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보니] 작은 크기, 거대한 도약? 아우디 TTS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3세대 아우디 TT, 그 중에서도 고성능 라인업으로 분류되는 TTS를 시승했다. 이 기사가 작성되는 시점에서 최고 등급 차량이다. 아래로는 시판 중인 TT 쿠페(45 TFSI)와 지붕이 열리는 TT 로드스터(Roadster)가 있으며, 위로는 TT RS가 있지만 아직 판매되는 모델은 아니다. 가격은 7,890만 원, 이는 개별소비세 인하 분이 적용된 것으로 7월부터는 가격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아우디 TT는 1995년 개최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콘셉트 카 형태로 공개됐었다. 이후 1998년, 쿠페(8N)가 먼저 출시됐으며, 1년 뒤에는 지붕이 열리는 로드스터가 합류했다. 원과 돔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디자인은 둘 째 치더라도 당시 파격적인 디자인은 세간의 관심을 집중하기에 충분했다.

아우디 TTS.
아우디 TTS.

2세대(8J)는 2006년에 출시됐다. 전반적으로 1세대 TT의 느낌을 이어 받으면서 당시 아우디의 특징인 싱글 프레임 그릴과 날카로운 감각의 헤드라이트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단순히 외형만 변화한 것이 아니다. 당시 아우디 차량 중 처음으로 댐퍼 감쇠력을 제어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기술이 탑재된 차량으로 알려져 있다. A7이나 다른 차종에 쓰인 팝업 방식의 스포일러도 여기에서 선보인 것이다. 3세대는 2014년에 공개됐고, 국내에는 지난 2015년 11월 즈음부터 판매(10월 29일 발표)가 시작됐다.

그들의 감각은 여전했다

전장 4,200mm, 전폭 1,840mm, 축거(휠베이스) 2,505mm. 스포티함을 강조하기엔 충분한 길이다. 1,355mm의 전고는 역동적인 차량의 분위기를 더 끌어 올린다.

라인 자체는 1세대, 2세대와 큰 차이 없어 보인다. 전반적인 형상은 크게 달라졌지만 원과 돔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 틀 자체는 변하지 않은 듯 하다. 오히려 기존 것을 새롭게 해석해 완성도를 높였다. 날카로운 윤곽이 강조된 싱글 프레임 그릴에는 TTS 로고로 차별화를 꾀했다. 그릴 양 옆에는 직선이 강조된 헤드라이트를 달아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

아우디 TTS.
아우디 TTS.

헤드라이트는 L자를 두 개 붙인 형상의 주간등을 채택해 최신 아우디의 일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전조등은 기존 제논(Xenon)에서 LED로 변경됐다. TTS에는 좌우 25개의 고광도 LED 램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면서 운전자 시야를 밝고 넓게 확보해 주는 매트릭스(Matrix) LED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는 플래그십 세단인 A8에도 적용된 기술이다. 맞은 편, 전방 차량을 최대 8대까지 동시 감지하고 상황에 따라 빛을 비춘다. 맞은편에 상황에 따라 LED를 켜고 끄는 식이다. 전방에 다가오는 보행자나 차량에 탑승한 운전자의 눈부심을 억제해 안전운전을 돕는다.

아우디 TTS.
아우디 TTS.

측면은 기존 TT 시리즈들과 유사한 형태다. 원과 돔의 형상이 남아 있다. 여기에 직선미를 더해 강한 인상을 부여하지 않았나 생각 된다. 또한 20인치 휠과 타이어는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시승차에 장착된 타이어는 한국타이어 벤투스 S12 에보(EVO)2로 전후 모두 255mm의 단면 폭을 가지고 있다.

