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주마왕 같은 USB 메모리 - 커세어 보이저 GS 플래시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이문규 기자] 우리는 지금, 테라바이트급 하드디스크(HDD)와 SSD의 대중화로 인한 대용량 저장장치 시대에 살고 있다. 여기에 네트워크/인터넷 속도도 빨라지고, 클라우드 공유 서비스까지 가미돼어 기기간 데이터/파일 공유가 한결 간편하고 빨라졌다. 그로 인해 예전보다는 활용빈도가 줄었긴 하지만, 그래도 USB 메모리(혹은 USB 드라이브)는 아직까지 여러 환경에서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데스크탑/노트북 PC는 물론이고 TV나 스마트폰, 태블릿PC, 이외 각종 디지털/AV기기에 범용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과거 플로피디스크(FDD)가 그랬듯 시장에서 소멸되지 않기 위해 USB 메모리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변화를 했다. 이를 테면, 스마트폰(마이크로USB/라이트닝 포트)과 PC에 사용할 수 있는 'USB OTG(on-the-go)' 메모리, 파일 유출을 방지하는 보안 기능을 강화한 보안 USB 메모리, 지갑에 카드처럼 넣을 수 있도록 얇게 만는 카드형 USB 메모리,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초소형 USB 메모리, 인기 캐릭터로 포장한 팬시형 USB 메모리 등이 그러하다.

그렇다 한들 더 이상 신기할 것도 관심 가질 것도 없는 USB 메모리지만, 커세어(Corsair)가 만든 초고속 USB 메모리 '보이저(Voyager)' 시리즈는, '한번 사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했고, '제법 쓸모가 있다'는 평가를 내리게 했다. '끝판왕'보다 강력한 '우주마왕' 수준의 USB 메모리다. 다만 가격 역시 우주마왕급이지만...

커세어 하이엔드 USB 메모리, '보이저(Voyager)
GS'
커세어 하이엔드 USB 메모리, '보이저(Voyager) GS'

커세어는 주로 게이밍 키보드/마우스, PC튜닝용 메모리/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기)/케이스, SSD/USB 메모리 등 고성능 메모리를 개발, 생산하는 글로벌 브랜드다(1994년에 창립했고,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다). 국내에도 PC 성능/튜닝 마니아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국내 시장에는 '이노베이션 티뮤'를 통해 공식 수입, 판매되고 있다.

보이저는 자타공인 USB 메모리의 '원 어보브 올(One above all, 마블 캐릭터의 최강등급)'이라 할 만큼 막강한 사양과 성능을 뽐낸다. 이 리뷰에서 체험한 제품은 '보이저 GS 512GB' 모델이다.

무려 512GB의 USB 메모리
무려 512GB의 USB 메모리

그렇다. 512MB가 아니고 512GB다. 50GB도 아니고 512GB다. 웬만한 하드디스크 용량이다. 하드디스크든 USB메모리든 PC램이든, 하여튼 '메모리', '저장장치'라 불리는 모든 제품은 용량 크면 무조건 유리하다.

보이저 GS는 USB 메모리지만 512GB라는,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하는 매혹의 대용량을 갖췄다. 혹시 다른 것도 아니고 USB 메모리라는 말에, '요즘 누가 USB메모리 써?' 내지는 'USB 메모리가 512GB나 될 필요가 있나?'라 말한다면, 왜 커세어가 이걸 만들어 판매하는지 알려주려 한다.

보이저 메모리는 금속 재질로 덮힌 가스라이터 정도 크기며, 전체적으로 단단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졌다. 저가 USB 메모리는 사용/휴대하다 보면 파손 혹은 고장이 잘 나는데, 보이저는 이런 걱정 없이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겠다. 일반 USB 메모리보다 무게도 묵직하고, USB 마개 안쪽은 고무 재질로 채워 마개가 헐렁거리지 않도록 했다(비싼 제품답다). 이 정도 내구성이면 웬만한 높이에서 떨어뜨린다 해도, 발로 밟거나 무거운 물건에 눌린다 해도, 심지어 자동차 바퀴에 깔린다 해도 부서지지 않을 듯하다.

