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카메라 빈자리, '캐논·니콘' 등 전통 광학 브랜드가 채웠다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삼성전자는 2010년 1월, 자체 개발한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시스템 'NX'를 공개하며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GX 시리즈 이후, 야심차게 준비한 NX 시스템은 다양한 제품군을 통해 라인업을 다져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1인치 센서를 탑재하면서 휴대성을 강화한 'NX 미니(mini)'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삼성 카메라에 최근 여러 소문이 들려온다. 독일에서 자사 카메라의 판매 및 마케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는 외신보도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는 사진 강좌와 실습을 제공하던 삼성 스마트 카메라 스튜디오 운영을 중단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카메라 사업은 고객과 장기적 신뢰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스마트 기기와 달리 광학 기기로 제품 수명이 길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본체보다 렌즈나 주변기기들 때문에 브랜드 충성도와 사용자 층이 유지되는 것인데, 이 같은 소식들은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들고 결국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플래그십을 표방한 'NX1'을 선보인 이후, 대대적인 로드맵을 공개하며 NX 시스템을 알린 것과는 사뭇 다르다. 삼성전자는 국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2위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입지가 두터운 편이었다. 아직 공식 입장은 없지만 관련 업계는 삼성전자가 렌즈교환식 카메라 사업에서 발을 떼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NX1 이후 뚜렷한 활동이 없는 이유에서다.

업계 2위가 주춤하는 사이, 시장은 새롭게 재편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빈자리를 캐논과 니콘 등 전통 카메라 브랜드가 채우고 있어서다.

보급형 미러리스 제품군 중심으로 소비자 이동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소니를 중심으로 삼성, 캐논, 니콘, 올림푸스 순으로 시장을 형성한 구조였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보유한 소니에 이어 삼성이 25~30% 사이를 오가며 쫓는 형태다. 이어 캐논과 니콘, 올림푸스가 조금씩 파이를 나눠 가졌다.

이런 형태는 올해 크게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러리스 카메라만 놓고 보면 캐논은 최근 2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며 소니를 추격하고 있다. 니콘 또한 삼성전자 미러리스 카메라 소비자를 어느 정도 흡수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캐논 2015년 하반기 전략 카메라 발표
캐논 2015년 하반기 전략 카메라 발표

< 캐논은 EOS M3와 M10 등 미러리스 카메라 신제품으로 점유율을 끌어 올렸다. >

소니도 미러리스 카메라를 생산하고 강한 시장 장악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 NX 시스템의 성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소니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프리미엄 제품군이 아닌 보급형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캐논과 니콘 등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NX1을 제외하면 NX 시리즈의 주력 상품은 NX500이나 NX300M 등이다. 여성 소비자를 겨냥했던 NX 미니는 삼성전자 홈페이지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들 제품 가격은 온라인 기준으로 40~60만 원 이내. 반면, 소니는 최근 렌즈 일체형인 RX 시리즈나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인 알파 7 시리즈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100~200만 원대 이상을 호가해 가격차가 상당하다.

삼성 NX
삼성 NX

< 삼성전자 제품 소개 페이지에 NX 미니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

캐논은 'EOS M3'와 'EOS M10'이 점유율을 이끌었다. 두 제품은 상반기와 하반기를 겨냥해 4월과 10월에 각각 출시됐다. 강소라를 홍보모델로 기용해 온오프라인 등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도 도움이 됐다. 니콘 또한 상반기에 출시됐던 '니콘1 J5'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중보급형 렌즈교환식 카메라를 중심으로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신규 소비자 유입도 있지만, 기존 전문가용 DSLR 카메라 사용자들이 작고 가벼운 '서브 카메라(보조)'로 중보급형 제품을 찾은 것에도 이유가 있다. 카메라 업계는 내년도에도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니콘1 J5의 홍보모델인 김지수. (사진제공 -
니콘이미징코리아)
니콘1 J5의 홍보모델인 김지수. (사진제공 - 니콘이미징코리아)

< 니콘도 상반기에 선보인 미러리스 카메라 니콘1 J5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

2016년,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 뜨겁게 달아오르나?

한편으로는 경쟁력 있는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삼성과 소니는 기존 시장에 후발주자로 합류한 형태로 전자회사라는 점이 비슷하다. 그러나 소니는 미놀타 인수와 칼 자이스(Carl Zeiss)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에 안착했다. 반면, 삼성은 DSLR 도입 초창기 유명 광학 브랜드 슈나이더(Schneider)를 끌어들였지만 NX에 와서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바 있다.

디지털 이미징 시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스마트 기기로 인해 위기를 겪었지만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위해 그들을 껴안았다. 이 뿐만 아니라, 각 카메라 제조사는 광학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다각화와 고부가가치 제품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카메라 사업을 유지하거나 철수하더라도 내년에는 유난히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 카메라 시장이다. 올림픽 시즌을 맞아 주요 카메라 제조사는 플래그십 제품군을 출격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중보급형 렌즈교환식 시장을 위한 DSLR 및 미러리스 신제품 또한 꾸준히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신경전이 예고되고 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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