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태풍? 미풍? 국내 서비스 개시한 '넷플릭스' 써보니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간밤에 깜짝 발표가 있었다.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넷플릭스 최고경영자가 CES2016의 기조연설자로 나와 한국을 포함한 130여개의 국가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힌 것이다. 사용자는 바로 오늘(7일)부터 국내에서도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과거 넷플릭스는 북미, 서유럽, 일본 등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번 발표를 통해 죽의 장막에 가려진 중국, 핵의 장막(?)에 가려진 북한, 정세가 매우 불안정한 시리아와 크림반도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17개국 언어를 지원했지만, 이제 한국어를 포함한 21개국 언어를 지원한다.

헤이스팅스 최고경영자는 "넷플릭스는 오늘부로 글로벌 인터넷 TV 네트워크로 새롭게 태어났다"며, "전세계 사용자들이 넷플릭스의 TV프로그램과 영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3가지 성공 비결

넷플릭스가 대체 어떤 서비스이길래 언론과 많은 사용자가 관심을 보내는 걸까? 넷플릭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VOD) 업체다. 동영상 스트리밍 형태로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을 제공한다.

현재 6,5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고, 작년 북미에서 발생한 인터넷 트래픽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은 뭘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첫 번째 성공 비결은 월 정액제라는 것이다. 매달 일정 금액만 내면 넷플릭스에 존재하는 콘텐츠를 무제한 감상할 수 있다. 새로 나온 콘텐츠라고 해서, 인기있는 콘텐츠라고 해서, 독점 콘텐츠라고 해서 돈을 더 내라는 경우는 없다. 게다가 콘텐츠를 감상하기 전에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된다. 프리미엄 콘텐츠에 별도의 가격을 매기고, 콘텐츠 감상에 앞서 종종 광고를 트는 경쟁 서비스와 차별화된 부분이다.

넷플릭스의 요금제는 월 7.99 달러(약 9,600원)인 베이직, 월 8.99 달러(약 1만 800원)인 스탠다드, 월 11.99 달러(약 1만 4,500원)인 프리미엄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차이점은 '콘텐츠의 화질'과 '동시에 로그인할 수 있는 기기의 숫자'다. 하나의 아이디로 베이직은 SD급 화질의 콘텐츠를 1대의 기기에서, 스탠다드는 HD급(풀HD 포함) 화질의 콘텐츠를 2대의 기기에서, 프리미엄은 UHD급 화질의 콘텐츠를 4대의 기기에서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이러한 가격 정책은 국내에서도 동일하다.

넷플릭스 요금제
넷플릭스 요금제
<넷플릭스의 요금제>

즉, 특정 콘텐츠를 감상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구조 대신 콘텐츠의 화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가격 전략을 바탕으로 다양한 계층의 사용자를 포섭할 수 있었다. 구형 TV를 보유한 사용자는 베이직, 풀HD TV를 보유한 사용자는 스탠다드, UHD TV를 보유한 사용자는 프리미엄 요금제에 가입하는 식이다. 사용자 역시 자신의 디스플레이 수준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또한 요금제 간의 가격 차이가 생각보다 별로 나지 않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UHD급 디스플레이를 갖출 정도로 경제력이 있는 사용자라면 이정도 가격 차이는 큰 부담이 없을 터. 덕분에 UHD TV와 모니터가 보급 됨에 따라 프리미엄 가입자도 함께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조나단 프리드랜드 넷플릭스 홍보 총괄은 "넷플릭스는 오직 하나의 가격으로 모든 콘텐츠를 제공한다. 특정 콘텐츠에 개별적인 추가 요금을 부여하는 경우는 없다. 넷플릭스는 절대 추가 과금과 같은 가격 전략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나의 가격, 하나의 경험이 바로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의 두 번째 성공 비결은 특정 기기나 회사(인프라)에 종속되지 않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넷플릭스에 가입한 사용자는 사용 중인 인터넷 회선이 무엇이든 간에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인터넷 회선에 종속되어 있는 경쟁 VOD 서비스와 대조적이다. 타 VOD 서비스는 인터넷 회선(무선통신 포함)을 교체하면 VOD 서비스도 해당 회선 사업자의 것으로 교체해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때 기존에 구매하거나 임대한 VOD 서비스는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였다.

