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직접 만지며 즐기는 휴대용 컴퓨터 - 태블릿 컴퓨터

김영우 pengo@itdonga.com

[용어로 보는 IT 2015년 개정판] 태블릿이란, 펜이나 손가락으로 직접 평판을 터치하며 조작하는 컴퓨터용 입력장치의 일종으로, 키보드나 마우스 등에 비해 훨씬 직관적이며 정교한 데이터 입력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장치 자체의 가격이 다소 비싼데다가, 시중의 컴퓨터가 이미 키보드와 마우스에 최적화된 화면과 구성을 갖추고 있어서, 이에 익숙해진 일반 사용자들은 태블릿 사용에 오히려 이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태블릿은 아직까지 그래픽 디자이너와 같은 일부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여기고 있다.

태블릿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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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애플이 출시한 ‘아이패드’. 아이패드가 큰 인기를 끌면서 태블릿 컴퓨터의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블릿 특유의 직관적인 조작성을 살려 이를 다른 기기에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계속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모니터와 태블릿을 결합, 화면을 직접 누르며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는 터치 스크린(Touch screen)의 등장이다. 터치 스크린은 196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됐으며, 1970년대에 이르자 여러 시제품이 등장해 사람들의 기대를 북돋았다.

화면을 직접 만지며 조작하는 컴퓨터의 등장

1983년,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사는 터치스크린을 갖춘 컴퓨터(모델명: HP-150)를 최초로 출시해 화제가 됐다. 다만, HP-150는 터치 스크린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하드웨어의 구조가 일반적인 (IBM 호환)PC와 다를 바 없었고, 운영체제 역시 다른 PC와 마찬가지로 MS-DOS를 사용했다. 더군다나 터치 스크린에 최적화된 응용 프로그램도 극히 적었기 때문에 그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이유로 HP-150은 그다지 많이 팔리진 않았다.

태블릿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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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용 입력 장치 중 하나인 ‘태블릿’은 마우스보다 한층 정교한 조작이 가능하지만 일부 전문가들 외에는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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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에 출시된 ‘HP-150’는 터치 스크린을 갖춘 최초의 상용 컴퓨터다>

HP-150 이후에도 터치 스크린을 갖춘 데스크톱 형태의 몇몇 컴퓨터가 출시되긴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신통치 않았다. HP-150과 마찬가지로 터치 스크린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 및 응용 프로그램이 적었으며, 책상에 올려두고 쓰는 데스크톱 컴퓨터의 특성 상 장시간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면 팔이 아파 오히려 키보드나 마우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후부터 터치 스크린을 갖춘 컴퓨터는 휴대용 제품을 중심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태블릿 컴퓨터’란 넓은 의미로 따지면 크기나 형태와 상관 없이 터치 스크린을 갖춘 컴퓨터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다만 터치 스크린을 갖춘 데스크톱 형태의 컴퓨터는 판매량이 미미하다. 또한, 터치 스크린은 입력 장치와 출력 장치의 기능을 겸할 수 있어 본체 크기를 줄여야 하는 휴대용 기기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들어 태블릿 컴퓨터(혹은 태블릿 PC)라고 한다면 주로 휴대용 컴퓨터를 지칭하고 있다.

노트북 PC 기반의 태블릿 컴퓨터

태블릿 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터치 조작만으로 모든 기능을 무리 없이 쓸 수 있도록 설계된 운영체제 및 응용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난 2002년,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의 윈도우 XP 운영체제에 태블릿 펜 입력과 터치스크린 조작 등의 기능을 추가한 ‘윈도우 XP 태블릿 PC 에디션’을 출시해 태블릿 컴퓨터의 보급에 나섰다. 이듬해인 2003년, 태블릿 컴퓨터에 최적화한 문서 및 메모 작성 소프트웨어 ‘원노트(OneNote)’를 'MS 오피스’ 시리즈에 더했다.

태블릿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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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출시된 윈도우 XP 태블릿 PC 에디션은 기존의 윈도우 XP에 태블릿 관련 기능을 더했다>

이후, 윈도우 XP의 후속 운영체제인 ‘윈도우 비스타’와 ‘윈도우 7’ 역시 태블릿 컴퓨터 지원 기능을 기본으로 갖추게 되면서, 2000년대 초에는 윈도우 운영체제 기반의 태블릿 컴퓨터가 제법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윈도우 기반의 태블릿 컴퓨터는 HP, 델, 레노버 등, 다양한 제조사에서 출시되었는데, 키보드를 갖춘 기존의 노트북 PC에 터치스크린 기능을 더한 형태를 띤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이 터치스크린은 회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일반적인 노트북 PC처럼 사용하다가, 태블릿 기능이 필요하면 화면 부분을 회전시켜 키보드 부분을 덮어 사용할 수도 있다.