후면부도 L자형 주간등과 마찬가지 느낌의 LED 라인을 심어 디자인 통일감을 전달한다. 2개의 대구경 배기구는 스포티함을 완성하는데 기여한다. 팝업 형태의 스포일러도 갖추고 있다. 주행 시 임의로 올릴 수도 있고, 일정 속도 이상 달리면 자동으로 올라와 주행 안정감을 올리는데 도움을 준다.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실내

내부를 살펴보자. 눈에 띄는 부분은 중앙 디스플레이가 사라진 것. 이는 3세대 TT에서 처음 적용된 버추얼 콕핏(Virtual Cockpit)을 적용하면서 동시에 기존 중앙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MMI)를 제거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다른 아우디 차량과는 달리 단순한 느낌이 든다.

스티어링은 크기와 손에 쥐는 맛 모두
적당하다.
스티어링은 크기와 손에 쥐는 맛 모두 적당하다.

스티어링 휠은 D컷 형태가 제공된다. 전체적인 크기는 적당하고, 가죽으로 마무리 되어 질감이나 손에 쥐는 맛도 좋다. 붉은색 바느질을 더해 감성적인 부분에서도 만족감이 높다.

외부 연결 단자는 수납함에 잘 숨겨 놓았다.
외부 연결 단자는 수납함에 잘 숨겨 놓았다.

수납함은 기어 노브 위쪽과 글로브 박스, 컵홀더 아래 암레스트 등에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는 각각 USB 연결 단자나 외부 오디오 연결 단자 등이 있어 다양한 오디오 장치를 연결해 쓸 수 있다. 글로브 박스에는 SD 카드와 광 디스크 드라이브 장치가 있는데, 덕분에 수납 공간 자체는 넓지 않다. 그래도 과거 아우디 차량처럼 별도의 케이블을 구매해 쓰는 것과 비교하면 많이 개선됐다.

대시보드에서부터 시작되는 라인들은 중앙 콘솔과 도어 트림, 항공기 날개를 연상시키는 대시보드 윗부분에 적용됐다. 이 정도만 해도 스포츠카의 맛 까지는 아니더라도 향기 정도는 실내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실내 소재는 상위 차량들과 비교하면 조금 아쉽지만 재질 자체의 만족감은 뛰어나다. 마감 수준도 높으며 손으로 느껴지는 감촉 또한 좋다. 하지만 차량 가격을 감안하면 조금 더 세련된 느낌을 강조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트엔진을 연상케 하는 통풍구.
제트엔진을 연상케 하는 통풍구.

공기순환 기능도 독특하게 변화됐다. 마치 제트 엔진을 형상화 한 느낌인데, 다이얼 중앙에는 액정이 있어 온도나 풍량 등이 표기된다. 버튼의 역할도 겸해 중앙 다이얼을 눌러 에어컨을 활성화하고 실내/실외 공기 순환을 전환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중앙 스위치들도 항공기 기능 스위치를 조작하는 느낌으로 완성됐다.

편안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세미 버킷 시트. 블랙과 레드 색상으로 강한 느낌을
부여했다.
편안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세미 버킷 시트. 블랙과 레드 색상으로 강한 느낌을 부여했다.

운전자와 동승자가 앉는 실내는 비교적 넓고 편안하다. 시트는 착좌감이 뛰어나다. 세미 버킷 시트는 등과 허리 쪽을 잘 잡아주기 때문에 격한 와인딩 주행 시에도 안정감을 준다. 시트 자체는 조금 단단한 편이지만 피로감은 덜하다. 격렬한 모험운전과 장거리 투어링 사이에서 조율한 듯 하다. 단, 사용자 취향에 맞춘 시트 각도를 기억하는 메모리 시트가 적용되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

2열 공간은 차량의 특성상 트렁크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면 된다. 성인 남성이 앉기에는 공간이나 높이 모두 아쉬움을 준다. 반면, 여성이 앉았을 때에는 공간이 조금 불편하겠지만 탑승에는 무리 없어 보인다. 하지만 타고 내릴 때, 쿠페의 구조로 인해 1열 시트를 접어야 하기에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버추얼 콕핏은 신기, 타 디스플레이 부재는 아쉬워

