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메모리, 어떻게 선택하고 있습니까?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컴퓨터(PC)는 프로세서(중앙처리장치)나 메모리, 그래픽카드, 저장장치 등 여러 부품이 한데 모여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하나라도 없으면 PC는 작동할 수 없거나 기능 제한이 발생한다. 마치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 등 다양한 부품이 맞물려야 제 기능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PC는 여기에 각 부품 성능에 따라 전체적인 처리 능력이 결정된다. 동작 속도가 높거나 효율적인 성능을 갖춘 부품을 연결하면 그만큼 성능이 상승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은 PC를 선택할 때, 프로세서나 그래픽카드, 저장장치의 성능에만 초점을 맞춘다. 세 부품은 주로 PC의 체감 성능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고가이기도 하다. 반면, 이 외 부품에 대해서는 구매 비용을 아껴 보급형이나 중급 제품 등으로 구성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성능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PC에서 메모리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고 있는
부품이다.
최근 PC에서 메모리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고 있는 부품이다.

그러나 모든 PC 부품은 직간접적으로 사양에 따라 성능에 영향을 준다. 특히 램(RAM, PC 메모리) 같은 경우는 중앙처리장치와 직접 통신하는 주요 부품으로 속도에 따른 성능 차이가 일부 존재한다.

메모리는 왜 중요한가

컴퓨터 작업 과정을 살펴보면, 램은 하드디스크(또는 SSD)로부터 일정량의 데이터를 복사해 임시 저장한 후, 이를 필요 시마다 중앙처리장치에 빠르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후부터는 저장장치를 배제하고 빠른 중앙처리장치와 램끼리만 데이터를 교환하므로 작업을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다. 때문에 저장장치는 데이터를 보관하는 역할에 그치는데 비해, 램은 컴퓨터 전반의 성능에 큰 영향을 준다 볼 수 있다.

이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때 차이가 두드러진다. 대부분 PC 애플리케이션은 초기 구동 시간이 존재한다. 게임은 중간에 데이터를 불러오기 위한 작업(로딩)을 계속 실시하기도 한다. 이는 저장장치에서 데이터를 읽어 램으로 전송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 작업이 끝나야 다음 작업이 가능하다.

최근 저장장치는 낸드 플래시와 컨트롤러 등으로 구성된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의 등장으로 한결 빨라졌다. 그럼에도 램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여전히 PC는 중앙처리장치와 램이 소통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로딩화면은 저장장치에서 메모리로 데이터가 이동하는 과정이다. 두 장치의 속도가 빠르면 로딩 속도도 빠르게
줄어든다.
로딩화면은 저장장치에서 메모리로 데이터가 이동하는 과정이다. 두 장치의 속도가 빠르면 로딩 속도도 빠르게 줄어든다.

고사양 게임이나 작업을 자주 하는 PC 사용자라면 램은 중요하게 선택해야 할 부품 중 하나다. 다루는 데이터의 용량이 커지면서 그만큼 빨리 중앙처리장치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의 흐름이 끊기거나 작업 처리 속도가 느려지는 스와핑(Swapping)이나 페이징(Paging)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PC 메모리의 속도는 그냥 존재하는게 아니다

메모리는 출시 시기에 따라 성능이 꾸준히 올라갔다. 2000년 이전에 생산된 PC가 아니라면 대부분 DDR-SDRAM(Double-Data- Rate Synchronous Dynamic Random Access Memory)를 쓴다. 이 DDR-SDRAM도 시간이 흐르며 속도가 빨라졌다. 6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등장 이후, 램은 DDR3의 뒤를 이어 DDR4 메모리가 주류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램(RAM)도 프로세서와 마찬가지로 동작 속도가 있다. 메모리를 구매할 때, 부착되어 있는 스티커에는 속도와 함께 주요 사양이 표시되어 있다. 메모리 규격이나 사양에 따라 수치는 다르게 표기된다. 예로 'DDR3 PC3-12800 4GB'라는 램이 있다면, 이는 4GB 용량의 DDR3 규격 램 중에서도 약 1만 2,800MB/s의 최대 데이터 전송속도를 낼 수 있는 제품이다. 동작 속도는 해당 전송속도에서 8을 나누는 것으로 계산한다. 그러니까 DDR3 PC3-12800의 동작 속도는 1,600MHz가 된다.

