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셋 개발자의 고집, 앱스토어 1위 일기 앱 '데이그램' 탄생의 비밀

[IT동아 권명관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솔티크래커스라는 자그마한 회사의 정의형입니다. 저희는 아이폰용 앱을 만들고 있구요, 현재 아이폰 앱스토어 1위를 계속 달리고 있는 '데이그램'이라는 일기장 앱을 만들었습니다. 저(기획, 디자인)와 프로그래머 1명, 총 2명이 일을 하고 있어요.

어른이 되어 일기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저희는 어릴적 강요에 의해 쓰던 일기를 '하루에 한줄'이라는 컨셉으로 자연스럽게 일기쓰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돕는 앱입니다. 일기를 쓰며 하루를 기록하고, 반성하고, 더 나은 내일을 계획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시장에서 유료 앱을 만드는 팀은 별로 없는데요. 하지만, 저희 팀은 거품도 없고, 실제로 사용자가 정말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생활 앱을 만들고 있어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이 길어졌는데요, 혹시나 관심이 있으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지난 2015년 7월 8일, IT동아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위와 같은 장문의 메시지를 받았다. 사실 기자도 최근 애플 앱스토어(아이폰) 전체 유료 부문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던 '데이그램(DayGram)'을 유심히 지켜보던 차였다. 특히, 앱을 개발한 개발사(개발자) 위치를 보고는 눈을 떼지 못했다. 'EUI HYUNG JUNG'. 한참을 고민했다. '개발 업체인가? 아닌데. 의형 정? 정의형? 혼자 개발한 건가?' 그렇게 1주일이 지났고, (기자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당사자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은 것. 바로 약속을 잡았다. 대체 누구길래. 앱스토어 전체 유료 1위를 3주 동안 놓치지 않는단 말인가.

데이그램 앱스토어 순위
데이그램 앱스토어 순위

< 7월 10일 순위(좌), 7월 14일 순위(우) >

우리 동네에서 본 아저씨 같은데…

메신저와 전화 통화를 통해 정의형 대표와 약속을 하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카우앤독을 찾아갔다. 카우앤독은 최근 몇 년간 국내에 불어온 벤처 스타트업 열풍에 맞춰 지난 2015년 1월 문을 연 열린 업무공간. 1층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카페라고 봐도 무방하다. 3층은 렌터카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고 온 '쏘카(SOCAR)'가 위치하고 있으며, 2층은 사업 설명회, 강연, 토크 콘서트, 스터디 모임, 어쿠스틱 공연 등을 진행할 수 있는 다목적실, 회의실 등이 있다. 아직 사업을 확장하기 이전 단계인 벤처, 스타트업에게 카페 형태를 빌린 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이해하면 된다.

데이그램 정의형 대표
데이그램 정의형 대표

'아까 스쳤던 아저씨…'

입구에서 정의형 대표를 만난 뒤 들었던 생각이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을 법한, 이제 형이라 불러야 할지 아저씨라 불러야 할지 애매한 인상의, 한 남자가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안그래도 어떻게 연락해볼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렇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다니. 감사할 따름이다(웃음). 우선 앱스토어 전체 유료 부문 1위를 축하한다. 오다가 확인하니 2위로 떨어졌던데(인터뷰는 7월 14일 진행), 그래도 대단한 것 아닌가. 혹시 국내에만 선보인 것인지, 해외에서의 성적은 어떤지 궁금하다.

정의형 대표 (이하 정 대표): 하하. 아니다. 많은 곳에서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과분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데이그램은 지난 6월 12일, 한국을 필두로 글로벌에 올렸다. 한국에서 1위를 차지한 시기는 그로부터 며칠 지난 뒤로… 이제 3주 정도 지난 것 같다. 일본을 타겟으로 앱을 제작했었는데…, 정작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서 이렇게 반응이 좋을지 몰랐다(웃음). 영국과 미국에서는 '라이프스타일' 유료 앱 부문에서 각각 5위와 20위에 올랐다.

데이그램
데이그램

IT동아: 혹시 한국에서 1위를 하게 된 계기나 원인 등을 파악하고 계시는지.

정 대표: 정확하지 않지만, 몇몇 좋은 일은 있었다. 애플 앱스토어에 데이그램 등록 이후 메인 '추천 앱' 코너에 등재되면서 사용자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후에 다음의 유명 카페 '여성시대'와 '피키캐스트(Pikicast)'에서 데이그램을 좋은 앱으로 소개됐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났다. 미국에서도 나름 이쪽에서 영향력이 높은 '앱어드바이스'와 '컬트오브맥' 블로그를 통해 좋은 앱으로 소개됐다. 많은 분들의 도움 속에서 지금과 같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IT동아: 처음 메시지를 보냈을 때, 2명이 데이그램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2명. 기자가 앱 개발이라는 것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대단한 것 아닌가?

