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개막 앞둔 VR 시대, 사용자들은 준비가 되었나?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태풍이 몰려온다. IT는 물론, AV, 콘텐츠 등 관련 산업 전반에서 VR 시대의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업계의 호들갑에 비해 일반 소비자들이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는지는 의문이다. VR은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이를 즐기기 위해 어떤 하드웨어가 필요한지, 그리고 VR을 지원하는 콘텐츠는 무엇이 있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한 번 살펴보자.

VR 세계의 관문, HMD(Head Mounted Display)

HMD는 이용자의 머리에 쓰고 VR 세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디스플레이 장치다. 착용자의 양쪽 눈에 직접 영상을 전송한다.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육축 센서를 비롯한 위치 및 각도 감지 장치를 내장하거나 이런 기능을 가진 모바일 기기(스마트폰)과 결합,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표시되는 영상도 함께 움직이면서 극히 뛰어난 몰입감을 제공한다.

오큘러스 리프트
오큘러스 리프트

현재 시장에서 주목 받는 VR용 HMD는 PC용으로는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및 HTC 바이브(HTC Vive)가 대표적이며, 스마트폰용으로는 삼성 기어 VR(Samsung Gear VR), 구글 카드보드(Google Cardboard)가 유명하다. 그리고 콘솔 게임기 전용으로 개발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Playstation VR, 이하 PS VR)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상 이 분야의 선구자인 오큘러스 리프트가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고, 성능 면에서도 평가가 높지만 제법 비싼 가격(약 600달러)이 지적을 받고 있다. 소니의 PS VR의 경우, 성능은 다소 낮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약 400달러)이라는 점, 인기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4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콘텐츠 공급의 원활함 면에서 기대를 모은다.

구글 카드보드
구글 카드보드

가장 저렴하게 VR을 맛보려 한다면 구글 카드보드가 제격이다. 이는 골판지 상자와 렌즈를 비롯한 몇 가지 값싼 재료로 구성된 HMD지만, 여기에 스마트폰만 끼우면 어엿한 HMD가 된다. 불과 몇 천원에 불과하며 맘만 먹으면 사용자가 직접 자작하는 것도 가능할 정도다. 물론 구글 카드보드는 어디까지나 간이 HMD이기 때문에 오큘러스 리프트나 PS VR과 같은 다양한 기능은 없지만 VR의 ‘맛’을 보기에는 충분하다.

VR 보급, 콘텐츠 구동 장치의 성능에 발목 잡히나

HMD만 있다고 VR을 즐길 수 없다. 당연히 콘텐츠를 구동하기 위한 장치를 연결해야한다. 360도 전방위에 대응하는 VR 콘텐츠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선 일반 평면 콘텐츠에 비해 훨씬 강력한 성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런 장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사양을 갖춰야 한다. 자체적으로 콘텐츠 구동 능력을 갖춘 HMD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HMD는 한계가 분명하다.

구글 카드보드나 삼성 기어 VR의 경우, 모바일 기기인 스마트폰을 연결해 VR 콘텐츠를 구현하기 때문에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게임과 같은 본격적인 양방향 콘텐츠 보다는 VR 동영상이나 VR 이미지와 같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콘텐츠가 중심이다.

PS VR
PS VR

소니 PS VR의 경우, 구동 장치인 PS4의 성능이 고급형 PC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콘텐츠의 품질 자체 보다는 얼마나 많은 VR 지원 게임이 나올지가 관건이다. 현재 반다이남코, 스퀘어에닉스, 세가 등의 유명 게임 개발사에서 PS VR용 소프트웨어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기다려 봄 직 하다.

VR 게임 원활하게 구동하기 위한 고성능 그래픽카드도 속속 등장

때문에 VR 콘텐츠를 온전한 품질로 즐기기 위해선 역시 고성능 PC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다만, 동일한 해상도(화면 정밀도)의 일반 콘텐츠에 비해 VR 콘텐츠는 거의 5~10배 가량의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PC 관련 업체들, 특히 그래픽카드 업체들이 VR 콘텐츠 구현에 적합한 고성능 하드웨어 및 개발 환경을 속속 내놓고 있다.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는 것이 문제지만, 이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엔비디아의 경우, 지포스 GTX 980 Ti나 GTX 타이탄 시리즈와 같은 최고급형 그래픽카드를 2대 이상 동시 탑재하는 SLI(Scalable Link Interface) 모드를 구현한 PC에서 최상의 VR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VR 게임 개발자를 위한 개발 도구인 게임웍스 VR(GameWorks VR)도 선보인 바 있다.

AMD 라데온 프로듀오
AMD 라데온 프로듀오

AMD는 한 술 더 떠서 아예 하나의 기판에 2개의 고성능 GPU(그래픽카드의 핵심 칩)을 동시 탑재, 1대의 그래픽카드로 2대의 그래픽카드를 동시 탑재한 것과 유사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최고급형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프로 듀오(Radeon Pro Duo)’를 내놓을 예정이다. 4월 말에 출시될 예정인 이 제품이 현행 그래픽카드 중 최고 성능을 갱신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라데온 프로 듀오 역시 VR 게임을 원활히 구동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AMD의 VR 기술인 리퀴드 VR(Liquid VR) 역시 게임 외에 의료, 영화, 뉴스 등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을 예고하고 있다.

하드웨어는 이미 거의 완성, 콘텐츠 부족 문제는 시간이 해결?

HMD나 스마트폰, 고성능 그래픽카드 등, VR을 위한 하드웨어는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남은 문제는 역시 콘텐츠다. 기존의 게임 중 일부(팀 포트리스2 등)를 업데이트하여 VR 환경에서 즐길 수 있게 하는 경우가 있지만, 아직 완벽한 VR 전용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찾아보기 힘들다. 유튜브 등에서 VR 동영상을 서비스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눈요기 거리 정도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말로 많은 업체에서 VR 시장에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최소한 올해 안에는 이러한 콘텐츠 부족 현상 역시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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