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2016 현장] 10번째 iOS...사용자 경험의 변화

김태우 tk@gamedonga.co.kr

[IT동아 김태우 기자] 아이폰, 아이패드 운영체제인 iOS가 벌써 10번째 버전을 맞이했다. iOS 10이 6월 14일 오전 10시(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진행된 WWDC 2016 키노트에서 발표된 것.

군데군데 디자인을 바꿔 편의성을 높이고, 재미난 기능 적용으로 그 어느 때보다 사용자가 즐기며 쓸 수 있는 요소가 많은 이번 iOS는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손봤던 iOS 7보다 어쩌면 더 큰 사용자 경험의 변화를 몰고 올 버전이라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wwdc 2016
wwdc 2016

앱과 앱의 융합

애플은 보안을 무척 중요시하는 회사다. 이런 기조는 운영체제에 뿌리 깊게 녹아 있는데, 특히 iOS의 경우 iOS 8이 될 때까지 앱과 앱 간의 데이터 전송을 허용하지 않았다. 보안 강화로 채용한 샌드박스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아이폰은 가장 안전한 스마트폰이라는 명예를 얻기는 했는데, 사용자에겐 그만큼 불편함도 뒤따랐다.

예를 들어 아이폰에서 음성 녹음을 한 후 이를 에버노트에 전송하려면, iOS 7에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iOS 8이 되면 앱과 앱 간의 데이터 전송을 허용한다. 샌드박스를 유지하면서 지정한 정보만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 보안 영역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iOS 9에서는 이런 데이터의 흐름을 좀 더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했다. 프로액티브 어시스턴트(Proactive Assistant, 능동적 비서)가 바로 그것이다. 앱이 다른 앱에서 직접 데이터를 가져와 활용하게 되는 것. 검색 기능인 스팟라이트를 사용해 앱 내 검색을 하고, 주소록에 저장되어 있지 않아도 메일에서 찾은 연락처를 보여준다.

이런 흐름은 iOS 10에 와서 앱과 앱의 융합을 만들어 낸다. 앱 안에서 다른 앱의 기능 일부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리를 사용해 위챗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우버 차량을 부르고, 런키퍼 운동을 일시 정지할 수 있다. 그것도 해당 앱의 사용자 환경을 불러와 시리 안에서 앱을 실행한 듯한 모습으로. 시연에서는 ESPN 알림에서 경기 결과 확인 후 해당 경기 동영상을 알림 화면을 떠나지 않고 재생하기도 했다.

wwdc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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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지도에서도 이것이 적용된다. 지도 앱에서 오픈테이블로 레스토랑을 찾고, 우버로 차량을 부르고, 애플 페이로 결제를 할 수 있다. 왓츠앱에서 음성 전화가 오면, 마치 아이폰에서 전화 받는 것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VoIP가 iOS와 깊숙이 통합되어, 주소록에서 바로 왓츠앱 같은 VoiP로 전화를 할 수 있다. 아이메시지에서는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애플은 개발자에게 시리, 애플 지도, 아이메시지, VoIP 등을 개방했다. 개발자는 자신의 앱을 이들 기능에서 호출할 수 있도록 앱에 적용할 수 있는 것.

애플식 인공 지능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로 인공 지능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다. 현재의 인공 지능이라고 부르는 것은 머신 러닝에 가깝다. 머신 러닝은 기계가 스스로 훈련하면서 패턴을 찾아내 분류하는 기술적 방식을 말하는데, 딥 러닝은 머신 러닝의 한 방법이다.

매주 20억 번의 요청이 들어오는 시리는 딥 러닝을 사용해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기술은 메시지에 적용된다. 문자의 문맥을 파악해 대답을 제안해 주고, 일정을 추가해 주며, 현재 위치나 연락처 정보를 제안한다.

wwdc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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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앱에도 딥 러닝 기술이 적용된다. 애플은 이를 어드밴스트 컴퓨터 비전(Advanced computer vision)이라고 부르는데, 사진에서 얼굴, 물체, 장면 등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진을 날짜, 장소 등으로 묶어 앨범을 만들어 준다.

이런 기술은 구글도 제공하고 있는데, 구글은 사용자가 올리는 방대한 사진을 기반으로 분석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는 안중에도 없다. 하지만 애플이 구글과 다른 점은 애드밴스트 컴퓨터 비전이 기기 내에서만 작동된다는 점이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기기 안에서만 분석하며, 어떠한 데이터도 애플은 수집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 사진 1장 당 110억 번의 계산이 이루어 진다.

머신 러닝을 통해 기계가 진화하려면 방대한 데이터 수집이 기본이다. 그렇기에 구글은 공짜 서비스를 내세워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한다. 애플도 데이터를 모으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구글 못지않게 할 수 있지만, 이런 유혹에 빠지지 않고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자 쉬운 길을 두고 다소 어려운 방식으로 iOS에 지능적인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wwdc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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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한 하드웨어 맞춘 사용자 경험의 재정비

아이폰 6s와 6s 플러스에는 터치 ID 2세대가 적용되었다. 문제는 너무 빠른 지문인식으로 잠금화면의 알림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 iOS 10은 이런 점을 보완해 아이폰을 들면 화면이 자동으로 켜지는 기능이 제공된다. 잠금화면의 알림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

3D 터치는 기능이 확장되어, 잠금 화면에서 3D 터치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메시지에 답장을 보내고, 이벤트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메시지 앱의 이모지는 3배 더 커졌으며, 메시지 입력 후 탭 한 번으로 이모지로 바꿀 수 있게 된다. 메시지 풍선에는 다양한 효과가 제공되며, 손가락으로 문질러야 보이는 인비저블 잉크(Invisible ink), 애플워치에 제공되던 디지털 터치, 메시창 가득 펼쳐지는 여러 애니메이션 효과가 적용된다. 메시지를 좀 더 재미나게 쓸 수 있는 요소를 대거 추가했다.

wwdc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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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사용자 경험

iOS는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지닌 모바일 운영체제다. 이 덕에 많은 이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원하는 바를 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일일이 기능을 하나씩 실행해야 한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밟아야 하는 단계가 많다면 번거롭다. 이왕이면 단계는 줄이고, 기기가 알아서 척척 해주면 좋을 터.

모바일 기기는 점점 이런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으며, iOS 또한 이번 10 버전에 본격적으로 지능형 iOS로 발을 들여놓았다. 지도에서 원하는 장소를 확인한 후 우버 앱을 별도로 실행할 필요 없이 바로 차량을 부르고, 사진은 사용자가 일일이 분류하지 않아도 알아서 정리해 준다. 상대방이 현재 위치를 물으면 메시지에 접목된 시리가 문맥을 파악해 현재 위치 정보를 입력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iOS의 작동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거기에 따른 사용자 경험의 레벨이 앞으로 달라지게 되는 것.

게다가 이런 지능형 사용자 경험이 개인정보 보호라는 애플 기조를 조금도 해치지 않고 구현해 나가고 있다. 작년 WWDC 2015 키노트를 보고선 데이터 수집 없이 앞으로 어떻게 머신 러닝을 통한 지능형 기능 구현을 할까 궁금증이 많았는데, 이번 iOS 10을 통해 그런 의문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었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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