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의 스타트업 브랜드 만들기] 2. 브랜드 시공을 위한 기초 다지기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편집자주] 3D프린터 등의 디지털 기술과 소셜네트워크 대중화로 인해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브랜드 시장이 개인에게도 개방되는, 이른 바 '개인브랜드 시대(Individual Brand Generation)'가 열렸다. 트렌드라는 건 유행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촌스러운 것이 되지만, 개인의 창작물은 전세계에 걸쳐 새로운 다양성을 선사한다. 어쩌면 실리콘밸리 성공스토리에 자주 등장하는 '차고(garage)'는 이러한 개인브랜드의 발판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1인브랜드, 개인브랜드 시대를 맞아 브랜드에 대한 재미있는 스토리와 공감할 사례를 통해 '마이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정민의 '스타트업 브랜드 만들기'] 1. 메이커를 기억하세요? - http://it.donga.com/23695/

사람들은 대개 소유에 대한 열망이 크다. 명예, 자산, 건강 등을 갖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고, 또 그 정도에 따라 '금수저', '흙수저' 등의 비유로 서로를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름'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이름을 하나씩 부여 받고 세상에 작은 기록을 남기며 일생을 산다. 이름마다 그 고유한 삶의 기록이 묻어나듯이, 세상에는 수 없이 많은 사물이 있고 또 그 사물에는 각각의 사연이 담겨있다. 이 중 오랜 생명력과 가치를 가진 대상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우리는 이것을 브랜드(Brand)라고 한다.

브랜드란 무엇일까
브랜드란 무엇일까

브랜드가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기 어렵지만, 대부분 브랜드하면 떠오르는 제품이 적어도 하나는 있다. 브랜드는 어쩌면 예술과도 그 의미가 통할 수 있다. 즉 예술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예술이 어떤 것인지 떠올리는 막연한 관념은 갖고 있다. 그 관념이 여러사람에게 보편적으로 공감과 가치를 인정 받으면 '예술작품'이라 불리게 된다.

지난 연재에서 설명했듯, 디지털 기술과 문화 기술(Culture Technology, CT)의 확산으로 개인 브랜드 시대가 열리게 됐다. 누구나 자신만의 가치가 담긴 창작물이 있다면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네트워크의 혁명으로 경계의 벽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 연남동, 이태원 경리단길, 북촌마을, 그리고 지금은 퇴색됐지만 가로수길 등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디자인 창작물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장소였다. 독창적인 디자인 제품과 예술가들의 다양한 창작물은 우리가 흔히 보는 일반 제품과는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찌 보면 오래 전부터 개인 브랜드의 미래를 예상한 이들이 바로 예술가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그룹보다는 혼자를 중심으로 영감을 토대로 창작활동을 한다. 유망한 트렌드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위해, 다시 말해 팔리기 위한 제품이 아닌, 세상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조명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매우 독창적이지만 우리 일상과 삶에 연관된 주제들이 많아 공감대를 얻는다.

한가지 재미난 점은, 과거에는 예술가가 사망한 다음에 그들 작품이 조명을 받았지만, 산업화와 세계화가 진행된 후에는 팝아트 창시자 앤디워홀이나 제프쿤수처럼 생전에 대중과 소통하면서 사랑 받은 예술가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브랜드는 무엇일까? 이 역시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필자는 브랜드에 대한 간단한 철학을 통해 설명하려 한다.

브랜드는 어원으로 보면 여러 설이 있지만, '불에 달궈진다', '확인하다'의 의미를 담은 노르웨이 고어 'brndr'에서 유래됐다는 설과 16세기 초 위스키 제조업자들과 카우보이들이 무단복제를 방지하기 위해 썼던 말이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독자들은 브랜드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브랜드는 단순히 기업이나 제품 로고를 말하는 걸까? 아니면 제품을 뜻하는 걸까? 브랜드는 제품(기업)이나 서비스(만족)에 대한 본능적인 개인의 감성이다. 사람은 감성적, 직관적 존재이기 때문에 브랜드도 본능적인 감정으로부터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브랜드는 개인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지, 기업이나 시장, 대중에 의해 정의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랜드는 개인마다 그 정의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를 두고 '물아일체(物我一體)'라 말하면 어떨까.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은 구매를 결정하고, 다음에도 그 브랜드를 찾고 또 경험을 공유한다. 브랜드는 '무엇(구체적인)'이 아닌 '어떤 것(추상적인)'이다. 브랜드는 로고나 디자인, 제품이 아니라 '가치를 구성하는 요소'다.

