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일반 SSD보다 '4배' 앞선다, 인텔 750 시리즈 SSD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PC 좀 한다 싶으면 주 저장장치로 하드디스크 대신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라는 물건을 쓴다. 자료를 담는 자가디스크(플래터)를 모터로 열심히 돌려 데이터를 읽고 쓰는 하드디스크와 달리 낸드플래시와 컨트롤러 등 반도체로 이뤄진 SSD는 특유의 구조 덕에 빠른 성능으로 인기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최근 SSD도 경쟁이 제법 치열해서 120~128GB 정도 제품은 잘 찾으면 10만 원대 이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며, 240~256GB 정도 제품이 10만 원대에 형성되어 있을 정도로 진입 문턱이 낮아졌다. 어지간한 무명 브랜드 아니고서야 적당히 알려진 제품이면 성능이나 A/S 정도는 마음 놓고 쓸 수 있으니 바야흐로 SSD 전성시대라 봐도 될 듯 하다.

그런데 PC가 SSD의 성능을 100% 부리기에 한계가 있다. SSD를 연결하는 SATA 인터페이스는 기껏해야 최대 대역폭이 6Gbps에 불과하다. 최대 750MB를 1초에 주고 받는다는 이야기다. 이것도 빠르지만 사람 욕심이란게 끝이 없는지라 더 빠른 물건을 찾게 마련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결국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하지 않던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화끈한 성능을 갖춘 SSD를 선택하면 된다. 바로 인텔 750 시리즈 SSD처럼 말이다.

SATA가 아닌 PCI-E에 연결하는 SSD

인텔 750 시리즈 SSD는 외형부터 범상치 않다. 일반적인 PC나 노트북에 연결하는 2.5인치 규격도 아니고, 최근 노트북이나 메인보드 등에 탑재되는 스틱형 SSD인 M.2 규격도 아니다. 그렇다, 이 물건은 그래픽카드나 사운드카드 등 확장카드를 꽂는 PCI-Express 슬롯에 장착하는 형태다. 크기는 일반 SSD와 달리 조금 크지만 그만큼 용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 하겠다.

인텔 750 SSD
인텔 750 SSD

때문에 국내에 판매 중인 인텔 750 시리즈 SSD는 400GB와 1.2TB 두 모델로 구성된다. 400GB 정도야 일단 2.5인치 또는 M.2 SSD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용량이지만, 1.2TB의 용량은 구경하기 어렵다. 제품 존재 의의는 바로 여기에 있는 셈이다.

SSD는 PCI-E x4 레인을 쓰는 구조다. PCI-E 3.0 인터페이스 구조의 x4 레인 대역폭은 초당 약 4GB에 이른다(4Gbps가 아니다). Gbps로 환산하면 32Gbps에 달하는 셈이다. 나름 차세대 저장장치 인터페이스라고 불리는 M.2가 겨우 10Gbps(1.25GB)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때문에 이 제품의 성능은 일반 SSD가 꿈꾸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해 있다. 400GB만 해도 순차 읽기가 초당 2.2GB, 순차 쓰기 900MB에 달한다. 무작위 읽기/쓰기 초당입출력(IOPS) 성능은 43만/23만 수준. 1.2TB 제품은 이보다 더 압도적이다. 순차 읽기 초당 2.4GB, 쓰기 1.2GB고 무작위 읽기/쓰기는 44만/29만 IOPS 수준이다. 일반 SSD가 순차 500~600MB, 무작위 10만 IOPS 수준이라는 점을 보면 폭발적인 성능이라 하겠다.

SSD를 위한 전송 규약인
NVMe
SSD를 위한 전송 규약인 NVMe

이런 성능이 가능한 것은 단순히 PCI-E 슬롯을 쓰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텔 750 SSD는 SSD에 최적화된 전송 규약인 '비휘발성 메모리 전송(NVMe, Non-Volatile Memory Express)' 때문이다.

이 규약은 물리적 대역폭 한계를 뛰어넘고 지연에 따른 리소스 점유를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SATA의 낮은 대역폭 대신 PCI- Express의 여유로운 대역폭을 쓰기로 했고, 외부 컨트롤러를 통해 CPU와 메모리가 데이터를 주고 받는 구조의 지연시간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인텔 750 SSD의 후면
인텔 750 SSD의 후면

이 물건의 속에는 20나노미터 공정에서 만들어진 낸드플래시가 탑재돼 있다. 1.2TB 제품 기준으로 방열판이 있는 부분에는 총 18개의 모듈이, 후면에는 14개의 모듈 등 총 32개로 구성된다. 전면에는 29F64B08NCMFS 코드의 낸드플래시로 512Gb(64GB), 후면에는 29F16B08LCMFS 이라는 코드로 128Gb(16GB) 모듈이다.

