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비전 합병 무산에 케이블 '우울' 지상파 '미소'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이 사실상 무산됐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무선통신시장 1위인 SK텔레콤과 지역 케이블(종합유선)방송 시장 1위인 CJ헬로비전의 결합이 공정한 시장경쟁을 방해할 것이라는 명분을 제시하며 합병을 불허한다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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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공정거래위원회가 내세운 명분 자체는 얼핏 보기엔 그럴 듯 하다. 다만, SK텔레콤이 무선통신 시장에서는 1위일지 몰라도 유료방송 시장에선 그다지 영향력이 강하지 않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에서 서비스하는 IPTV 서비스인 BTV의 가입자 수는 작년말 기준 335만명 수준으로, 817만명에 달하는 KT계열(KT + 스카이라이프)은 물론, 382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CJ헬로비전에도 미치지 못한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을 합치더라도 유선방송 시장에서 KT를 능가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데 양사의 합병이 공정한 시장경쟁이 지장을 준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명분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주장이다.

공정위의 이번 합병 불허 발표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건 물론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지만, 티브로드, 딜라이브(구 씨앤앰), CMB와 같은 다른 지역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 역시 만만치 않은 내상을 입었다. 최근 수년간 IPTV를 비롯한 신세대 유선방송의 점유율이 급격히 높아짐에 따라 기존의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은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살 길은 사실상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과 같은 IPTV / 무선통신 업체와의 합병뿐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은 그러한 흐름의 물꼬를 터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오늘 양사의 합병이 봉쇄됨에 따라 다른 지역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의 인수나 합병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딱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역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의 몰락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SK텔레콤의 직접적인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 등은 그동안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움직임을 비판해왔으며, 이날 공정거래 위원회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러한 상황이 그들에게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으로 인해 KT와 LG유플러스 역시 다른 유료방송 사업자를 합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KT계열 유료방송의 한 관계자는 IT동아 기자와의 비공식 인터뷰에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합병한다면 LG유플러스 역시 티브로드나 딜라이브 등을 합병하려고 나설 것이라 예상했다"며, "그렇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유료방송 업계 전체의 지각변동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와중에 이번 결정으로 인해 가장 크게 웃게 된 곳은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라는 의견도 있다. 그동안 지상파와 지역 케이블 방송 업계는 지상파 방송 재전송 유료화 문제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그리고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움직임을 그 누구보다도 강하게 비판해온 곳도 지상파 3사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지역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의 몰락이 가속화된다면 눈엣가시를 덜어낸 지상파 방송 3사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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