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 그래픽 vs 외장 그래픽 난장대담

김영우 pengo@itdonga.com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온라인 게임 대국이다. 나라 전체에 고속 인터넷망이 넓게 퍼져 있으며, PC의 보급률 또한 높다. 다만, 나라 전체에 퍼져 있는 PC의 수가 많다 보니 사양도 천차만별이라 어떤 PC는 게임이 원활히 구동되는 반면, 또 어떤 PC는 그렇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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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대국인 대한민국에서는 PC방이 번성하고 e스포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PC의 게임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CPU,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바로 그래픽카드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메인보드에 그래픽 기능이 내장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따로 외장 그래픽 카드를 꽂지 않아도 PC 화면을 모니터로 출력할 수 있다. 그래픽카드가 PC의 필수 부품인 시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과거의 메인보드 내장 그래픽은 게임 관련 성능, 특히 그중에서도 3D 그래픽 성능이 부실하여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어려웠다. 따라서 게이머들에게 있어 외장 그래픽카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인식되었다. 하지만 내장 그래픽의 성능이 크게 개선된 지금도 이 법칙은 유효할까? 지금부터 내장 그래픽과 외장 그래픽이 만나 벌이는 토론의 장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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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장형 그래픽카드의 모습. 예전에는 거의 필수적인 부품이었다

내장 그래픽은 존재감이 없다?

외장 그래픽(이하 외장): 오호, 내장 그래픽 씨, 그동안 많이 크셨군요. 예전엔 거의 존재감이 없었는데 요즘은 제법 형편이 나아지셨다면서요?

내장 그래픽(이하 내장): 형편이 나아진 정도가 아니지요! 지금 전 세계 PC 시장에서는 외장 그래픽 씨 도움 없이 저 혼자만의 힘으로 돌아가는 PC가 더 많답니다. 특히, 2008년 기준으로 전 세계 PC용 그래픽 칩 시장 점유율에서 인텔이 약 5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했습니다. 인텔에서는 제 가족들만을 만드는 걸 아시죠? 인텔 외의 업체들에서 판매하는 물량까지 고려하면 막대한 양이죠! 거 무슨 실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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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PC용 그래픽 칩 시장 점유율(2008년, World Best Tech Portal)

외장: 하하! 시장 점유율만 높으면 뭐합니까? 쓸만해야지 말이죠. 내장 그래픽 씨는 단순히 싼 맛에 많이 쓰일 뿐 아닌가요? 화질이나 기능 면에서는 저에게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내장: 물론, 우리가 많이 쓰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가격 덕분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죠. 하지만 쓸만하지 못하다는 건 좀 오해입니다. 사실 옛날에는 우리 내장 그래픽 가족에 문제가 좀 있었죠. 화면에 노이즈가 심한데다가 색감도 엉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그다지 안 듣지 않나요?

외장: 하하! 조금 나아져 봤자지요. 저희 외장그래픽 가족은 일단 다양한 영상 출력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지요. 일단은 가장 기본적인 아날로그 영상 출력용 D-Sub 포트부터 시작해서 이보다 훨씬 깨끗한 화질을 자랑하는 디지털 영상 출력용 DVI 포트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지요. 게다가 요즘은 고품질 영상과 음성을 하나의 케이블로 간단히 전달하는 HDMI 포트까지 갖추고 있답니다! 화질 면에선 상대가 되지 않죠. 게다가 이렇게 다양한 포트를 이용해 여러 개의 모니터로 영상을 동시에 출력하는 기능도 있으니 말입니다! 또한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3D 입체 영상 구현도 가능해졌답니다.

내장: 거참,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시는군요.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인텔 GMA X4500 HD와 같은 내장 그래픽은 DVI나 HDMI 같은 디지털 영상 인터페이스를 기본으로 지원한답니다. 디지털 방식의 영상 출력은 제품의 가격과 상관없이 품질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아시죠? 내장 그래픽이라서 화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제는 옛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내장 그래픽 제품들도 이제는 슬슬 듀얼 모니터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지요. 화질뿐만 아니라 기능 면에서도 이제는 그다지 아쉬움이 없다는 소립니다. 3D 입체 영상은 그야말로 선택사항일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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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메인보드 내장 그래픽도 DVI 포트, 듀얼 모니터 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적절한 게임성능의 기준이란?

