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PC 성능 비교, 해외에서는 어떻게?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이상우 기자] 우리나라에서 정부 기관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때는 조달청을 거친다. 이러한 물품은 조달청이 운영하는 전자 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현재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는 차량, PC, 가구 등이 등록돼 있으며, 국가기관, 지자체, 일부 민간 업체 등이 이를 통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한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PC는 오늘날 가장 대표적인 사무용 기기인 만큼, 다른 제품과 비교해 아주 많은 업체가 자사의 제품을 등록하고 있다. 그만큼 IT 담당자가 구매 시 고민해야 할 부분도 많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과 대기업 제품 중 어떤 것을 구매해야 할지, 가격이 비슷하지만 부품 구성이 다른 모델 중 적절한 것은 어떤 제품인지 선택하기 어렵다. 또한, 제품 사양을 단순히 어떤 부품을 사용했는지 정도만 표시했기 때문에 실제 업무에서 어떤 성능을 내는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런 이유에서 조달PC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고 비교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

등록된 PC 모델만 1,000여
가지다
등록된 PC 모델만 1,000여 가지다

PC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벤치마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벤치마크는 구동 시 각 PC 부품에 최대한 부하를 걸어 최고 성능이 얼마나 되는지를 테스트한다. 게임 성능 측정에 특화한 3D마크나 저장장치 성능 및 상태를 측정하는 HD튠 등이 대표적이다. 이 점수가 높으면 해당 PC 시스템의 성능도 고사양 게임이나 그래픽 작업 등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PC 벤치마크
PC 벤치마크

그런데, 벤치마크 소프트웨어 중에서는 이처럼 고성능 PC 시스템이 아닌, 일반 사무용 PC를 위한 소프트웨어도 있다. 예를 들어 BAPCo가 개발한 시스마크 2014는 MS워드, MS엑셀, MS파워포인트, 어도비 아크로뱃 프로 등의 사무용 소프트웨어, 구글 크롬 등의 웹 브라우저, 어도비 포토샵 등의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를 직접 실행해 측정 결과를 낸다.

시스마크는 워드, 엑셀 등 업무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성능을
측정한다
시스마크는 워드, 엑셀 등 업무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성능을 측정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시스마크는 해외에서 정부 입찰에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BAPCo에 따르면 현재 아르헨티나, 호주 등 50개 이상의 국가에서 정부 입찰에 사용 중이다.

독일연방정보기술미디어협회(BITKOM, Bundesverband Informationswirtschaft, Telekommunikation und neue Medien)는 데스크톱 PC 중립성능 성명(Produktneutrale Leistungsbeschreibung Desktop-PC)에서 벤치마크의 요구 사항에 대해 PC 성능의 개별 요소뿐만 아니라 전체 성능을 측정해야 하며, 일반적인 사무실 환경에 맞춰 테스트 해야하고, 관련된 제조 업체 및 플랫폼 개발 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BITKOM은 이를 위한 벤치마크 중 하나로 시스마크를 추천하고 있으며, 시스마크가 보유한 기존 테스트 결과와 비교할 수 있도록 영문 버전 윈도우7(64비트)에서 벤치마크 측정을 권장한다.

BITKOM 홈페이지 캡처
BITKOM 홈페이지 캡처

아일랜드 정부 역시 PC 조달을 위한 성능 벤치마크 소프트웨어로 시스마크를 이용하고 있다. 아일랜드 조달청 공공 조달 지침에 따르면 기술사양을 일부만 표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프로세서 클럭이나 '펜티엄4 혹은 동급' 등의 애매한 표현을 쓸 수 없다. 따라서 BAPCo의 벤치마크를 이용해 성능을 측정하고 전체 성능 등급이 일정 기준을 초과한다고 표시해야 한다.

아일랜드 조달청 홈페이지 캡처
아일랜드 조달청 홈페이지 캡처

시스마크 개발사인 BAPCo의 회원사로는 에이서, 델, HP, 히타치, 인텔, 레노버, 웨스턴 디지털, 삼성전자, 소니, 도시바,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표적인 PC 완성품, 부품, 소프트웨어 제조사가 참여 중이다. 또한, 이들은 정부 기관을 위한 BAPCo 정부 네트워크(BGN)을 운영 하고 있다. BGN은 비영리 컨소시엄으로, 대표적인 PC 소프트웨어 및 산업 표준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객관적인 벤치마크를 개발하고 배포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2004년부터 여러 정부와 협업하며 입찰 과정의 일환으로 객관적인 구매 결정을 위한 지표를 제공하고 있으며, 정부 기관에 무료 라이선스, 기술 지원 등 다양한 지원 정책도 펼치고 있다.

이처럼 객관적인 벤치마크를 통해 조달 PC를 구매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 국내의 경우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통해 조달PC에 어떤 부품이 들어있는지 표시하고 있지만, 구매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부품만 보고 실제 성능은 어떨지 그리고 가격은 적당한지 등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국내 조달 시장에서도 이러한 객관적인 지표를 제공해 정부 기관 등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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