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캣 게이밍 기어 "상업적 요소보다 게이머 중심의 제품에 초점"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키보드와 마우스, 오랜 시간 PC 조작체계로 사용된 입력기기들이다. 키보드로 명령어를 입력하고,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다. 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업을 수행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다양한 입력장치가 개발됐지만, 여전히 키보드와 마우스는 PC의 입력체계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런 키보드, 마우스가 변화를 꾀하기 시작한 것은 e-스포츠가 주류로 부상하면서다. 상대와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더 좋은 성능을 갖춘 입력기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도 특별한 입력기기가 있었지만 팬심을 위한 것들이 주를 이뤘다. 이제는 게임을 더 쾌적하고 즐겁게 즐기기 위한 도구로 '게이밍 기어(Gaming Gear)'가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는 많은 브랜드들이 게이밍 기어를 내놓고 있다. 커세어나 레이저 등 유명 브랜드도 오랜 시간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곳에 도전장을 내민 브랜드가 있는데, 바로 로캣(ROCCAT)이다. 수입 유통사를 통해 국내 소개된 바 있지만 그렇게 주목 받지 못하다 최근에 유통사를 변경하면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로캣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지난 1월 27일, 한국을 찾은 피터 홀만(Peter Hollmann) 판매 총괄 이사를 만났다. 자리에는 이남재 제이웍스 마케팅 팀장과 로캣 아시아태평양 소속 담당자 2명이 동석했다.

피터 홀만 로캣 판매 총괄
이사
피터 홀만 로캣 판매 총괄 이사

< 피터 홀만 로캣 판매 총괄 이사. >

9년차 젊은 독일 기업이지만 유럽에서는 '톱3 중 하나'

종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처음 만난 피터 홀만 이사는 친근한 인상으로 기자를 반겼다. 얼핏 모 치킨 브랜드의 아이콘이 떠오를 법한 친근함이다. 하지만 로캣 브랜드와 게이밍 기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니 매우 진지하고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모습도 보여줬다. 국내 시장에 대한 열정도 읽을 수 있었다.

IT동아 : 만나서 반갑다. 일단 로캣을 잘 모를 독자를 위해 간단한 브랜드 소개 먼저 부탁한다.

피터 홀만 : 반갑다. 로캣은 독일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올해 설립 9년 차다. 처음 유럽에서 유통을 시작했고, 2~3년 전부터 미국과 아시아에 진출했다. 때문에 조금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독일에서 업계 1위, 유럽에서는 상위 3개 브랜드 안에 들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에서 브랜드 파워가 있는 건 아니다. 이건 우리가 늦게 진출한 것도 있고, 현재 유통사(제이웍스)를 만나기 전,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했던 것도 있을거다. 우리에게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그래서 제이웍스와 유통을 시작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글로벌 브랜드지만 현지 요구사항을 존중하고자 한다. 마케팅 전략 등도 국내 사정에 맞춰 진행하고자 노력할거고, 그러다 보면 브랜드 인지도도 꾸준히 상승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IT동아 : 국내 PC 게이밍 시장은 작은데,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나?

피터 홀만 : 작지만 성장한 시장이다. 소비자들은 높은 기술에 관심이 많다. 규모로만 따져보면 인도랑 완전 다른 시장이긴 한데, 그에 비해 한국은 소득 수준이 높지 않나? 그런 부분이 매력적인 시장이다.

피터 홀만 로캣 판매 총괄 이사
피터 홀만 로캣 판매 총괄 이사

제품 이름은 '핀란드어'에서 유래

IT동아 : 일단 제품 이름이 독특하다. 어디에서 유래한 건지 궁금하다.

피터 홀만 : 이거 이야기하려면 로캣의 설립 기원부터 가야 한다. 기업이 처음 설립됐을 때, 우리는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었다. 이것저것 찾다가 핀란드에 여러 호수가 있는데 그 중 로캣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이름 자체가 쉽고 기억하기 좋아 보여서 채택하게 됐고, 제품 이름에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 로캣의 마우스 이름 전부 핀란드어에서 유래했다.

사실, 단순히 핀란드어라고 해서 무작정 지은 건 아니다. 누구나 쉽고 기억하기 좋다고 하지 않았나? 루아, 코바, 키로, 니스 등 우리 제품 이름은 대체로 간단하다. 또한 사용자가 제품과의 일체감을 느끼는 부분까지 고려했다. 그냥 "어이~내 마우스 어디 있어?"라는 것보다 "내 키로는 어디 있어?"라면 더 친근해질 것이다.

게이머들에게 많은 영향 받는다

IT동아 : 게이밍 기어들은 저만의 특징을 품는다. 로캣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

피터 홀만 : 철저히 게이머를 겨냥한 기능과 성능이 우리 특징이다. 로캣의 대표는 프로 게이머였다. 때문에 새 제품을 개발하면 상업적인 요소보다 게이머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우리가 가진 인프라도 활용한다. 팀 로켓(Team ROCCAT) 프로게임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들의 의견을 받아 적극 반영하기도 한다. 개발 단계에서 특별한 디자인과 기능을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

IT 동아 : 기억에 남는 제품 하나를 꼽는다면?

피터 홀만 : 니스(NYTH)를 꼽는다.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버튼 많은 마우스가 아니라 편하게 쓸 수 있도록 고안했으니 말이다. 버튼의 배치나 각도 모두 대표가 직접 테스트하고 마음에 안 들면 여러 번 반려하기도 했다. 이를 거쳐 키로가 탄생할 수도 있었다.

