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제국을 꿈꾸는 MS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맥관리 및 헤드헌팅 서비스인 링크드인(링크트인, Linked In)을 262억 달러(약 30조 7,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13일 발표했다. 스카이프(85억 달러에 인수), 야머(12억 달러에 인수), 노키아 휴대폰사업부(72억 달러)를 인수할 때 들인 비용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의 인수합병 금액이다.

이번 인수의 가장 큰 특징은 MS가 링크드인을 인수는 하되 경영은 따로 한다는 것이다. 앞의 세 회사는 MS의 일부로 포함되었다. 스카이프와 야머는 오피스365 사업부와 통합되었고, 노키아 휴대폰사업부는 디바이스 사업부에 통합되었다. 반면 링크드인의 경우 제프 위너(Jeff Weiner) 최고경영자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별도의 회사로서 운영을 계속한다.

마이크로소프트 & 링크드인
마이크로소프트 & 링크드인

링크드인은 어떤 서비스인가?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실리콘밸리의 중심인 산타클라라 바로 옆에 있는 도시. 구글의 본사도 여기에 있다)에 본사를 둔 링크드인은 4억 3,300만 명의 가입자와 월 방문자 1억 500만 명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구인/구직 서비스다.

기존 구인/구직 서비스는 기업이 어떤 인력을 뽑을지 공지하면 여기에 사용자들이 지원하는 형태였다. 링크드인은 반대다. 사용자가 자신의 능력과 이력을 링크드인에 올리면 기업 또는 헤드헌터가 이를 보고 사용자에게 접촉하는 것이다. 때문에 링크드인의 주 사용자는 자신의 커리어(경력)에 자신있는 전문직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기업 경영자, 개발자, 엔지니어, 박사 학위를 보유한 연구 인력, 투자 경험이 많은 금융업 종사자, 변호사, 회계사 등이 링크드인의 주 사용자다.

그야말로 고급 인적 자원(HR, 휴먼 리소스)들의 네트워크다. 사실 링크드인은 국내에선 생소한 서비스라 잘 사용되지 않는다(사용하는 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나름 활성화되어 있는 편). 하지만 자유로운 이직이 활성화되어 있고,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경우가 많으며, 창업이 활발한 미국에선 많은 기업과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요구에 맞는 인력을 찾는데 링크드인을 활용하고 있다. 기업 또는 헤드헌터가 직접 인력 네트워크를 관리하거나,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네트워크 관리가 힘든 기업은 링크드인에 구인 광고를 내기도 한다. 현재 게시 중인 구인 광고 건수만 700만 건이 넘는다. 이러한 구인 광고가 링크드인의 주 수입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링크드인
마이크로소프트+링크드인
<제프 위너 링크드인 CEO(좌),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운데),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회장 겸 창업자(우)>

비즈니스 도구를 넘어 비즈니스 네트워크까지 넘보는 MS

MS는 링크드인을 인수하기 위해 30조 원이 넘는 비용을 투자했다. 원래 링크드인의 주가는 한 주 당 120달러 내외였지만, 50%의 프리미엄을 붙여 주 당 196달러를 지불했다.

물론 MS는 애플, 구글과 함께 손꼽히는 현금 부자다. 1,050억 달러(약 123조 원)에 이르는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실제로 이 돈을 이용한 것은 아니다. 세금을 아끼기 위해 해외에 보유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대신 은행에서 현금을 대출받아 링크드인을 구매할 예정이다.

대체 왜 MS는 이러한 거금을 들여 링크드인을 인수한 것일까. 답은 비즈니스(기업 시장)다. MS는 과거 IBM이 그랬던 것처럼 비즈니스 제국을 세우려는 것이다.

현재 MS는 윈도우, MS 오피스를 통해 기업 경영의 필수인 PC와 문서 도구를 장악한 상태다. CRM/ERP 분야에선 '다이나믹스'를 앞세워 IBM, 세일즈포스 등과 경쟁하고 있다. 클라우드 분야에선 시장 점유율 2위 서비스인 '애저'를 통해 아마존, IBM, 구글 등과 경쟁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위한 협업 도구 시장에선 오피스365가 구글앱스 포 비즈니스를 제치고 대세로 떠올랐다. 심지어 (사용자들은 잘 모르지만) 다른 기업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컨설팅까지 제공하고 있다. 쉽게 말해 MS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비즈니스가 제대로 성립하기 힘들 정도로 시장영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MS는 운영체제, 인프라, 문서, CRM, ERP, 클라우드 등 비즈니스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대부분 가지고 있지만 딱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바로 HR이다. MS의 링크드인 인수는 이렇게 비즈니스의 필수 요소 중에 유일하게 빠져 있었던 HR 서비스와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링크드인 인수가 마무리되면 MS는 비즈니스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전방위로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가 된다. MS는 링크드인 자체의 가치만보고 30조 원이라는 거액을 지불한 것이 아니다. 링크드인을 구매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연계 효과까지 염두에 두고 돈을 투자한 것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향후 MS의 모든 비즈니스 서비스에 링크드인이 일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오피스365와 다이나믹스 CRM/ERP는 이미 링크드인과의 연동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다른 서비스에서 연동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는 MS의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

MS의 이러한 투자를 두고 일각에선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노키아 휴대폰사업부 인수가 실패로 돌아간 것처럼 링크드인 인수 또한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다. 타당한 지적이나, 둘은 결정적인 차이점이 하나 있다. 노키아 휴대폰사업부 인수는 못하던 것을 어떻게든 만회해 보려고 한 것이다. 애플, 구글에 밀려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던 모바일 시장에 자리잡기 위한 몸부림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링크드인 인수는 잘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한 것이다. 링크드인이 없어도 MS는 누구도 부정 못할 비즈니스 시장의 제왕이다. 다른 기업이 따라 올 엄두도 낼 수 없게 쐐기를 박으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너무 비싸게 구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HR의 필요성을 느낀 MS는 인수를 위해 지속적으로 링크드인과 접촉해왔다. 매셔블 등 외신에 따르면 2005~2006년에는 2억 5,000만 달러, 2008년에는 15억 달러에 링크드인 구매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8년이 흐르고, 링크드인이 세계 최대의 인적 자원 네트워크로 성장한 지금 인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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