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인물열전] MS 워드와 엑셀의 아버지, 찰스 시모니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이상우 기자]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워드 프로세서, MS 워드는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문서 작성 소프트웨어다. 최초의 MS 워드는 1983년 등장했으며, 도스(DOS) 운영체제를 탑재한 IBM PC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였다. 당시 다른 도스용 소프트웨어와 달리 마우스를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됐으며, *위지윅(WYSIWYG)이라는 방식을 적용해 문서 작성의 편의성을 높였고, 타자기에서는 어려운 실행 취소 등의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MS 워드
MS 워드

<오늘날 가장 많이 쓰이는 워드프로세서, MS 워드>

*워드프로세서는 원래 반자동 타자기를 부르는 명칭이었으나, 컴퓨터가 타자기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소프트웨어 형태의 워드프로세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1979년 출시된 워드스타는 최초의 상업적 성공을 거둔 워드프로세서로, 1982년 도스용으로 출시한 워드스타 3.0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시장을 거의 장악했다.

**위지윅은 'What You See Is What You Get'의 약자로, 문서 편집 과정에서 화면에 표시된 문장이 출력물과 동일하게 나오는 방식을 말하며, 오늘날 대부분의 워드프로세서가 이 방식을 사용한다. 이전까지 워드프로세서는 낱말을 입력하기 위해서 특정 명령어를 낱말 앞에 넣어야 했다. 네이버 블로그 게시물 작성을 예로 들면, 우리는 블로그 문서 작성 도구를 이용해 위지윅 방식으로 글을 쓰지만, 실제로는

,
, 등 다양한 HTML 소스가 입력되고 있다.

MS 워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사람은 헝가리 태생의 프로그래머 찰스 시모니(Charles Simonyi)로, 우리에게는 우주여행을 다녀온 억만장자로도 알려져 있다.

MS 워드와 엑셀을 개발한 찰스 시모니
MS 워드와 엑셀을 개발한 찰스 시모니

찰스 시모니는 1948년 9월 1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다. 그는 부다페스트 기술경제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아버지의 영향과, 학창시절 봤던 소비에트 연방(이하 소련)의 우랄2(Ural II) 메인프레임 등을 통해 컴퓨터 기술에 흥미를 가지며 프로그램 개발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 기간에 그는 컴파일러를 직접 개발하고, 해외 기술 교류단 앞에서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찰스 시모니 이 시절을 회고하며 "헝가리를 떠나, 서쪽(미국)에서 자유를 얻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17세가 되던 해 찰스 시모니는 헝가리를 떠났고, 1966년 덴마크에 있는 컴퓨터 기업(Regnecentralen)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다른 팀원과 함께 RC 4000이라는 미니컴퓨터의 실시간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맡았다.

찰스 시모니
찰스 시모니

<찰스 시모니는 17세에 헝가리를 떠나 덴마크로 향한다>

1968년에는 덴마크를 떠나 미국으로 향했고, UC버클리에 입학한 뒤 1972년까지 공학 수학과 통계학을 배운다. 그는 졸업 후 대학 시절 알게 된 버틀러 램슨(앨런 케이와 함께 제록스 알토 PC를 만든 인물 중 하나)과의 인연으로 제록스 팔로알토 연구소(Xerox PARC)에 입사한다. 제록스 파크는 1973년 최초의 GUI 기반 개인용 컴퓨터 제록스 알토(Xerox Alto)를 개발하는데, 버틀러 램슨과 찰스 시모니는 이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작한다.

최초의 GUI PC 제록스 알토
최초의 GUI PC 제록스 알토

<제록스 파크에서 개발한 제록스 알토>

그들이 1974년 내놓은 제록스 브라보(Bravo)는 최초로 위지윅 방식을 적용해, 사용자가 입력한 문자를 화면에 표시하고, 화면에 표시된 내용을 그대로 출력할 수 있는 워드프로세서다. 마우스를 이용해 텍스트 영역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했으며, 특히 당시의 워드프로세서와 달리 명령어를 직접 입력할 필요 없이, GUI 기반으로 대부분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소프트웨어다.

