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족이라도 오버클러킹은 유효하다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작동 속도로 성능을 가늠하는 반도체들의 집합체인 PC 성능에는 한계가 있다. 100%로 설정한 속도 이상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GHz라는 속도를 가진 중앙처리장치(CPU)는 딱 1GHz에 맞는 성능을 낼 뿐이다. 동일한 설계를 가졌지만 속도가 더 빠른 CPU라면 모를까. 때문에 성능에 민감한 소비자는 PC를 구매할 때, 속도나 전반적인 구성에 초점을 두고 제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과거 CPU나 그래픽카드, 메모리 등 속도 기반의 부품은 정해진 속도 이상을 발휘하는 '오버클럭(Overclock)'을 시도해 성능을 높이기도 했다. 1GHz로 작동하던 부품을 1.2~1.5GHz 이런 식으로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부담은 있었지만 성공하면 그만큼 성능 향상이라는 달콤한 과실이 뒤따랐다.

고성능 튜닝PC
고성능 튜닝PC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성능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오버클럭으로 성능을 끌어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오히려 관심은 체감적인 부분으로 이동했다. 낸드플래시로 구성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나 차진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기계식 키보드, 높은 주사율을 가진 게이밍 모니터 등으로 시선이 분산된 것이다. 그렇다면 오버클럭은 정말 필요 없는 것일까?

오버클럭의 빛과 그늘

출시 시기에 정해진 성능 이상을 끌어내는 오버클럭에는 자연스레 일장일단이 존재한다. 성공한 만큼, 속도가 상승하고 그에 따른 성능 향상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적정 수치를 찾을 때까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재미를 찾는 사람도 많다(대부분은 스트레스 받는다). 과거 오버클럭은 사용자가 직접 설정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자동으로 최적의 수치를 찾는 식으로 초보자도 쉽게 오버클럭을 하도록 돕는다.

UEFI 바이오스 구성
UEFI 바이오스 구성

오버클럭이 어려운 것은 바로 PC의 속을 들여다 봐야 해서다. PC에 처음 전원을 인가한 다음, 지움(Delete) 또는 기능 1번(F1) 키를 눌러 진입하는 바이오스(BIOS) 화면이 그 주인공이다. 전문 용어가 난무하고 일반 소비자가 알기 어려운 수치가 많아 초보자들은 이 부분에서 좌절하고 오버클럭에 대한 흥미를 잃는다. 이에 클릭이나 간단한 조작으로 쉽게 오버클럭 가능하도록 변하고 있으며, 메인보드에 버튼 하나로 오버클럭 가능하게 제공되는 제품도 일부 존재한다.

이렇게 전문가 영역으로 치부되던 오버클럭을 일반인도 쉽게 하게끔 이끌고 있는 오버클럭에도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바로 비용과 손상이다.

오버클럭으로 발생하는 열 해소를 위해 고가의 쿨러나 보조 장비를 구매해야
한다.
오버클럭으로 발생하는 열 해소를 위해 고가의 쿨러나 보조 장비를 구매해야 한다.

먼저 비용이다. 성능을 최적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부품 선택이 필수다.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CPU, 예를 들이 코어 K 시리즈 같은 부품이 필요하다. 전원부나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메인보드, 높은 속도의 메모리도 필요하다. 이들 가격은 일부 고가인 경우가 있으니 구매 전 확인해야 한다. 발열을 해소하기 위한 냉각장치도 비용을 향상시키는 이유로 꼽힌다.

오버클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소비자가 짊어져야 하는 점도 부담 요소다. 모든 PC 부품은 공식적으로 오버클럭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버클럭은 멈추지 않는다

몇몇 위험 요소는 있어도 오버클럭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성능향상이 주는 쾌락 때문이다. 아무리 자기만족이라도 남들과 다른 나만의 PC가 완성된다는 성취감은 큰 매력이다. 예로 자동차를 구매할 때 일부는 튜닝을 거친다. 같은 외형과 성능을 거부하고, 나만의 개성을 입히고자 외형을 꾸미거나 성능을 높이는 작업을 하는 것과 같다.

