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돈값 하는 브랜드PC, HP 엘리트데스크 800 G2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사실 필자는 업체에서 완성품으로 파는 브랜드PC(데스크탑)를 좋아하지 않는다. 브랜드PC 중 상당수는 턱없이 낮은 성능의 부품을 쓰는 경우가 많고, 전반적인 구성도 균형이 전혀 잡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CPU는 고성능인데 그래픽카드는 성능이 낮은 내장형이 탑재되거나,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용량은 큰데 메모리(RAM)은 턱없이 부족하거나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더욱이, 확장성이나 호환성도 부족해서 일부 부품을 추가하거나 교체해서 성능이나 기능을 확장하는데 불편을 겪곤 했다. 이런 데도 불구하고 동일한 사양의 조립PC보다 값은 월등히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그렇다 하여 브랜드PC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설계 및 제조시에 충분한 테스트를 거치므로 조립PC에 비해 안정성이나 신뢰성이 높고, 제조사 측에서 체계적인 사후지원을 제공하기 때문에 PC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사용자도 안심하고 쓸 수 있다. 쉽게 말해, 편하게 쓸 수 있다는 의미다.

HP 엘리트데스크 800 G2
HP 엘리트데스크 800 G2

그리고 사실, 해외 업체에서 파는 브랜드PC 중에는 제법 쓸 만한 것도 있다. 이런 제품은 단순히 가격 대비 사양을 떠나 조립PC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내부 새시의 견고함이나 소프트웨어 지원의 충실함까지 갖춰, 말 그대로 돈값을 한다. 이번에 소개할 HP의 엘리트데스크(EliteDesk) 800 G2 TWR (리뷰모델: W9B67PA)도 그런 기대를 가지게 하는 스카이레이크(6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기반 데스크탑 제품이다.

워크스테이션에 가까운 절제된 디자인

HP 엘리트데스크 800 G2의 외형은 일반 가정용 PC보다는 워크스테이션(전문가용 고성능 컴퓨터)에 가깝다. 화려한 꾸밈은 없지만, 절제되고 정갈한 디자인이다. 가정이나 사무실, 학교 등 다양한 환경에서 무리없이 어울릴 것이다.

HP 엘리트데스크 800 G2
HP 엘리트데스크 800 G2

본체 상단에는 휴대폰 등을 거치할 수 있는 움푹 들어간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본체 바닥뿐 아니라 우측면에도 원형 고무 받침대 4개가 붙어있다는 것이다. 사용 환경에 따라서는 본체를 옆으로 눕혀서 쓰는 경우도 있으니 그런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HP 엘리트데스크 800 G2
우측면
HP 엘리트데스크 800 G2 우측면

전면에는 4개의 USB 포트가 있으며 그 중 2개는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USB 3.0 규격이다. 전면 음성 포트는 2개가 있는데 특이하게도 2군데 모두 음성 출력이 가능해서 헤드셋이나 스피커 2대를 동시 연결해 같은 사운드를 출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1개는 출력 전용, 나머지 1개는 출력/입력(마이크) 겸용이다.

HP 엘리트데스크 800 G2
정면
HP 엘리트데스크 800 G2 정면

데스크탑의 미덕인 ODD(광디스크드라이브)도 달려있다. CD 및 DVD의 읽기와 쓰기가 가능한 멀티드라이브이며, 이론상 1,000년 동안 데이터 보전이 가능하다는 M디스크의 읽기와 쓰기도 가능하다. 특이하게도 노트북에서 주로 쓰는 슬림형 ODD가 달려있는데, 이는 전반적인 본체 디자인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면 인터페이스의 전반적인 구성은 무난하지만 메모리카드(SD카드 등)용 리더까지 달려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구형 주변기기 연결까지 고려한 후면 포트 구성

본체 후면의 구성에서 눈에 띄는 건 6개의 USB 포트가 모두 USB 3.0 규격이라는 점, 그리고 최근 쓰임새가 줄어든 PS/2 포트가 2개, 직렬(시리얼) 포트가 1개 달려있다는 점이다. USB 3.0 포트가 많은 건 최근의 추세를 따른 것이지만, PS/2 포트와 직렬 포트까지 달려 있는 건 구형 주변기기와의 호환성을 고려한 것이다. 특히 직렬포트의 경우, 일부 산업용 장비를 연결할 때 종종 쓴다. 가정보다는 기업에서 더 유용할 것이다. 유선랜 포트는 1개 달려있으며 기가비트(1Gbps) 규격이라 기가인터넷에도 대응한다. 다만, 무선랜(와이파이)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HP 엘리트데스크 800 G2
후면
HP 엘리트데스크 800 G2 후면

