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하는 외장하드, 씨게이트 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

김영우 pengo@itdonga.com

외장하드, 그게 그거 아냐?

현재(2010년 7월) 시점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동식 저장 매체는 USB 메모리와 외장하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USB 메모리는 휴대가 간편하고 가격이 저렴한 장점 덕분에 요즘 PC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1개 정도는 가지고 있을 정도로 많이 보급되었다.

다만, USB 메모리는 플래시메모리에 기반한 저장장치이기 때문에 용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데다가 용량 대비 가격이 하드디스크에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외장하드를 구매하곤 한다. 헌데 외장하드도 종류가 참으로 많아서 무엇을 사야 할지 고민이다.

외장하드는 일단 제품 크기에 따라 데스크탑용 3.5인치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제품과 노트북용 2.5인치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제품으로 나뉜다. 용량은 3.5인치 제품이 크지만 휴대성은 2.5인치 제품이 월등하다. 때문에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외장하드 제품은 2.5인치 규격이 주력이다.

그리고 외장하드는 크기 외에 인터페이스(Interface: PC와의 접속 방법)에 따라 또다시 구분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USB 2.0 방식이지만 그 외에 e-SATA와 IEEE1394 등의 방식을 사용하는 제품도 있으며, 최근에는 USB 3.0 규격의 제품도 나왔다. USB 2.0 방식은 거의 모든 PC와 호환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데이터 전송 속도가 느린 편이며, 그 외의 방식들은 전송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지만 PC에 따라 호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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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호환성과 성능을 동시에 만족하게 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인터페이스 방식의 외장하드를 함께 가지고 다니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까? 이에 대해 씨게이트(Seagate) 사에서 하나의 답을 내놓았다. 이름 하여 ‘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FreeAgent GoFlex)’다. 기본적으로는 USB 2.0 방식의 2.5인치 외장하드이지만 별도로 판매되는 모듈(추가 장비)을 사용하면 e-SATA, 파이어와이어(IEEE1394), USB 3.0 등의 인터페이스를 갖춘 제품으로 ‘변신’한다. 성능과 편의성을 함께 추구하는 본 제품에 대해서 살펴보자.

무난한 외형에 담긴 참신한 기능

씨게이트 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는 320GB, 500GB, 1TB의 3가지 용량의 모델로 나뉘며, 크기나 디자인은 전형적인 2.5인치 규격의 휴대용 외장하드다. 제품 상단과 측면에 고광택 표면처리를 하였는데, 이러한 재질은 보기에는 좋지만 지문 자국이나 흠집이 생기면 쉽게 눈에 띄는 단점은 있다. 다행히 하단 표면은 무광 재질이라서 조금은 신경을 덜 써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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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500GB 모델이다. 내부에 들어 있는 하드디스크는 씨게이트의 ‘ST9500325AS’로서, 5,400RPM의 분당 회전수에 8MB의 버퍼 메모리를 갖춘 일반적인 노트북용 2.5인치 제품이다. 요즘 나오는 노트북용 하드디스크 중에는 7,200RPM 회전수에 16MB 버퍼를 갖춘 고급형 모델도 있긴 하지만, 어차피 외장하드에 윈도우 운영체계를 설치할 것도 아니고, 데이터 보관 용도로 쓰는 것이므로 굳이 고사양의 하드디스크를 넣어봤자 시스템 성능 향상은 미미할 것이다.

