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층 다듬어진 변신 노트북, 에이수스 트랜스포머북 T300CHI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요즘 에이수스(ASUS)는 '변신 노트북'을 만드는데 재미가 들렸다. 특히 화면 부분을 분리해 노트북과 태블릿PC의 형태를 오가며 쓸 수 있는 투인원(2 in 1) 제품인 '트랜스포머북'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첫 제품을 선보인지 3년여 만에 에이수스의 주력 제품군 중 하나로 자리잡은 이 시리즈도 2015년형이 나왔다. 이름은 트랜스포머북 Chi(치) 시리즈다. 8.9인치 화면을 탑재한 T90CHI, 10.1인치 화면을 탑재한 T100CHI 등이 출시되었으며, 이번에 살펴볼 제품은 12.5인치 화면의 T300CHI(세부 모델명 T300CHI-FL043H)다.

에이수스 트랜스포머북
T300CHI
에이수스 트랜스포머북 T300CHI

고급스런 재질과 디자인, 마무리도 수준급

참고로 'Chi'란 중국어로 기(氣)를 의미한다고 한다. 동양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런 디자인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T300CHI는 디자인에 제법 공을 들였다. 전신을 알루미늄 재질로 감쌌으며, 모서리와 같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매끈하게 다듬었다.

T300CH 외형
T300CH 외형

두께도 아주 얇다. 화면(태블릿)과 키보드 부분의 분리가 가능한데, 화면 부분의 두께는 불과 0.91cm, 키보드 부분을 합쳐도 1.6cm 정도다. 제품 무게는 화면 부분만은 720g, 키보드가 합체된 상태에선 1.43Kg으로 측정되었다. 다른 12~13인치급 노트북에 비하면 10~20g 정도 무거운 느낌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휴대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T300CHI 두께
T300CHI 두께

적절한 유격, 편리한 사용성의 자석식 결합부

화면과 키보드 부분을 연결하는 힌지(경첩) 부분 역시 주목할 만 하다. 초기형 투인원 제품 중에는 연결 부분에 버튼이나 레버를 달아 이를 통해 화면을 탈부착하곤 했다. 다만 이 방식은 좀 불편했다. T300CHI의 연결부는 버튼이나 레버 없이 자석으로 결합되는데, 너무 뻑뻑하거나 헐렁하지 않고 편하게 화면의 탈부착이 가능하다.

화면 키보드 결합부
화면 키보드 결합부

그리고 화면을 펼치거나 닫을 때 가해야 하는 힘도 적당한 편이고 사용자가 펼친 화면의 각도도 제법 단단하게 고정이 된다. 이런 '적당함'을 설정하는 것이 의외로 힘든 일인데, 에이수스의 투인원 개발 노하우도 이젠 제법 높은 수준에 이른 것 같다.

별도 전원을 가진 키보드를 충전해야 하는 불편함

키보드 부분의 품질도 큰 불만이 없다. 두께는 얇지만 생각보다 눌리는 깊이가 깊은 편이고 반발력도 적절하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오른쪽 시프트(shift)키도 넓은 편이라 편하게 타이핑이 가능하다.

키보드 정면
키보드 정면

다만, 화면과 키보드의 연동 방식에 대해선 다소 아쉬움이 있다. 화면부와 키보드 부분이 물리적으로 붙어있는 상태에서도 내부적으론 블루투스 무선 방식으로 접속을 하고 배터리도 따로 쓴다. 때문에 본체(화면)의 배터리가 충분하더라도 키보드의 배터리가 바닥났다면 양쪽이 결합된 상태라도 키보드를 이용할 수 없다. 힌지의 연결부는 단순히 화면과 키보드를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역할만 할 뿐, 전원이나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본체 키보드 동시 충전
본체 키보드 동시 충전

개발사 측에서도 이런 불편을 알고 있는지, 화면부분과 키보드 부분을 연결하는 마이크로 USB 케이블을 제공하긴 한다. 이렇게 양쪽을 유선 연결한 상태에선 화면부에만 외부 전원을 꽂아도 양쪽을 동시 충전할 수 있다. 다만, 아무래도 겉으로 보기에 세련미가 떨어지는데다, 양쪽 모두 배터리 잔량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불편은 마찬가지다. 물론 그렇다고 T300CHI용 키보드가 배터리 소모가 아주 심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거의 반나절 동안 이용해도 약 20% 정도의 배터리만 소모되니 며칠에 한 번 정도 충전해 주면 된다. 하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화질 좋은 풀HD급 12.5인치 터치스크린

T300CHI의 화면은 12.5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이다. 애플의 아이패드 에어2(9.7인치) 보다 크고 삼성의 갤럭시노트 프로 12.2(12.2인치)와 비슷하다. 다만 화면 해상도는 풀HD급(1,920 x 1,080)으로, 아이패드 에어2(2,048 x 1,536)나 갤럭시노트 프로 12.2(2,560 x 1,600)보다 낮은 편이다. 그래도 IPS 패널을 적용해 전반적인 화질이나 시야각은 우수한 편이며 대부분의 윈도 기반 응용 프로그램들이 풀HD급 이하의 화면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T300CHI의 해상도가 큰 문제가 될 건 없다.

태블릿 모드
태블릿 모드

여기에 에이수스 특유의 색감 보정기능인 TruVIVID(설치된 스플렌디드 유틸리티로 구동)를 적용하면 좀 더 진한 색감을 볼 수 있다. 다만, 이를 적용하면 전반적인 컬러가 다소 과장된 느낌이라 사용자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겠다. 맘에 들지 않으면 그냥 기본 색감으로 두고 쓰자.

