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D 스캐너와 프린터가 하나로, 다빈치 1.0 AiO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이상우 기자] 얼마전 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3D 프린터 기술은 흔히 '제3의 산업혁명'이나 '21세기의 가내수공업'이라 불리기도 한다. 3D 프린터는 플라스틱이나 금속, 고무 등을 층층이 쌓아 올리며 입체 조형물을 만드는 프린터다. 일반 프린터가 문서나 사진 등을 종이나 사진에 인쇄하는 것과 달리, 3D 프린터는 캐드 등의 소프트웨어로 만든 3차원 도면을 실제 세상에 나타나게 해주는 존재다.

사실 3D 프린터는 과거부터 생산 현장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데도 사용해왔다. 최근에는 일반 기업에서도 사용할 만큼 저렴한 보급형 제품도 나타나기 시작해, 테스트용 모형이나 간단한 도구를 만드는 데도 사용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기업용 3D 프린터 가격이 2016년 2,000달러 이하로 떨어지리라 전망했는데, 최근 시장 동향을 보면 가트너의 예측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이 덕에 이제는 가정에서도 3D 프린터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저가형 3D 프린터
저가형 3D 프린터

이러한 추세에 맞춰 개인용, 소호용, 학교용 3D 프린터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의 움직임도 발 빠르다. 대만에 본사를 두고 있는 'XYZ프린팅' 역시 이런 기업 중 하나다. XYZ프린팅은 지난해 말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서 60만 원대의 개인용 3D 프린터를 선보인 바 있다. 오늘 소개할 제품 역시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기능 무장한 '다빈치 1.0 AiO'다.

스캐너 기능과 프린터 기능을 모두 갖춘 3D 복합기

다빈치 1.0 AiO를 한 문장으로 소개하자면 '3D 복합기'다. 일반적인 3D 프린터 기능은 물론, 3D 스캐너 기능도 갖췄다. 복합기가 스캔한 종이 문서나 사진 등을 프린터 기능으로 출력하는 것처럼, 다빈치 1.0 AiO는 스캔한 입체 모형을 3D 프린터로 출력한다.

다빈치 1.0 AiO
다빈치 1.0 AiO

3D 스캔을 하기 위해서는 교정(calibrate)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를 통해 스캔 결과물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전용 교정 도구를 회전판에 올리고 소프트웨어(XYZscan)를 통해 교정 작업을 시작하면 자동으로 작업을 완료한다. 스캔 기능 역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스캐너 회전판에 물체를 올리고 소프트웨어에서 스캔 시작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작업이 시작된다.

3D 스캐너를 사용하는 모습
3D 스캐너를 사용하는 모습

이런 스캔 기능 덕분에 3D 모델링 소프트웨어 사용에 서투른 사람도 손쉽게 3D 모델을 만들 수 있으며, 필요한 소모품이나 부품을 직접 복제해 사용할 수도 있다. 조각가 같은 예술가라면 자신의 작품을 스캔한 뒤 이를 파일로 보관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스캔할 수 없는 물체도 있다. 우선 반투명(혹은 투명) 물체는 스캔할 수 없다. 붉은색 광선을 쏴서 표면을 읽는 방식이라 빛이 통과하는 물체에는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광 마우스를 유리 책상에서 쓸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같은 이유에서 표면이 반짝거리는 물체도 스캔 품질이 떨어진다.

다음으로 검은색, 파란색, 녹색 등 음영이 짙은 물체도 3D 스캐너가 읽기 어려우며, 마지막으로 크기가 회전판을 벗어나거나(150mm x 150mm 초과) 지나치게 작은 물체(30mm x 30mm) 역시 스캔하기 어렵다.

스캔이 어려운 물체와 쉬운
물체
스캔이 어려운 물체와 쉬운 물체

물론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흰색 고무 스프레이 등을 표면에 뿌린 뒤 스캔하면 색상이나 소재에 제약이 줄어들며, 스캔 품질을 높일 수 있다. 표면에 붙은 고무는 스캔을 마친 뒤 뜯어내면 된다.

실제로 스캔 작업을 해보니 스캔 결과물의 품질이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확연히 구분됐다. 일단 표면 색상이 밝고,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은 물체라면 대부분 훌륭한 스캔 결과물이 나왔다.