태블릿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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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윈도우 기반 태블릿 컴퓨터는 일반 노트북 PC에 터치 스크린을 더한 모습이다>

이들 제품은 터치스크린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하드웨어나 운영체제가 일반 노트북 PC와 거의 같다. 때문에 기존의 PC용 응용프로그램을 태블릿 컴퓨터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터치 스크린 기능을 추가했다 하여도 근본적으로 윈도우 운영체제는 키보드와 마우스 조작에 최적화 되어있으며, 윈도우용 응용프로그램 역시 ‘원노트’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키보드와 마우스 사용이 더 편하기 때문에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이러한 태블릿 컴퓨터들은 기존 노트북 PC의 단점까지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짧은 배터리 유지 시간이라던가, 무거운 중량, 비싼 가격, 그리고 윈도우 운영체제 특유의 느린 부팅 및 프로그램 실행 속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제품군은 널리 퍼지지 못하고 일부 전문가나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새로운 제품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군)들 사이에서만 제한적으로 보급되었다.

아이패드 이후 등장한 태블릿 컴퓨터

아이패드가 큰 인기를 끌고, 이어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 등과 같은 태블릿 컴퓨터가 대거 등장하면서 태블릿 컴퓨터의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다. 태블릿 컴퓨터는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작하는 휴대용 컴퓨터라는 점에서는 기존의 태블릿 컴퓨터와 같지만, 세부적인 하드웨어 구성이나 운영체제 등의 측면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과거의 노트북 기반 태블릿 컴퓨터와 달리, 키보드 없이 터치 스크린만으로 작동하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운영체제도, 일반 PC에서 사용하는 윈도뿐만 아니라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Android)’ 등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운영체제(Mobile Operating System)를 사용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태블릿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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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태블릿 컴퓨터 중 하나인 갤럭시 탭 제품군>

모바일 운영체제는 일반 PC가 아닌 스마트폰 등의 휴대용 기기에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비교적 사양이 낮은 하드웨어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하며, 프로그램 자체의 용량도 크지 않아 대용량 하드디스크도 필요 없다. 게다가 소모하는 전력도 적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패드 등의 태블릿 컴퓨터는 이전 제품보다 두께 및 무게가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동작 속도 및 배터리 유지시간도 개선되어 휴대용 기기로서의 효용성이 확연히 향상되었다.

안드로이드와 iOS 중심으로 확산되던 태블릿 컴퓨터 시장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8을 내밀며 새롭게 도전장을 던졌다. 종전의 윈도우 운영체제 사용 환경에 모던 UI라는 터치 스크린에 맞는 사용 환경을 더한 운영체제다. 터치 스크린을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환경을 제공함과 동시에 기존 윈도우 운영체제에서 사용하던 응용 프로그램까지 구동할 수 있기 때문에 iOS나 안드로이드와 비교해 생산성에서 이점이 있다.

새로운 폼팩터의 등장

아이패드 이후 등장하는 태블릿 컴퓨터는 부피, 배터리 지속시간 등에서 기존의 컴퓨터와 비교해 우수하다. 이런 이유에서 등장 초기에는 노트북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시장은 조금 다르게 흘러갔다. 스마트폰 화면이 커지면서 태블릿PC의 필요성이 줄게 됐고, 노트북 역시 기술의 발전으로 휴대성이 강화됐다. 무엇보다 태블릿 컴퓨터는 가상 키보드로 문자를 입력하기 때문에 문서 작업을 위해서는 별도의 입력장치(유/무선 키보드와 마우스)도 필요하다.

태블릿컴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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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in-1 PC의 대표적 형태인 디태처블>

이런 시장의 요구에 맞춰 2-in-1 PC(혹은 컨버터블 PC)라는 새로운 폼팩터가 등장했다. 태블릿 컴퓨터에 키보드를 제공하는 형태로, 필요에 따라 두 가지 형태로 변환해가며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2-in-1 PC의 대표적인 방식은 '디태처블'로, 분리형 키보드 독을 기본으로 갖춰 화면만 분리해 태블릿 컴퓨터로 쓰거나 키보드 독과 결합해 노트북처럼 쓰는 방식이다. 이밖에 슬라이드(버튼을 누르면 숨어있는 키보드가 나타나는 방식), 플립(화면을 완전히 반대로 넘길 수 있는 방식), 듀얼 스크린(노트북의 상판에도 디스플레이가 있는 방식) 등으로 각양 각색이다.

태블릿 컴퓨터가 PC를 밀어낼 수 있을까?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패드 등장 이후 태블릿 컴퓨터가 기존 PC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가트너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태블릿 컴퓨터 시장은 2014년과 비교해 8%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년 두 자리 수 성장세를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요인은 다양하다. 스마트폰 화면이 커지면서 7~8인치 정도의 작은 태블릿 컴퓨터의 필요성이 줄어들었으며, 업무 생산성에 있어서도 노트북이나 2-in-1 PC와 비교해 뒤쳐지기 때문이다. 용도가 모호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 맞춰 태블릿 컴퓨터 시장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일명 '화이트 박스' 시장의 부흥이다. 화이트 박스란 브랜드가 없는 저가형 태블릿 컴퓨터를 의미한다. 가격이 아주 저렴하며, 성능과 기능도 기본적인 것만 유지한 제품이다. 이러한 제품을 바탕으로 멀티미디어 콘텐츠 감상이나 인터넷 서핑 등 가벼운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제품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태블릿 컴퓨터가 PC 시장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당분간은 각각의 영역을 유지하면서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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