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업 경쟁력 창출, 구매에서 찾는다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애플과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기업 경쟁력을 갖춘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두 기업의 경쟁력 창출의 요소로는 디자인, 제품 혁신, 브랜드, 마케팅, 유지보수, 애플리케이션, 고객 관리 등 다양한 부분이 거론되고 있다.

기업 경영 및 관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두 기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창출의 원동력 중 하나는 세계 최고의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이하 SCM) 시스템 구축 및 역량 확보다. SCM은 재화 및 서비스의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구매, 생산, 물류 영역에서 매출과 이익을 내기 위한 기업의 핵심 경영 활동을 이르는 개념이다.

애플 Spring Forward 이벤트에서 발표한
리서치킷
애플 Spring Forward 이벤트에서 발표한 리서치킷

애플은 2014년을 기준으로 7년 연속 SCM 역량 1위를 기록했으며, 삼성전자는 6위를 기록했다. SCM의 역량이 큰 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며, 기업 및 경영전문가도 SCM 역량을 기업의 경쟁력으로 판단하고 있다.

구매/생산/물류로 구분되는 SCM 영역에서 구매 분야가 특히 더 주목 받고 있다. 이는 구매 분야의 공급사가 가장 많은 부분도 있지만, 기업의 비용 측면에서 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자체 제조시설을 갖추지 않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도, 구매를 SCM 영역의 핵심으로 보고 구매와 공급망 관리를 특히 더 잘해서다.

기업과 공급망의 내-외부를 연계하는 구매의 새로운 역할

기업의 경쟁력은 전통적으로 제품, 마케팅, 서비스에서 창출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기존의 결정 소요는 이미 기업의 기본 역량이 된지 오래며, 구매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요구되고 있다. 기업 경쟁 구도가 '기업 vs 기업'에서 협력사를 포함한 '공급망 vs 공급망'으로 펼쳐지면서 구매의 역할이 변화하고,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제 구매는 변화한 경쟁구도에서 시장 경쟁력 창출을 위해 기업내 여러 유관 부서와의 협업을 이끌어내야 한다. 구매 부서가 앞장서서 신제품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자재와 설비를 마케팅, 연구개발, 생산 등의 부서와 협력해 사전에 기획 및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제품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부품 대부분은 외부 협력사로부터 조달되며, 협력사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조직은 구매 부서이기 때문이다.

기업 경쟁력 창출의 주요한 부분이 기업 내부에서 외부로 이동하면서, 협력사와의 연계성 강화를 통한 공급망 구축이 구매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구매는 협력사의 부품을 단순히 사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경쟁력이 기업에 녹아 들게 만들어야 한다.

협력사가 기업 경쟁상황 및 공급 부품의 역할과 중요도를 이해하고 기업과 함께 발전해 나갈 의지를 갖춘다면, 협력사의 경쟁력은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그 중심에서 구매 부서가 기업과 협력사를 아우르며, 관계를 형성하고 혁신 활동을 지속해 상호 발전하도록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구매 부서의 새로운 역할을 설명할 수 있는 대표 사례로 풀무원 두부 제품을 꼽을 수 있다. 풀무원은 대형 마트 PB상품 등 다양한 제품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을 만들어 냈다. 풀무원은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 트랜드에 맞춰 화학 응고제가 아닌 천연 응고제를 사용한 두부 개발에 성공했다. 천연 응고제는 협력사로부터 공급받는다. 풀무원의 구매 부서는 이를 개발 중이던 공급업체를 발굴하고 오랜 시간 기술 및 개발을 지원했다. 개발에 성공한 협력사는 이 응고제를 그 동안 형성해온 관계를 통해 풀무원에만 지속 공급하며, 풀무원 두부의 성공에 큰 역할 했다.

협력적 관계를 통한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 창출 필요

구매가 기업 경쟁력 창출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는 시대다. 기업은 확보한 경쟁력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지속/발전할 수 있다. 이익이 없는 기업은 도태되기 때문이다. 기업은 구매 부서에 이익 창출자로서의 역할도 요구하고 있다.

구매 부서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협력사를 압박해 납품 가격을 줄이는 방법이다. 특히, 불황기에 구매에 대한 원가절감의 요구는 증대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구매 부서는 협력사에게 짐을 그대로 전달할 것인지, 아니면 공동의 노력으로 원가절감에 나서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 증진이 필요한 시기에는 협력사에 무조건적인 원가절감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 제품과 가격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즉 마케팅, 연구개발 부서와 함께 제품 기획 및 설계 단계에 참여해 원가절감과 경쟁력 창출의 요소를 찾아내야 한다. 특히, 협력사의 원가정보를 파악하고 협력사를 철저히 이해해야 한다. 협력사를 이해한다면, 원가 혁신 방안을 공동으로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구매가 단순 가격 중심의 원가관리 및 전략에서 탈피하자는 것이며, 공급자와의 협력적 관계를 통해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글로벌 선도기업이 SCM 체계 중 구매에 집중하는 것과 같이, 기업은 내부의 경쟁력만으로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 외부 협력사와의 연계를 통한 경쟁력을 창출해야 '공급망 vs 공급망'간의 경쟁구도에서 성공 가능한 경쟁력을 창출해 낼 수 있다.

구매 부서는 기업과 공급망의 내-외부를 아우르고 연계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해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기업 경쟁력 창출의 창구가 되어야 한다.

엠로 김승록 상무

엠로 김승록 상무
엠로 김승록 상무

김승록 상무는 한국 후지쯔를 거쳐 아서 앤더슨 코리아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2000년부터 엠로에서 솔루션 영업을 담당했으며, 컨설팅 및 연구개발 등에 참여했다. 현재는 엠로 영업 본부장을 맡고 있다.

글 / 엠로 김승록 상무(srkim@emro.co.kr)
편집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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