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IT총결산] 가상현실 (1) - 시장 동향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8월 4일,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는 2016년 전세계 가상현실(VR) 기기 시장 규모는 1,400만 대로 늘어날 것이며, 2020년에 이르면 3,800만 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동안 개발자용 기기로만 선보였던 오큘러스VR을 필두로 내년초 많은 업체들이 소비자용 가상현실 기기 보급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오큘러스VR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소니, HTC 등 주요 IT 기업도 가상현실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 가상현실 시장의 파급력이 스마트 시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앞지를 것이라는 분석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이며, 오는 2016년을 가상현실 성장의 원년이라 일컬어도 좋을 기세다.

다양한 가상현실 기기의 등장과 함께, 가상현실 생태계를 뒷받침하기 위한 콘텐츠 업계도 분주하다. 구글은 유튜브를 통해 360도 동영상을 하나씩 선보이기 시작했으며, 국내외 게임업체들도 가상현실 기기를 지원하는 게임을 속속 발표, 준비 중이다. 또한, 동영상, 게임뿐만 아니라 건설, 의료, 항공, 국방 등 다양한 산업도 가상현실 기술을 도입해 활용할 준비를 마쳤다.

한편, 최근에는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VR 단말기가 출시되고 있으며,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등장하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 카드보드. 종이와 렌즈, 고무밴드 등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형태의 카드보드는 누구나 재료를 구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형태로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이후, 20~30 달러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의 VR 단말기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 VR 단말기 확대와 함께 업계는 오는 2016년을 VR 확산의 전환기가 될 것이라 예상 중이다.

구글 카드보드 2
구글 카드보드 2

2016년을 기대 중인 VR 업계

2015년, VR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미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올해 초 삼성전자는 '기어 VR'을 통해 경주 내 관광명소를 VR로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용자가 간단한 조작만으로 불국사, 석굴암 등 명소를 직접 방문해 체험하는 것과 동일하게 해당 명소를 둘러볼 수 있도록 제공한 것. 이외에도 VR로 촬영한 국내외 뮤직비디오, 동영상 등 관련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삼성 기어VR
삼성 기어VR

최근에는 VR을 활용해 실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탈리아 소재 VR 스타트업 'Withrun'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선보인 VR을 활용한 실내 자전거 주행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일반 실내 자전거와 달리 산악, 유명 라이딩 코스 등 다양한 환경을 설정할 수 있어, 사용자가 VR 단말기를 쓰고 장시간 운동할 수 있는 효과를 제공한다.

Withrun
Withrun

VR은 단순한 콘텐츠 소비뿐만 아니라 계약, 구매 등 기존 서비스업에도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아파트 모델 하우스에 VR 단말기를 사용해 보다 현실감 넘치는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거나, 가상 드라이브나 가상 투어 서비스 등을 제공해 사용자들이 실제로 체험하기 어려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간접 체험하도록 해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 등이 등장했다.

대우건설 기흥역 센트럴 푸르지오 지역조감VR
대우건설 기흥역 센트럴 푸르지오 지역조감VR

< 대우건설 기흥역 센트럴 푸르지오 지역조감VR >

아우디의 경우 지난해 11월 영국 115개 매장 내 기어 VR을 비치해 방문객에서 자사 차량의 가상 드라이브 경험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람보르기니, 쉐보레 등도 유사한 가상 드라이브 서비스를 마케팅에 활용했다.

아우디 매장에서 기어VR을 체험 중인 모습
아우디 매장에서 기어VR을 체험 중인 모습

< 아우디 매장에서 기어VR을 체험 중인 모습 >

의료, 건설 등 대형 산업도 VR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VR 솔루션 업체 플렉스테크 컨설팅은 '오큘러스 리프트'를 활용해 원격 진료 및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을 개발했으며, VR 가상 체험을 활용해 고소공포증을 극복하는 심리 치료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GIA는 수술이나 진료 등에 VR 기술을 이용하는 의료시장 규모는 북미 지역에서만 2018년 24억 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업의 경우, 3D 설계도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VR을 활용해 사용자에게 수정된 건물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제공했다. 병원 설계 시 VR 가상체험을 통해 의사와 간호사에게 건설될 병원 안의 각종 장비 및 환자실 등의 배치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동선을 설계해 만족도 등을 높인 것.

하지만, 주의 깊게 살펴볼 점은 VR을 일반 사용자가 아닌 업체들이 먼저 활용했다는 점이다. 업체들이 소량의 VR을 구매해 다수의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활성화되면서 역설적으로 일반 사용자들의 관심도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VR의 대중적 확산에 있어 2016년은 이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며, 이를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용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상용화된 단말기 보급이 필수다.