제록스 브라보
제록스 브라보

<제록스 브라보의 문서 편집 화면>

1981년, 제록스 파크에서 근무하던 전기 공학자 로버트 메트칼프는 찰스 시모니에게 빌 게이츠를 찾아가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다. 당시 MS는 MS-DOS(IBM PC-DOS)에서 작동하는 응용 프로그램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찰스 시모니는 MS에 합류해 위지윅 방식으로 작동하는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MS는 1983년 이를 '멀티 툴 워드'라는 이름으로 출시했으며, 제닉스(유닉스)와 MS-DOS를 위한 응용 프로그램이었다. 멀티툴 워드는 이름을 조금 더 부르기 쉽게 바꾼다. 바로 MS 워드다.

MS 재직 당시 찰스 시모니
MS 재직 당시 찰스 시모니

하지만 첫 번째 MS 워드는 시장에서 주목 받지 못했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워드스타의 영향이 컸다. MS 워드가 등장하기 전인 1982년, MS-DOS 버전의 워드스타 3.0이 이미 출시된 상태였다. MS 워드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1985년, 매킨토시용 워드 5.1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전의 다른 워드프로세서와 달리, 드롭 다운 메뉴(버튼을 누르면 아래로 펼쳐지는 형태의 메뉴)를 적용했으며, GU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맥용 워드로 재미를 본 MS는 윈도우용 버전도 제작하기로 마음먹고, 1989년 자사의 운영체제 윈도우 3.0에 맞춰 윈도우용 워드 1.0을 내놓는다. 맥 버전과 마찬가지로 드롭다운 메뉴를 적용하는 등, GUI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DOS용 워드
DOS용 워드

<1983년 등장한 MS-DOS용 워드>

매킨토시용 워드
매킨토시용 워드

<1985년 등장한 매킨토시용 워드>

당시 멀티 툴 워드는 단순히 텍스트를 작성하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스프레드시트와 데이터베이스 기능이 모두 포함된 다기능 소프트웨어를 꿈꿨다. 멀티 툴 워드는 찰스 시모니가 MS에 입사하면서 개발한 스프레드시트 '멀티 플랜'에 워드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다. 1985년 맥용으로 엑셀 1.0을 내놓았고, 1987년 도스와 윈도에서 작동하는 엑셀 2.0을 출시한다.

물론 엑셀 역시 초기에는 기세를 펼치지 못한다. 로터스 1-2-3이라는 이름의 스프레드시트가 유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터스 1-2-3은 90년대 들어 도스에서 윈도우로 운영체제가 전환되는 시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MS 엑셀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로터스 1-2-3
로터스 1-2-3

MS에서 약 20여년 간 근무한 찰스 시모니는 2002년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 인텐셔널 소프트웨어(intentional software corporation)를 설립한다. MS 재직 당시 영역지향 개발 방식이라는 개념을 고안한 그는, 인텐셔널 소프트웨어에서 이를 시행한다. 안전성이 확보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개발자가 약간의 조작만 더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셈이다.

MS 워드와 MS 엑셀을 통해 억만장자의 반열에 든 찰스 시모니는 2007년 러시아에서 발사된 우주선을 타고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향한다. 자신의 개발자로서의 호기심을 채움과 동시에 우주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특히 꿈꾸는 어린이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열흘간의 실험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2009년에도 우주 여행을 했으며, 민간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두 번의 우주 여행을 경험한 인물이 됐다. 그는 우주 여행을 다녀온 소감을 담은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자신의 소감을 공유하고 있다(http://www.charlesinspace.com/).

찰스 시모니
찰스 시모니

<그의 첫 번째 우주 여행 비용은 2,000만 달러, 두 번째 여행 비용은 3,000만 달러에 이른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http://navercast.naver.com/)의 'IT 인물 열전' 코너에도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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