외장: 내장 그래픽 씨도 이젠 그나마 일반적인 작업에서 쓸만한 수준이 된 건 인정한다 치죠. 하지만 내장 그래픽 씨가 무시를 당한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사실 화질이나 복수의 모니터 지원 같은 기능상의 요소가 아니죠. 바로 게임 성능 때문 아닌가요? 특히 3D 그래픽을 사용한 게임을 할 때 내장 그래픽 씨의 성능은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떨어지죠.

내장: 그래요, 사실 우리가 외장 그래픽 씨에 비해 3D 게임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게임들을 살펴봅시다.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와 같이 2D 그래픽의 게임도 제법 있고, ‘서든어택’, ‘카트라이더’와 같이 우리 내장 그래픽 가족의 힘만으로도 원활히 할 수 있는 저사양 3D 그래픽 게임도 상당수입니다.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이 정도의 게임을 할 수 있다면 오히려 이득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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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과 같은 고사양 3D 게임을 원활히 플레이하기 위해선 외장 그래픽 카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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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앤파이터’와 같은 인기 게임들의 상당수가 내장 그래픽에서도 원활히 구동된다

외장: 언제까지 품질이 떨어지는 2D 게임이나 저사양 3D 게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죠. 이미 ‘아이온’이나 ‘아바’, ‘마비노기영웅전’과 같이 고사양 3D 온라인 게임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에요. 게이머들의 눈도 점점 올라가니 말이죠. 헌데 저런 고사양 게임들은 내장 그래픽 씨의 힘으로는 원활히 구동할 수 없잖습니까?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죠?

내장: 외장 그래픽 씨의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아무튼 우리 둘이 조금 개념이 다르긴 하지만 결국은 기본적인 용도는 같은 존재지요. 컴퓨터의 그래픽 신호를 모니터로 출력하는 역할이니 말입니다. 다만,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지출로 기본적인 컴퓨터 작업만 한다면 우리 내장 그래픽만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고, 좀 더 화려하고 복잡한 그래픽의 게임을 즐기고자 한다면 외장 그래픽 씨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외장: 맞습니다. 이야기를 해보니 내장 그래픽 씨도 무조건 무시할 만한 존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게임 성능이 다소 부족하긴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게임만 하려고 컴퓨터를 사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죠. 다만, 게임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의 진수라는 것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겁니다. 때문에 고사양 게임을 선호하는 매니아들은 여전히 우리 외장 그래픽 가족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아무튼 앞으로는 이렇게 싸울 게 아니라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면서 같이 진화하도록 합시다.

내장: 네, 그렇습니다. 외장 그래픽 씨는 앞으로도 좋은 기술을 많이 연구해서 발전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저도 그 기술을 도입해서 더 향상된 성능과 기능을 가지게 될 테니까 말이죠. 우리들의 활약으로 컴퓨터 사용자들이 앞으로 또 어떤 즐거움을 누리게 될지 기대되네요. 오늘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확연하게 다른 양자의 영역을 인식해야

이처럼 내장 그래픽과 외장 그래픽은 서로 간섭한다기보다는 각자의 영역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인터넷이나 문서작업, 그리고 간단한 캐주얼 게임 등을 하고자 하는 일반 소비자라면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내장 그래픽을 쓰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내장 그래픽만으로는 다소 버거운 고화질 3D 게임을 주로 하거나,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은 매니아들의 경우엔 외장 그래픽을 추가하는 편이 더 높은 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새로운 그래픽 기법이나 출력 기술은 일단 외장 그래픽에서 먼저 시도되지만 이는 이후에 내장 그래픽에도 도입하게 되어 유사한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상호 보완적인 역할도 할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자신의 용도 및 취향, 그리고 경제 사정 등을 고려해 적절한 선택을 하는 것이 좋겠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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