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역시 인터페이스 부분이다. 일단 처음 제품을 구매하면 USB 2.0용으로만 쓸 수 있다. 하지만 별도로 판매하고 있는 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 전용의 추가 모듈을 구매해 기존의 USB 2.0 모듈과 교체하면 좀 더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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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모듈은 외장하드 접속 커넥터와 케이블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e-SATA’ 모듈과 ‘파이어와이어800’ 모듈, ‘USB 3.0’ 모듈, 그리고 PC와 연결하면 자동으로 시스템 전체 시스템 데이터 백업을 실시하는 ‘오토 백업’ 모듈이 나와 있다. 다만, 이러한 추가 모듈은 모두 1개씩 별도 판매하므로 전부 다 사려면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PC에서 어떠한 인터페이스를 지원하고 있는지 확실히 파악한 후 구매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①USB 2.0 모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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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 제품을 구매하면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다. USB 2.0 인터페이스의 데이터 전송률은 초당 480Mbps로서 현재 기준으로는 그다지 높은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거의 모든 PC나 노트북은 USB 2.0 포트를 빠짐없이 갖추고 있으므로 호환성 면에서는 가장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②파이어와이어 800 모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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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와이어(FireWire)는 ‘IEEE1394’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가진 인터페이스로서, USB와 특성은 유사하지만 데이터 전송 속도나 안정성은 더 높다. 다만 USB에 비해 보급률이 낮은 편이고 애플과 소니의 제품에만 주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어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파이어와이어는 여러 가지 규격이 있는데, 800은 파이어와이어 중에서도 최신 규격으로서, 최대 초당 800Mbps의 데이터 전송률을 발휘한다. 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의 파이어와이어 800 모듈은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에 맞는 포트 규격을 사용하고 있어서 일반 IBM 호환 PC의 파이어와이어 포트에 꽂으려면 변환 케이블이나 젠더가 필요하다.

③e-SATA 모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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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내장형 하드디스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SATA 인터페이스를 외장하드용으로 변형시킨 것이다. 초당 3Gbps의 데이터 전송률을 발휘하기 때문에 내장 하드디스크와 다름없는 속도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e-SATA 인터페이스는 포트에서 데이터뿐 아니라 전원도 함께 공급해주는 타입과 전원 공급 없이 데이터 전송기능만 있는 타입으로 나뉘는 점을 꼭 기억해 두어야 한다. 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의 e-SATA 모듈은 전원 공급 기능이 있는 e-SATA 포트에서만 작동하므로 구매 전에 자신의 PC에 어떤 타입의 e-SATA 포트가 달렸는지 꼭 확인해두자.

④USB 3.0 모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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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2.0의 후속 인터페이스로서, 데이터 전송률이 5Gbps로 크게 향상되었다. 또한, USB 2.0과 하위 호환성을 갖추고 있어서 USB 3.0 기기를 USB 2.0 포트에 꽂아도 작동이 가능하다(다만, 이 경우엔 데이터 전송률이 USB 2.0 수준인 480Mbps로 낮아진다). USB 3.0은 아직 도입 초기 단계라서 이를 기본으로 탑재한 PC를 보기는 쉽지 않다. 다만, 기존의 PC의 메인보드에 USB 3.0 확장 카드를 꽂으면 사용이 가능하므로 참고하도록 하자.

⑤오토 백업(Auto Back-up) 모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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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듈은 형식상 USB 2.0 규격이지만, 다른 모듈과 달리 내부에 백업 기능을 가진 점이 특징이다. 오토 백업 모듈을 장착한 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를 PC에 연결하면 씨게이트의 자동 백업 소프트웨어가 PC에 설치되며, 그때부터 시스템 전체의 내용을 자동으로 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 내에 백업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백업이 끝나면 이후부터 PC 시스템 전체 복원을 손쉽게 할 수 있으므로 윈도우 설치를 자주 하는 사용자에게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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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위 모듈 제품들은 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 본체의 포트에 접속해 사용하는데, 이는 흔히 볼 수 있는 표준형의 SATA 데이터 포트와 SATA 전원 포트다. 때문에 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 본체 대신, 시중에서 팔고 있는 일반적인 2.5인치 SATA 하드디스크와 위 모듈을 연결해도 아무튼 작동은 한다. 다만, 이렇게 사용하면 하드디스크가 외부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제조사에서 100% 정상적인 작동을 보장하지 않으니 아무래도 불안한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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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모듈 적용 시의 성능 비교

그렇다면 다음에는 각 모듈을 장착했을 때 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의 성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직접 테스트해 볼 차례다. 테스트에 사용한 시스템은 아수스의 M4A87TD 메인보드를 기반으로 하여 AMD의 페넘II X4 945 CPU를 얹은 PC다. 아수스의 ‘M4A87TD’ 메인보드는 USB 2.0뿐만 아니라 USB 3.0 포트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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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위 메인보드가 전원 공급이 가능한 e-SATA 포트를 갖추고 있지 않아 e-SATA 모듈 적용 시의 성능 테스트는 레노버의 ‘G560’ 노트북을 사용했다. 이 노트북은 e-SATA / USB 2.0 겸용 포트를 갖추고 있는데, 이러한 형태의 포트는 대부분 e-SATA 기기 접속 시 전원 공급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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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에 사용한 두 PC의 사양이 다르므로 100% 객관적인 비교 테스트라고 하긴 어렵지만, 데이터를 단순히 읽거나 쓰는 작업에는 CPU나 메모리보다는 하드디스크 및 인터페이스의 성능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참고자료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리고 현재 IT동아 내에 매킨토시 컴퓨터가 없는 관계로 파이어와이어 800 모듈 적용 시의 성능은 테스트하지 못했다.

