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합리적인 고성능,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60

강형석 redbk@itdonga.com

지포스 GTX 1060
지포스 GTX 1060

[IT동아 강형석 기자] 상반기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AMD는 서로 상반되는 길을 걸었다. 두 제조사 모두 그 동안 사골처럼 우려내던 28나노미터(nm) 공정을 버리고 14~16nm 미세공정을 도입했으며, 새 설계(아키텍처)를 도입한 부분은 동일하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지포스 GTX 1080/1070을 공개하면서 높은 성능을 추구하는 게이머를 겨냥했고, AMD는 라데온 RX 480으로 대중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어느 한 쪽이 현명한 선택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누가 먼저 빠르게 제품을 선보이며 라인업을 갖추는가에 따라 시장 영향력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엔비디아는 우위에 있는 듯 하다. 최상위 제품에 이어 이번에는 대중 시장을 겨냥한 중급 게이밍 그래픽카드, 지포스 GTX 1060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라데온 RX 480과 맞붙는 엔비디아의 새 그래픽카드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파스칼 아키텍처의 특징 대부분을 계승하다

지포스 GTX 1060의 특징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 상위 제품들의 기술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포스 GTX 1080의 가격은 90만~100만 원대, GTX 1070은 50만~60만 원대에 판매된다. 성능도 좋지만 그만큼 가격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반면, GTX 1060은 30만~40만 원대에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새 그래픽 기술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급 그래픽카드지만 상위 제품에 쓰였던 기술이 대부분
탑재됐다.
중급 그래픽카드지만 상위 제품에 쓰였던 기술이 대부분 탑재됐다.

예로 파스칼 아키텍처는 동적 다중투사(Simultaneous Multi-Projection) 기술을 중심으로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새로운 델타-컬러 압축 기술이나 비동기 컴퓨팅도 도입됐다. 여기에 16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억분의 1미터) 미세공정을 도입해 발열과 전력소모를 낮출 수 있었다. 엔비디아의 자료에 따르면 지포스 GTX 1060의 설계전력은 120와트(W)로 이전 세대인 지포스 GTX 960과 동일한 수준이다.

가상현실(VR) 경험에도 충실하다. 엔비디아 VR웍스(Works)는 GTX 1060에서도 명맥을 이어간다. 우선 효율이 좋아졌다. 동적 다중투사 기술을 통해 불필요한 그래픽 가속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필요한 화면만 보여주니 효율이 증가했고, 가상현실 구현 시 두 번 그려야 했던 화면을 한 번만 그려도 되도록 개선됐다. 이 외에 시야나 위치에 따라 소리를 구현하는 레이 트레이스 오디오, 촉감 관련 물리연산(PhysX Collision Solver), 시각적 물리연산(PhysX) 등도 그대로 대응한다.

7월 중에는 가상현실 체험을 높여줄 VR 펀하우스(Fun House)를 스팀에 선보일 예정이다. 무료이며, 오큘러스나 스팀VR 등으로 자유롭게 즐기면 된다. 게임 내 스크린샷을 멋지게 기록하게 도와줄 안셀(ANSEL)도 7월 중 위처3와 미러스엣지 카탈리스트를 시작으로 본격 운영된다.

지포스 GTX 1060의 그래픽카드
정보.
지포스 GTX 1060의 그래픽카드 정보.

지포스 GTX 1060의 사양. 성능을 좌우하는 1,280개의 쿠다 코어를 품었다. 지포스 GTX 1080의 절반이다. 작동 속도는 최대 1.7GHz, 비디오 메모리는 6GB가 제공된다. 속도는 8Gbps로 2,000MHz에 해당한다. 메모리 구조상 인터페이스는 192비트다.

지포스 GTX 1060은 이렇게 생겼다

참고로 지포스 GTX 1060 파운더스 에디션은 소비자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포스 GTX 1080/1070은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도 파운더스 에디션 구매가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엔비디아 홈페이지에서 주문하는 식으로 변경됐다. 기본 디자인에 매력을 느껴 직접 주문해 손에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시장에서는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의 노력이 깃든 다양한 제품들을 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더스 에디션의 가격은 299달러. 원화 환산하면 약 34만 원 정도다. 세금이나 관세 등을 감안하면 약 40만 원 가까운 가격이다. 일반 소비자 가격은 249달러로 원화 환산 시 약 28만 5,000원 정도다. 국내 유통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약 35~38만 원 정도로 예상된다. 그러나 용산 시장에는 이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포스 GTX 1060 파운더스 에디션을 분해한
모습.
지포스 GTX 1060 파운더스 에디션을 분해한 모습.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60을 살펴보자. 구조는 상단과 하단 덮개로 나뉘어 있으며, 그 사이에 방열판이 배치된다. 끝에는 냉각팬이 있는데, 공기를 흡입해 밖으로 배출하는 블로어 방식이다. 하단 덮개는 방열 효과를 가지도록 금속 소재로 마무리 했다.