구글 카드보드2
구글 카드보드2

< 구글 카드보드2 >

실제 국내 VR 시장은 단말기 확대와 콘텐츠 확보 중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등 아직 방향성을 명확하게 결정하지 못한 모양새다. 중소 VR 콘텐츠 제작사 또는 개발사 등이 근 1년 사이에 많은 VR 콘텐츠를 선보였지만, 시장 확대는 예상보다 더뎌 포기하는 업체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VR 콘텐츠 – 게임과 영상

초기 VR 시장은 콘텐츠 개발 및 소비 특성 상 기존 3D 게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VR 기반 게임 시장은 세계 PC 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밸브와 콘솔 게임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소니, MS 등이 진출하고 있으며, 이는 게임 제작 –> 유통 –> 소비 등으로 이어지는, 플랫폼을 아우르는 거대 기업이 선점하고 있다. 또한, 개발 환경도 기존 3D 개발 환경을 그대로 계승하기 때문에 기존 거대 기업이 시장 장악력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VR 단말기 체험
VR 단말기 체험

  • 참고기사: [써보니] 오큘러스 리프트, 소니 프로젝트 모피어스, MS 홀로렌즈 - http://it.donga.com/21619/

게임과 함께 최근 주목하고 있는 VR 콘텐츠는 동영상이다. 실시간으로 VR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전용 VR 촬영 장비 등장과 마켓 스토어를 보유한 플랫폼 사업자들이 'VR 동영상 콘텐츠 제작 –> 유통 –> 소비' 등을 하나로 묶어 플랫폼 형태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한, 삼성의 '밀크 VR', HOMIDO의 'HOMIDO Center' 등 VR 환경에서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새로운 사업자도 등장했다. 여기에 넷플릭스, 훌루, 트위치 등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 및 국내의 아프리카TV 등도 속속 VR 동영상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TV VR서비스
아프리카TV VR서비스

유튜브의 경우, 사용자가 VR 동영상을 촬영한 뒤 유통하는 과정을 모두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음도록 제공했다. VR 동영상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구글이 공식 지원하는 '#360Video' 메뉴와 지난 5월 발표한 '구글 점프' 등이 대표적이다. 구글 점프는 촬영한 영상을 점프에 업로드하면 점프 어셈블러를 통해 VR 영상으로 변환해주고, 유튜브 #360Video로 업로드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그 즉시 VR 동영상을 유튜브로 올릴 수 있어 일반 사용자들의 접근도를 높이 것이 특징이다.

유튜브 360도 동영상
유튜브 360도 동영상

VR 생태계 선순환 환경 조성 필요

VR 생태계는 VR 콘텐츠 유통과 VR 단말기 등을 통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구글 YouTube360, 카드보드, 애플 앱스토어 등 기존 플랫폼 사업자뿐만 아니라 삼성, HOMIDO 등 새로운 사업자들이 등장해 경쟁하기 시작했으며, 넷플릭스, 훌루, 트위치 등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도 VR 콘텐츠 유통을 시작했다.

이처럼 다수의 플랫폼들이 VR 콘텐츠를 유통하기 시작했지만, 정작 VR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기반 환경 조성은 더딘 편이다. 현재 일반인이 VR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기기는 코닥 'SP360', 리코 'TheTa' 등 4~5종에 불과하며, 구글과 제휴한 고프로(GoPro)의 '오딧세이'나 삼성의 'Project Beyond' 등은 일부 전문가들에게만 제공 중이다.

고프로의 360도 촬영 카메라 '리그'
고프로의 360도 촬영 카메라 '리그'

< 고프로의 360도 촬영 카메라 '리그' >

때문에 일반 사용자가 VR 단말기를 구매하더라도 VR 사업자가 제공하는 일부 콘텐츠 외에는 이용할 수 있는 VR 동영상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향후 노키아의 'OZO', Jaunt의 'Neo' 등 새로운 기기들이 출시될 예정이지만 대중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유통 사업자 또는 제조사의 지원 및 참여가 필요하다.

노키아 OZO
노키아 OZO

< 노키아 OZO >

또한, 콘텐츠 전송 분야에 있어서 지금은 스마트폰 또는 PC에서 내려받은 후 메모리 카드로 전송해 콘텐츠를 이용하지만, 용량이 큰 VR 콘텐츠 특성상 내려받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고용량 VR 콘텐츠를 압축해 전송하는 기술이나 지금보다 빠른(최소 1Gbps 이상의 전송속도) 전송속도의 5G 네트워크 상용화 등도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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