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은 산업디자인을 어떻게 바꿀까?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한국폴리텍2 대학 산업디자인과 최성권 교수 인터뷰

3D 프린팅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 적어도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우리가 '산업디자인'이라고 부르는 학문의 커리큘럼을 통째로 바꿀 것이란 점. 이러한 변화에 학계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16일 ~ 18일 국회에서 열린 3D 프린팅 메이커스 페스티벌에서 한국폴리텍2 대학 산업디자인학과 최성권 교수를 만나 3D 프린팅이 학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물어봤다. 최 교수는 홍익대, 서일대, 폴리텍2 등 여러 대학에서 오랫 동안 산업디자인 관련 강의를 해왔고, 최근에는 3D 프린팅과 산업디자인의 융합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폴리텍2 대학 산업디자인과 최성권
교수
한국폴리텍2 대학 산업디자인과 최성권 교수
<한국 폴리텍2 산업디자인학과 최성권 교슈>

3D 프린팅이 교육을 어떻게 바꿨나?

- 홍익대, 서일대 등 여러 대학에서 6~7년 동안 출강을 하며 변화를 지켜봤다. 이제 3D 프린팅은 학교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기술이 되었다. 예전과 대접이 전혀 달라진 것이다. 많은 산업디자인학과가 3D 프린팅 관련 연구와 콘텐츠 제작에 힘쓰고 있다. 홍익대의 예를 들어보자.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디자인 콜로키움'이라는 전공 교과목을 '3D 디지털 생산과 유통'으로 개편했다. 3D 프린팅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출력한 후 마무리 가공해 실제 판매할 수 있는 완제품을 만들어 보는 교육 과정이다. 이렇게 만든 제품을 시장에 판매해 실제 마켓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3D 프린팅은 만능이 아니다. 3D 프린팅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그것의 장점과 단점을 경험해봐야 한다. 3D 디지털 생산과 유통이 장단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지금이야 각 대학마다 1~2대의 3D 프린터가 들어온 것이 전부지만, 3~4년 후에는 대학과 교수들이 앞다투어 3D 프린터를 들여 놓고 3D 프린팅 수업을 진행할 것이다. 이미 연세대, 국민대, 상명대 등 여러 대학이 조형 관련 수업에 3D 프린터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재 3D 프린터는 공학대학 위주로 보급되고 있다. 그래선 안된다.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디자이너도 3D 프린팅을 접하고 배울 수 있도록 미술대학에도 널리 보급되어야 한다.

3D 프린팅 교육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 표준이 없는 점이 제일 힘든 부분이다. 3D 프린팅을 어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어떻게 강의해야 하는지 커리큘럼이 중구난방이다. 처음 3D 프린팅 관련 강의를 진행할 때 얘기다. 3D 프린터끼리 재료 호환성도 없고, 기계도 잘 고장나고... 수업용으로 사용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 그나마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 보급형 3D 프린터의 품질이 올라가 수업용으로 활용하는데 별다른 문제는 없다.

강의 커리큘럼(교구)도 어느정도 틀은 잡혀 있지만, 증명은 안된 상태다. 3D 프린터 사용법에 관한 학원식 수업이 전부다. 3D 프린팅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 3D 프린터 사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설명서를 보고 익혀도 된다. 중요한 것은 3D 프린터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현재 3D 프린팅 표준 강의 커리큘럼을 연구하고 있다.

3D 프린팅 교육은 어떤 형태로 진행해야 하는가?

- 협회 위주로 3D 프린팅 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3D 프린팅을 익히려면 자격증을 따야 한다는 식의 깊이 없는 교육이 진행되는 사례가 현재 있다. 대학에서도 대학만의 특성화된 3D 프린팅 강의를 준비해야 한다. 학생들이 3D 모델링을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3D 프린터 사용법에 관한 교육은 하면 좋지만, 과도할 필요는 없다. 교육용 3D 프린터는 비쌀 필요가 없다. 보급형이면 충분하다. 보급형을 통해 기본 원리를 익히면, 실제 필드에서도 비싼 제품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출력된 제품을 가공해서 완제품을 만드는 후처리 기술에 관한 교육도 필요하다. 후처리 기술만 있으면 보급형 3D 프린터로도 쓸만한 제품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3D 프린터를 고를 때에는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재료는 분말, 액체, 필라멘트 등 대표적인 세 가지만 경험해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산화탄소와 분진이 적게 발생하는 필라멘트 타입이 교육용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3D 프린터의 유해성도 고려해야 한다. 좁은 공간에 3D 프린터를 설치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프린터 제작 업체들도 이를 신경써주면 좋겠다. 미국에선 재료가 80도에 녹는 필라멘트 타입의 3D 프린터가 교육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녹는 온도가 낮으면 낮을 수록 오염물질이 적게 발생한다. 환경과 학생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교육용 3D 프린터가 절실하다.

3D 프린터를 사용하다 보면 폐기물이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국내에선 이 폐기물을 재활용할 방법이 없다. 폐기물 재활용 기기를 판매 중인 미국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이나, 폐기물을 대신 처리해주는 기업이 우리나라에도 등장해야 한다.

3D 프린터를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을까?

-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참 많다. 부품이 파손됐을 때 그 부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아이들의 장난감을 만들 수도 있다. 교육용 도구도 만들 수 있다.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아이들의 장난감 설계도를 인터넷 등지에서 내려받아 3D 프린터로 만들어내는 세상이 곧 열릴 것이다. 일반 사용자는 3D 도면을 그릴 줄 몰라도 된다. 3D 도면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날 테니까. 하지만 모든 가정에 3D 프린터가 보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조금 부정적이다. 보급형 3D 프린터조차 냉장고 못지 않은 가격을 자랑한다. 게다가 재료비와 전기세도 매우 많이 요구한다. 실제로 구매하자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의학, 재료 공학 등 부가가치가 높은 곳에서 먼저 상용화되고 그 다음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할 것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