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의 틀에 구애 받지 않겠다'는 후지필름 X 시리즈, 성공할까?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우리(후지필름)은 APS-C 규격이 미러리스 카메라에 최적이라 생각한다. 풀프레임은 100여 년 전, 라이카가 만든 규격이다. 기술이 진화한 지금, 센서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기에 더 이상 과거 포맷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이다 토시히사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 대표는 2016년 1월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자사 미러리스 카메라 진출 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다 토시히사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
대표
이다 토시히사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 대표

< 이다 토시히사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 대표. >

그의 발언은 주요 카메라 제조사는 물론, 펜탁스까지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활용한 카메라를 선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후지필름이 뒤늦게 풀프레임 시장에 뛰어들어 새 도전을 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 보다는 현재 미러리스 카메라 플랫폼의 완성도를 더 높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비교 대상은 라이카였다. 풀프레임 이미지센서의 근원이 되는 35mm 필름 규격은 라이카가 제안한 것이다. 필름 시절 35mm는 표준이어서 계속 쓰였을지 몰라도 현재는 반도체 기술 향상으로 APS-C 규격 이미지센서 경쟁력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이다 토시히사 대표는 새 카메라의 화질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X-프로(Pro)2에 탑재된 3세대 엑스-트랜스 씨모스(X-TRANS CMOS) 센서는 화질이나 감도 측면에서 동급 화소의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와 비교해 뒤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지필름 센서 설명
후지필름 센서 설명

< 후지필름은 자사의 X-Trans CMOS III가 3,600만 화소 풀프레임 센서보다 화질이나 감도 모두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

후지필름은 X 시리즈 도입 5주년과 함께 2016년을 프리미엄 하이엔드 카메라 공략이 본격화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카메라 시장 축소 흐름에도 프리미엄급 제품은 꾸준히 수요를 이어갔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를 위해 전문가 층을 비롯한 하이-아마추어(수준 높은 취미 사진가)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을 선보여 주요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활동 영역도 넓힌다. 지난해 전국 주요 도시에 설치한 '후지필름 체험존'에 이어 오는 4월에는 소니와 캐논, 삼성, LG 등 주요 가전 브랜드가 모여 있는 학동 사거리에 '후지필름 포토스페이스'를 마련해 소비자들간 접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X-PRO2, X70 등 다양한 기종의 카메라 선보여

이날 후지필름이 공개한 카메라는 최상위 기종인 X-Pro2와 중급기에 해당되는 X-E2S, 콤팩트 하이엔드 카메라 X70 등 3종이다. 이 외에 외장 스트로보 1개와 최대 망원 400mm까지 촬영 가능한 후지논 XF 100-400mm f/4.5-5.6 렌즈도 함께 공개했다.

X-Pro2는 이날 발표된 후지필름 카메라 중 유일하게 최신 기술이 접목됐다. 2,400만 화소가 집적된 X-Trans CMOS III와 새로 개발한 엑스 프로세서 프로(X Processor Pro) 영상처리 엔진을 통해 고화소 이미지를 빠르게 기록한다. 전작인 X-Pro 1과 비교하면 성능이 크게 향상되어 쾌적한 촬영이 가능하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후지필름 X-Pro2
후지필름 X-Pro2

광학식과 전자식을 합친 어드밴스드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는 어드밴스드 하이브리드 멀티 뷰파인더로 업그레이드 됐다. 간단한 레버 조작으로 광학식과 전자식을 오가며, 전체 영역 외에 특정 영역만 따로 보여줘 초점을 더 세밀하고 정확히 검출하도록 돕는다.

후지필름 카메라의 특징 중 하나였던 필름 시뮬레이션 기능은 아크로스(ACROS) 모드가 새로 추가되면서 표현 영역을 넓힌다. 흑백사진을 위한 아크로스는 섬세한 질감과 풍부한 계조 표현에 맞춰 개발됐다.

본체는 플래그십이라는 이름에 맞게 마그네슘 합금과 다이얼에 알루미늄 등 고급 재질을 적용해 완성도를 높였다. 방진방습 성능 확보를 위해 카메라 61개소에 먼지와 물기의 침투를 막는 실링 처리가 이뤄진 점도 돋보인다. 2월 출시 예정인 X-Pro2의 가격은 199만 9,000원에 책정됐다.

후지필름 X70
후지필름 X70

< 후지필름 X70과 21mm 광각 어댑터. 어댑터 후드가 특이하게도 고무로 만들어졌다. >

X70은 앞서 선보인 바 있는 X100 계열의 하위 라인업이다. 35mm 환산 28mm의 광각 단렌즈를 달았고, 조리개는 f/2.8로 풍경부터 가벼운 일상 촬영까지 처리하기에 유리하다. 크기는 340g으로 줄었고 셀프 촬영이 가능한 틸트 액정을 달았다.

