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레이저 압도하는 비즈니스 잉크젯, HP 페이지와이드 586z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우수한 사무용 장비를 확보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 중 하나다. 성능이 떨어지는 사무기기 때문에 업무 효율이 저하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를테면 프린터나 복합기도 그렇다. 출력 속도가 느리거나 용지함이 작아서 자주 용지를 채워야 한다면 직원 개인도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기업 전체 입장에서도 손해다.

때문에 기업용으로 개발된 프린터는 기본적인 성능 자체가 높다. 특히 출력 속도나 용지함 용량 면에서 가정용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어떤 기업용 잉크젯은 어지간한 레이저 프린터보다도 출력 속도가 빠른 경우도 있다.

HP 페이지와이드 586z
HP 페이지와이드 586z

잉크젯은 레이저에 비해 컬러 표현 능력이 높은 장점이 있지만, 출력 속도나 잉크의 용량 및 가격 때문에 기업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HP의 기업용 잉크젯 복합기(인쇄+복사+스캔+팩스)인 HP 페이지와이드 엔터프라이즈 컬러 플로우 MFP 586z(HP PageWide Enterprise Color Flow MFP 586z, 이하 HP 페이지와이드 586z) 같은 제품은 예외다.

사무실에 어울리는 무난한 디자인

HP 페이지와이드 586z의 크기는 530(가로) x 564(세로) x 529(높이)mm로, 바닥에 두고 쓰기엔 다소 낮다. 별도의 테이블 위에 두고 쓰기에 적합하다. 참고로 별도로 판매되는 용지함을 아래쪽에 추가 장착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하면 용지를 추가로(1500매 이상) 적재 가능하며, 본체 키도 제법 커진다. 전반적으로 사무 환경에 어울리는 무난한 디자인이다.

HP 페이지와이드 586z
HP 페이지와이드 586z

후면에 살짝 튀어나온 부분이 있지만 각종 케이블은 측면을 향해 있기 때문에 본체 뒤쪽 벽에 딱 붙여서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장 기본적인 전원 포트 및 PC 연결용 USB 케이블 포트, 팩스용 전화선 포트, 그리고 네트워크 연결용 랜 포트가 달려있다. 그 외에 기능 확장용 USB-A 포트도 있는데, 무선(와이파이) 인쇄를 위한 전용 액세서리(별매)를 연결할 때 쓴다. 아쉽게도 무선 기능이 기본 내장은 아니다.

후면 포트의 구성
후면 포트의 구성

조작 편의성 높은 터치스크린 + 퀴티키보드 구성

제품 전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8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이다. 마치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다. 인쇄나 복사, 스캔, 팩스와 같은 기본적인 기능은 물론, 각종 부가기능의 조작도 터치스크린을 통해 이루어진다.

터치스크린과 쿼티키보드
터치스크린과 쿼티키보드

터치스크린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를 위한 쿼티(QWERTY) 키보드도 준비되어 있다. HP 페이지와이드 586z의 키보드는 터치스크린 아래쪽을 손으로 잡고 당기면 나온다. PC에서 쓰는 일반 키보드와 매우 흡사하므로 편하게 숫자나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각 사용자의 이름을 지정하거나 네트워크 드라이브로 복사한 파일의 이름을 지정하는 등의 작업을 할 때 유용할 것이다.

키보드 키 표면에 한글이 인쇄되어 있지 않은 것이 좀 아쉽지만, 이를 이용해서 본격적인 문서 편집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크게 불편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물론 키보드가 필요 없다면 터치스크린에 표시되는 가상 키보드를 이용해도 무방하다. 가상 키보드의 각 키에는 당연히 한글도 표시되어 있다.