컨트롤러는 인텔의 CH29AE41AB0이 쓰인다. 엄청난 데이터를 주고 받기 위해 5개의 1600MHz DDR3 메모리도 동원됐다. 이 컨트롤러는 총 18채널을 지원하는데, 일반 SSD가 8채널 컨트롤러를 쓰니까 성능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사실, 이 구성은 인텔 서버용 PCI-E SSD인 DC P3700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양이 조금 차이 나기는 하지만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

구입은 마음대로지만 설치는 아니란다

인텔 750 시리즈 SSD를 테스트하기 위해 메인보드에 장착하고 전원을 인가하니,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윈도가 이 녀석을 인식하지 못한 것. 테스트에 쓰인 운영체제는 윈도7이었는데 확인해 보니 NVMe 드라이버가 있어야 쓸 수 있었다. 윈도8.1은 자체 표준 NVMe 드라이버가 있다고 하니 사전에 운영체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메인보드 또한 문제다. 기자의 테스트 PC는 코어 i7 5960X를 위한 X99 칩셋 메인보드라 바이오스만 있으면 바로 쓸 수 있다. 현재 X99와 Z97 칩셋 정도가 이를 지원한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서 쓰고 싶어도 시스템이 준비 안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주의하자.

그러나 성능은 끝내주네

SSD를 장착하고 포맷까지 완료하니 약 1TB 용량의 저장공간이 확보됐다. 저장장치는 1TB를 1000GB로 표기하지만 윈도는 1,024GB가 1TB이므로 차이가 발생한다. 여기에서 SSD 벤치마크 애플리케이션으로 간단히 성능을 수치로 확인하고, GTA 5를 설치해 로딩시간을 체크했다.

테스트를 완료한 결과는 충격과 공포다. 1.2TB 제품 기준으로 순차 읽기/쓰기 속도는 초당 2.1GB와 1.27GB에 달한다(단위가 MB가 아니라 GB인 점을 주목). 인텔이 공개한 자료(초당 2.4GB/1.2GB)와 큰 차이 없는 수준이다.

무작위 읽기/쓰기 성능 결과도 만족스럽다. 읽기 성능 결과가 인텔 자료와 차이가 좀 있지만 일반 SSD와 비교하면 환상적인 수치다. 테스트 결과는 읽기 37만 2,500 IOPS, 쓰기는 29만 4,800 IOPS로 쓰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인텔 750 SSD의 성능
인텔 750 SSD의 성능

< 인텔 750 SSD 1.2TB 테스트 결과 >

일반 보급형 SSD의 성능
일반 보급형 SSD의 성능

< 일반 240GB SSD의 테스트 결과 >

체감이 잘 오지 않을까봐 일반 SSD와의 테스트 결과를 같이 올려본다. 나름 보급형 SSD라는 크루셜 M500 240GB SSD다. 이 정도만 써도 제법 뛰어난 체감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테스트를 하니 순차 읽기/쓰기는 각각 초당 489MB/268MB를 기록했다. 무작위 읽기/쓰기는 7만 9,000/2만 6,000 IOPS를 기록했다.

이렇게 비교를 해보니, 일반 SSD 대비 순차 읽기/쓰기는 4~5배 가량, 무작위 읽기/쓰기는 4~10배 가량 차이가 난다.

인텔 750 SSD는 GTA 5의 긴 로딩도 극복할 수
있다
인텔 750 SSD는 GTA 5의 긴 로딩도 극복할 수 있다

GTA 5를 실행해 로딩 시간을 확인해 봤다. 메뉴 화면에서 스토리 모드를 불러올 때의 시간 비교다. 일반 SSD 240GB 정도는 약 1분 정도면 게임 화면을 볼 수 있었다. 평균 58~63초 가량이 소요됐다. 반면, 인텔 750 SSD 1.2TB는 불과 40초도 채 안되어 게임 화면을 보여줬다. 평균 35초 가량의 시간이 필요했다.

GTA 5 뿐만 아니라, 여러 파일을 읽어들이는 국내 온라인 게임에서도 인텔 750 SSD의 위력은 빛을 발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최근 게임의 용량이나 사양이 높아지면서 이런 차이로도 게임 몰입감이나 체감 등에서 큰 차이를 가져 올 수 있다.

성능은 좋은데 가격은 어쩔 수 없어

인텔 750 SSD는 확실한 성능을 약속한다. 2.5인치 SSD처럼 여러 하드디스크가 물리거나 데이터가 쌓이면 위력이 반감되는 것과 달리 꾸준한 성능을 낸다. 물론 그만큼 가격은 상상초월이다. 400GB 정도가 인터넷 기준으로 약 53만 원대고 1.2TB는 150만 원에 가까운 가격이다. GB당 가격으로 보면 매력적이지만 용량 자체가 크니 가격도 어쩔 수 없다.

인텔 750 SSD
인텔 750 SSD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PCI-Express 레인을 쓰니 어쩔 수 없는 한계도 발생한다. 특히 그래픽카드 2개 이상을 연결할 때가 그렇다. 일반 코어 프로세서는 대개 16 레인이 제공된다. 때문에 두 개의 그래픽카드를 쓰면 가용 레인이 없다. 한 쪽에서 병목이 생기면 SSD 또한 느려지는 현상이 간혹 존재한다.

X99 기반의 코어 i7 익스트림의 경우 사정은 조금 낫다. i7 5820K 프로세서가 28 레인이고 그 이상은 40 레인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3개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하고도 여유가 조금 생긴다. 인텔 또한 이런 플랫폼에서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기도 하다. 약간의 아쉬움도 있지만 인텔 750 시리즈 SSD는 개인이 접할 수 있는 최고의 SSD 중 하나가 아닐까 평가해 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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