정 대표: 데이그램을 함께 선보인 황장호 개발자(이하 황 개발자)는 지인의 소개를 통해서 받았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제로데스크탑'에서 약 1년 정도 일했다. 창업자인 송영길 대표가 한국에서 디자이너와 개발자 등을 모집한 것이 계기였다. 그 때 함께 일했던 다른 동료를 통해 지금의 황 개발자를 소개받았다.

IT동아: 언제 만났는지 궁금하다.

정 대표: 황 개발자와 만난 것은 올해 1월이었다. (마침 황 개발자가 뒤늦게 인터뷰에 참가했다) 황 개발자는 37살로 함께 일하기 전에 SK플래닛, NC소프트, 팬시닷컴(Fancy.com) 등 여러 ICT 업체에서 경험을 쌓았다. 주로 개발 및 네트워크 관련 일을 담당한다. (정 대표 나이를 묻자) 아, 33살이다.

황 개발자와 만난 뒤, 팀 이름을 정한 것이 솔티크래커스다. 현재 법인도 당시 만든 팀 이름을 그대로 따랐다. 솔티크래커스라는 회사명은 말 그대로 짭짤한 맛의 과자라는 뜻이다(웃음). 팀 이름을 만들 때 먹고 있던 과자가 있었는데, 거기서 그냥 따왔다. 뭔가 괜찮은 것 같았고. 원래 짭짤한 과자가 나름 중독성도 있고… 그렇잖은가(웃음).

데이그램 정의형 대표와 황장호 개발자
데이그램 정의형 대표와 황장호 개발자

데이그램, 하루 한줄 일기장

IT동아: 황 개발자님께 묻고 싶다. 데이그램, 어떻게 개발했는지.

황 개발자: 정말 쉽게 개발했다(웃음). 사실 데이그램은, 누가 봐도 개발하기 어려운 앱이라고 생각할 수 없지 않나. 애플의 새로운 언어인 '스위프트'를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앱을 개발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 하하.

데이그램은 개발하기 이전에 기획 단계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정 대표님의 투철한(?) 철학이 담긴 앱이다. 일기장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일기라는 것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일까. 사람들이 일기를 어떻게 쓰고 있고,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등 아이디어 회의에 엄청난 시간을 소모했다. 버튼 위치를 1픽셀씩 이동하고, 각 메뉴의 경계선 두께는 얼마로 정할 것이며, 스마트폰 화면이 아닌 일반 종이처럼 보이려면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 등, 아주 시시콜콜한 것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업데이트할 때마다 반복한다. 죽을 맛이다(웃음).

데이그램
데이그램

정 대표: 하루 한줄. 데이그램의 모토다. 아주 쉽게, 누구나, 어디서든지, 생각날 때, 그냥 스케치하듯. 그렇게 일기를 작성할 수 있는 앱을 고민했다. 스마트폰은 디지털이지만, 우리네가 어릴 때 쓰던 일기장은 아날로그 아닌가. 어떻게 하면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전환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아마존에서 출시한 전자책 리더기 킨들의 전자잉크처럼 보여지길 원했다.

IT동아: 음. 일기라는 자체, 본연의 것에 집중해 개발했다는 느낌이다.

정 대표: 처음 데이그램을 만들게 된 계기도 간단했다. 어릴 적 추억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자는 의미에서 출발했다. 이미 앱 시장에 메모 앱, 노트 앱, 일기 앱 등은 상당히 많다. 그런데, 대부분 몇 번 사용하다 보면 많고, 복잡한 기능에 사용자가 짓눌린다. 뭔가 의무적으로, 뭐라도 적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에 사로잡혀 적는다.

데이그램은 그것을 버렸다. 하루 한줄이다. 간결하고, 심플하게. 그런 의도로 개발했다. 그래서 뭔가 기능을 하나 추가하려고 할 때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지금 만들어 놓은 UI를 헤치지 않고, 사람들이 간단하게 작성하는 일기 작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기능을 추가하려고 노력 중이다.

황 개발자: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데이그램을 개발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넣고 싶은 욕심이 많다. 지금도 그렇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기능들도 있고. 우리도 데이그램에 리마인드할 수 있는 체크 기능을 넣고 싶고, 작성할 당시의 위치를 표시하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는 기능 등을 추가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과연 '하루 한줄'을 추구하는 데이그램에 어울리는 기능인지 자문한다.

이런 기능이 있고, 저런 기능이 있다고 정 대표에게 말하면, 일단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라고 얘기한다. 죽을 맛이다(웃음). 그의 생각이 데이그램에 그대로 녹아 들어있는 셈이다.

데이그램 정의형 대표와 황장호
개발자
데이그램 정의형 대표와 황장호 개발자

사용자를 위한 업데이트, 사용자와 함께 개발한다

IT동아: 정 대표와 황 개발자의 많은 고민이 사용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올곧은 생각과 처음 기획했던 믿음이 있기에 지금의 데이그램이 있는 것 아닌가. 업데이트, 그러니까 기능을 추가하면서 뭔가 재미있는 일이 많았을 것 같다.