시동을 켜고 계기판을 바라보니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계기판이 기자를 반긴다. 아우디 TTS에는 버추얼 콕핏(Virtual Cockpit)이라는 이름의 전자식 계기판이 탑재된다. 12.3인치 크기의 계기판에는 다양한 정보를 한 눈에 보여준다. 속도나 엔진 회전 수는 기본이고 내비게이션 화면, 인포테인먼트 관련 설정 등도 겸한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지 않고 살짝만 내리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아우디 버추얼 콕핏.
아우디 버추얼 콕핏.

버추얼 콕핏은 항공기 조종석의 콕핏에서 차용한 것으로 운전석 중앙에 위치한 12.3인치 고해상도 MMI 디스플레이를 통해 운전자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통합 디스플레이 시스템이다. 차량 속도계와 타코미터(tachometer) 등 운행 정보를 주로 보여주는 '클래식 뷰' 모드와 대형 내비게이션 화면과 같은 부가 정보를 표시해주는 '프로그래시브 뷰' 모드 두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보는 재미와 만지는 재미 모두 있다는 점이 특징.

문제는 달리는 자신은 상관 없는데,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꽤 심심할 듯 하다. 대부분 아우디 차량은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MMI) 디스플레이를 대시보드 중앙에 배치해 왔다. TTS에는 이것이 과감하게 빠졌는데, 눈에 보이는 것들이 없으니 아쉬움이 느껴진다.

차량이 정차해 있을 때, 중앙 디스플레이로는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일정 속도 이상을 지나면 영상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있는데 안 쓰는 것과 없어서 못 쓰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아우디 버추얼 콕핏.
아우디 버추얼 콕핏.

다시 버추얼 콕핏으로 돌아와 본다. 화면 자체의 움직임이나 구성 자체는 뛰어나다. 화면 가득히 펼쳐지는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노라면 과거 차량들에 대한 추억은 저 멀리 날아갈 것만 같다. 내비게이션 구성도 예전 아우디 순정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럼에도 국내 시판 중인 애프터 마켓용 내비게이션과 비교했을 때 부끄러운 건 달라지지 않는다.

일단 길을 찾거나 검색을 할 때 약간의 불편함이 따른다. 대부분 차량에는 터치 스크린이 있어 직관적인 활용이 가능한데, TTS는 MMI를 조작해야 한다. 휠을 돌리고 그 위에 수줍게 마련되어 있는 터치패드를 활용해 글도 쓰고 해야 한다. 적응되면 어떻게 될 지 알 수는 없다. 2박 3일 간의 시승으로는 도무지 감을 못 잡아 기자는 결국 휴대폰 내비게이션을 쓸 수 밖에 없었다.

큰 화면 때문인지, 탑재된 테그라 30 프로세서의 성능 한계 때문인지는 몰라도 간혹 내비게이션 화면이 끊기는 현상도 있었다.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이 문제가 나타나지 않지만, 화면 배율이 변경되는 상황에서 빠르게 움직였을 때 간혹 발생한다.

간결하게 마무리 된 MMI 시스템.
간결하게 마무리 된 MMI 시스템.

디지털 시대에 들면서 아우디가 표현하고 싶은 고급스러움과 멋스러움을 최대한 표현한 흔적이 보인다. 전반적인 인터페이스 구성은 이전 아우디 차량들과 큰 차이는 없지만 조작 방식에서 이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깔끔함은 부족하다 느껴지는데, 이 부분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순식간에 시속 100km, 2리터 엔진에 이런 힘이?