넷플릭스는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기기라면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다. PC,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TV, 비디오게임기(PS4, 엑스박스 원) 등 1,000개가 넘는 기기가 넷플릭스를 지원한다. 특정 셋톱박스나 스마트폰이 있어야 감상할 수 있는 경쟁 VOD 서비스보다 사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프리드랜드 총괄은 "넷플릭스는 처음 시작부터 모든 디바이스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며, "VOD 서비스를 시작하고 바로 관련 API를 공개해 사용자들이 PC,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비디오게임기 등 다양한 기기에서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세 번째 성공 비결은 독점 콘텐츠다. 넷플릭스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 사용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우스 오브 카드', '마르코폴로', '데어데블' 등 양질의 콘텐츠를 콘텐츠 제작사와 함께 제작해 호평을 받았다. 넷플릭스의 독점 콘텐츠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히 촬영한 후 전편을 일시에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급박한 촬영 일정 때문에 콘텐츠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넷플릭스는 2016년에만 600시간 이상 분량의 독점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UHD TV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넷플릭스의 독점 콘텐츠는 모두 4K 또는 아이맥스(HDR) 해상도로 촬영된다. 독점 콘텐츠는 미국에서 제작된 것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국내 진출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국내 유명 콘텐츠 제작자와도 손을 잡았다. 넷플릭스는 '설국열차'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에 5,000만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옥자가 넷플릭스의 독점 콘텐츠인 것은 아니다. 극장 상영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
하우스 오브 카드

편리한 가입, 모든 기기에서 감상이 매력적

이러한 넷플릭스를 직접 사용해봤다. 넷플릭스는 홈페이지 또는 앱에서 가입할 수 있다. 가입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자신의 이메일 계정과 비밀번호를 적은 후 결제를 위한 신용카드 정보(이름, 카드번호, 유효기간, CVS 번호)를 입력하면 가입이 마무리된다. 주민등록번호나 주소 같은 불필요한 정보는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15초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넷플릭스 기본 화면
넷플릭스 기본 화면
<넷플릭스 기본 화면>

가입 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영화 3개를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맞춰 비슷한 성향의 영화와 드라마를 추천해준다. 또한 사용자가 감상한 영화와 드라마 리스트를 취합해 이와 유사한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도 추천해준다. 물론 사용자가 직접 영화 이름을 넣어서 검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입이 마무리되면 PC와 맥에선 웹 브라우저를 통해, 스마트폰과 스마트TV 그리고 비디오 게임기에선 앱을 통해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다.

화질은 처음 선택한 요금제와 인터넷 회선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설정된다. 인터넷 속도가 느리면 SD급, 무선 인터넷은 HD~풀HD급,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면 풀HD에서 UHD급 영상을 보여준다. 인상적인 것은 UHD를 지원하는 영상이 생각보다 매우 많다는 것이다. 최신 영화와 드라마는 대부분 UHD 해상도로 감상할 수 있다. UHD급 영상이 부족한 국내 VOD 서비스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가족들을 위한 별도 프로필 기능도 제공한다. 가족이라도 취향은 제각각이다. 가족 별로 프로필을 달리 관리하면 개개인 취향에 맞는 영화와 드라마를 추천받을 수 있다. 프로필은 최대 5개까지 추가할 수 있다.

모든 콘텐츠에는 자막이 함께 제공된다. 다만 국내 VOD는 한국어 음성이 나오기 때문에 당연히(?) 자막이 없다.

마르코폴로
마르코폴로
<넷플릭스로 드라마 '마르코 폴로'를 감상하는 모습>

넷플릭스로 감상 중인 콘텐츠는 클라우드 동기화 기능을 통해 어디서나 이어볼 수 있다. 출퇴근 길에 모바일 기기로 감상하던 도중 집에 도착하면 TV에서 감상한 부분부터 이어볼 수 있다는 뜻.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는 어떤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나?