황 개발자: 많다. 정 대표님의 의견과 내 의견이 충돌할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웃음). 지금 데이그램에 추가한 기능 중에 '백업'을 얘기하고 싶다. 데이그램은 드랍박스와 연동해 사용자가 작성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때, 드랍박스와 연동하는 메시지가 팝업 창으로 나타났다. 정 대표가 반대했다. 이러면 안된다. 사용자가 버튼을 한번 더 누르게 된다며,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팝업창을 없애고, 드랍박스에 데이터를 보내면 '완료' 메시지를 설정창 하단에 자연스럽게 표시한다.

이건 농담이지만, 심지어 정 대표님은 드랍박스에 데이터를 보낼 때 실패할 때 나타나는 오류 메시지를 안보이게 할 수 없는지 요청했었다.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어울리지 않는 UI라지만, 그걸 어떻게 안보이게 한단 말인가. (기자도 황 개발자와 함께 정 대표에게 그건 말이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하나씩, 조금씩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웃음).

데이그램
데이그램

정 대표: (황 개발자와 기자의 말에 정 대표는 당황한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 기능 추가인데, 사용자들이 보내는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일단, 테마를 업데이트하려고 준비 중이다. 바탕 화면을 아이폰 내 저장한 사진으로 바꾸거나, 몇몇 테마를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지금 데이그램에 일기를 작성할 때 왼쪽 아래에 보면 '현재 시간'을 입력할 수 있는 작은 시계 모양의 버튼이 있다. 사용자가 원했던 기능으로 나름 기존 디자인과 잘 어울리게 추가한 것인데, 어떤지 모르겠다(웃음). 이모티콘도 추가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역시 절.대.로 어울리는 이모티콘을 추가할 것이다.

IT동아: 확실히 데이그램은 '쉽고 간편한 디자인'을 떠올리게 만든다.

정 대표: 불과 며칠 전에 업데이트한 기능도 마찬가지다. 데이그램 설정창에 보면 'TRUNCATE TEXT …' 메뉴가 있다. 이건 일기장에 조금 긴 글을 작성했을 시에, 메인 화면에 '…' 표시 여부를 체크하는 기능이다. 사용자들이 원하셨다. 작성한 일기 뒤에 '…'이 따라 나오니 심플해 보이지 않더라는 분들이 계셨다. 그래서 켜고, 끌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했다.

아이폰 지문 인식으로 앱을 켜고 끌 수 있는 것도 대표적이다. 터치 아이디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지문 인식만으로 데이그램을 실행할 수 있다. 아, 아이폰 기본 기능 중 하나인, 홈 버튼을 2번 눌러서 실행했던 앱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화면에 일기 내용을 표시하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전부 다 사용자들이 원했던 기능이다.

IT동아: 사용자와 함께 개발하는 앱이라…. 재미있다. 적극적인 의견을 반영해 하나씩 (디자인과 어울리도록) 추가한다는 것은, 일견 당연할 수 있다고 생각되겠지만. 그거, 정말 지키기 어려운 약속 아닌가.

정 대표: 일기는 감성적인 콘텐츠다. 직접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고, 흡수하면서 발전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거기서 시작해, 데이그램에 맞는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 데이그램은 아이패드용 앱이 없다. 아이패드에 설치하면, 아이폰용 UI가 그대로 따라 나온다. 아이폰용 데이그램 UI는 작은 화면에 최적화한 디자인이라, 아이패드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 현재 아이패드 전용 UI를 추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

국내에서 얻고 있는 많은 관심과 사용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일본, 미국 등에도 데이그램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 데이그램 사용자를 대상으로 어떤 기능을 더 추가했으면 좋을지에 대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당시 아플 때 먹어야 하는 약을 체크할 수는 없는지, 육아와 관련된 체크사항을 추가할 수는 없는지, 마법에 걸린 날을 체크할 수는 없는지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데이그램의 디자인과 잘 어울리도록 하나씩 기능을 업데이트할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한다(웃음).

데이그램 정의형 대표
데이그램 정의형 대표

정의형 대표와 황장호 개발자와의 인터뷰(아니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았다. 바로 데이그램의 디자인. 처음 생각했던 그 디자인 속에 아날로그 감성의 '일기'를 담았다. 확실히 데이그램은 서른 셋과 서른 일곱의 두 남성이 개발한 앱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데이그램의 아이콘을 보자. 빨간색 줄 1개와 검은색 줄 6개다. 빨간색은 일요일, 검은색은 월, 화, 수, 목, 금, 토를 의미한단다. 이렇듯 이들은 무엇 하나 허투루 지나가는 법이 없다. '하루 한줄 – 데이그램'이 거두고 있는 작은 성과는, 바로 그들의 흔들리지 않는 고집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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