스캔을 통해 3D 모델을 만든
모습
스캔을 통해 3D 모델을 만든 모습

반면 크기가 작거나 형태가 복잡한 물체는 스캔 품질이 떨어졌다. 특히 안쪽에 빛이 닿지 않는 디자인은 안쪽 면이 전혀 스캔 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다음 사진에 나온 모형의 경우 팔이 스캐너에서 나온 빛을 가려, 팔 안쪽은 스캔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외형이 복잡한 물체는 스캔하기
어렵다
외형이 복잡한 물체는 스캔하기 어렵다

PLA와 ABS, 두 종류의 출력 소재

이제 출력 기능을 살펴보자. 소재는 1.75mm 필라멘트를 사용하며, FFF 방식의 3D 프린터다. 필라멘트란 가느다란 실 형태의 플라스틱 소재를 의미하며, FFF 방식이란 이 필라멘트를 녹여서 뽑아내고 이를 쌓아 올려 물체를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다빈치 1.0 AiO에 사용하는 필라멘트는 크게 ABS와 PLA 두 종류다. ABS란 범용 플라스틱 수지로, 일상생활 용품이나 가전제품 등 플라스틱 제품 생산에 널리 쓰이는 소재다. XYZ프린팅은 현재 총 13가지 색상의 ABS 필라멘트를 갖추고 있다.

PLA는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원료로 만든 고분자 물질로, 일반 플라스틱 수지와 달리 친환경적인 소재다. 특히 인체에 유해하지 않으며 3D 출력 작업 시 냄새가 적어 일반 가정이나 통풍이 잘 안되는 사무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습기를 흡수하는 소재기 때문에 변형 가능성이 있다. ABS는 비교적 충격에 강해 각종 도구나 조립품을 만들 때 적절하며, PLA는 저온에서 작업하므로 출력 시 가장자리가 열 때문에 구부러지는 현상이 적다.

PLA와 ABS
PLA와 ABS

복잡한 모형을 출력하려면 지지대가 필수

제품 내부는 일반적인 3D 프린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열선이 들어있는 프린팅 베드, 필라멘트를 녹여서 뽑아내는 노즐, 노즐을 움직이는 기어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특징적인 부분은 프린팅 베드 옆에 노즐을 자동으로 청소해주는 장치가 있는 점이다.

다빈치 1.0 AiO는 STL 형식의 파일이라면 모두 출력할 수 있다. 전용 소프트웨어(XYZware)에서 STL 파일을 열면 해당 파일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출력하기 위해서는 3W라는 전용 파일 포맷으로 변환해야 한다. 이 변환 과정에서 사용자가 출력물의 강도를 설정하거나 지지대를 세울 수 있다.

3W 파일로 변환 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크게 서포트(Supports), 래프트(Raft), 밀도(3D Density), 셸(Shell) 등이며, 품질을 위해서는 레이어 높이(Layer Height)와 출력 속도(Speed)까지 함께 설정해야 한다.

서포트란 쉽게 말해 지지대다. 3D 프린터는 출력 시 바닥에 고정돼있는 부분 외에 공중에 떠 있는 부분을 출력하는 경우도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을 출력한다고 생각해보자. 이 동상은 팔을 십자가 모양으로 벌리고 있기 때문에 양 팔은 공중에 떠 있는 상태다. 만약 3D 프린터에서 이를 출력하면 필라멘트가 굳지 않았고, 내부 프린팅 베드의 온도 때문에 팔이 아래로 구부러질 수 있다. 서포트는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 바닥부터 지지대를 쌓아 올리는 작업이다. 물론 이 서포트는 출력 완료 후 제거할 수 있다.

서포트
서포트

래프트는 일종의 받침대다. 이번에는 파리의 에펠탑을 출력한다고 가정하자. 에펠탑은 바닥에 고정된 부분이 4곳뿐이다. 만약 이를 3D 프린터에서 출력하면 출력하는 물체가 미끄러질 수 있으며, 3D 프린터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필라멘트를 계속 쌓아올리게 된다. 래프트는 바닥에 필라멘트를 얇게 깔아서 출력물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정해주는 기능이다. 물론 이 역시 제거할 수 있다.

래프트
래프트

밀도는 출력물 내부를 얼마나 조밀하게 채울지 설정하는 작업이다. 다음 사진을 보면 출력물 내부가 육각형으로 가득 차 있다. 외부에서 받는 힘에 버티기 위해서다. 밀도를 높이면 이 육각형은 더 오밀조밀해지고 개수도 많아진다. 그만큼 더 튼튼해지고, 무거워진다.

3D 밀도
3D 밀도

셸은 출력물의 외벽 두께와 내부에 있는 육각형 기둥 벽의 두께를 말한다. 이 역시 출력물의 강도와 관련 있다.