넷플릭스는 어떤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관계자는 현존하는 대부분의 기기에서 감상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PC와 맥에선 당연히 감상할 수 있다. HTML5를 지원하는 최신 웹 브라우저(크롬, 파이어폭스, IE11, 엣지 등)를 설치하고 넷플릭스 홈페이지에 로그인하면 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안드로이드, iOS)에선 넷플릭스 앱을 설치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웹 브라우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기술적으론 가능하나, 앱 설치를 유도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막고 있다. 앱의 사용자 환경은 웹과 동일하다,

넷플릭스 모바일
넷플릭스 모바일
<넷플릭스 앱>

TV로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스마트TV 앱 장터에 접속해 넷플릭스 앱을 내려받거나, 크롬캐스트를 연결해야 하다. 타이젠이(삼성전자)나 웹OS TV(LG전자)의 앱스토어에 접속하면 넷플릭스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또는 크롬캐스트를 TV에 연결하면 바로 TV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국내 IPTV 셋톱박스에서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디오게임기는 북미 계정으로 로그인한 후 PSN 또는 엑스박스 라이브에서 넷플릭스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콘텐츠 부재와 결제 시스템 미비가 실망스러워

실망스러운 점도 몇 가지 눈에 띈다. 일단 콘텐츠가 너무 부족하다. 아니, 세계 최대의 VOD 서비스가 콘텐츠 부족에 시달린다니?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VOD의 양이 북미에서 서비스하는 VOD보다 택도 없이 모자라기 때문. 라이선스 또는 로컬라이징(자막 추가)의 문제 때문에 서비스 제공을 위한 최소한의 숫자만 갖추고 서비스를 시작한 상태다. 유명 영화(예를 들어 배트맨, 해리포터 등)와 미국 드라마가 검색되지 않는다. 심지어 독점 콘텐츠 가운데 가장 유명한 '하우스 오브 카드'도 없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하고, 로컬라이징을 진행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추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다들 예상한 부분이지만, 국내 콘텐츠의 양도 모자라다. 2014년에 공개된 영화와 드라마가 최신 콘텐츠(?)라고 버젓이 올라와 있다. 국내 VOD를 따라잡지는 것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많이 쳐지는 것은 곤란하다. 2015년 콘텐츠 확보가 절실하다.

넷플릭스 한국콘텐츠
넷플릭스 한국콘텐츠
<넷플릭스가 보유한 국내 콘텐츠, 너무 구식이다>

결제 시스템도 실망스럽다. 15초만에 결제가 마무리 되는 것은 매력적이나, 이는 해외 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를 보유한 사용자에게나 해당되는 사항이다. 해외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신용카드를 보유한 사용자 또는 신용카드를 보유하지 않은 사용자는 서비스를 이용조차 할 수 없다. 게다가 원화 결제가 아닌 달러 결제만 가능하다. 환율변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 관계자 역시 이러한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루빨리 내수용 신용카드와 핸드폰 소액결제를 지원할 예정"이라며, "넷플릭스 기프트 카드도 국내에 발매해 사용를 끌어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 시작, 국내 미드 마니아를 적극 공략해야

넷플릭스가 국내 VOD 사업자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계의 시각을 보내는 곳이 많다 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넷플릭스가 국내 VOD 사업자를 제치고 한국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로컬 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이라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다.

국내 사용자가 원하는 킬러 콘텐츠인 국내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은 이미 국내 VOD 사업자가 꽉 잡고 있다. 넷플릭스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게다가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국내 시장이 넷플릭스가 심혈을 기울일 정도(예를 들어 중국이나 일본)로 엄청나게 큰 것도 아니다.

때문에 넷플릭스는 자신의 장기인 글로벌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 국내의 '미드(미국 드라마)'와 영화 마니아를 적극 공략해야 한다. 사용자들이 넷플릭스에게 바라는 것도 이것이다. 첫술에 배 부를 수는 없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IPTV 또는 '어둠의 경로'로 목마름을 달래온 국내의 미드, 영화 마니아에게 넷플릭스가 단비의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넷플릭스는 처음 가입하면 한 달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한 달이 지나면 신용카드로 멤버십 요금이 매달 자동 결제된다. 서비스를 잠깐 체험하려는 사용자라면 한 달이 지나기 전에 반드시 설정 > 계정으로 들어가 멤버십을 해지해야 한다. 물론 넷플릭스를 계속 사용할 계획이라면 해지하지 않아도 된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넷플릭스, 콘텐츠를 조금만 더 보강하면 무료한 출퇴근길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