영상 출력 포트도 풍부하다. 이번 리뷰에 이용한 W9B67PA 모델은 지포스 GTX 960 그래픽카드가 달려있는데, 신형 모니터를 연결할 때 주로 쓰는 DP(디스플레이포트) 3개, TV 연결용으로 주로 쓰는 HDMI 포트가 1개, 그리고 일반 모니터용 DVI 포트 1개까지 총 5개의 영상 출력 포트가 달려있다. 참고로 지포스 GTX 960는 총 4대의 화면을 동시 출력하는 것이 가능하다.

동봉된 영상 출력 젠더
동봉된 영상 출력 젠더

포트 구성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동봉된 액세서리를 이용하자. HP 엘리트데스크 800 G2 TWR에는 DP-HDMI 변환 젠더, DP-DVI 변환 젠더 및 DVI-VGA(D-Sub) 변환 젠더가 함께 제공된다. 그 외에 상단 PS/2 포트 및 USB 포트 주변에 내장그래픽 출력용 DP 2개와 VGA 포트 1개가 달려있긴 하지만 내장그래픽은 지포스 그래픽카드보다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 포트를 이용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복구 디스크 포함한 윈도우7, 윈도우10 동시 제공

영상 포트 변환 젠더 3개 외에 유선 키보드 및 마우스, 마우스 패드가 제공된다. 마우스와 키보드는 지극히 평범하고 무난한 제품이다. 이보다 더 눈에 띄는 건 시스템 복구용 디스크(DVD)가 4장이나 제공된다는 점이다.

동봉된 키보드와 마우스
동봉된 키보드와 마우스

일반적인 PC에는 1개의 운영체제만 제공되기 마련이지만, HP 엘리트데스크 800 G2는 2가지의 운영체제(윈도우7 프로페셔널, 윈도우10 프로)가 제공된다. 4장의 복구용 디스크는 윈도우7 운영체제 설치 디스크와 윈도우7 드라이버(하드웨어를 구동하기 위한 기본 프로그램) 설치 디스크, 그리고 윈도우10 운영체제 설치 디스크와 윈도우10 드라이버 설치 디스크다.

동봉된 복구 디스크 4장
동봉된 복구 디스크 4장

이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상당한 파격이다. 사실 윈도우 정품 운영체제는 좀 비싸다. 특히 프로페셔널 버전 같은 상위 에디션은 개당 최소 20만원은 한다. 이를 2가지나 제공한다면 제품 가격에서 운영체제 가격만 거의 40만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최근 윈도우10이 주목을 받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기업에선 과거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 때문에 윈도우7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요즘 팔리는 대부분의 브랜드 PC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 운영체제 설치용 디스크를 제공하지 않고 대신 저장장치(HDD/SSD) 내에 복구용 소프트웨어만 내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업그레이드나 수리를 위해 저장장치를 교체할 때 운영체제를 다시 설치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디스크를 따로 제공하는 HP 엘리트데스크 800 G2의 구성이 돋보이는 이유다.

스카이레이크 코어 i7과 DDR4 메모리, 확장성도 좋아

제품의 외형과 개요를 확인했으니 이젠 내부를 확인해 볼 차례다. 이번 리뷰에 이용한 HP의 엘리트데스크 800 G2 TWR (W9B67PA) 모델에는 최신형 프로세서인 인텔의 6세대 코어 i7-6700(스카이레이크)와 8GB의 DDR4 메모리가 탑재되었다. 코어 i7-6700은 6세대 코어 시리즈 중에서도 최상위급에 가깝다. 물리적으로는 4개의 코어를 가진 쿼드코어 프로세서지만, 1개의 코어를 2개처럼 쓰는 하이퍼쓰레딩 기술이 탑재되어 있어서 운영체제에선 이를 8코어 프로세서로 인식한다. 클럭(동작 속도) 역시 기본 3.4GHz, 최대 4GHz로 높은 편이다.

