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당신은 영어를 '알고 있는가' 혹은 '할 수 있는가'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2016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오늘 치러졌다. 입시 공부도 마찬가지지만, 이 세상의 모든 배움의 결과는 딱 '두 가지'로 귀결된다. '알게 되거나' 혹은 '할 수 있게 되거나'로 말이다. 그런데 알게 되는 것, 할 수 있게 되는 것, 이 두 가지 중 어느 게 원래 목적인 지에 따라 배움의 접근법과 과정이 달라야 한다.

사회나 과학 과목처럼 몇 년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혹은 원소주기율이 어떠한지 등 '머리의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배움은 단순 암기를 기본 학습법으로 삼아야 한다. 반면에 수영이나 요리처럼 '몸의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배움은 반복적 체험/실습을 기본 학습법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알아서 쌓인 배움을 '지식'이라 하고, 해봐서 쌓인 배움을 '실력'이라 한다. 알게 되게 위해서는 티칭(teaching)이 필요하고, 할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코칭(coaching)이 필요하다. 이를 외국에 학습에 접목해서 보자면 외움 학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어학'으로서의 외국어 학습법이 될 것이고, 반복 체험/실습하며 습득하는 것은 '언어'로서의 외국어 학습법이 될 것이다(우리 수험생들이 영어에 대해 '어학' 공부를 하고 있는지 '언어' 공부를 하고 있는지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영어 교과 과정은 어쩔 수 없이 입시 대비 어학으로서의 학습법 중심이다. 그래서 몇년 동안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영어를 배운 우리 아이들은 외국인조차 모르는 문법이며 단어들까지 모두 섭렵하고 있지만 언어로서의 활용에 있어서는 서툴 수 밖에 없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한국어를 일상에서 접하며, 구개음화, 두음법칙이 무엇인지 몰라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왠지 이상하다'는 감을 언어로써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과 같이, 영어 또한 어학이 아닌 언어로 보는 관점으로 접근하려면 일상에서 영어의 노출을 늘리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원어민 언어 환경을 그대로 집이나 학교에 옮겨 놓는다면 가장 좋겠으나 현실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설사 원어민 환경을 조성해 말하기, 듣기가 된다 하더라도, 결국 이야기를 끌고 나갈 '내용'이 빈약하다면, 'Hello', 'How are you?' 등과 같은 암기한 회화 내용을 무한 반복하는 선에서 멈추게 된다.

영어 원서 독서가 언어 환경 조성에
유용
영어 원서 독서가 언어 환경 조성에 유용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독서 습관을 갖도록 지도하면 아이의 사고력과 상상력 발달에 자양분이 되듯이, 아이들에게 영어 원서 책을 읽도록 유도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즉 단순한 영어 학습과 노출을 넘어 영어권 문화의 간접 경험 습득과 동서양 사고의 균형 잡힌 발전을 통해, 아이의 생각의 판을 넓히고 '내용'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내년부터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 방식'으로 변경됨에 따라 여러 다양한 평가와 해석들이 난무하는 요즘이다. 이미 '좋은 수능 점수 = 좋은 대학 = 좋은 직장'이라는 불변의 공식은 구조적으로 깨지기 시작했고, 전세계 미래 학자들은 '2030년 일자리의 60%는 현재 존재 하지 않는 종류의 것', '머지 않아 대다수의 기업은 1인 기업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 입을 모으고 있다. 결국 현재 시점에서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 작용하는 '알게 되는 영어'는 그 존재감이 향후 점차 낮아질 것이고, 자신의 생각을 발현하고 진정한 소통을 위해 체험/습득하는 '할 줄 아는 영어'는 더욱 중요해 지리라 예상한다. 이에 우리가 어떠한 방식의 영어 학습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게 현명할 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알게 되는 영어'와 '할 수 있게 되는 영어' 사이에서.

글 / 신정화 (르네상스러닝코리아 교육서비스 총괄상무)

르네상스러닝코리아 신정화
상무
르네상스러닝코리아 신정화 상무
INSEAD에서 MBA를 취득했으며, 소니, 디아지오,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소비재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다. 글로벌 어학 교육 업체인 로제타스톤을 거쳐, 현재 르네상스러닝에서 교육서비스 전반을 이끌고 있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와 중국어를 구사하며, 성균관대학교 국제학부 마케팅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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