IT동아 : 혹시 팀 로캣 말고도 다른 게이머들의 의견을 주고 받는지 궁금하다.

피터 홀만 : 그건 비밀이다. 게임마다 요구하는 기능이나 사양 같은게 있으니 그에 맞는 게이머들의 의견을 주고 받는다는 것 정도만 이야기 해줄 수 있겠다. 참고로 팀 로캣에 한국 선수가 있다. 고석현 선수인데, 로캣이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피터 홀만 로캣 판매 총괄 이사
피터 홀만 로캣 판매 총괄 이사

특유의 디자인은 '자동차'의 영향도 있다

IT동아 : 다른 마우스들과 비교하면 생김새가 조금 독특한데, 이유가 있나?

피터 홀만 : 디자인이라는 것은 분명 기술보다 앞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패션이 시대의 흐름을 읽고 반영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이런 것을 잘 반영한 것이 코바(KOVA)다. 게이머들의 편의성과 성능을 낼 수 있는 두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물론, 생산자와 공급자간 관계도 생각해야 한다. 제품을 처음 구상했을 때 센서나 스위치가 실제 존재하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하니까.

디자이너 중에 자동차 업계에 일했던 사람이 있다. 폭스바겐 그룹 출신이다. 물론 그것(디젤 게이트)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다.(웃음)

IT동아 : 그래서 자동차와 유사한 느낌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피터 홀만 : 그럴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특별한 디자인이 가능했던 이유다. 우리는 남들과 다르게 접근하려고 한다. 우리 신조는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하자는 것이다. 디자인부터 제품 설계, 생산, 출고에 이르는 과정을 우리가 다 직접 하고 있다. 소비자는 생김새 뿐만 아니라 최종 완성도에 대한 특별함도 느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부분을 인정 받고 있는 듯 하다.

IT동아 : 국내에서는 너무 화려한 게이밍 기어가 많아서 로캣 제품은 조금 밋밋하게 느껴진다.

피터 홀만 : 어허, 속을 꽉 채울 수 없는 사람이 겉부터 채운다고 했다. 독일차들을 봐라. 내가 독일 사람이라 그런 건 아니지만 BMW나 벤츠, 아우디 등을 보면 그렇게 화려하진 않다. 아닌 것도 있지만… 대체로 내실을 다지려고 한다. 겉치레가 아닌 실제 사용하는 사람이 제대로 기능을 경험하도록 하는 거다. 독일 사람들 특유의 취향이 잘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피터 홀만 로캣 판매 총괄 이사
피터 홀만 로캣 판매 총괄 이사

다양한 소비자 접점으로 영향력 키워 나갈 것

IT동아 : 유럽과 한국 시장의 차이가 있나?

피터 홀만 : 있다. 가장 큰 부분이 판매 플랫폼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이나 유럽은 양판점이 많다. 심지어 독일에는 1,800제곱미터 규모의 전자제품 전문 매장이 있을 정도다. 제품을 놓고 체험 가능한 여건이 잘 마련되어 있다. 한국은 그런 기회를 줄 장소가 제한적인 듯 하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는 점도 독특하다. 이건 확실한 건데, 유럽과 미국은 선택한 브랜드의 선호도가 높다.

IT동아 : 2016년 계획도 좀 들어보자.

피터 홀만 : 당연한 이야기지만 매년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기존 제품을 교체한 것도 있다. 일단 여러 게임 행사에 참여해 모습을 드러낼거다. E3부터 컴퓨텍스, 게임스컴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로캣을 알리겠다. 아, 참고로 E3는 일반인 대상 행사는 아니니 우린 기업 부스로 출전할 예정이다.

IT동아 : 지스타는 참여 안 하나?

이남재 : 이 부분은 내가 답변해 줘야 할 것 같다. 아직 언급할 시기는 아니지만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 참여 여부는 본사와 충분히 상의한 후에 결정하고자 한다.

피터 홀만 : 덧붙여, 우리는 현재 루아부터 코바, 콘 퓨어, 니스 등으로 이어지는 라인업 외에도 헤드셋의 출시도 준비 중이다. 렌가라는 이름의 헤드셋인데, 기대해도 좋다.

IT동아 : 혹시 VR에 대한 생각은? 그리고 콘솔 게임기용 입력기기는 출시하지 않나?

피터 홀만 : 흥미로운 시장임에 틀림 없다. 우리도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우린 입력장치 기업이다. 아직 키보드와 마우스에 집중하고자 한다. 향후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바뀌더라도 그 안에 로캣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 약속한다.

게임기용 입력장치에 대해서는 아직 고려 대상이 아니다. 확실하게 좋은 제품을 내놓자는게 우리의 기본 방침인데, 그냥 남들 찍어내는 거 비슷하게 만들어 내는 수준이면 의미가 없다. 시장이 불명확한 부분도 문제다.

피터 홀만 로캣 판매 총괄
이사
피터 홀만 로캣 판매 총괄 이사

피터 홀만 이사와 약 1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눠보니 로캣의 확고한 디자인 언어와 품질에 대한 철학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로캣을 국내 상위 게이밍 기어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도 충분히 느껴졌다. 그의 열정적이고 진지한 모습은 친근한 외모와 사뭇 달랐다.

인터뷰 중간, 자사 제품 디자인을 복제하는 일이 늘었다며 이에 대처하는 모습은 기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복제 제품이 있다면 법적 대응을 할 법 하지만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한 편으로 싫지만, 그만큼 인정 받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글 / IT동아 강형석(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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