HWinfo로 살펴본 사양
HWinfo로 살펴본 사양

DDR4 메모리 역시 기존 PC에서 쓰던 DDR3 메모리 대비 한층 고성능을 낸다. 사실 DDR4 메모리를 지원한다는 것이 6세대 코어(스카이레이크) 시리즈의 최대 특징인데도 불구하고 상당수 PC제조사에선 스카이레이크 PC에 DDR3 메모리를 탑재해서 파는 경우가 많다.
메모리 확장 능력도 좋다. 메인보드를 살펴보면 총 4개의 DDR4 메모리 슬롯이 있는데, 이 중 1개에 8GB가 꽂혀서 출고된다. 비어 있는 나머지 3개 슬롯에 추가로 메모리를 꽂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최대 64GB(4개 슬롯 합계)까지 지원하므로 확장폭이 상당히 좋다.

제품 내부
제품 내부

저장장치는 SSD(128GB) + HDD(1TB) 구성이다. 운영체제나 응용 프로그램같이 빠른 속도가 필요한 파일은 SSD에, 동영상이나 사진, 음악과 같이 덩치가 큰 파일은 HDD에 저장하는 구성이라 속도와 용량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그 외에 본체 내부에 빈 저장장치 베이 1개가 있으니 저장장치를 나중에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PC방 수준의 게임 성능도 기대할 만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의 지포스 GTX 960(2GB)인데, 최상위급은 아니지만 가격대비 성능이 좋다. PC방에서도 많이 쓰이는 모델이라 게임 구동 능력도 쓸 만하다. 리그오브레전드(LOL)이나 오버워치 같은 대중적인 온라인 게임은 초당 60프레임 이상을 여유롭게 유지하며 아주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며, 더 위처3 같은 고사양 패키지 게임도 30~60 프레임 내외로 무리없이 구동할 수 있다.

측면 커버는 레버를 당겨 쉽게 열 수 있다
측면 커버는 레버를 당겨 쉽게 열 수 있다

참고로 HP 엘리트데스크 800 G2의 측면 커버는 나사를 풀 필요 없이 레버만 당기면 간단히 열린다. 내부 구성에서 특이한 건 요즘 잘 쓰지 않는 PCI 확장 슬롯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구형 PC용 확장카드를 장착할 때 쓰는데, 일반 PC사용자라면 거의 쓸 일이 없겠지만 산업현장이나 기업에서는 아직도 쓰임새가 있다. HP 엘리트데스크 800 G2에 탑재된 인텔 Q170 계열 메인보드는 본래 PCI 슬롯을 지원하지 않는데, HP는 굳이 별도의 확장 기판을 이용해 PCI 슬롯을 마련했다. 기업용 시장을 배려했다고 할 수 있다.

확장 기판을 통해 탑재된 PCI 슬롯
확장 기판을 통해 탑재된 PCI 슬롯

마지막으로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요소는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다. HP 엘리트데스크 800 G2에 탑재된 파워서플라이는 악벨(AcBel)에서 생산한 400W 제품이다. 단지 출력 수치만 봐선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무려 80PLUS PLATINUM 인증 제품이다. 80PLUS는 해당 파워서플라이가 80% 이상의 효율을 내는 정격 출력을 내는 제품이라는 의미이며, 그 중에서도 PLATINUM은 상당히 우수한 고급 제품에만 수여되는 등급이다. 표기 출력은 400W지만 실제로는 어지간한 보급형 500W 이상의 제품보다 좋은 성능이 기대된다.

마니아도 수긍할 만한 돈값하는 브랜드PC

PC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은 데스크탑을 살 때 대기업의 브랜드PC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높지 않은 제품이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HP 엘리트데스크 800 G2 같은 제품이라면 생각이 좀 달라질 수도 있겠다. 기본적인 사양 자체가 충실한 것 외에 2가지의 운영체제를 디스크로 따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충실함, 그리고 우수한 정비성 및 괜찮은 확장성 등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직렬포트나 PCI 슬롯과 같이 구형 장비를 아직도 많이 이용하는 기업 사용자에 대한 배려도 있으며, 튼튼한 새시의 케이스 및 80PLUS 규격 파워서플라이를 적용하는 등, 눈에 잘 띄지는 않는 곳까지 충실을 기한 것이 여느 브랜드PC와는 다르다.

참고로 이번 리뷰에 이용한 HP의 엘리트데스크 800 G2 TWR W9B67PA 모델의 2016년 7월 소비자 가격은 169만 9,000원이며(HP 온라인스토어 기준), 제품 보증기간(Warranty)는 3년이다. 물론 싸지는 않지만, 비싸더라도 돈값을 하는 물건이라면 문제될 건 없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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