몇 업체에서 연구용으로 쓰는 정도로 그 영향력이 축소되고 만다.

수많은 데이터를 보관하는
데이터센터
수많은 데이터를 보관하는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전경>

인텔 제온 프로세서의 성능을 널리 알린 사례가 하나 있다. 바로 얼마 전 대한민국에 충격을 안겨준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다. 알파고는 1,202개의 인텔 제온 프로세서를 병렬로 연결해 가상 두뇌를 만든 후 머신러닝을 활용해 스스로의 기력을 향상시킨 것으로 알려져있다.

인텔은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용 프로세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싱글소켓 서버와 개인용 워크스테이션을 위한 제온 E3, 중대형 서버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위한 제온 E5, 미션크리티컬, 슈퍼컴퓨터, 대용량 컴퓨팅을 위한 스케일업 등에 활용되는 제온 E7을 개발한 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인텔의 프로세서를 도입해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의 성능을 향상시킨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국내의 대표적인 검색 서비스 네이버의 사례다. 네이버는 자사의 핵심 비즈니스인 검색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최신 인텔 제온 프로세서인 'E5-2699 v4'를 도입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에 사용하던 구형 인텔 제온 프로세서 'E5-2697 v3' 보다 검색 성능이 44%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향상된 데이터 센터 성능을 바탕으로 더 빠르게 응답하는 검색 엔진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사물인터넷: 모든 기기가 인텔의 기술로 연결된다

OECD의 디지털이코노미아웃룩2015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한 가정에서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는 10개 수준이며, 2022년에는 50개에 이를 전망이다. 모든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소통하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다.

가정에서 사물인터넷을 구현하려면 두 가지 부품이 반드시 필요하다. 첫 번째는 센서와 무선통신 모듈이다. 사물인터넷 기기를 통해 주변 데이터를 수집한 후 이 데이터를 인터넷에 전송하기 위한 부품이다. 두 번째는 사물인터넷 허브다. 가정 내 사물인터넷 기기를 서로 연결해주고 관리해주는 중간 장치다.

인텔은 모바일 다음에 올 흐름으로 유력시되는 사물인터넷 기술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인텔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쿼크'가 대표적이다. 쿼크는 사물인터넷 기기를 위해 개발된 초저전력 프로세서로, 각종 사물인터넷용 센서와 무선 통신 칩셋을 제어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손톱만한 크기의 쿼크 플랫폼에 프로세서, 센서, 통신 칩셋 등 사물인터넷 기기 구현을 위한 모든 부품이 모여있다.

사물인터넷 허브를 위한 저전력 SoC와 5세대 와이파이 칩셋도 개발했다. 인텔 'AnyWAN GRX750 SoC' 제품군은 인텔 아톰 프로세서 기반의 저전력 SoC로 사물인터넷 기기를 더욱 빠르게 제어할 수 있도록 강력한 처리능력과 광섬유, DSL, G.fast, 4G/5G 등 다양한 인터넷 연결 방식을 지원한다. 또, 5세대 인텔 와이파이 칩셋을 통해 보다 먼 거리의 사물인터넷 기기도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인텔은 신발 및 의류, 가전, 자동차 등 사용자 주변의 모든 기기에 자사의 기술과 부품이 탑재되도록 사물인터넷 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메모리: 클라우드 스토리지 시장을 향한 인텔의 야심

지난 1985년 인텔이 D램 사업을 포기한 덕분에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다른 메모리 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인텔은 지난해 10월 55억 달러(약 6조 3,000억 원)를 투자해 중국 다롄의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메모리 생산 공장으로 전환했다. 이 공장을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3D 낸드 플래시를 양산할 계획이다. 이는 지금까지 외부에서 낸드플래시를 공급받아 SSD를 생산해온 인텔이 메모리 시장에 재진출해 SSD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삼성전자와 겨루겠다는 것이다. 현재 SSD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8%로 1위, 인텔이 14%로 2위다.