① 최대 전송률 테스트

각 인터페이스의 최대 전송률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최대 속도일 뿐이지 실제로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저장장치의 데이터 전송률을 직접 측정하는 데 쓰이는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인 ‘ATTO Disk’를 사용해 각 모듈 적용 시의 최대 데이터 전송률을 체크, 비교해 보았다.

테스트 결과, USB 3.0과 e-SATA 모듈을 사용 시, USB 2.0 모듈을 사용할 때에 비해 2배를 훨씬 넘는 데이터 전송률을 기록했다. 이 정도 수치는 각 인터페이스의 사양에 비하면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것이지만,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인터페이스가 아무리 빨라도 하드디스크 자제의 속도가 이를 따라오지 못할 수가 있고, 파일의 종류에 따라서도 파일을 읽고 쓰는 속도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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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USB 3.0은 이론상으로만 따지면 e-SATA보다 훨씬 빨라야 하지만, 위 테스트 결과에 의하면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는 두 인터페이스가 소화할 수 있는 최대 데이터 전송률이 이미 하드디스크 자체의 데이터 전송률을 훨씬 능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길이 평탄하고 넓어도 이를 달리는 자동차의 최대 출력이 낮으면 더 이상 빨리 달릴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②파일 전송 속도 측정(단일 파일)

이번에는 실제로 파일을 복사해보며 실제로 걸린 시간을 측정해보자. 일단은 10GB 정도 용량의 파일 1개를 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에서 PC로 전송하며 데이터 읽기 속도를, 그리고 다음에는 반대로 PC에 있는 동일 파일을 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로 전송하며 데이터 쓰기 속도를 측정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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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결과, 전송률 테스트와 비슷하게 USB 3.0과 e-SATA 모듈을 사용하면 USB 2.0 모듈을 사용할 때보다 2배가량 빠른 속도로 파일 전송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USB 3.0가 e-SATA에 비해 약간 더 빨랐지만 그다지 큰 차이는 아니었다.

③파일 전송 속도 측정(다수 파일)

합계 용량이 같더라도 덩치가 큰 파일 1개를 전송할 때에 비해 덩치가 작은 파일 여러 개를 보낼 때는 전송 속도가 확연히 느려진다. 다만, 전송률이 높은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면 속도 저하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5,000여 개로 구성된 사진 파일을 모아놓은 10GB 용량의 폴더를 PC와 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가 주고받을 때 걸린 시간을 측정,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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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결과, 전반적인 속도가 크게 느려졌고, 파일을 읽을 때와 쓸 때의 속도 차이가 눈에 띄게 벌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USB 2.0 모듈 사용할 때보다 USB 3.0과 e-SATA 모듈을 사용할 때가 파일 전송이 확연히 빨랐고, USB 3.0가 e-SATA에 비해 약간의 우위를 보인 것도 변함이 없었다.

작지만 참신한 아이디어, 그에 대한 가치판단

성능과 호환성, 그 두 가지를 모두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IT기기는 흔치 않다. 그러나 씨게이트 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는 이것이 가능한 외장하드다. 물론, 이러한 제품의 특성을 완전히 활용하기 위해서 추가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아무래도 부담스럽게 여기는 소비자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2010년 7월 인터넷 가격 기준으로 제품 본체는 10만 원 근처(500GB 제품), 그리고 추가 모듈은 개당 4~5만 원가량 나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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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하게 따져 보면 인터페이스 모듈 교환이라는 방식이 사실 엄청난 첨단 기술은 아니다. 다만, 그 아이디어가 편리하고 참신한 것은 분명하다. 씨게이트의 이러한 아이디어에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타당할지에 대한 평가는 소비자 각자의 사정 및 활용방안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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