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D보다 1,000배 빠르다, 인텔-마이크론 '3D 크로스 포인트' 메모리 기술 공개

강형석 redbk@itdonga.com

찰스 브라운 박사
찰스 브라운 박사

[IT동아 강형석 기자] 컴퓨팅 환경의 지각변동이 일어날까? 인텔코리아는 2015년 7월 29일,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텔-마이크론이 개발한 메모리 기술을 공개했다. '3D 크로스 포인트(X Point)' 기술로 알려진 이 기술은 대용량 데이터에 빠른 접근이 필요한 환경에 맞춘 비휘발성(Non-Volatile) 메모리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1989년 소개된 것으로 모듈 내에 셀을 배치하고 데이터를 보관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3D 크로스 포인트 메모리 기술은 새로운 기술로 메모리 프로세스 업계에 있어 기념비적인 혁신이 될 것이라고 인텔-마이크론은 보고 있다. 두 기업은 이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개발에만 10년 가량의 시간을 들였다.

SSD보다 1,000배 빠른 메모리 기술

이날 행사에서 기술을 소개한 찰스 브라운(Charles Brown) 인텔 스토리지 솔루션 설계 박사는 "3D 크로스 포인트 기술은 지금까지 컴퓨팅 시스템에 탑재되는 메모리 기술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0억 분의 1초 단위의 지연시간을 갖는 특성으로 컴퓨팅 환경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다. 현재 14나노미터 기반의 제품이 양산되고 있고, 향후 더 미세한 공정에서 생산되는 프로세서가 출시될 예정이다. 반면, 저장장치의 발전 속도는 더디다. 최근 낸드플래시 기반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가 고속 저장장치로 주목 받고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SSD라 할지라도 현재 데스크톱의 SATA 인터페이스로는 한계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는 다양한 고속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어느 정도 성능을 내지만 그 또한 한계가 따른다. 용량대비 비용 측면에서도 부족한 면이 있다.

데이터의 빠른 저장과 분석이 거의 동시 수준으로 이뤄지려면 인터페이스와 함께 제품의 성능 또한 그에 맞춰져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컴퓨팅 구조 대부분은 프로세서와 디램(DRAM)을 거쳐 저장장치로 이동하는 단계를 거친다.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프로세서와 저장장치가 직접 연결되어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다면 이보다 효과적일 수 없을 것이다.

3D 크로스 포인트 기술이 적용된 제품은 SSD대비 1,000배 빠른 지연시간을 갖는다. 이를 통해 프로세서와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으며, 그에 따른 병목현상 또한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같은 성능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1,280억 개의 고밀도 패킹 메모리 셀이 수직 전도체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각 메모리 셀은 1비트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단순화된 구조로 집적도와 성능을 높인 것이다. 적층 또한 가능하다.

3D 크로스 포인트 메모리
3D 크로스 포인트 메모리

찰스 브라운 박사는 "3D 크로스 포인트 메모리 기술이 적용된 메모리 셀은 여러 겹 쌓이는 형태를 띈다. 2개의 메모리 층 다이 하나당 128기가비트(Gb)를 저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텔과 마이크론은 향후 연구를 이어나가 더 많은 메모리 층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3D 크로스 포인트 메모리 기술은 적층이라는 부분을 보면 얼핏 하이닉스가 개발한 초고대역메모리(HBM)과 유사한 형태를 띈다. 이에 대해 찰스 브라운 박사는 "기술적 원리는 비슷하나, 생산 가능하도록 고도화한 스토리지급 메모리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이 다르다. 양산 가능한 소재와 설계도 구현된 상태로 구체적 생산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HBM은 그래픽 연산을 처리하는 부분에 최적화된 형태를 띈다면, 3D 크로스 포인트 메모리 기술은 저장장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라 하겠다. 인텔-마이크론은 꾸준히 단가를 낮춰 경쟁력을 확보하고 2016년 중에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제대로 정착되려면 시스템 설계 자체의 변화도 필요

찰스 브라운 박사는 3D 크로스 포인트 기술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자체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플랫폼 및 인터페이스는 오래 되었으며,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 틀 자체가 바뀌어야 컴퓨팅 환경의 변화가 가능하다고 풀이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PCI-E NVMe(Non-Volatile Memory express) 기술이라 하겠다. 인텔 750 시리즈 SSD를 통해 구현된 이 기술은 일반 SATA 인터페이스를 쓰지 않고 PCI-Express 레인을 활용해 전송속도를 크게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다. 찰스 브라운 박사도 이 기술이 지금 공개한 3D 크로스 포인트 기술 적용을 감안하고 제안한 인터페이스라는 점을 언급했다.

향후 어떤 제품 형태로 선보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인텔-마이크론은 이 기술이 컴퓨팅 환경의 변화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테라바이트급 이상의 정보와 데이터가 무한 생산 중인 환경에서 프로세서와 저장장치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으며 분석, 활용하게 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에 금융 및 의학계는 물론, PC 게이밍 및 소형 컴퓨팅 환경 등 여러 방면에 걸쳐 큰 변화의 물결이 일어날 전망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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