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광고 차단, 볼드모트 같은 널 어찌하리오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언론사에겐 그 이름을 불러선 안되는 '볼드모트' 같은 응용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언론사 뿐만 아니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회사에게 '공공의 적' 취급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애드블록 플러스(Adblock Plus)'. 다운로드수 3억 건, 전세계 실사용자수 1억 4,400만 명이 넘는 이 초인기 프로그램은 어째서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프로그램이 된 걸까.

애드블록 플러스
애드블록 플러스
<인터넷 광고 차단 프로그램, 애드블록 플러스>

사용자는 방긋

애드블록 플러스는 독일의 아이오(Eyeo) 사가 개발한 윈도, 리눅스, OS X, 안드로이드용 인터넷 광고 차단 프로그램이다. 크롬(모바일 버전 포함), 파이어폭스, 사파리 등 웹 브라우저에 확장 프로그램 형태로 제공되는 이 프로그램은 누구나 무료로 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 애드블록 플러스를 설치하면 웹 사이트의 배너 광고가 사라진다. 플래시(SWF)나 이미지(JPG, GIF)로 구성된 웹 페이지 배너 광고가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 심지어 유튜브 동영상 재생에 앞서 흘러나오는 광고와 페이스북 뉴스피드 사이에 섞여 있는 광고마저 차단해준다.

너무 많고 선정적인 웹 사이트 광고에 지친 사용자들은 애드블록 플러스에 열광했다. 크롬 웹 스토어, 파이어폭스 익스텐션 스토어 등 웹 장터에서 줄곧 다운로드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심지어 어도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세계 애드블록 플러스 사용자는 1억 4,4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2014년 6월 기준).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가 28억 명이 조금 넘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5%에 달하는 수치다. 작년 2분기 기준인만큼 현재 애드블록 플러스 사용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언론사 홈페이지는 광고가 너무 많다. 애드블록 플러스와 한국기자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종합일간지 9개사의 기사 페이지(홈페이지 전면 X) 광고 수는 평균 27.3개에 달한다. 심지어 기사 페이지에 49개의 광고를 배치한 사례도 있다. 광고의 종류도 문제다. 비교적 규모가 큰 언론사 홈페이지는 자사 서비스와 구글 애드센스 같은 상대적으로 '점잖은' 광고 위주로 배치되어 있지만, 규모가 작은 언론사 홈페이지로 갈 수록 비뇨기과나 여성이 헐벗은 선정적인 광고가 늘어난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가장 큰 문제는 기사를 읽는 것 자체를 방해하는 광고다. 광고가 글 위에 떠오르거나, 사용자의 의지와 관계 없이 화면을 강제로 끌어 내려 광고를 보게 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사용자들이 기사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을리 없다. 애드블록 플러스에 손이 가는 사용자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애드블록 플러스
애드블록 플러스
<일반 언론사 홈페이지(좌)와 애드블록 플러스를 활용해 광고를 차단한 언론사 홈페이지(우)>

콘텐츠 공급자는 울상

하지만 웹 서비스 업체(언론사 포함)와 광고 사업자 입장에선 애드블록 플러스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광고가 노출되지 않는 만큼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수입이 줄어들면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고, 결국 서비스를 중단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온라인 광고의 형태가 CPM(노출당 과금)에서 CPC(클릭당 과금) 위주로 변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선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사용자의 광고 클릭 자체를 유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신 광고를 통해 수익을 거두는 현 인터넷 뉴스 시장에서 광고를 차단하는 것은 시장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광고 차단은 수익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서비스 중단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소규모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는 개발자 최모 씨도 "구글 광고를 붙여 서버 비용을 근근히 감당하고 있는데 이 광고 수익마저 사라지면 커뮤니티 사이트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사용자들에게 기부금을 받는 방안도 있지만 이 역시 큰 도움은 되지 않는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애드블록 플러스는 당당

이러한 콘텐츠 공급자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아이오는 애드블록 플러스에 별 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이오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애드블록 플러스는 사용자와 콘텐츠 공급자의 상생을 위한 프로그램이자 건전한 인터넷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애드블록 플러스를 통해 나쁜 광고는 사라지고 건전한 광고만 인터넷에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건전한 인터넷 실현을 위해 애드블록 플러스에 '인터넷 광고 차단 기능' 뿐만 아니라 '광고를 통한 악성코드 유입 차단', '광고를 통한 방문 페이지 추적 차단', 'SNS 버튼을 통한 방문 페이지 추적 차단' 기능도 함께 제공하고 있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아이오는 인터넷 광고가 애드블록 플러스의 '화이트 리스트'에 선정되는 방법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화이트 리스트란 애드블록 플러스가 건전한 광고로 인식하고 차단하지 않는 광고 모음이다. 애니메이션이나 소리 등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콘텐츠와 혼동될 우려가 있어서는 안 된다 등 구체적인 광고 제작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고소, 차단, 뒷돈... 그들의 애드블록 대응법

국내에선 애드블록 플러스 사용자가 적어 아직 먼나라 얘기처럼 느껴지지만, 해외에선 웹 서비스 업체 및 광고 사업자와 애드블록 플러스 간의 분쟁이 현실화 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대응 방법은 애드블록 플러스를 개발한 아이오를 영업방해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독일의 언론사 '프로지벤사트'와 'RTL'은 애드블록 플러스가 공정한 경쟁을 막고 있다(영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아이오를 상대로한 고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또 다른 대응법은 애드블록 플러스를 설치한 사용자가 콘텐츠에 접근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영국의 언론사 'ITV'와 '채널4'는 자사 홈페이지 방문자가 애드블록 플러스를 설치한 경우 콘텐츠를 볼 수 없도록 했다. 애드블록 플러스를 삭제하면 그제야 콘텐츠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파임즈(FT)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콘텐츠가 보이지 않으면 애드블록 플러스를 삭제하는 대신 그 홈페이지를 떠나 다른 곳에서 정보를 찾을 것"이라며, 애드블록 플러스를 차단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라고 지적했다. 참고로 애드블록 플러스는 최신 업데이트를 통해 이렇게 접근이 차단된 콘텐츠에도 접근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했다.

심지어 뒷돈(?)으로 타협하는 방법까지 등장했다. 구글, MS, 아마존은 아이오에게 개발비 명목으로 돈을 지원하고, 자사의 광고 서비스가 애드블록 플러스에서 차단되지 않는 '화이트 리스트'로 분류되도록 손을 썼다. 때문에 현재 애드블록 플러스에는 애드센스, 애드 익스체인지 등 구글, MS, 아마존의 광고 서비스가 차단되지 않도록 기본 설정되어 있다. 사용자가 원할 경우 화이트 리스트에서 해당 광고 서비스를 제거해 다시 차단할 수 있다.

국내 상륙도 멀지 않아

국내에서도 크롬의 점유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애드블록 플러스의 국내 상륙도 멀지 않았다. 지금은 일부 헤비 유저를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일반 사용자에게도 전파될 것으로 보인다. 애드블록 플러스가 국내 사용자에게 널리 퍼지면 국내 사업자 역시 고소, 차단, 뒷돈 등 해외 사업자의 대응법을 재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선의 대응법은 따로 있다. 사용자가 애당초 애드블록 플러스의 필요성을 못 느끼게 하는 것이다. 선정적이고 지나친 광고를 줄이기 위한 국내 사업자들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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