본체는 물론 마개까지 단단하게 만들어졌다
본체는 물론 마개까지 단단하게 만들어졌다

꼬리 쪽에는 작동 LED가 자그마하게 달려 있고, 줄이나 열쇠고리 등을 묶을 수 있도록 연결고리도 마련해 뒀다. 용량은 USB 연결부 금속 부분에 인쇄돼 있다.

파일 복사/이동 시 LED가 점멸된다
파일 복사/이동 시 LED가 점멸된다

외형은 이게 전부다. USB 메모리 외형이 별다른 게 있으랴. 작은 품질하자보증서 쪽지만 하나 들어 있을 뿐 내용물도 없다.

당연하겠지만, PC의 USB 포트에 꽂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보이저는 USB 3.0 규격을 지원하니, USB 3.0 포트에 꽂아야 제 속도를 발휘한다. 참고로 USB 3.0 지원 포트는 대개 연결부 안쪽 기판이 파란색으로 되어 있다.

PC USB 포트에 꽂으면 별다른 설치/설정 작업이 없이 바로 '이동식 미디어 장치'로 인식된다(윈도우7 기준). 이때 PC에 인식된 용량은 총 471GB. 512GB라면서 약 40GB는 어디 갔을까? 이는 사람의 계산법(10진법)과 컴퓨터의 계산법(2진법)이 달라 발생하는 차이니 제품을 의심할 거 없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http://it.donga.com/12846/를 참고).

512GB 메모리라도 사용가능 공간은
471GB
512GB 메모리라도 사용가능 공간은 471GB

40GB를 손해 본 것 같아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USB 메모리면서 470GB의 용량은 하드디스크를 연상케 한다. 이 작은 USB 메모리 안에 1GB 용량의 영화나 드라마를 470여 편 저장할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하지만 보이저 GS가 놀라운 건 용량도 용량이지만, 다름 아님 '속도'다. 현실과 동떨어진 USB 2.0/3.0의 공식적/이론적/논리적/홍보적 속도 수치는 걷어내고, 실제로 파일 복사/이동하는 속도는, 일반적인 USB 2.0은 물론 3.0 USB 메모리를 압도한다.

제품 포장 뒷면에 기재돼 있는 속도 측정치에는, 쓰기 최대 '초당 295MB', 읽기 최대 '초당 290MB'다(제조사가 윈도우 8에서 Crystal Disk Mark 3.0으로 테스트한 결과의 최대치). 물론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이 정도까지는 못 되겠지만, 다른 USB 메모리보다 월등히 빠른 것은 확실하고 분명하다.

리뷰어는 보이저 GS 512GB 메모리를 PC의 USB 3.0 포트에 꽂고, 1GB 대, 2GB 대의 영상 파일을 차례로 복사/이동하며 속도를 가늠했다. USB 2.0 메모리는 체급이 다르니 처음부터 배제했다, USB 3.0 일반 메모리는 파일 당 40초~1분 남짓 걸리는데, 보이저 GS는 아무리 길어야 10초 이내로 완료된다. 같은 USB 3.0 규격 메모리인데 성능 차이가 상당하다.

USB 3.0 메모리 vs 보이저 GS (6GB 파일
복사)
USB 3.0 메모리 vs 보이저 GS (6GB 파일 복사)

테스트 사진에서 보듯, USB 3.0 메모리로 1.9GB, 2.8GB, 6.5GB 영상 파일을 각각 복사하니 초당 15~18MB의 전송속도를 보였는데, 보이저 GS는 초당 100~110MB 전송속도를 유지했다. 물론 포장 뒷면의 '초당 290MB'까지는 못 되지만, 같은 규격의 일반 USB 메모리보다 10배 정도 빠른 셈이다. 10배 차이면 사실상 제품 비교가 불허한 정도다. 속도는 용량이 작은 파일을 복사할 때는더욱 빨라진다.

