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텔, 싸이, MSN… '원로'급 IT서비스들의 현주소는?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한동안 '대세'를 이루던 IT 서비스가 몇 년도 되지 않아 과거의 추억이 되어버리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IT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른데다 관련 트렌드 역시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PC통신이나 채팅 서비스, 미니홈피, 인스턴트 메신저 등이 대표적이다. 한때 IT 시장을 지배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 중 상당수는 문을 닫거나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하기도 했다.

하이텔, PC통신의 대명사에서 콘텐츠 유통, T커머스 업체로

인터넷 서비스가 아직 본격 보급되지 않았던 1990년대는 PC통신의 전성기였다. 전화 모뎀을 탑재한 PC를 이용해 네트워크에 접속, 텍스트 만으로 이루어진 메뉴를 통해 게시판이나 채팅, 자료실, 동호회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으며, 한국통신(현재의 KT)에서 운영하던 하이텔(HITEL)은 가장 유명한 PC통신 서비스 중 하나였다.

하이텔 VT
하이텔 VT

하지만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 웹 서비스가 대중화 되자 PC통신 이용자는 급속히 줄어들었다. 2004년, 주식회사 KT하이텔(이하 KTH)은 포탈 서비스 '파란(Paran)' 서비스를 여는 등, 웹의 시대에 대응하고자 했다.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으로 대표되는 웹 시대의 새로운 강자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고, 힘겹게 사업을 이어가다가 2012년 파란 서비스를 접으면서 하이텔로 시작해 파란으로 이어지던 KTH의 온라인 커뮤니티 사업은 막을 내렸다.

KTH K쇼핑
KTH K쇼핑

하지만 2010년을 전후해 KTH는 얼굴인식 모바일 앱 '푸딩 카메라', 사진 기반 SNS인 '푸팅투' 등으로 심심찮은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으며, 2016년 현재 올레TV를 중심으로 한 IPTV용 콘텐츠 유통 사업, T커머스(양방향 TV쇼핑) 서비스인 'K쇼핑'등을 운영하며 상당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KTH의 정식 회사 명칭은 아직도 '케이티하이텔'이지만 2016년 현재, 이 회사의 사업 내용에서 예전 '하이텔'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살아남기 위해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꾼 탓이다.

세이클럽, 부침 속에서도 중장년 이용자 중심으로 명맥 유지 중

PC통신에서 웹 서비스로 온라인이 변화하던 1990년대 후반에는 정말로 많은 웹 기반 채팅 서비스가 문을 열었으며, '세이클럽(SayClub)' 역시 그 중의 하나였다. 지금은 게임 개발업체로 잘 알려진 네오위즈에서 1999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세이클럽은 2003년에 이용자 수 2천만 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으며, 아바타 및 동호회, 메신저 등의 서비스도 호평을 얻으며 한때는 인터넷 문화를 이끄는 주요 커뮤니티 중 하나로 등극하기도 했다.

세이클럽
세이클럽

하지만 '싸이월드'로 대표되는 미니홈피 서비스, '네이트온' 및 'MSN 메신저'로 대표되는 인스턴트 메신저가 2000년대 초중반에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세이클럽을 비롯한 웹 채팅 서비스의 인기가 시들해 졌으며, 2010년을 전후해 모바일 중심의 SNS가 급격히 성장하며 세이클럽의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세이캐스트 모바일 앱
세이캐스트 모바일 앱

세이클럽을 운영하던 네오위즈가 온라인 음원 서비스인 '벅스'를 2007년 인수한 후, 네오위즈의 온라인 서비스 부분인 네오위즈 인터넷을 통해 세이클럽과 벅스는 함께 운영되었다. 그리고 2015년, 네오위즈 인터넷이 NHN엔터테인먼트에 팔리며 '주식회사 벅스'로 이름이 바뀜에 따라 세이클럽 역시 벅스의 서비스 중 하나로 운영된다. 예전만큼의 활기는 없지만,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고정 이용자 층을 유지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 서비스인 '세이캐스트'도 모바일 환경과 결합, 음악 감상용 앱의 하나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싸이월드,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지금은 '호흡기' 연명

한국의 온라인 서비스 중 싸이월드(Cyworld) 만큼이나 극적인 오르내림을 거친 경우는 없을 것이다. 1999년, 작은 벤처기업에서 시작한 이 서비스는 당초에는 커뮤니티 중심의 소형 포탈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점차 각 사용자의 개성에 맞춰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미니홈피'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2000년대 초반에는 한국의 인터넷 문화를 이끄는 대명사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미니홈피 자체 외에도 사용자의 분신인 '미니미', 싸이월드 이용자끼리의 친분을 과시하는 '일촌',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한 사이버 머니인 '도토리' 등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 높은 가치를 인정 받아 2003년에는 대기업인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되기도 했다.

싸이월드
싸이월드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 등으로 해외 진출을 노렸으나 그다지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인터페이스나 부가 기능 등이 별다른 변화 없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막강했던 인기도 한 풀 꺾이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을 전후한 스마트폰의 대대적인 보급과 함께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SNS가 인기를 끌며 싸이월드의 인기는 급격히 식기 시작했다.

싸이월드 크라우드 펀딩
싸이월드 크라우드 펀딩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싸이월드는 2015년 10월, 기존 서비스를 구조와 인터페이스를 완전히 개편한 새로운 형태의 미니홈피인 '싸이홈(Cyhome)'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달라진 디자인에 기존의 주요 기능 중 하나였던 일촌평, 방명록 기능 등의 삭제, 그리고 접속 장애 및 버그 등으로 사용자들의 혹평을 받았다. 2016년 2월 말 현재, 싸이월드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서비스 개편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고 있지만, 목표액인 5억원의 12% 수준인 6,400만원 정도의 투자금액을 모았을 뿐이다. 싸이월드의 불투명한 미래는 현재 진행형이다.

MSN 메신저 흡수한 스카이프, 스마트 워크 솔루션으로 변신하기도

인스턴트 메신저는, 인터넷에 접속한 사용자끼리 PC를 이용해 간단한 텍스트 메시지나 데이터 파일을 교환할 수 있는 수단이다. 2000년을 전후하여 본격 보급되며 이메일이나 문자를 대체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각광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MSN 메신저(2005년 이후의 이름은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였다. 1999년에 처음 시작된 이 서비스는 한때 PC용 인스턴트 메신저의 대명사처럼 자리잡으며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MSN 메신저
MSN 메신저

하지만 2010년을 전후해 카카오톡, 라인과 같은 모바일 앱 기반 메신저가 대세가 되면서 이용자 수가 급감, 2013년에 자체 서비스를 중단하고 인터넷 기반 전화 및 채팅 서비스인 스카이프(Skype, 2011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로 통합되었다. 다만, MSN 메신저에 익숙했던 사용자들은 인터넷 전화 기능에 최적화된 스카이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상당수의 이용자들이 모바일 앱 기반 메신저로 이탈했다.

비즈스카이프
비즈스카이프

MSN 메신저를 흡수한 스카이프는 일반적인 전화 및 메신저에서 벗어난 사무용 종합 플랫폼, 이른바 '스마트 워크' 솔루션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응용 서비스도 있다. 한국에서는 LG유플러스에서 스카이프 기반의 기업용 통합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인 '비즈스카이프(Biz Skype)'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 전화기 및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다양한 기기를 클라우드로 통합 연동해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음성 통화 및 메신저, 화상 회의 등을 장소나 기기에 구애 받지 않고 할 수 있으며, 구성원의 상태 확인, 문서 공유 등의 부가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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