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소비자의 마음까지 '디자인' 하라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이상우 기자] 무인양품(無印良品)은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상품 브랜드로, 1980년도 일본 한 슈퍼마켓 체인의 몇 안되는 PB상품으로 시작해 2000년 초 위기를 겪었지만, 현재는 전 세계 26개 국가에 수백 개의 매장을 가진 브랜드로 빠르게 성장했다. 무인양품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바꾼 것은 당시 사장이던 마쓰이 타다미쓰의 전략이었다. 마쓰이 사장은 무인양품의 콘셉트를 '이유있는 저렴함'에서 '고품질, 기본, 창조적 생략'으로 바꾸고, 뛰어난 디자인을 위해 유명 디자이너를 기용했다. 회사 매출은 2002년부터 흑자로 전환되었고, 이제 미니멀리즘한 디자인으로 세계에 많은 팬을 거느린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다.

무인양품
무인양품

이처럼 오늘날 디자인은 단순히 보기 좋은 광고나 외형으로 단기적인 매출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무인양품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디자인과 콘셉트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축해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특히, 글로벌 시대의 고객은 국가와 문화에는 보다 덜 영향 받는 대신, 보편적인 언어로서 훌륭한 디자인에 열광한다.

대표적인 예로, 애플의 애플워치 출시를 들 수 있다. 한참 전인 9년 전에도 여러 회사에서 스마트시계를 출시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제품은 일부 얼리어댑터만이 사용하는, 시대를 앞서가는 기술에 불과했다. 그러나 스마트시계가 애플 고유의 디자인과 UI를 입자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애플워치
애플워치

애플은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를 쌓아왔다. 이와 같이 오늘 날 디자인은 위기에서 큰 성공으로 반등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디자인 자체만으로도 수많은 팬을 만들어내는 기업 경쟁력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는 뛰어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디자인과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는 모바일 앱, 웹 사이트, 디지털 사이니지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브랜드를 접한다. 광고나 패키지 디자인을 통해 고객과 브랜드 정체성을 공유했던 전통 마케팅보다 더 빠르게, 더욱 다양한 채널과 방법으로 더 많은 고객들과 접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 역량은 업무 환경, 조직 구성, 마케팅 전략, 고객 서비스 등을 비롯한 전반적인 비즈니스 영역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

모바일 앱 상에서 직관적인 UX로 굴지의 호텔 체인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 에어비엔비(Airbnb)는 사업 구상 당시부터 디자인 요소를 핵심 비즈니스 가치로 삼았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에어비앤비 브라이언 체스키 CEO는 뛰어난 모바일 앱 사용자 경험을 통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사업 초기, 자신의 사업 모델보다 저렴한 가격의 숙소를 제공하는 호스텔과 탁월한 오프라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호텔을 대상으로 경쟁하기 위해, 앱을 통한 숙소 선정 과정에서부터 실감나는 고객 경험을 제공했다.

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

어도비 애슐리 스틸 부사장은 "하나의 마케팅 메시지를 모든 소비자에게 전달하던 시대는 갔다. 오늘날 소비자는 각기 다른 디지털 채널에서 개인화된 메시지로 브랜드와 소통하길 기대한다. 소비자와 더욱 깊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자 하는 브랜드는 필연적으로 접촉하는 고객의 수만큼 많은 콘텐츠를 디자인 해야 하게 됐다"며, "글로벌 선두 기업은 이미 파급력이 큰 콘텐츠를 신속하게 제작, 전달하기 위한 효율적인 디자인 프로세스의 도입을 서두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디지털 시대 디자인의 중요성을 먼저 인식한 실리콘벨리 기업들은 서둘러 디자인 역량을 강화했다. 미국 벤처캐피탈인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 베이어스(KPCB)는 2013년에 디자인 책임자로 세계적인 디자이너 존 마에다를 파트너로 삼았다. KPCB는 이번 영입이 자사의 디지털 인터넷 부문 투자, 투자 대상 기업의 제품 개발 지원에서 핵심이 되는 디자인의 역할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KPCB가 발표한 '디자인 인 테크 보고서 2015(Design in Tech report 2015)'에 의하면, 2010년까지 구글, 페이스북, 어도비, 링크드인을 비롯한 글로벌 IT 기업에 인수합병 된 회사 중 디자이너가 설립 또는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이 27개에 이른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페이스북에 인수된 인스타그램과 어도비에 인수된 비핸스(Behance)다.

비핸스
비핸스

디자인에 대한 활발한 투자 흐름은 디자인 인력 강화 및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도입 증가 추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어도비는 올해 11월 공개한 투자자 발표 자료에서 매년 67만 5,000개의 크리에이티브 일자리가 창출 될 것이며, 기업은 콘텐츠 제작에 2,750억 달러를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한, 디자인 및 콘텐츠 제작 작업 시 사용하는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구독자 수가 2018년에는 2,9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해 DMI(Design Management Institute)와 컨설팅 회사 모티브 스트레티지(Motiv Strategies)가 발표한 '디자인 가치 인덱스(Design Value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디자인 중심 기업이 지난 10년간 S&P 지수에서 219% 더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소비자 경험은 이미 2013년 말 어도비가 발표한 디지털 트렌드 리포트에서 빅데이터, 소셜 콘텐츠 마케팅을 제치고 '가장 기대되는 디지털 마케팅 기회'로 선정된 바 있다. 디지털 시대의 우수한 고객 경험은 창의적인 콘텐츠와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기반으로 한다.

이처럼 디자인과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임에도, 선두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그러한 투자를 아끼고 있다. 이젠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디자인 역량과 작업 환경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시간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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