출력물의 외형을 조금 더 정교하게 만들고 싶다면 레이어 높이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레이어 높이란 필라멘트를 쌓는 두께를 말하는데, 이 두께 수치가 낮을수록 표면이 더 세밀해진다. 게임으로 따지자면 앤티 앨리어싱이라고 볼 수 있다. 출력 속도 역시 느릴수록 조금 더 정교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레이어
레이어

<화살표가 가리킨 곳이 레이어다. 이것이 얇을수록 더 정교한 결과물이 나온다>

출력 결과물은 나쁘지 않아

이제 실제로 출력 작업을 해보자. 출력 작업을 하려면 우선 프린팅 베드의 수평을 맞추는 교정작업을 해야한다. 노즐이 프린팅 베드의 각 모서리를 감지하고, 수평이 맞는지 알려준다. 수평이 아니라면 베드 아래에 있는 조절 나사를 돌리고 다시 교정 작업을 한다. 정확한 수평을 맞추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프린팅 베드에 수평계를 장착했으면 교정 작업이 더 빠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출력 작업을 하려면 프린팅 베드에 '딱풀'을 발라야 한다. 이 역시 출력물이 작업 중 미끄러지지 않기 위함이다. 이후 전용 소프트웨어에서 3D 파일을 불러온 뒤 출력 버튼을 누르면 작업이 시작된다. 손바닥 크기 정도의 출력물을 만드는 데는 4시간 정도가 걸린다. 다음 사진은 원본 모형과 스캔 후 출력한 결과물이다. 작업 시간은 두 시간 반 정도 걸렸다.

원본과 스캔 후 출력한 결과물
원본과 스캔 후 출력한 결과물

참고로 출력 작업 시 프린팅 베드의 온도는 90도, 노즐 온도는 210도까지 올라가니 손으로 만지지 않도록 주의하자. 작업이 완료되면 출력물을 식히는 과정을 거친다. 냉각팬은 별도로 설치돼 있지 않다.

작업 중인 3D 프린터는 매우 뜨겁다
작업 중인 3D 프린터는 매우 뜨겁다

출력물의 품질은 나쁘지 않다. 3D 모델의 세부적인 모습을 대부분 잘 표현한다. 출력 후 간단한 연마작업을 거치고 도색하면 제법 훌륭한 결과물이 나온다. 문제는 3D 모델을 직접 만들 수 있느냐다. 사실 XYZ프린팅 홈페이지에서는 이런 사용자를 위해 3D 모델을 무료로 공유하는 페이지가 있다. 뿐만 아니라 씽기버스(http://www.thingiverse.com/) 등의 웹 사이트를 이용하면 전세계 '능력자'들이 만들어놓은 3D 작품을 무료로 내려받아 출력할 수 있다. 다음 사진은 씽기버스에서 아이폰5 도킹 스테이션을 내려받아 제작한 모습이다.

3D 프린터로 만든 아이폰5 도킹 스테이션
3D 프린터로 만든 아이폰5 도킹 스테이션

조금만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자신이 직접 3D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최근에는 스케치업(sketch up)처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3D 도면 제작 소프트웨어도 있다. 사용 방법이나 기능 등을 조금만 익힌다면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DIY 액세서리나 장식품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현재 3D 프린터가 공통으로 가진 문제점

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다빈치 1.0 AiO뿐만 아니라 시장에 나온 대부분의 3D 프린터가 개선해야 할 문제점도 느꼈다. 우선 작업 시 냄새다. ABS 필라멘트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이를 녹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을 태우는 냄새가 난다. 실제로 필자의 사무실에서 작업해보니 50평 정도의 공간에 이 냄새가 가득 찼다. 물론 창문이 있거나 환기가 잘 되는 장소라면 냄새 문제는 조금 줄어들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소음이다. 제품 내부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65~70dB 정도며, 문을 닫았을 때 바로 옆에서는 55dB 정도다. 참고로 국내 소음/진동 규제법에 따르면 주거지역에서 야간 소음은 40~45dB 이하여야 한다. 물론 필자의 경우 책상 바로 옆에 두고 사용했기 때문에 이 소음이 더 거슬렸을 수도 있다.

<동영상: http://youtu.be/i0kShsRv-fU>

다빈치 1.0 AiO의 강점은 크게 저렴한 초기 구매 가격과 쉬운 사용방법이다. 120만 원 이하의 가격에 3D 프린터와 3D 스캐너 기능까지 갖췄다. 전용 소프트웨어는 클릭 한 번으로 작업을 바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특히 XYZ프린팅 홈페이지(http://kr.xyzprinting.com)에서 각 제품의 사용 방법을 동영상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사용 방법이나 주의사항도 쉽게 익힐 수 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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