시동을 켰으니, 이제 가속 페달에 발을 가져갔다. 컴포트 모드에 설정한 다음 주행해 보니 숨겨진 욕망을 잘 억누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페달 압력에 따라 부드럽게 가속을 해내지만, 마그네틱 라이드 기술이 적용된 단단한 하체는 TTS의 본성을 숨기지 않는다. 시속 60~80km를 오가는 도로 흐름에 맞춰 여유롭게 밟으니 엔진 역시 여유가 넘친다. 이 때의 연비 또한 11~12km를 전후(트립 컴퓨터 기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TTS는 이렇게만 타라고 있는 자동차는 아닐 거다. 그가 품고 있는 2리터 TFSI 직분사 터보 엔진은 최고 출력 293마력, 최대 토크는 38.8kg.m다. 여기에 6단 에스-트로닉(S-Tronic)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가 호흡을 맞춘다. 최대 마력은 5,400~6,200rpm에서 나오지만, 최대 토크는 1,900~5,300rpm까지 꾸준하다. 가속을 할 때의 구간에서는 어김 없이 최대 토크가 뿜어져 나온다.

그래서 차량을 정차한 다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주행 모드를 다이내믹에 설정했다. 가속 페달에 발을 가져가니 울컥하는 거동과 함께 TTS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간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더니 더 달리고 싶어하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속도는 160km까지는 꾸준히 밀어 붙이고, 그 이후부터는 더디지만 속도는 일정하게 계속 올라간다.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제원상 4.9초, 실제 측정해 보니 약 5.5초 정도였다. 타이어나 외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이 부분은 참고만 하자.

화끈한 성능과 특유의 디자인은 아우디 TTS가 갖는
특징들이다.
화끈한 성능과 특유의 디자인은 아우디 TTS가 갖는 특징들이다.

다이내믹 모드에서의 TTS는 컴포트와는 완전히 다른 자동차다. 엔진 회전수가 계속 올라갈수록 뒤에서는 희미하게나마 스포츠카의 느낌적 느낌을 주는 배기음이 들린다. 다른 고성능 차량들처럼 짜릿한 쾌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은은한 즐거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컴포트도 그러했지만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차량의 매력이 더 부각된다는 느낌이 든다. 충분히 긴장감 넘치고 재미 있다. 무엇보다 격하게 달리는 상황 속에서도 실내는 제법 조용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처음에 붕붕~거리는 부밍음에 스트레스 받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코너를 타고 가는 능력도 뛰어나다. 격한 회전 구간이라도 자신감을 심어 준다. 민첩하게 반응하는 스티어링과 함께 단단하게 잡아주는 하체가 큰 도움을 준다. 여기에 사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quattro)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반면, 즐거움을 즐기는 만큼이나 연비는 좋지 않다는 점 인지할 필요가 있겠다. 기자가 시속 50~90km 사이를 일정하게 제동과 함께 가속을 병행하며 약 3km 거리를 달려보니, 트립 컴퓨터 내 순간 연비가 리터당 약 3km 전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짧은 2박 3일간의 시승이지만 아우디 TTS에 대한 느낌을 정리하면 '작은 크기, 거대한 도약'이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그렇다. 아이폰 SE에 쓰인 것이다. 차량의 크기와 성능, 가격을 종합하니 어느 정도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재미 측면에서는 합격, 굳이 구매한다면?

이제 냉정해질 시간이다. 아우디 TTS의 가격은 7,890만 원. 실제 7월 이후에는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되므로 가격은 오를 수 있다. 아무리 많은 프로모션을 받아도 세금에 보험 등등을 감안하면 7,000만 원 이상이 필요한 것에는 변함 없다.

아우디 TTS.
아우디 TTS.

이 정도 가격이면 선택지가 굉장히 많아지는데, TTS를 구매할 생각이라면 목적 하나는 확실하게 가져가야 할 듯 하다. 그것은 바로 즐거움이다. 실용적인 부분은 많이 포기해도 성능이 주는 매력. 재미 있게 차량을 한계 가까이 몰아 넣으면서 쾌감을 얻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면 TTS는 최적의 정답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반대라면 다른 차량을 알아 보시라.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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