균형 잡힌 내부 사양, 다소 아쉬운 포트 구성

내부적인 사양을 살펴보면, 윈도 8.1 운영체제에 인텔 코어M-5Y10(클럭 800MHz~2.0GHz, 코드명 브로드웰) 듀얼코어 프로세서(CPU)에 8GB의 DDR3 메모리, 그리고 128GB의 SSD에 인텔 HD5300 그래픽을 내장하고 있다. 코어M 프로세서는 작년 말에 출시된 제품으로, 높은 전력 효율을 강조하고 있어 배터리 유지 시간이 중요한 휴대용 기기에 적합하다. 다만, 연산능력이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닌데, 이를 8GB의 넉넉한 메모리, 그리고 시스템 전반의 반응속도를 높일 수 있는 SSD(128GB)로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젠더 이용한 USB 기기 접속
젠더 이용한 USB 기기 접속

외부 기기와 연결하는 각종 인터페이스는 빈약한 편이다. 본체(태블릿)에 헤드셋 포트와 HDMI 포트, 그리고 USB 3.0 포트가 1개씩 달려있는 정도다(키보드의 마이크로 USB 포트는 충전 전용). 포트의 수도 적은데다 그나마 달려있는 USB와 HDMI 포트는 마이크로 규격이다. 일반 USB나 HDMI 장치와 연결하려면 변환용 젠더나 케이블을 이용해야 한다(USB용 변환 젠더는 1개 포함). 본체를 작고 얇게 만들기 위해 이런 설계를 한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쾌적한 사용감각, 생각 이상으로 좋은 콘텐츠 구동능력

제품의 대략을 살펴봤으니 이젠 실제로 이용해 볼 차례다. 성능보단 전력 효율을 중시한 프로세서를 탑재하긴 했지만 8GB 메모리와 SSD가 이를 보조하고 있는 덕분인지 전반적인 사용 감각은 쾌적하다. 특히 운영체제 부팅이나 응용 프로그램 실행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며 웹 서핑이나 문서작성, 동영상 감상과 같은 일상적인 PC 이용을 만족스럽게 할 수 있다. 게다가 내부에 냉각팬이 없기 때문에 소음도 없다.

특히 동영상 구동 성능이 좋다. 1,920 x 1,080 해상도의 풀HD급 동영상은 물론, 3,840 x 2,160 해상도의 4K UHD급 해상도의 MP4 동영상도 끊김 없이 구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스피커 성능은 다소 아쉽다. 본체에 탑재된 음질 강화 소프트웨어인 ice 오디오 위저드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 보완이 되지만 소형 스피커 특유의 낮은 출력과 부족한 저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LOL 구동
LOL 구동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게임 구동 능력도 생각 이상이다. 리그오브레전드(LOL)을 구동, 화면 해상도 1,920 x 1,080에 그래픽 품질 ‘중간’에서 소환사의 협곡 맵을 10여분 정도 플레이 해보니 평균 50~60 프레임을 꾸준하게 유지하며 제법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 했다. 코어M-5Y10 프로세서에 탑재된 인텔 HD5300은 인텔의 내장 GPU(그래픽처리장치) 중에서도 제법 좋은 게임 성능을 내는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GTA5' 같은 본격적인 고사양 게임을 즐길 정도는 아니니 게임용으로 이 제품을 추천할 순 없겠다.

무소음과 슬림한 사이즈의 대가는 발열과 배터리 용량 감소

다만, 고화질 동영상이나 게임과 같이 고성능을 요구하는 콘텐츠를 구동할 때 발열이 제법 있는 편이다. 특히 본체(화면) 뒤쪽 부분의 온도가 섭씨 40도 이상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키보드 없이 태블릿 모드로 쓸 때는 다소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냉각팬이 없는 무소음 환경을 실현하긴 했지만 그로 인한 어느 정도의 발열은 감수할 수 밖에 없다.

발열 측정
발열 측정

전력 효율이 좋기로 소문난 인텔 코어M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이니 배터리 유지 시간 역시 기대가 될 수밖에 없다. 윈도8,1의 전원 관리 옵션을 초기값인 '균형조정'으로 설정한 배터리 100% 상태에서 HD급 동영상을 반복 구동하며 배터리를 방전시켰다. 측정 결과, 약 5시간 10분 정도를 구동한 후 배터리가 거의 바닥나는 것을 확인했다.

배터리 스테미너 측정
배터리 스테미너 측정

이 정도면 그럭저럭 쓸만하긴 하지만, 코어M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 치고는 기대치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제품 자체의 전력 소모가 높다기 보단 탑재한 배터리의 용량 자체가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배터리 탑재 공간이 적은 슬림형 제품 공통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슬림함을 특히 강조한 LG전자의 노트북인 '그램' 시리즈도 이와 비슷한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몇 가지 아쉬움 있지만 전반적인 구매가치는 '합격'

에이수스 트랜스포머북 T300CHI는 비교적 잘 만들어진 제품이다. 디자인 면에선 그 여느 고급 제품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으며, 전반적인 마무리도 비교적 잘 되어있다. 인텔 코어M 프로세서 및 8GB의 메모리, 128GB SSD 등을 비롯한 주요 내부 사양간의 성능 균형도 좋아서 콘텐츠 구동 능력도 기대 이상이다.

물론 사용 편의성이 떨어지는 외부 연결 포트 구성이라던가 따로 충전해야 하는 키보드, 나쁘진 않지만 기대치만큼의 사용 시간을 내지 못하는 배터리, 무소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발열 등의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긴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장점들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전반적인 구매가치는 괜찮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2015년 5월 현재 T300CHI-FL043H 모델의 인터넷 판매 가격은 90만원대 초중반에 형성되어있다. 유사한 사양의 삼성이나 애플, HP 등의 제품에 비해 좀더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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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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