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에 머무르고 있는 영수증 처리를 디지털로 바꿔라 – 자비스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10년 전 대학 연구실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경비 내역을 보고하기 위해 영수증을 종이에 풀로 붙이고, 관련 내용을 엑셀로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세상은 변했다. 우리 업무의 많은 부분이 스마트해졌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지금도 경비 내역을 보고하기 위해 영수증을 종이에 붙이고, 엑셀 작업을 하고 있다. 경비 처리 업무는 스마트와 디지털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기회가 있다."

김범섭 자비스 대표가 한 말이다.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문서도구의 도입으로 스마트워크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제 기업 구성원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자율출퇴근제와 맞물려 스마트워크는 기업 구성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히는데 큰 역할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스마트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업무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비 처리(영수증 처리)’다. 기업 활동을 하기 위해 현찰 또는 신용카드로 경비를 처리하고, 사용내역을 정리한 엑셀문서에 영수증을 첨부해서 결제를 올리는 것. 기업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작업이다. 오늘도 수많은 직장인이 경비 처리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자비스(Jobis)는 이러한 경비 및 영수증 관리 업무를 대신 처리해주는 서비스다. 원리는 간단하다. 사용자가 영수증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올리면 이를 바탕으로 경비 처리 문서를 대신 작성해서 사용자 또는 관리자에게 발송해준다. 김 대표를 만나 자비스가 어떤 서비스인지, 사용자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지 자세히 물어봤다.

김범섭 자비스 대표, 오효상 매니저, 김정훈
매니저
김범섭 자비스 대표, 오효상 매니저, 김정훈 매니저

<(왼쪽부터) 김범섭 자비스 대표, 오효상 CTO, 김정훈 UX디자이너>

Q. 자비스는 어떤 서비스인가? 자세히 알려달라.

A. 영수증 관리 등 사용자의 경비 처리를 대신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기업 구성원들의 잡무를 줄여 기업의 생산성을 더욱 향상시켜주는 것이 목표다.

일반 회사의 영수증 관리 프로세스를 살펴보자. 직원들이 회사 업무를 위해 사용한 비용을 개인 카드 또는 법인 카드로 결제 후 사용 내역을 엑셀로 정리하고 영수증을 첨부해서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매우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작업이다. 많은 직원이 이렇게 비효율적인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자비스 앱으로 영수증 사진을 찍어서 업로드하면 사용 내역을 영수증과 함께 정리해서 사용자 또는 기업 경비 관리자에게 이메일로 전송해준다. 번거로운 작업을 하지 않아도 손쉽게 DB(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

물론 기존에 유사한 서비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광학식문자판독기(Optical Character Reader, OCR)를 활용해 문서를 대신 판독해주는 서비스가 존재했다. 하지만 OCR의 정확도는 80% 수준에 불과하다. 이정도 수치로는 상용화가 어렵다. 이것도 기계가 모든 문자를 인식할 수 있게 정확히 촬영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은 상태에서 나온 수치다. 게다가 사람이 손으로 직접 쓴 문서는 아예 판독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자비스는 현재 영수증 판독을 전담하는 10여명의 인원을 두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수증을 비롯한 문서 판독은 아직까진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 사람이 문서를 판독하면 98% 정도의 정확도를 보여준다. 게다가 사람은 글자가 조금 흐릿하더라도 충분히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자비스는 지난해 11월 알파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번 달 중으로 일반 사용자와 기업을 대상으로 정식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현재 2,000명 정도의 인원이 자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올해 내로 1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자비스
자비스

Q. 왜 영수증 처리는 지금까지 혁신이 없었는가?

A. 제도적인 이유 때문이다. 영수증을 포함한 증빙서류를 5년 동안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 제도 탓에 기업은 경비 처리를 위해 구성원들에게 반드시 실물 영수증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제도도 변했다. 2015년 1월부터 법인카드를 포함해 모든 영수증을 전자로 보관할 수 있게 된다. 공인된 전자문서 보관소 뿐만 아니라 회사 내부의 자체 전자문서 보관소에 증빙서류를 보관해도 무방하다. 때문에 자비스가 등장할 수 있었다.

Q. 자비스의 향후 발전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A. 현재 자비스는 기업 구성원들의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향후에는 기업 관리자의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서비스도 추가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것이 법인 카드 관리 서비스다. 많은 소규모 기업과 스타트업이 경비가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 사용됐고, 전월 또는 전년 대비 얼마나 증감했는지 내역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는다. 기업 구성원의 경비 사용 내역을 취합해, 회사 경비가 매달 얼마나 사용됐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리포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경영지원 업무를 해줄 인력이 모자란 곳에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기업 관리자가 전산으로 보관되어 있는 증빙서류와 카드회사 별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경비 사용 내역을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자비스 매니저'를 준비 중이다. 자비스 매니저는 곧 출시된다.

자비스스매니저
자비스스매니저
<자비스 매니저>

궁극적으론 영수증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데 따르는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서비스가 목표다. 영수증 관리 같은 기본 기능은 계속 무료로 제공하고, 다양한 유료 부가서비스를 덧붙이는 형태로 운영할 예정이다.

자비스와 별개의 서비스이지만, 자체 전자문서 보관소를 구축하길 원하는 기업을 위해 전자문서 보관소를 대신 개발해주는 서비스도 선보일 것이다.

Q.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어려움은 없는가?

A. 가장 큰 장벽은 사람들의 인식이다. 많은 사용자와 기업이 증빙서류 관련 제도가 변했다는 것을 모른다. 게다가 실물 영수증을 첨부하는 기존 방식에 익숙해진 사용자와 기업이 많다.

변하지 않는 사용자와 기업은 어쩔 수 없다. 그것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다. 때문에 변화를 수용하는 사용자와 기업이 타겟이다. 변화를 수용하는 사용자와 기업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고, 기존 방식에 익숙한 사용자와 기업도 함께 변할 것이라 기대한다. 제아무리 익숙하더라도 아날로그로 영수증을 관리하는 방식은 디지털로 영수증을 관리하는 것보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자비스 로고
자비스 로고

김범섭 대표는?

다양한 IT 서비스 개발에 참여하고, 많은 IT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베테랑 창업가다. 카이스트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2008년 위자드웍스의 위젯 마케팅 담당자로 스타트업 업계에 발을 디뎠고, 2009년 ITH를 창업하고 소셜커머스 그루폰코리아의 최고기술책임자를 겸직했다. 이후 드라마앤컴퍼니를 창업하고 리멤버 서비스를 만드는 등 다양한 스타트업을 거쳐 작년 8월 자비스&빌런즈를 창업했다. 언제나 새로운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모험가형 CEO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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