이왕 테스트하는 김에 리뷰어 역시 하드디스크 읽기/쓰기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Crystal Disk Mark'로도 돌려 본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다. 제조사가 공개한 최대치와 비슷하게 측정된다. 읽기 속도 초당 240~250MB, 쓰기 속도 280MB 정도다. 이건 거의 웬만한 하드디스크 성능 수준이다. USB 메모리의 끝판왕이라는 다른 사용자들의 찬사가 괜한 게 아닌 듯하다. 비싼 제품이라 비싼 값을 톡톡히 한다.

동일한 USB 3.0 규격인데도 속도차가
엄청나다
동일한 USB 3.0 규격인데도 속도차가 엄청나다

이런 빠른 속도와 대용량 공간은 PC 외 용도가 넓은 USB 메모리의 특성 상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리뷰어가 발견한 대표 사례는 IPTV 셋탑박스의 활용이다. 요즘 IPTV 셋탑박스는, USB 메모리를 꽂아 그 안에 저장된 사진이나 영상을 출력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초고속/대용량 보이저 GS 메모리는 이런 셋탑박스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미디어 장치다.

보이저 GS는 IPTV 셋탑박스에 연결할 때
유용하다
보이저 GS는 IPTV 셋탑박스에 연결할 때 유용하다

500GB에 육박하는 용량이니 한국/미국/일본 드라마 시리즈를 한꺼번에 저장해 연속 재생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드라마 1편이 대개 1GB 내외니 약 470편을 담을 수 있다. 전송속도도 빨라 셋탑박스 USB 포트에 꽂는 즉시 접근 가능하며, 큰 용량의 영상이라도 불러오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일반 USB 메모리를 사용하면 영상을 재생되기까지 2~3초의 딜레이(지연)가 있기 마련인데, 보이저 GS는 망설임 없이, 머뭇거림 없이 곧바로 영상이 재생된다. 평소 다른 USB 3.0 메모리를 자주 활용하던 리뷰어는 보이저 GS의 빠른 속도에 반응하는 셋탑박스가 마냥 신기했다.

이처럼 보이저 GS는 일반 USB 메모리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막강한 용량과 성능을 지녔다. 물론 그만큼 가격이 비싸긴 하다. 리뷰 모델인 보이저 GS 512GB는 커세어 홈페이지에서 354.99달러(2016년 2월 기준 약 43만 7,000원)이며, 해외 쇼핑몰 직구 시 50만 원을 훌쩍 넘는다. 512GB USB 메모리는 아직까지 제품이 다양하지 않아 가격대가 높긴 하지만, 보이저 GS가 다른 512GB USB 메모리보다 두세 배 정도 비싸다.

다만 괜히 비싸기만 한 건 분명히 아니다. 충분히 비싼 이유가 있고, 이 비용을 치를 여유나 용의가 있는 이들에게는 적합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초고속, 대용량 USB 메모리가 필요한 이들이라면 대용량 파일을 자주 다루고 자주 이동/복사해야 하는, 예를 들어, 실사출력 인쇄소 운영자나 영상/사진 편집자 등 전문직 종사자가 해당된다. 그들이 애용하는 USB 외장하드디스크보다 휴대/사용이 간편하고, 데이터 손상의 우려도 적고, 무엇보다 전송속도가 월등히 빠르기 때문이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서킷을 질주하는 F1(포뮬러원) 경주차량은 한 대에 수십 억, 수백 억을 호가한다. 일반 운전자에게 적합한 차는 아니지만, 필요한 누군가에 의해 정말 의미 있게, 가치 있게 활용된다. 커세어 보이저 GS USB 메모리도 그와 다름 없다. 일반 사용자가 호기심에 구매할 만한 제품은 아니지만, 어딘가 누구에게는 요긴하게 활용될 우주마왕 격의 초강력 USB 메모리다. 혹시 자신의 USB 메모리 사용 패턴이 그러하지는 않은지 한번 생각해 보라.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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