전원부는 3+1 방식으로 전력소모가 120와트이기 때문에 과도한 전원부 배치를 고려하지 않은 듯 하다. 향후 그래픽카드 제조사가 자체 개발한 고성능 제품은 이와 다를 수 있음을 참고하자.

기판 자체는 짧다. 그래서인지 쿨러가 더 부각되는 모습이다. 반면, 냉각 설계에 대해서는 큰 불만이 없도록 만들어졌다. 방열판도 그래픽 프로세서가 맞닿는 면은 구리로 만들어 열전도에 신경 쓴 흔적이 있다. 덮개 자체도 거대한 방열판 역할을 해준다.

메모리는 GDDR5인데, 기판 내 자리는 8개지만 실제 배치는 6개다. 32비트 1GB 모듈이 총 6개로 192비트 구조다. 해당 제품에는 삼성 메모리 모듈이 탑재되어 있었지만, 실제 제품에 따라 모듈은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고급 부품이 채용됐고, 기판은 짧은 편이다. SLI 단자는
없다.
고급 부품이 채용됐고, 기판은 짧은 편이다. SLI 단자는 없다.

참고로 GTX 1060은 같은 그래픽카드를 연결해 성능을 높이는 확장 연결 인터페이스(SLI)를 지원하지 않는다. 기판 상단에 있어야 할 전용 단자가 이 제품에는 없다. 때문에 여러 제품을 연결해 성능을 높이는 행위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상급 제품의 성능을 침해하지 않으려는 엔비디아의 전략적 선택이지 않을까 예상된다.

보기와 다른 탄탄한 게이밍 성능

지포스 GTX 1060의 성능을 확인해 봤다. 벤치마크 및 게임 실행 등을 통해 어느 수준인지 최대한 검증했다. 성능 확인을 위해 프로세서는 인텔 코어 i7 5960X, X99 칩셋 메인보드와 32GB DDR4 메모리 등으로 구성된 PC에 그래픽카드를 연결했다. 운영체제는 윈도10, 드라이버는 엔비디아 측에서 제공한 368.64 버전을 설치했다.

지포스 GTX 1060의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벤치마크
결과.
지포스 GTX 1060의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벤치마크 결과.

먼저 3D마크에 있는 파이어 스트라이크(Fire Strike)의 익스트림(Extreme) 항목을 실행했다. 2K 해상도(2,560 x 1,440)에서 최대한 성능을 끌어낸다. 풀HD 해상도(1,920 x 1,080)에서 최적의 게이밍 환경을 구현한다 내건 지포스 GTX 960 보다 성능이 향상된 이번 제품의 실력을 확인하기에 알맞다.

먼저 경쟁 그래픽카드 제품인 라데온 RX 480은 동일한 PC에서 총 점수 5,257을 기록했다. 이 중에서 비중이 높은 그래픽 점수는 5,448이었다.

지포스 GTX 1060은 이 테스트에서 총 점수 5,855를 기록했다. 그래픽 점수는 6,041. 점수로 따지면 약 16% 정도 차이가 났다. 두 번 진행된 그래픽 테스트의 평균 프레임(움직임 수)은 5%에서 최대 20% 정도 차이 났다. 1번 그래픽 테스트에서의 실력 격차가 발생했다.

지포스 GTX 1060의 3D마크 타임 스파이 벤치마크
결과.
지포스 GTX 1060의 3D마크 타임 스파이 벤치마크 결과.

이번에는 3D마크에서 새롭게 다이렉트엑스(DirectX) 12 성능 측정을 위해 공개된 타임스파이(Time Spy) 테스트를 실행했다. 기존 파이어 스트라이크 테스트는 다이렉트엑스 11 버전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이 테스트는 윈도10에서만 진행 가능하다.

