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2 in 1의 완성형에 가까운 '서피스북'

김태우 tk@gamedonga.co.kr

[IT동아 김태우 기자] 지난 10월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 뉴욕에서 윈도우 10 디바이스 출시 행사를 열었다. 당시 공개한 제품 중 가장 눈길을 받은 건 '서피스북'. 10월 26일부터 판매가 시작된 서피스북은 비교적 높은 가격임에도 초기 물량은 모두 팔렸고, 지금도 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 때문에 MS 직원도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나?

어떤 제품일까? 자뭇 궁금하다. 하지만 국내 출시일은 미정. 국내서는 아직 희귀종이라 기자라는 신분으로도 만나기 어렵다. 그런데 IT 매체 테크G가 물 건너 미국에서 서피스북을 구입해 국내에 들여 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한 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고 직접 서피스북을 만나러 갔다왔다.

서피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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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피스의 진화형

MS는 2012년부터 레퍼런스 태블릿PC '서피스'를 내놓으며 본격 PC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전만 하더라도 MS는 키보드, 마우스 등 주변 기기만 만들어왔다. 하지만 품질이 꽤 좋은 탓에 하드웨어 명가라는 별명이 붙었다. 처음 서피스가 나왔을 때도 이 별명은 그대로 따라붙었다. 가격은 다소 높은 편이었지만, 날렵한 디자인과 깔끔한 마감을 통해 기존 PC 제조사보다 더 나은 품질을 보여줬다.

서피스의 출현은 PC 제조업체들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초기엔 파트너들의 반발도 있었다. 그 때문일까? MS는 한동안 태블릿PC만 내놓을 뿐 노트북으로 선을 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몇 년간 서피스를 만들면서 갈고닦은 솜씨를 충분히 발휘해 노트북을 만들었다.

그런 탓에 서피스북에는 서피스의 DNA가 녹아있다. 형제가 아닌 4촌 친척 정도다. 그것도 공부 잘하고, 잘 생기고, 착한 그런 친척 형 같은. 서피스 특유의 직선을 중시하는 디자인과 깔끔한 마감은 그대로 살아있으며, 마그네슘을 적용한 몸체는 경쟁사의 알루미늄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서피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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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힌지, 왜?

서피스북의 외형에서 가장 독특한 부분은 '다이내믹 펄크럼 힌지(Dynamic Fulcrum Hinge)'가 아닐까? 노트북은 화면과 키보드가 있는 본체를 접는 형태이기 때문에 힌지를 품게 된다. 그런데 서피스북에는 기존 노트북에서 본 적이 없는 다이내믹 펄크럼 힌지가 적용되어 있다.

서피스북
서피스북

보통 노트북은 접으면 화면과 본체가 완전히 접힌다. 하지만 서피스북은 힌지가 둥글게 말리는 형태로 옆에서 보면 앞부분만 위, 아래가 닿을 뿐 힌지 쪽은 상당한 공간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노트북 위를 깔고 앉으면, 파손되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내구성은 충분하다고 테크G 최필식 기자는 이야기하지만, 차마 깔고 앉아볼 용기는 나지 않는다.

서피스북을 열어 봤다. 쉬이 열리지 않는다. 제법 힘을 줘야 한다. 몇 번 닫고 열어 봤지만, 무척 뻑뻑하다. 독특한 힌지 방식 탓이 아닐까 싶다. 힌지가 접혔다 펴지는 모습은 흡사 로봇의 관절을 굽혔다 펴는 듯 하다. 힌지의 뻑뻑함은 화면을 휙 제치다 생길 수 있는 파손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함으로 보인다.

서피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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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다이내믹 펄크럼 힌지는 독특하다. 하지만 굳이 이런 힌지를 적용한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다. 상판과 하판이 완전히 밀착되게 만들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힌지 부분도 본체와 마찬가지로 마그네슘을 쓴다.

분리하면 완벽한 태블릿

서피스북은 2인1 제품이다. 노트북과 태블릿으로 모두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서피스북은 화면 부만 따로 분리된다. 분리를 위해서는 키보드의 분리 버튼을 눌러야 한다. 그럼 '딸각'하는 소리가 나게 되며, 화면 부만 떼어낼 수 있다. 화면 부만 들면 서피스보다 더 깔끔한 태블릿이 된다. 화면 크기는 13.5인치로 태블릿치고는 큰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화면은 180도 돌려서 꽂을 수도 있다.

서피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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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피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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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한 키보드의 힌지 부분을 보면, 중앙에 3개의 단자와 양 끝 부분에 각각 하나의 단자가 있다. 화면과 키보드 부분을 고정하는 것은 양쪽 끝의 단자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떠한 걸쇠 부분도 없는 매끄러운 형태다. 어떻게 떨어지지 않고 고정하는지 자뭇 궁금하다. 분리는 전원을 켠 상태에서만 할 수 있다. 전원이 꺼져 있으면 분리가 되지 않는다.

서피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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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부에는 어떠한 포트도 없다. 3.5mm 이어폰 잭이 전부다. 두께를 줄일 수 있었던 이유다. 하단부에 USB 3.0 단자 2개, 마이크로SD 카드 리더, 미니 디스플레이포트, 서피스 커넥트 충전 포트 등이 있다. 이뿐만 아니다. 추가 배터리와 엔비디아 그래픽도 품고 있다. 화면만 떼서 사용할 땐 인텔 내장 그래픽을 쓰지만, 합치면 엔비디아 그래픽을 사용하는 것. 즉, 인텔 CPU와 저장 장치, 배터리를 화면 부가 품고 있다는 말이다.

가볍게 태블릿으로 쓸 수 있도록 화면 부의 부피는 최소한으로 만들고, 노트북에서는 더 무거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영리한 방식이다.

화면 해상도는 3200×2000으로 인치당 픽셀 수는 267로 픽셀을 눈으로 인식할 수 없다. 맥북에서만 보던 선명한 화면을 윈도우에서도 만날 수 있는 것. 윈도우를 가끔 쓸 때마다 투덜거렸는데, 그런 투덜거림이 사라질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윈도우 10은 이 해상도를 완벽히 지원한다.

타이핑은 기계식을 흉내 내려고 노력한 것처럼 보인다. 꽤 경쾌하고 정확도도 높다. 맥북프로의 키보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서피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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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피스북 옥의 티는 윈도우 10?

서피스북의 만듦새는 꽤 높은 수준이다. 맥북프로를 오랫동안 써왔는데, 비로소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윈도우 노트북을 만났다고나 할까. 짧은 시간이라 깊은 체험은 못 했지만, 윈도우 10이 오히려 서피스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가 더 나은 형국이다. MS는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인식이 강한데, 묘한 상황이다. 하드웨어 명가라는 별칭은 현재 진행형이다. 차기 윈도우보다 어떤 하드웨어가 나올 것인지가 더 기대된다.

서피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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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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