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로 돌아온 팬택, 재기 가능성은 반반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지난주 목요일(9일), 메일함을 열어보다가 깜짝 놀랐다. 팬택에서 오는 22일 스마트폰 신제품의 발표회를 한다는 메일을 보낸 것이다. 기자의 기억으로 팬택이 신제품 발표회를 한 것은 2014년 5월 '베가아이언2'가 마지막이었다. 벌써 2년도 넘은 일이다. 이후 2014년 11월에 '베가 팝업노트'가 나오긴 했지만 당시의 팬택이 워낙 경황이 없어 별다른 행사 없이 출시 과정은 아주 조용하게 진행됐다.

부활의 팬택
부활의 팬택

당시 팬택을 둘러싼 상황은 최악이었다. 성장동력이 줄어든 스마트폰 시장, 중소 업체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의 시행, 대기업 대비 부족한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 등의 복합적인 문제가 사방을 조여오고 있었다.

결국 2014년 8월, 팬택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단계에 들어가며 가시밭길을 가기 시작했고, 2015년 5월에는 '팬택을 사랑해 주신 분들을 잊지 않겠다'라는 사실상 파산 선언이나 다름 없는 신문 광고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해 7월에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이라는 새 주인을 만나면서 극적인 부활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22일에 출시되는 신제품은 신생 팬택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번에 출시될 팬택의 신제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시 '스카이(SKY)' 브랜드가 4년여 만에 부활했다는 것이다. 스카이는 2000년대 초반, 프리미엄 피처폰으로 큰 인기를 누리던 SK텔레텍의 브랜드로, 2005년 팬택에서 SK텔레텍을 인수하며 브랜드 역시 팬택의 것이 되었다. 팬택은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이후에도 한동안 스카이 브랜드를 유지했으나, 2012년에 출시된 ‘스카이 베가 S5’를 마지막으로 스카이 브랜드를 폐지했다. 이후 팬택은 '베가' 브랜드만 달아 스마트폰 사업을 이어갔다.

스카이 브랜드의 폐지에 대해서는 당시 팬택 내부에서도 이견이 분분했다. 지금은 팬택을 퇴사한 전직 관계자는 당시 본지와의 비공식 만남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스카이 브랜드의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라며, "스카이가 피처폰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하긴 했지만, 인지도 자체가 매우 높은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스카이 브랜드의 부활이 팬택의 재기에 도움을 줄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현재 공개된 티저 이미지만 봐선 예전 로고의 디자인을 그대로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커뮤니티 및 보도 기사의 댓글만 봐선 한때 잘 나가던 브랜드를 다시 보게 되어 반갑다는 의견이 많지만, 새로 거듭난 회사의 이미지를 상징하기엔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번 22일 발표될 팬택의 신제품(모델명: IM100)은 퀄컴 스냅드래곤 430 프로세서에 2GB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급 제품이 아닌 가격대 성능비를 강조한 보급형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리미엄급 제품에 집중하며 대기업들과 극한 경쟁을 하던 2년 전의 팬택과는 확실히 다르다. 단통법 실시 이후, 단말기 보조금(지원금) 액수가 적어지면서 프리미엄급 시장이 작아진 반면, 보급형 시장은 커졌기 때문이다. 팬택 역시 이런 현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변수라면 최근 정부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단통법 고시 개정 움직임이다. 단통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단말기 보조금(지원금) 상한액 제한이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스마트폰 시장은 다시 프리미엄급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의 정책이 바뀔 때마다 회사가 출렁거리던 팬택 입장에선 예의 주시할 대목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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