저장장치용 USB 포트
저장장치용 USB 포트

터치스크린 왼쪽의 본체 한 켠에 있는 USB 포트에 USB 저장장치(USB메모리, 외장하드)를 꽂아 담긴 문서를 인쇄하거나 스캔한 결과물을 저장할 수 있다. USB 저장장치가 없다면 HP MFP 586z 본체에 자체적으로 내장된 하드디스크드라이브(320GB)에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캔한 결과물은 PDF, JPEG, 텍스트(OCR) 등의 규격으로 저장 가능하다. 그리고 USB 저장장치에서 곧장 인쇄 가능한 파일은 PDF, PRN, PCL, CHT 등이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유용하긴 하지만 DOC(워드)와 같은 일반 오피스 파일도 호환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상황에 맞춰 이용하는 두 군데의 용지함

용지를 적재하는 용지함은 두 군데가 있다. A4, A5, A6, 엽서, 봉투 등의 용지를 지원한다. 가장 많이 이용하게 될 전면 하단 용지함은 일반 A4 용지 기준 최대 500매의 적재가 가능하며, 좌측면 하단의 간이 용지함에는 50매의 적재가 가능하다.

전면 하단 용지함
전면 하단 용지함

전면 하단 용지함에는 가장 자주 이용하는 일반 A4용지를 넣고 좌측면 하단의 간이 용지함에는 엽서나 봉투와 같이 가끔 이용하는 용지를 넣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양쪽 용지함에 동시에 용지가 적재된 경우는 좌측면 하단의 간이 용지함에 있는 용지를 우선 빨아들인다. A4, A5, A6, 엽서, 봉투 등의 용지를 지원한다.

측면 하단 간이 용지함
측면 하단 간이 용지함

본체 상단의 스캐너에서는 일반 A4(210x297mm) 보다 큰 최대 216 x 356mm 사이즈의 원고를 스캔할 수 있고 ADF(자동문서공급장치)도 달려있다. 특히 ADF는 기업용 복합기의 필수요소이기도 하다. ADF에는 최대 100매(일반 A4용지 기준)의 원고를 적재할 수 있으며 원고나 용지를 뒤집을 필요 없이 양면 스캔 및 양면 복사도 가능하다. 스캔 해상도는 600dpi로 무난한 수준이다.

상단 평판 스캐너
상단 평판 스캐너

복사 속도는 대단히 빠르다. 일반 흑백 A4 문서를 복사할 때 최초 1매를 복사해 출력하는 데 약 4초, 이후부터는 약 2초에 1매씩 꾸준히 출력된다. 양면 복사를 할 때도 최초 1매 출력시에 10여초 정도로 약간 멈칫하다가 이후부터 약 4초에 1매씩 결과물을 출력하는 것을 확인했다.

상단의 ADF
상단의 ADF

요즘 제품답게 네트워크 기능도 기본적으로 갖췄다. 여러 대의 PC가 프린터나 스캐너를 공유하는 기능 외에 네트워크 드라이브와 연동해 스캔한 결과물을 저장하는 기능과 같은 일반적인 네트워크 기능 외에 이메일을 통한 출력 기능도 지원한다. 모든 HP 페이지와이드 586z는 고유의 이메일 주소를 품고 있는데, 외부에서 이 주소로 메일을 보내면 메일에 담긴 텍스트나 이미지가 출력된다. 팩스를 쓰기 힘든 곳에서 유용하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무선 출력
스마트폰을 이용한 무선 출력

무선(와이파이) 네트워크 기능은 기본 제공하지 않지만 별도로 판매되는 액세서리를 후면 USB 포트에 꽂으면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액세서리를 따로 달 필요 없이 유무선 공유기만 연결하면 해당 공유기와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다른 장비와의 무선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같은 공유기와 연결된 스마트폰에 담긴 사진이나 문서를 HP 페이지와이드 586z로 간단히 무선 출력이 가능하다.

레이저가 아니다. 잉크젯이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HP 페이지와이드 586z는 외견과 덩치에서 풍기는 분위기와는 달리 레이저가 아닌 잉크젯 제품이다. 잉크는 HP 981 규격으로, 4색(검정+빨강+파랑+노랑)으로 분리된 구성이다. 시중에서는 대용량 카트리지인 981X 제품이 주력으로 팔린다.