브랜드는 '가치'를 동반한다
브랜드는 '가치'를 동반한다

일본의 '무인양품(‘MUJI',無印良品)' 제품을 두고 이른 바 '노 브랜드(No Brand)' 정책으로 성공한 기업이라고 말한다. 무인양품의 제품들이 로고나 라벨의 노출을 최소화하고 무색용기 등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무인양품은 유행을 쫓지 않는 간결한 제품과 불필요함을 철저하게 배제한 '노 디자인(No Design)'을 브랜드 철학으로 하는 것이지, 브랜드가 없다는 노 브랜드 정책을 추구하는 게 아니다. 상표와 디자인을 최소화해서 시장에서 차별된 가치를 전달하려는 브랜드다.

제품(Product)과 브랜드(Brand)의 차이는 제법 크다. 이 주제만으로도 책 한 권은 쓸 수 있을 정도지만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제품은 그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것이고, 브랜드는 그 기능에 가치를 더한 것이다. 때문에 일반 제품은 가성비를 고려한 수익이 중요하지만, 브랜드는 가치를 소비하는 이들의 공감과 가치가 중요하다. 일반 제품이 사용 범위가 훨씬 넣긴 하지만, 브랜드는 희소성이 있더라도 그 가치를 아는 이들에겐 가격이나 품질을 초월하는 그들만의 만족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종이를 자르는 세상의 모든 가위를 브랜드라고 할 순 없다. 누구에게는 종이만 잘 자르면 그만이지만, 또 누구에게는 종이 자르는 것 이상의 가치가 중요할 수 있다. 이것이 기업이 만든 범용 제품보다 개인이 만든 창의 제품이 브랜드로 잘 성장할 수 있는 이유다. 국내외에서 사랑 받는 브랜드를 살펴 보면 초기에는 가내수공업 형태로 시작한 사례가 셀 수 없이 많다. 만약 창업을 하려 거나 제품을 제작, 판매할 계획이라면, 소비자 분석, 상권 분석, 기술 특허 보다 먼저 자신 만의 재능을 탐구하길 권한다.

전 세계 약 4,000만 명이 이용하는 숙박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Airbnb)'와 헐릿웃 배우 조셉 고든 레빗의 클라우드 음반회사인 '히트 레코드(hitRECord)' 사례에서 볼 수 있듯, <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전세계 사람들과 공감하며 풀어가는> 사업 방향이 현재 시대에 적합한 브랜드 만들기의 기초다.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창업하거나 브랜드를 만들기 보다는, 자신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가장 재미 있어 하는 것을 창작하여 어딘가에 있을 가치 소비자를 찾아 내길 바란다. 그런 여러분을 응원한다.

글 / 김정민 (architect@brandarchitect.co.kr)

김정민_300
김정민_300
현 '브랜드 건축가(Brand Achitects)'이며 '브랜드 헌터(Brand Hunter)'. 국내 대표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와 '샤이니' 런칭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하이트진로그룹에서 신규 브랜드 런칭과 브랜드 마케팅을 전담한 브랜딩 전문가다. 현재는 한류 비즈니스 플랫폼과 전통 예술을 특화한 '모던한(modern 韓, 대표 조인선 디렉터)' 프로젝트를 전담하고 있으며, 미래부 창조경제타운 멘토 활동, 스타트업/성장기업 대상 히든챔피언 프로젝트 등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Marketing & Me(전자책 - http://ridibooks.com/v2/Detail?id=904000002)'가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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