실행 결과, 총 점수 4,230을 기록했다. 그래픽 점수만 보면 3,886점으로 두 개의 그래픽 테스트는 각각 25.5 프레임과 22.15 프레임을 기록했다. 게이밍 몰입감의 마지노선이라는 30 프레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는 실제 게임이 아닌,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는 테스트이기에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포르자 모터스포트 6 - 에이펙스의 게임
화면.
포르자 모터스포트 6 - 에이펙스의 게임 화면.

이번에는 실제 게임을 구동해 보자. 선택한 게임은 포르자 모터스포트 6 – 에이펙스(FORZA MOTORSPORT 6 – APEX)다. 윈도10 스토어에서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으며, 다이렉트엑스 12 버전 가속을 지원한다. 덕분에 화려한 배경과 세밀한 자동차 표현으로 높은 게임 몰입이 가능하다. 여기에서 게임 내 그래픽 설정은 윤곽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다중표본 안티-앨리어싱(MSAA) 항목만 끈 채로 모두 최대에 맞췄다. 해상도는 2,560 x 1,600이다.

차량이 총 16대 등장하는 자동차 경주 이벤트에서 평균 100 프레임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준 점은 놀랍다. 아주 가끔 90 프레임 수준까지 떨어지긴 했으나 대부분 100~110 프레임 사이를 오갔다. 게임 몰입감을 위한 초당 60 프레임은 가볍게 웃돈다.

MSAA를 설정하면 단계에 따라 프레임 저하가 큰 편이다. 테스트와 별개로 x4에 맞춰 실행해 보니 초당 70 프레임 전후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지포스 GTX 1080 정도라면 아무 생각 없이 모든 그래픽 옵션을 최대로 맞췄겠지만, 성능 제약이 있으니 어느 정도 타협은 필요해 보인다.

메트로 라스트 라이트 리덕스 게임
화면.
메트로 라스트 라이트 리덕스 게임 화면.

FPS 게임인 메트로 라스트 라이트 리덕스(METRO LAST LIGHT REDUX)를 실행했다. 게임 내 벤치마크 설정으로 어느 정도의 성능인지 알아봤다. 해상도는 2,560 x 1,600에 고급 물리연산을 제외한 모든 그래픽 설정을 최대에 맞췄다. 측정은 2회 반복하는 것으로 했다.

지포스 GTX 1060의 메트로 라스트 라이트 테스트
결과.
지포스 GTX 1060의 메트로 라스트 라이트 테스트 결과.

두 테스트에서는 모두 평균 38 프레임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최소한의 수치인 초당 30 프레임은 조금 넘기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저와 최대간의 차이도 중요하다. 여기에서는 최저 21~23 프레임을 1초에 그려냈다. 반면 최대 프레임은 100이 넘는다. 이 부분은 잠시 끊어져 프레임이 상승하는 구간으로 큰 의미를 두지 말자.

초당 움직임을 기록한 그래프는 대개 30~50 프레임 사이를 오가는 형태다. 가끔 20 프레임 수준으로 내려가는 구간도 눈에 보인다. 해당 해상도에서 그래픽 옵션을 타협하거나 안티-앨리어싱 항목을 제외한다면 조금 더 쾌적한 움직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뭐라해도 관건은 국내 소비자 가격

지포스 GTX 1060의 성능은 경쟁사 그래픽카드와 비교하면 약간의 우위를 점하는 정도의 성능이다. 자체 성능만 하더라도 2K 해상도에서 원활한 성능 또는 그래픽 옵션 타협으로 최적의 게임 몰입감 경험이 가능한 수준이다. 성능은 화끈하지만 비싼 상위 그래픽카드를 구매하긴 어렵고, 적당한 가격에 최적의 그래픽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에게 알맞은 제품이다.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60.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60.

역시나 관건은 가격이다. 파운더스 에디션의 가격은 299달러. 하지만 이 제품은 엔비디아 홈페이지 한정 구매이기에 '많이 팔린다'와는 거리가 있다. 대부분 제품은 249~299달러 사이에 출시될 제조사 자체생산 제품들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이들 출시가가 약 35~40만 원 사이에 이뤄지면 현재 31~35만 원대에 가격 형성된 라데온 RX 480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10달러 저렴하면서 8GB 메모리를 갖춘 라데온 RX 480인지, 아주 조금 비싸겠지만 이전 세대 상급 그래픽카드의 기운을 이어 받은 지포스 GTX 1060인지 선택은 소비자의 몫으로 남아 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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