메모리 전면에는 속도와 세부 사양이 표기되어
있다.
메모리 전면에는 속도와 세부 사양이 표기되어 있다.

같은 규격의 램이지만 전송 속도는 다양하다. DDR4의 예로 PC4-17000 8GB와 PC4-19200 8GB가 있다고 하자. 앞서 설명한 부분을 대입하면 두 메모리는 각각 최대 1만 7,000MB/s와 1만 9,200MB/s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고, 속도는 2,133MHz와 2,400MHz다. 같은 DDR4 메모리라도 PC4-19200이 더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를 갖는다.

고성능 메모리, 장점은?

이렇게 속도가 빠른 메모리일수록 '고성능' 제품으로 분류한다. 당연히 비싸진다. 과거 이런 고속 메모리는 PC의 성능을 쥐어 짜내는 오버클러커의 전유물이라며 일반 소비자들이 멀리 했다. 가격도 비쌌고, 오버클럭이라는 취미 자체가 큰 주목을 받기 어려운 전문가 영역이라는 점도 있었다. 고성능 메모리가 오버클럭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꼭 오버클럭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 기본으로 사용하더라도 PC 성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앙처리장치는 호환 메모리 속도를 제안하고 있다. DDR3 메모리를 쓰는 코어 프로세서는 대부분 1,066~1,600MHz의 속도를 제안하고, DDR4 메모리를 쓰는 최신 코어 프로세서는 1,866~2,133MHz의 속도를 제안한다. 이 속도를 넘으면 의미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간단한 설정으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최근 메모리들은 메모리 최적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정보를 저장해 둔다. 인텔 익스트림 프로파일(XMP – eXtreme Memory Profile)이라는 이름의 이 기술은 저장된 성능 값을 램 안에 저장했다가 메인보드에서 사용자가 활성화하면 해당 속도에 맞춰 메인보드 내 설정 값이 변경된다. 클릭 몇 번으로 한 번에 메모리 최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성능 메모리, 누구나 쓸 수 있다

고성능 메모리는 뛰어난 성능을 내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가격이나 전문성(오버클럭) 등의 이유를 들어 구매를 꺼려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고성능 메모리=가격이 높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분명 고성능 메모리의 몸값이 높았지만, 최근 고성능 메모리는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며 고성능 메모리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고성능 메모리라도 소비자 성향을 고려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고성능 메모리라도 소비자 성향을 고려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지스킬을 예로 들자면, 성격에 따라 에이지스(Aegis), 립죠스(Ripjaws), 트라이던트 제트(Trident Z) 등 다양한 제품이 존재한다. 에이지스는 가격 상승 요인이 되는 부분을 제거하고 접근 부담을 낮춘 입문형, 립죠스는 폭넓은 소비자 시장을 겨냥한 주력 제품군으로, 트라이던트 제트는 고성능 방열판과 패키지 구성으로 일정한 고성능을 찾는 오버클럭 시장을 겨냥했다. 속도나 기본 기능은 동일하지만 방열판 구조나 디자인 등 일부 세부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이렇게 과거 고급 라인업만 전개한 것과 달리 입문형부터 보급형, 고급형 등으로 세분화해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고성능 메모리를 검색해 보면 메모리 용량 구성이나 제품군에 따라 가격이 다양하게 나뉘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제 가격을 위해 성능을 포기하는 시대는 지났다. 누구나 합리적으로 고성능 메모리를 손에 넣어 쓰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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