그러나 X-Pro2와 달리 이전 세대인 X-Trans CMOS II와 EXR 프로세서 II를 탑재한 점이 아쉽다. 오는 1월 28일 출시 예정이고 가격은 89만 9,000원에 책정됐다.

프리미엄 고지 노린 X 시리즈 성공할까?

제품은 준비됐고, 공격적인 활동까지 예고하고 나섰으니 이제 그들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해야 할 듯 하다. 이다 토시히사 대표나 임훈 부사장 등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 관계자들은 X-Pro2나 X70 등이 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제품 위치나 가격 등을 고려하면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카메라 브랜드가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어서다.

X-Pro2 후면
X-Pro2 후면

X-Pro2의 가격은 199만 9,000원이다. 35mm 필름 환산 시 초점거리가 1.5배 증가하는 APS-C 센서가 탑재됐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이라는 4K 동영상 촬영도 지원하지 않는다. 내세우는 것이라고는 필름 제조기술과 렌즈 가공 능력 정도다. 마그네슘 합금 본체나 방진방습 등 카메라 본체 자체의 완성도는 있어도, 시대에는 조금 뒤쳐진 느낌이다.

반면, 비슷한 가격대에 소니 A7M2가 포진한다. 185만 9,000원이다.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에 4K 기능은 없으나, 전문 장비 수준의 고화질 풀HD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마그네슘 합금 본체와 방진방습 설계도 동일하다. 게다가 카메라 본체에 손떨림 방지 기능도 포함되어 있다. X-Pro2는 렌즈에 손떨림 방지 기능이 탑재되지 않으면 쓸 수 없다.

X70도 마찬가지다. 임훈 부사장은 중저가 시장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 카메라는 성격으로 볼 때 중고가에 설정되는 제품군이다. 89만 9,000원이라는 가격은 제품 사양을 고려하면 매력적일 수 있지만 조금만 돌아보면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 비슷한 가격대의 고성능 미러리스 카메라를 구매해도 되고 휴대성이 더 강조된 프리미엄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를 구매할 수도 있다.

심지어 철 지난 제품이어도 성격이 같은 X100S는 인터넷 최저가가 78만 원 선(2016년 1월 26일 기준)이다. 이 외에 중고 시장에서 상위 제품을 비슷한 가격에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후지필름의 2016년이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은 이유다.

겉만 그럴 듯한 프리미엄에 집착하기 보다 완성도를…

후지필름 X-Pro2
후지필름 X-Pro2

X 시리즈는 등장 초기부터 '프리미엄'을 겨냥했다. 첫 등장한 X100은 밝은 단렌즈와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주목 받았지만 159만 8,000원이라는 높은 가격과 조리개 결함관련 논란이 일었다. 해당 제품은 무상수리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이 이뤄졌지만 이미지에 흠집이 생기기에 충분했다. 이후 문제를 해결한 X100S를 선보이기도 했다.

프리미엄 콤팩트 카메라를 지향했던 X10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특정 조명 하에서 밝은 부분이 원형으로 날아가는 화이트 홀 현상이 발생했다. 심지어 X10으로 촬영한 메모리 카드를 애플 제품과 연결한 다음 카메라에 꽂으면 일정 시간 먹통이 되는 문제도 있었다. 이후 펌웨어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지만 해결까지 걸린 시간이 오래 걸려 사용자의 불편을 초래했다.

X-Pro1도 결함이 없다 말하기 어렵다. 초기에는 자동초점 성능이 느렸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펌웨어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동영상이 기록되지 않아 재빨리 수정 펌웨어를 배포한 바 있다. X-T1은 일부 제품에 카메라 내부로 빛이 들어와 결과물에 영향을 주는 빛샘 현상이 주목 받기도 했다.

X-Pro2나 X70 등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X-Pro2는 셔터를 누르니 0.5초 정도 늦게 초점을 잡는 모습을 보여줬다. 극한 상황을 고려해 반셔터를 여러 번 눌러보니 아예 포기한 듯 초점을 잡지 않기도 했다. X70의 렌즈 어댑터는 후드가 고무로 만들어진 참신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또는 보관하면서 후드가 갈라지거나 색이 변하는 문제가 발생할지 모를 일이다. 더운 여름에는 고무가 늘어나 렌즈에서 이탈하는 문제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 관계자 어느 누구도 렌즈 어댑터에 왜 고무를 채택했는지 속 시원히 대답해 주지 못했다.

모든 디지털 제품은 완벽할 수 없다.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DSLR 카메라 제조사들도 각자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 각 제조사들은 꾸준한 기술 개발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후지필름도 마찬가지겠으나 조금 더 완성도를 높여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로써 가치를 인정 받길 바란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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