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싼 가격과 작은 크기를 추구하는 초소형 노트북, 넷북

이문규 munch@itdonga.com

[용어로 보는 IT 2015 개정판] 2000년대 들어 PC시장의 중심은 데스크톱에서 노트북 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2008년부터, 한국은 2010년부터 노트북의 출하량이 데스크톱을 넘었다. 노트북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제품군 역시 세분화 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단순히 화면의 크기나 탑재된 프로세서의 성능에 따라 노트북을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정 용도의 뚜렷한 방향성을 가진 몇 가지의 제품군으로 노트북이 나눠지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넷북(Netbook)'이 대표적인 예다.

넷북
넷북

<싼 가격과 작은 크기를 추구하는 초소형 노트북, 넷북>

성능보다는 높은 휴대성과 낮은 가격을 추구

노트북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데스크톱과 달리 휴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노트북에는 데스크톱에 비해 한층 소형화, 경량화된 부품을 사용해야 하며, 일부 부품은 아예 생략되기도 한다. 또한, 배터리 사용시간을 높이기 위해 소비 전력 역시 대폭 낮출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성능 및 기능의 저하를 부를 수 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작은 크기에서 높은 성능을 내고, 여기에 소비 전력까지 적은 정밀도가 높은 부품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는 가격이 껑충 뛰어버릴 수 밖에 없다.

1센트 동전과 아톰 프로세서의
차이
1센트 동전과 아톰 프로세서의 차이

<미국의 1센트 동전(약 19mm)과 아톰의 크기 비교. 넷북에 주로 쓰이는 인텔의 아톰(Atom) CPU는 크기가 작고 소비 전력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데스크톱의 보급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이미 데스크톱을 가진 상태에서 이를 보조할 목적의 이른바 '세컨드 PC'로서의 노트북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노트북은 기본적으로 데스크톱에 비해 가격이 대체로 비싸 구매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고성능은 아니지만 인터넷 서핑과 같은 기본적인 작업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며, 높은 휴대성과 싼 가격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소형 노트북의 등장은 필연적이었다.

2008년, 대표적인 CPU(중앙처리장치) 업체인 인텔(Intel)은 신형 CPU인 '아톰(Atom)'을 발표했다. 아톰은 성능 보다는 작은 크기와 낮은 가격, 그리고 높은 전력 효율성을 강조한 저전력 CPU로, 모바일 기기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되었다. 그리고 아톰을 발표하면서 함께 제시된 저가의 소형 노트북 규격이 바로 넷북이다.

아톰 CPU 출시 이후 본격적으로 열린 넷북 시장

2007년 출시된 EeePC 700
시리즈
2007년 출시된 EeePC 700 시리즈

<2007년에 첫 출시된 아수스의 EeePC 700 시리즈>

다만 일반적으로 최초의 본격적인 넷북은 인텔이 아톰을 발표하기 1년 전인 2007년에 대만의 아수스(Asus)사가 출시한 'EeePC'로 본다. EeePC의 첫 번째 모델인 700 시리즈는 인텔의 저가형 CPU인 셀러론(Celeron)과 800x480 해상도의 7인치 LCD를 탑재한 초소형 노트북으로, 무게가 920g에 불과해 휴대성이 높은데다 가격도 300달러 정도로 저렴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EeePC의 출시와 인텔 아톰의 발표 이후 HP, 델, 삼성, 에이서와 같은 다른 PC 제조사에서도 아톰을 탑재한 넷북을 다수 출시하기 시작하며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런 인기를 등에 업고 인텔 외의 다른CPU 업체들도 아톰과 유사한 개념의 저전력 CPU를 내놓아 넷북 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비아(VIA)의 'C7-M(2008년)', AMD의 '애슬론 네오(Athlon Neo, 2009년)'가 대표적인 모델들이다.

참고로 인텔에서 2008년에 넷북이라는 규격을 발표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이전인 1996년에 영국의 사이온(PSION)사에서 넷북(Netbook)이라는 상표를 이미 등록한 상태였다. 사이온은 인텔을 상표 도용 혐의로 제소했고, 이 때문에 각 제조사들은 한동안 넷북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고 대신 '미니 노트북'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6월에 양사의 합의에 의해 사이온이 넷북이라는 상표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다고 발표, 이후부터는 넷북이라는 이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다.

넷북의 특징

넷북의 전반적인 형태는 일반 노트북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제조사마다 약간씩 특성이 다르지만 크기나 성능, 기능 면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세부적으로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크기 및 무게

화면 크기는 11인치 이하이며 무게는 900g~1.3Kg 사이의 소형 경량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화면의 해상도는 16:10 와이드 비율의 1024x600를 채택한 경우가 가장 많아서 포탈 사이트의 메인 화면이나 문서작성기의 창 1개 정도의 페이지를 띄우고 쓰기에는 무난하지만, 그 이상의 동시 작업을 하기엔 다소 불편하다.