인텔 540s 시리즈 SSD.
인텔 540s 시리즈 SSD.
<인텔의 SSD>

인텔은 왜 다시 메모리 시장에 진출한 것일까? 클라우드 스토리지(저장장치)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스토리지는 아직까지는 HDD가 대세다. 하지만 SSD의 용량확대와 급격한 가격하락으로 HDD를 밀어내고 SSD가 클라우드 스토리지의 대세로 떠오를 것이 업계 관계자의 공통적인 예측이다. 2년 내로 SSD와 HDD의 가격이 대등해질 것이고 4년 후에는 SSD가 HDD를 제치고 클라우드 스토리지의 주류로 떠오를 전망이다. 내년이면 서버용 SSD 시장의 규모가 일반 사용자용 SSD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왔다.

인텔은 '48단 3D 낸드 플래시', 낸드플래시를 대체하는 새 메모리 기술 '3D 크로스포인트' 등을 순차적으로 투입해 기술적 우위를 굳힐 예정이다. 1000배 더 빠르고, 1000배 더 오래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SSD를 개발해 급성장 중인 클라우드 스토리지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텔은 클라우드 스토리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일반 사용자용 SSD에 널리 사용되는 Sata 인터페이스 SSD뿐만 아니라 PCI 익스프레스 인터페이스에 연결하는 '비휘발성 메모리 전송(NVMe, Non-Volatile Memory Express) SSD'와 휘발성 메모리인 RAM용 'DIMM(Dual In-line Memory Module)' 슬롯에 연결하는 '메모리 대용 SSD'도 출시한다. NVMe SSD는 보다 빠른 인터페이스로 SSD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어 데이터센터 전체 성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메모리 대용 SSD는 비휘발성(=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이라는 SSD의 특성을 살려 특수한 환경의 데이터센터에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5G: 더 빠른 속도, 더 많은 데이터, 더 많은 데이터센터

5G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2019년 상용화될 예정인 5G는 4G LTE 대비 데이터통신 속도가 10배 더 빠르고, 100배 더 많은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1000배 더 많은 데이터가 생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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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5G의 개요>

인텔은 에릭슨, 노키아, SK텔레콤, KT 등 전 세계 통신 기술 회사와 이동통신사와 협력해 5G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인텔이 5G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폭증하는 데이터를 감당하기 위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서다. 5G 시대가 되면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물인터넷가 더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게 된다. 이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밖에 없고, 그만큼 인텔의 시장지배력과 수익이 늘어나게 된다.

인텔은 단순히 부품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센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동통신사에게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네트워크가상화(NFV)' 등의 기술도 제공한다. 이동통신사는 신규 네트워크 장비 대신 SDN과 NFV 기술을 활용해 범용 서버에서 SW 설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신규 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으니 비용과 시간적으로도 이익이다.

또, 5G용 통신 칩셋을 개발/납품을 선점함으로써 현재 퀄컴과 양분하고 있는 이동통신 칩셋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차세대 무어의 법칙: 기술 개발은 계속 된다

18개월마다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2배 향상시키는 기존 무어의 법칙은 이제 폐기되었고, 그탓에 인텔이 타 반도체 업체에게 가지고 있었던 공정상 우위는 사라지고 만다. 그렇다고 인텔의 기술 개발이 멈춘 것은 아니다. 인텔은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무어의 법칙의 진정한 가치인 기술 혁신을 계속할 계획이다.

10나노 미만의 공정이 어렵다는 것이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인텔은 7나노 공정을 구현하기 위해 'EUV(Extreme Ultraviolet Lithography)'라는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자외선을 활용해 회로 패턴을 실리콘 웨이퍼에 전송함으로써 극히 미세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고, 현재 14나노 공정에 사용되는 멀티패턴 음각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인텔의 설명이다.

또, 소재의 혁신도 준비 중이다. 반도체에 이용되는 실리콘(반도체라는 용어 자체가 실리콘에서 나왔다) 대신 질화갈륨 기반의 트랜지스터를 연구하고 있다. 질화갈륨은 실리콘보다 전도성이 좋아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인텔 인사이드 로고
인텔 인사이드 로고
<인텔의 상징 '인텔 인사이드'>

인텔 관계자는 "인텔은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메모리, 5G, 차세대 무어의 법칙 등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5가지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 혁신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인텔 인사이드라는 인텔의 핵심 슬로건이 혁신의 상징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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