탑재된 HP 981 잉크 카트리지
탑재된 HP 981 잉크 카트리지

2016년 7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 대용량 검정 카트리지는 12만 2,400원, 대용량 컬러 카트리지는 각각 16만 7,150원에 팔리고 있다. 검정 카트리지는 약 11,000매, 컬러 카트리지는 약 10,000매를 출력할 수 있다고 하니 장당 잉크 비용만 계산한다면 어지간한 레이저 프린터와 대등하거나 좀 더 저렴한 수준이다.

이미지 품질, 속도까지 레이저보다 우위?

출력 속도와 품질은 어떨까? 제조사에서 밝힌 사양표에선 인쇄 해상도는 흑백 1,200x1,200dpi, 컬러 2,400x1,200dpi으로 평범한 수준이지만 속도가 50ppm으로 대단히 빠르다. 분당 50매의 출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가정용 잉크젯이 10ppm 정도면 빠르다는 소리를 들으며,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보급형 레이저도 20ppm 전후의 제품이 많은 걸 생각해 본다면 HP 페이지와이드 586z의 출력 속도가 얼마나 빠른 지 알 수 있다.

출력 테스트
출력 테스트

실제로 A4 규격의 일반적인 흑백 문서를 출력해 보니(기본품질) 최초 1매를 출력하는데 약 8초가 걸린 것을 제외하면 이후부터는 1~2초에 1매씩 빠르게 문서가 출력되는 것을 확인했다. 얼마나 빠른지 거의 문서를 '퇴'하고 뱉는 것처럼 보인다. 컬러 문서도 같은 조건에서 출력 속도는 같았다. 인쇄된 텍스트의 품질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일반 텍스트 문서 출력
샘플(기본품질)
일반 텍스트 문서 출력 샘플(기본품질)
< 일반 텍스트 문서 출력 샘플(기본품질)>

고품질 사진도 출력해봤다. A4 사이즈의 일반용지에 품질을 '고품질'로 높이고 사진을 출력해보니 최초 1매는 약 15초, 이후부터는 약 5초마다 1매씩 빠르게 출력이 된다. 그리고 가장 많은 시간을 소요하지만 그만큼 품질도 높은 잉크젯용 인화지로도 출력해봤다. 이 때는 최초 1매는 약 25초, 이후부터는 약 10초에 1매씩 출력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역시 어지간한 잉크젯 프린터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다.

사진 출력 샘플(일반 용지)
사진 출력 샘플(일반 용지)
< 사진 출력 샘플(일반 용지)>
사진 출력 샘플(인화지)
사진 출력 샘플(인화지)
< 사진 출력 샘플(인화지)>

출력된 사진의 품질은 컬러 레이저보다는 확실히 좋다. 물론 6색 잉크를 이용하는 본격적인 포토 프린터 수준의 고화질은 아니며, 용지 여백없이 출력하는 기능이 없는 점은 약간 아쉽다. 하지만 출력 속도대비 화질만큼은 시중에 팔리는 프린터 중에서 최상급이 분명하다.

다양한 업무에 대응할 수 있는 전천후 기업용 복합기

HP 페이지와이드 엔터프라이즈 컬러 플로우 MFP 586z는 잉크젯 제품이면서도 어지간한 레이저 보다 빠른 속도를 자랑하며, 다양한 업무에 대응할 수 있는 전천후 기업용 복합기다. 일반 텍스트 문서를 주로 출력하는 용도로 써도 무방하지만 일정수준 이상의 사진을 빠르게 출력해 배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써도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여기에 대형 터치패널과 쿼티키보드까지 갖춰 편의성도 수준급이며, 잉크 카트리지의 가격대비 출력량도 많은 편이라 경제성 측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HP 페이지와이드 586z의 가격은 2,937,000원(부가세별도)이다. 물론 이런 고가의 제품을 사기 위해선 제법 큰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성능만큼은 확실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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