위험을 감수해야 함에도 오버클러커를 위한 제품은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는 점도 오버클럭에 대한 요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코어 i7-6700K(스카이레이크)
코어 i7-6700K(스카이레이크)

오버클럭이라는 특성과 함께 차별화를 꾀한 CPU도 있다. 코어 i7 6700K 같은 경우가 그렇다. 과거 인텔은 K와 K가 아닌 일반 제품의 작동속도가 동일했다. 그러나 6세대 코어 i7에 와서 이 법칙이 깨졌다. 코어 i7 6700은 3.4GHz의 속도가 제공되지만, K는 4GHz로 600MHz가 높다. 동시에 오버클럭 제한이 없으니 이보다 더 빠르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예전 같지 않다고 하더라도 오버클럭을 위한 제품은 계속 우리 곁에 있다. 심지어 오버클럭에 관심이 없어도 이런 류의 CPU나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을 구매하기도 한다. 기본적인 성능이 일반 제품보다 뛰어나다는 장점도 있지만 쓰다가 오버클럭으로 조금 더 성능을 높이려는 잠재적인 부분도 남아 있다. 오버클럭이 멈추지 않을 이유이기도 하다.

쉽다면 쉽게, 어렵다면 어렵게 하는 오버클럭

어렵다면 한 없이 어렵고, 쉽다면 쉬운 것이 오버클럭이다. 여기서 어려운 것은 모든 설정을 스스로 직접 하는 부분이리라. 코어 i7 6700K 같은 배수 제한 해제된 CPU는 속도를 결정하는 배수를 정하고, 그 외 CPU나 칩셋, 메모리 등의 전압을 꼼꼼히 만져줘야 한다.

오버클럭 설정.
오버클럭 설정.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메인보드라면 이를 위한 메뉴가 별도로 존재한다. 에이수스는 에이아이 트위커(Ai Tweaker), 기가바이트는 엠아이티(M.I.T) 등으로 제공한다. 오버클럭 메뉴를 별도 제공하는 제품도 있다. 여기에서 오버클럭을 위해 수동(Manual) 또는 고급(Expert) 등을 선택하면 자유롭게 전압이나 기능을 설졍/해제 가능하도록 바뀐다.

오버클럭을 결정하는 기본은 내부 전송속도(BCLK)와 배수다. 기본 BCLK는 100MHz에 설정되어 있다. 여기에 배수를 곱하면 최종 작동속도가 나온다. 코어 i7 6700K는 4GHz. BCLK 100MHz x 배수 40을 곱해 나오는 수치다. 이 부분을 변경하면 원하는 속도가 나오게 된다.

오버클럭 설정.
오버클럭 설정.

하지만 무작정 이 수치를 변경한다고 해서 100%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속도는 해당 칩에 맞춰 설계되었기 때문에 약간의 변화를 줘야 한다. 여기서 개입하는 요소는 전압. 이 부분을 속도에 맞춰 인가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너무 많아도 안 되고, 너무 적어도 안 된다. 오버클럭 작업에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 대부분 이 과정에서 낙오한다.

간단하게 오버클럭을 하고자 한다면(다른 부분에 관심 없다면) 메모리 전압(DRAM Voltage) 정도를 손보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DDR4 메모리 대부분 1.2~1.25V의 전압을 가지지만 한계치인 1.5~1.6V 정도를 인가하면 속도를 높이고서 성능 향상을 노릴 수 있다.

CPU 코어 전압(Core Voltage)이나 입력 전압(CPU Input Voltage), 캐시 전압(CPU Cache Voltage)는 조금 손 봐도 좋다. 물론 안정화가 이뤄질 때까지 정성을 들여야 하지만 모든 설정에 손 대는 것보다 적은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

오버클럭 설정.
오버클럭 설정.

쉽게 하는 방법은 정해진 오버클럭 모드를 불러오는 것만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수동만 지원하는 경우가 있지만 많은 메인보드는 속도 중시형, 안정성 중시형 등으로 구분해 제공된다. 메모리 내에 속도 정보를 연동해 오버클럭에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주요 정보를 담는 인텔 익스트림 메모리 프로파일(XMP)이 있는 메모리를 써야 한다. 가격은 일반 동급 메모리 대비 조금 높다.

자기만족이라 해도 오버클럭은 여전히 유효하다

열심히 오버클럭해서 성능을 높인들 누가 알아주는 것은 아니다. 이 작업은 성능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자기만족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물론, 온라인 하드웨어 커뮤니티나 기록 등록이 가능한 벤치마크를 통해 본인의 결과물을 알릴 수 있기는 하다. 이것도 결국 모두가 아닌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성능 향상이라는 열매는 자기만족 이상의 수확이다.

오버클럭은 아직 유효하다. 준비해야 할 것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보면 진정한 '내 PC'를 손에 넣는 것과 같다. 비슷한 성능의 PC가 아니라 남들과 다른 오직 나만의 속도를 가진 PC라 하겠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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