넷북과 노트북 크기 비교
넷북과 노트북 크기 비교

<10인치 급 넷북(위)과 13인치 급 일반 노트북(가운데), 15인치 급 일반 노트북(아래)의 크기 비교>

성능 관련

CPU는 인텔의 아톰을 탑재한 제품이 가장 많으며 AMD의 애슬론 네오, 혹은 퓨전(Fusion) C시리즈 APU를 탑재한 제품도 있다. 이들은 데이터 처리 속도보다는 전력 소모 감소에 주력하는 저전력 CPU이므로 3D 게임이나 고화질 동영상과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구동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인터넷 서핑이나 문서 작성, 음악 감상 정도의 작업을 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으며, 일반 노트북에 비해 배터리 유지 시간도 긴 편이다.

넷북과 일반 노트북의 키보드
크기
넷북과 일반 노트북의 키보드 크기

<8인치 급 넷북(왼쪽)과 13인치 급 일반 노트북(오른쪽)의 키 크기 비교>

입출력장치

키보드와 터치패드를 기본으로 갖춘 전형적인 노트북의 형태를 띤 제품이 압도적으로 많다. 기존의 노트북을 써본 경험이 있다면 대부분 무난하게 이용이 가능하지만, 화면 크기가 8인치 급 이하인 초소형 제품의 경우 키보드의 키가 작아서 타자에 불편을 겪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넷북이 2~3개의 USB 포트를 갖추고 있으므로 이를 통해 별도의 키보드나 마우스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통신 및 외부 인터페이스

대부분의 제품이 유선랜 포트 및 와이파이(Wi-Fi) 방식의 무선랜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블루투스 기능까지 지원한다. 다만, 8인치 급 이하의 초소형 제품 중에는 크기를 줄이기 위해 유선랜 포트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 외부 모니터 연결용 D-Sub 포트 및 TV와 연결할 때 주로 쓰는 HDMI 포트를 갖춘 제품도 있으며 이 경우엔 2개의 화면을 동시에 쓸 수 있다. 광 디스크 드라이브를 탑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CD나 DVD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USB포트를 통해 연결하는 별도의 외장 드라이브를 사용해야 한다.

운영체제

넷북이 처음 출시되던 2008년 즈음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비스타(Windows Vista)가 PC용 운영체제 시장의 중심을 이루고 있었으나, 넷북의 성능 상 윈도우 비스타를 원활히 구동하기에 무리가 있어 대부분의 넷북에 이전 버전의 운영제체인 윈도우 XP가 탑재되곤 했다. 하지만 2009년에 윈도우 7이 출시되면서 2010년부터 넷북에도 윈도우 7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2012년 현재 출시되는 넷북에는 낮은 성능 PC에서도 원활히 구동하기 위해 일부 기능을 축소시킨 '윈도우 7 스타터' 에디션이 탑재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일부 넷북의 경우 판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아예 운영체제를 제공하지 않거나 공개형 운영체제인 리눅스(Linux)가 탑재되어 출시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윈도우가 탑재된 제품에 비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윈도7 스타터 운영체제를 탑재한
넷북
윈도7 스타터 운영체제를 탑재한 넷북

<2010년 이후에 출시된 넷북은 대부분 '윈도우 7 스타터'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다>

넷북의 흥망성쇠

넷북은 본격적인 세컨드(second) PC 시대의 개막에 즈음해 등장, 높은 휴대성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2009년 즈음에는 전체 PC 시장의 2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넷북의 컨셉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당수 소비자들은 일반 노트북 수준의 성능을 기대했다가 넷북을 구매한 후에 실망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2010년에 인텔에서 넷북 수준의 휴대성을 유지하면서 성능을 강화한 울트라씬(Ultra-Thin) 규격의 노트북을 발표했다(물론 가격은 넷북보다 비쌌다). 그리고 같은 해에 애플의 아이패드(iPAD)와 같은 태블릿 컴퓨터가 대거 등장해 세컨드 PC로 각광을 받으면서 넷북의 인기는 급속히 사그라졌다. 이후 2012년에는 전체 PC 시장 중 넷북의 판매비율은 2% 남짓으로 하락했고, 현재는 국내외 어떤 노트북 제조사도 넷북을 생산, 판매하지 않고 있다.

넷북은 흥행 이유가 명백했던 만큼 사장된 이유도 분명했다. 성능이다. 노트북으로 인식된 터라 대부분의 소비자는 일반 노트북에 준하는 성능을 기대했고, 초기 넷북은 그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일반 노트북 성능을 기준으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페이지를 넷북 성능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투인원 PC(2-in-1 PC) 등의 득세로 애매한 제품군으로 밀려나면서, 현재는 중고시장이 아닌 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비운의 노트북이 됐다.

글 / IT동아 이문규(munch@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http://navercast.naver.com/)의 '용어로 보는 IT' 코너에도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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